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두 아이 엄마의 희망세상 만들기

방황하던 청년 정도현 님은 무지를 깨우쳐주는 스님의 가르침을 듣고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어 경전대학을 졸업하고 회원이 되어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시댁까지 챙겨야 하는 결혼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수행의 끈을 놓지 않은 덕에 위기를 잘 헤쳐나갔습니다. 수행은 정도현 님을 괴로움 없는 길로 이끌었습니다. 보리수 10기로 활동하며 매주 묵묵히 잘 쓰이는 현재의 삶이 평화롭고 충만하다는 정도현 님의 수행담입니다.

이팔청춘, 새로운 길을 만나다

정도현 님
▲ 정도현 님

대학생 시절 유튜브에서 법륜 스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간경화 말기를 선고받은 상태로 집안 분위기는 어수선하였고, 저는 가정사, 연애, 취직 문제로 혼란스러웠습니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고민을 털어놓으면 무조건 제 편을 들어주면서 상대방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교우 관계나 연애뿐만 아니라 회사 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편을 들어주는 건 감사했지만, 마음이 시원하게 풀리는 건 아니었습니다. '왜 나는 이런 게 문제가 되지?' 부모님께 물어봐도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원인 파악을 못 한 채로 같은 유형의 문제가 반복되다 보니 답답하기 시작했습니다.

법륜 스님을 알게 되면서 유튜브 즉문즉설을 많이 들었습니다. 스님 강의를 처음 들었을 땐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조언이라서 정말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속이 시원했습니다. 나의 이러이러한 행동이 싸움과 이별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 즉 상대방이 문제가 아니라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법륜 스님 덕분에 처음 알았습니다.

바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고, 이어서 경전대학도 마쳤습니다. 결혼하고 임신해서도 봉사와 정진을 이어갔습니다. 일찍 불법 만난 복으로 삶의 어려운 고비마다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첫아이를 낳은 후 가정에 무관심한 남편에게 섭섭함이 몰려왔습니다. 정토회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될 무렵이었습니다. 간간이 수행 법회에 참석하며 불법 끈은 놓지 않았지만, 아이 키우는 데 정신이 없어서 정진도 법문도 소홀했습니다.

아도모례원에서 아이들과
▲ 아도모례원에서 아이들과

둘째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여전히 자신의 취미와 사회생활을 우선하는 남편에게 실망감이 커졌습니다. 육아와 살림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남편에게 하소연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본인은 돈을 벌어 오니 육아와 살림은 제 몫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게다가 결혼할 때부터 약속한 부분인데 왜 지금 와서 힘들다고 토로하느냐고 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너무 서운하게 느껴졌고, 남편이 굽힐 마음이 없어 보여 갑갑했습니다. 괴로움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데 해소할 길이 없었습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저의 화가 전달될까 봐 겁이 나서 집에서 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깜빡쟁이 아줌마, 염주는 언제나 내 곁에

시댁엔 시할머니와 시아버지가 계십니다. 시아버지는 4대 독자이고, 시어머니는 남편이 어릴 때 집을 나갔다고 했습니다. 시할머니가 노환으로 거동이 힘들고 자주 아프셨습니다. 일찍이 집을 나간 며느리 빈자리를 채우느라 늦은 나이까지 아들과 세 손주 뒷바라지하며 몸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시아버지는 제게 전화해서 시할머니가 골골하신다며 자주 앓는 소리를 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 선뜻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해놓고는 후회한 적도 많았습니다.

어르신 간식 나눔 중에(왼쪽이 정도현 님)
▲ 어르신 간식 나눔 중에(왼쪽이 정도현 님)

젖먹이 두 아이를 데리고 시외버스로 3시간이나 걸리는 시댁은 가는 길부터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습니다. 사람으로 가득 찬 버스 안에서 외투를 덮어씌우고 우는 젖먹이 아기를 달래면서 저도 남몰래 눈물을 삼켰습니다. 주변에서는 오래전 얘기도 아니고 2022년 요즘 시대에 왜 아기 둘을 데리고 혼자서 버스를 타고 시댁에 가느냐고 말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시할머니가 편찮으시니 시아버지가 계시더라도 제가 살림하고 도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댁에 머무는 기간은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보름이 되었습니다. 일주일이고 보름이고 남편은 직장 생활을 하며 사람들 초대해서 이때다. 하고 놀고 있을 때, 저는 시댁에서 어른들 밥 차리고 집 청소하고 말동무 해드리며 지냈습니다. 시댁은 수시로 일어나는 제 마음을 살피기에 딱 맞았습니다. 출산 후 깜빡깜빡하며 물건 빠뜨리기 일쑤였지만 시댁에 갈 때도 염주는 꼭 챙겼습니다. 치성하는 마음으로 엎드리니 저절로 공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해를 수행처 삼아 시댁에 갔더니 오히려 저에게 큰 힘이 되었고, 시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떳떳하게 아쉬움 없이 잘 보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정토회 활동에 부정적이던 남편도 결혼생활을 몇 년 해보더니 주변 사람들에게 제 자랑을 하며 정토회 홍보를 열심히 합니다. 두 아이 모두 유치원에 보내고 나니 허전함이 생겼습니다. 맞벌이하러 나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이 돈은 자기가 벌어올 테니 아이들을 잘 보살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놀러 다니라며 차도 사줬습니다. 신바람이 나서 몇 달 동안 지인들을 태우고 점심 먹으러 다니고 드라이브도 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놀 때만 좋지, 집에 돌아오면 허무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봉사하는 도반을 따라 두북수련원에 갔습니다. 도심을 떠나 하루 바람 쐬고 왔는데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두북수련원에서 간식 나눔 중에(맨 왼쪽이 정도현 님)
▲ 두북수련원에서 간식 나눔 중에(맨 왼쪽이 정도현 님)

