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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 님은 아내와의 갈등으로 힘겨워하던 시기에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 다니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러고 나니 비로소 아내의 힘듦이 보여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보리수 100일 정진을 하게 되면서 미륵사에서 농사일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그저 무심히 했던 일이 시간이 갈수록 보람차고 행복한 일이 되었습니다. 보리수 활동으로 일과 수행의 일치를 이루면서, 아내와의 관계 역시 잘 풀어낸 최지웅 님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어 참 부럽고 기쁜 마음입니다.
한때 텔레비전방송에서 108배를 자주 소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불교 수행법으로 스님들이 절을 하는데 전신운동으로 건강에도 좋다고 했습니다. 저는 불교가 종교는 아니었지만, 방송을 보고는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 108배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유튜브에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저녁 출퇴근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흘리며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스님이 목포에 오셨을 때는 즉문즉설 강연장에 찾아갔습니다. “수행이란 상대가 변하지 않더라도 수용해 내는 힘까지 가야 고비를 넘겼다고 말할 수 있다”라는 법문을 듣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왜 그런지 그 말씀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법문을 듣고는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제 삶에서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시작된 아내와의 갈등은 잦은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을 대할 때 저는 풀어주는 편이고, 아내는 엄격하게 대하면서 서로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들 의견을 존중하여 자유롭게 키우고 싶은 저와 달리 아내는 아이들이 실수했다고 생각하면 지적하고 혼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을 혼내는 소리가 집 밖까지 새어 나와 지나가던 사람이 쳐다보는 지경이었고, 퇴근길에 그런 상황을 보면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그런 아내가 못마땅했고, 아내의 말과 행동을 시비하면서 점점 갈등이 심해졌습니다.
저는 그동안 들어온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내세워 아내에게 이성적으로 말했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그런 식으로 화내고 짜증 내면 안 된다. 엄마로서 행동이 잘못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제 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화를 내었습니다. 제가 법문을 듣고 아내에게 적용한 것이 잘못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렇게 아내는 아이들과 싸우고, 저는 그걸 지켜보다가 아내와 싸웠습니다. 부정적이고 우울한 감정으로 지내는 날이 많아지고, 특히 잠자기 전에 그런 감정이 더 올라왔습니다. 이럴 때는 얼른 병원에 가보라고 하신 스님 말씀이 기억났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병원에 가보든지 불교대학에 가든지 둘 중 한 가지는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정토회에서 6개월만 공부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별말 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고 서너 번 수업을 들으면서 저의 부정적이고 우울한 감정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가 놀랍고 기뻤습니다. 이후 수업에 잘 참여하여 졸업하고 자연스레 경전 대학에도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음의 장’(이하 ‘깨장’)을 다녀왔는데,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을 볼 때면 ‘다들 웃는 모습이 어쩌면 저렇게 밝고 아름다울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깨장을 수료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저를 보았고, ‘나도 이렇게 웃을 수 있구나’ 하고 놀라던 기억이 납니다.
6개월만 공부하겠다고 하던 제가 경전 대학에 이어 깨장까지 다녀오자, 아내가 화를 냈습니다. 아내는 감정적으로 폭발하여 갑자기 화내거나 소리를 질렀고, 울면서 그만하라고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아내가 답답했고, 그럴수록 아내와의 관계는 더 나빠졌습니다. 아내는 나를 이해하고 기다려준 게 아니라 6개월 동안 참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내는 우울증이었는데, 저는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아내가 그저 화를 낸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아내와 크게 싸우고 나서 잠시 혼자 있을 때, 문득 아내를 밀쳐내려는 제 마음을 보았습니다. ‘나에게 이런 마음이 있었구나!’ 알아차리는 순간 나의 괴로운 마음은 없어지고 아내의 모습이 바로 보였습니다. ‘아내가 힘들어하는구나, 아내를 도와야겠구나!’ 다음 날 아내와 같이 병원에 갔습니다. 아내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리석음에 빠져서, 아파하는 아내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후 아내를 챙기며 보살피는 데 노력을 기울였고, 아내도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우울증 증세가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모든 것이 정토회를 만나고 보리수 정진을 했기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경전 대학을 졸업하자 많은 분이 전법 활동가 교육을 받아보라고 권했습니다. 저는 영암에 있는 조선소에서 일하는데 주말에도 거의 회사에 나가기 때문에 신청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주저했습니다. 그러던 중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끝나고 보명 법사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법사님이 절에 자주 오라고 하시기에 그렇겠다 하고 돌아서는데, 언제 올 거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생각도 못 한 질문에 당황하며, 한 달에 한 번은 꼭 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묻혀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얼마 후 보리수 정진에 참여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아, 이제 법사님과 약속을 지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맨 먼저 들었습니다.
