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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수련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던 중독, 자책, 극단성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고, 그것이 습관의 그림자였음을 알아차렸다는 김지안 님. 이제는 다짐하지 않아도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그냥 한다'는 것의 힘을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명상 수련을 하면서 일어난 변화가 잘 드러나 있어, 반갑고 기쁜 마음이 전해집니다. 곧 다가오는 여름 명상 수련에 꼭 참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6박 7일 명상 수련은 저에게 처음으로 ‘질문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힘’을 주었습니다. 저는 늘 감정 기복이 심하고, 중독적인 패턴을 반복하며 자책과 극단적인 사고방식에 시달려왔습니다. 오랜 시간 ‘왜 항상 이렇게 무너지는가?’,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왜 사람들이 평범하게 해내는 일을 나는 힘들어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며 살았습니다. 다이어트든 공부든 일상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았습니다. 계획하고, 각오하고, 결심해서 잠깐 열심히 하다가 결국 지쳐 포기하고, 다시 자책하는 사이클이 제 삶이었습니다.
“각오하지 말고 결심하지 말고 애쓰지 말고 그냥 한다”는 스님 말씀이 가장 크게 다가왔습니다. 처음엔 잘 안됐습니다. ‘그냥 한다’는 게 뭐지? 각오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같은 것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명상 중간중간 느낀 배고픔을 ‘그냥 배고픔’으로 알아차렸을 때 이전 같으면 참지 못했을 폭식 욕구가 사라졌습니다. ‘덜 먹었으니 배고픈 게 당연하지’라고 인정하자 배고픔조차 사라졌습니다. 제가 얼마나 생각에 끌려가고, ‘생각하는 나’에 매달려 살았는지를 그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과식, 폭식 같은 중독적 행동을 반복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을 정당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명상 수련에서 느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욕구가 아니라 습관의 결과이자 무의식의 중독이었습니다. “마약을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마약, 나쁜 마약이 있지만 하지 않는 사람에겐 좋은 마약, 나쁜 마약이 없듯이 과식도 하지 않으면 그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법문이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6박 7일간 정말 적게 먹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지만, 위장이 좀 비어도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몸이 떨리고 속이 아프기도 했지만, 고비를 몇 번 넘기니 결국 해낼 수 있었습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익숙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익숙함은 내가 아니며, 나는 그 너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명상 중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있으려다 보면 어느새 다리를 풀고 몸을 비틀고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를 알아차릴 때마다 ‘왜 나는 이렇게 못하지’라는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냥 그런 거지. 안 하던 거니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몸도 편안해지고, 마음도 부드러워졌습니다. “명상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다”라는 스님 말씀이 비로소 몸으로 이해되었습니다. 몸이 진짜 원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멈춤’이었습니다.
수련 중간중간 주어진 휴식 시간도 처음에는 불편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 아무 계획도 없는 상태가 낯설고 불안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창밖 하늘을 바라보고 새소리를 듣고 천장을 바라보는 순간이 좋아졌습니다. “할 일이 많은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게으름이지만, 할 일이 없을 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한가함이며, 그것은 좋은 것이다”라는 스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늘 쉬면서도 쉬지 못했고, 낮잠이라도 자는 날에는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번 명상에서 진짜 쉼이란 성취의 결과가 아니라 멈춤을 허락했을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고요함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명상 수련은 단순한 일주일이 아니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저를 따라다니던 감정, 습관, 중독, 자책, 극단성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것이 습관의 그림자였음을 알아차린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다짐하지 않아도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잘되든 안 되든 ‘그냥 한다’는 것의 힘을 믿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다해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글_김지안(청년특별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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