쓰이기 싫어하던 나를 잘 쓰이는 삶으로

차 없던 시절 '차만 있으면 나도 봉사활동 다니고 정토회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보리수 10기 제안을 받았고, 가볍게 신청했습니다. 딱 하나 고민되는 점은 보리수 법회 시간에 아이들이 함께 있으면 집중하기도 어렵고, 나누기 시간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남편에게 보리수 활동을 하고 싶다고, 금요일마다 아이들을 봐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응했습니다. 제가 아침에 정진하며 정토회 활동을 할 때와 안 할 때의 차이를 알고 있는 남편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습니다.

법문 듣고 매주 한 번 두북수련원에 가서 주어진 봉사활동을 합니다. 소임을 하다 보면 제 마음이 적극적일 때와 수동적일 때에 따라 내 태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40분 거리를 운전해서 도착하자마자 명심문을 시작으로 일수행을 합니다. 일수행하면서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부담스럽다거나 하기 싫다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30평 집 안에서 남편이 시키는 일에는 얼마나 수동적이고 싫은 마음이 올라오는지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양면적인 제 모습에 헛웃음이 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편에게 숙이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내가 여기에 와서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차를 사준 남편에게 고맙습니다.", "여기에서는 몇 시간 동안 고된 일도 해내는데 집에서는 간단한 일거리도 물러나는 마음 낸 것을 참회합니다." 금요일에는 유수 스님 법문 듣고 평일에는 두북수련원에 가서 봉사하며 더 바빠졌지만, 가족을 대하는 마음은 훨씬 넉넉해졌습니다. 아마 봉사활동을 안 했다면 아직도 남편에게 숙이지 못하고 마지못해 집안일하고 있을 것입니다.

두북 어르신 목욕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시할머니 살아계실 때 목욕탕에 모시고 가서 씻겨드리고 딸도 같이 씻기던 기억이 났습니다. 90세 넘은 노인과 3살 아기가 목욕탕에 같이 있으면 온통 신경이 쓰여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고됐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 지금 목욕 봉사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 목욕 시켜드리며 어지럽진 않은지 살펴보는 여유가 생겼고, 목마르실까 봐 두유도 챙깁니다. '내가 철 좀 들었구나' 느껴질 만큼 목욕 봉사는 무엇보다 뿌듯한 보리수 활동이었습니다.

울력 후 차담 중에(맨 왼쪽이 정도현 님)
▲ 울력 후 차담 중에(맨 왼쪽이 정도현 님)

세상의 흐름에서 나와보니 오아시스가 여기 있었네!

보리수를 계기로 유수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마음을 정돈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시간입니다. 매주 법사님께 점검받으며 돌아보는 시간이 보약 같은 시간입니다. 가족 챙기고 가게 일도 신경 쓰며 봉사활동 하느라 바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맑은 정신,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마음이 안 잡히고 망설이는 분들에게 보리수 활동 꼭 해보시라 권유합니다.

매주 실천 장소에서 묵묵히 일하며 자리 지키는 도반들과 법사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마음으로 전해지는 불법의 향기가 말없이 저를 바른 삶으로 이끌어줍니다. 세상의 흐름에서 잠시 빠져나와 이 길 위에 함께 서 있으면 저를 짓누르던 욕심도, 번뇌도 어느새 도망가 버립니다. 돈 많이 벌어서 고개 치켜들고 으스대는 대가로 질투받는 것보다 적게 벌어도 매주 봉사활동 하며 마음 정돈하고 욕심 버릴 줄 아는 지금 제 삶이 평화롭고 가볍고 충만합니다.


이 글은 <월간정토> 2025년 12월에 수록된 보리수 소감문입니다.

글_정도현(보리수10기)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전체댓글 3

0/200

견오행

늘 함께 합니다.고맙습니다.()()()

2026-06-29 08:42:44

최상훈

고맙습니다.

2026-06-29 08:14:50

이미진

두북에서 활동하는 젊은이 모습을 자주 보았는데 아~ 그분이 정도현님이었구나! 밝고 활기찬 얼굴로 봉사하시는 모습이 주위를 환하게 비춰주더라고요^^ 원래 심성도 참 곱고 정토회 만나니 더 빛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2026-06-29 08: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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