보리수 100일 정진이 시작되고 실천 활동 장소인 미륵사에서 농사팀으로 활동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농사일하는데, 꾸준히 참석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을 근무하고 일요일에도 일이 있으면 무조건 출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봉사 때문에 일요일엔 출근하지 못한다고 회사에 말하기가 눈치가 보이고, 봉사 시간을 내는 게 여의치 않아 번뇌도 많았습니다. 미륵사에서 농사일하며 삽질과 곡괭이질을 했습니다. 정신적으로 불편하고 육체적으로도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란 경험 때문인지 어느 순간 흙을 만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처음 심은 감자에 싹이 났을 때가 기억납니다. 2월 말에 감자를 심고서 한 달이 지나도록 싹이 안 올라와서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싹이 언제 나올지, 죽은 게 아닌지 걱정스러워 손으로 파보기도 했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무심한 마음으로 봉사하러 간 4월 초 어느 날 드디어 감자 싹이 얼굴을 드러내었습니다. 그걸 보고 “와 싹 났다”라며 나도 모르게 환호했습니다. 내가 심은 감자가 싹이 나서 자라는 것을 보니 신기하고 농사일이 재미있었습니다. 정성껏 재배해서 수확한 감자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경전 대학 학생들이 너무 맛있다고 할 때 보람되고 행복했습니다.
보리수 정진을 통해 저는 일과 수행이 하나임을 알았고,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봉사활동을 가는 것이 저에게 수행이었습니다. 언제든 가면 법사님과 도반들을 만날 수 있고, 함께할 일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행복했습니다. 보리수 봉사에 갈 때는 설레고, 돌아올 때는 뿌듯합니다.
보리수 정진에서 도반들과 만남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 대학을 모두 온라인으로 졸업한 터라 저는 다소 서먹했습니다. 그러나 법당에 둘러앉아 각자 이야기를 내놓고 들으면서 서먹함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서로의 이야기가 귀한 법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법사님과 대화 시간에 아내와 갈등을 겪는 얘기를 내어놓았습니다. 법사님은 제 이야기를 듣고는 “아내를 꼭 이기려고 하시네요”라고 하며 저에게 ‘무조건 맞추겠습니다’라는 명심문을 주셨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그게 좋은 줄 알고 착하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나 봅니다. 법사님과 대화를 통해 ‘내가 옳다’고 여기며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한번은 “본인 생각을 내려놓으려면 10년은 수행해야겠네요”라고 하여 당황했는데, “그래도 정토회 만난 지 벌써 한 3년 됐죠?”라고 격려와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무조건 맞추겠습니다’라는 명심문으로 내가 맞출 수 있는 것은 맞추고, 못 맞추는 것은 기꺼이 과보를 받겠다는 마음으로 정진하니 한결 가볍습니다.

보리수를 하면서 모두의 은혜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법사님과 면담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어 무척 행복합니다. 법사님뿐만 아니라 지회장님과 모둠장님 등 도반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감동하곤 합니다.
현재는 보리수 봉사활동으로 미륵사에서 농사 꼭지 소임을 하고 있습니다. 텃밭을 관리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도반들과 함께 경작의 기쁨과 나눔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저와 아내는 잘 이겨냈습니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순간순간 습관대로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다시 안으로 돌이킵니다. 수행을 이끌어 주시는 법사님과 함께하는 도반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글_최지웅 (보리수 7기)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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