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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전반 졸업식, 밝은 표정의 이애순 님
암으로 남편을 멀리 떠나보내고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는 생각에 술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주위의 가족들은 애들을 봐서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고 했지만, 뇌졸중으로 쓰러져 나중엔 치매까지 온 시어머니를 십 년 넘게 모시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남편이 그렇게 되자 세상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불교 신자인 이모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 대충 하는 시늉만 하다가 그만둘 생각으로 억지로 2014년 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처음엔 수업이 재미없고 스님의 법문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집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술을 마실 수밖에 없어 법당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수업을 듣고 나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마음나누기 시간…. 이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내 마음 있는 그대로를 내어놓고 나니 마음속 깊이 쌓여있던 분노와 원망들이 하나둘씩 올라오면서 내 입을 통해 밖으로 내던져지는 걸 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차츰차츰 정토회에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다 불교대학에서 1박 2일 특별수련을 문경으로 갔는데요. 유수스님의 법문을 듣고 한동안 잃었던 웃음을 찾을 수 있었고 행복해 하는 내 모습을 보았습니다. 점점 정토회에 흥미가 생겼고 술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었던 내가 술 없이도 잠을 자고, 모든 게 신경질적이었던 내가 차츰 변해가는 걸 보면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아가는구나 싶었어요. 불교대학 때 명심문 '내 인생에 희망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를 외칠 때마다 살기 싫다는 생각보다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삶을 포기했던 저에게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 불교대학 사찰순례에서(경남 고성 옥천사)_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이애순 님
불교대학 졸업 후 경전반을 공부하면서 지난날의 내 모습을 보게 되었고 스님께서 자주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니 꼬라지를 보라고 하신 말씀. 예전에 내 꼬라지가 어떠했는지…. 이기적이고 욕심으로 가득 차서 내 성질대로 안되면 더러운 성질머리가 나와 딸아이는 내 비위 맞추기 급급하고 아들은 맨날 저랑 부딪치면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던 지난 시간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 경전반 졸업식 날 소중한 도반들과 함께 (가운데)
나 같은 엄마 만나 아들도 딸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이라도 제가 부처님 법 만나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면서 아들과 싸움이 아닌 대화가 되고 서로를 이해해주면서 살다 보니 이제는 웃음으로 지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제가 너무 잘살고 있어서 가끔은 먼저 간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앞으로도 쭉~~~~~~
글_이애순 / 정리_권희진 희망리포터 (마산정토회 거제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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