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걸림 없는 바람처럼 혼자 가보겠습니다

어떠한 직장이든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입·퇴사를 반복했다던 최효준 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로 들어갔지만, 그곳에서는 또 다른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힘든 와중에도 수행은 꾸준히 이어간 덕분인지 아버지 회사는 몇 년째 잘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최효준 님은 보리수 활동을 하면서 소극적인 성향을 벗어나게 되었고, 해보지 않아 두려웠던 일들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마음으로 도전하였습니다. 믿고 맡겨주는 도반들 덕분에 지금은 작업자 명단에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회관에서 잘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 부족한 면이 아직 많다고 하지만, 제3자가 볼 때 점차 자신을 키워가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3개월을 넘기지 못한 회사생활

저는 어릴 때부터 소심한 편이어서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정성껏 챙겨주셨지만, 대화를 나눌 때도 ‘예, 아니요’로 거의 단답형에 그쳤습니다. 기분이 어떻다는 마음 표현뿐만 아니라 좋고 싫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지냈습니다. 2013년 대학생 시절, 부모님 권유로 정토회에서 진행한 1박 2일 청년캠프에 다녀왔습니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고, 저와 부모님은 회원도 아니었기에 정토회 생각은 자연스레 없어졌습니다.

그 후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제 생각과는 달리 회사생활은 답답하고 힘겨웠습니다. 어떤 곳은 팀장이 마음에 안 들고, 또 어떤 곳은 동료랑 부딪혀서, 또 어떤 곳은 제가 괜히 삐쳐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저는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습니다. 부모님은 그런 제가 안쓰러웠는지 아버지 회사로 들어오라고 하셨지만, 그곳에서도 마음을 잡지 못한 채 갈등하며 방황했습니다. 절에서 하는 법회에 참여해보라는 부모님 제안을 듣고 정토회 캠프에서 뵈었던 법륜 스님이 생각났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알게 되어 공부를 시작하고 이어서 경전대학 졸업 후 전법활동가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최효준 님
▲ 최효준 님

소임을 욕심으로 채우려는 나

2021년 지역법당이 없어지고 온라인 활동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부총무님 추천으로 일요일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이하 ‘회관’) 안내실에서 주차장 입·출차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보리수 1기 모집 홍보 배너를 보았지만, 또 절을 해야 하는 줄 알고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법사님이 주신 과제로 300배를 하고 있었기에 절을 더하기에는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서원행자 자원신청 기회가 생겼습니다. 법사님과 면접 중 서원행자 못지않은 보리수가 있다는 말씀을 듣고 2022년 8월, 보리수 5기로 입재했습니다.

전법활동가를 하면서도 나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리수 활동과 청년지부 활동을 함께 하면서 수행정진도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청년지부에서는 돕는이와 물품 꼭지 소임을 하고, 매주 회관에서 보리수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긴장한다는 이유로 전법활동가에서 일반회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보리수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이었지만, 저는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데, 왜?’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리수 활동을 포함하여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정토회를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청년지부 담당, 보리수 담당 법사님 두 분과 면담을 하고 보니 전법 활동과 보리수 활동 모두 하고 싶은 마음은 욕심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반회원 활동을 권유하신 향화 법사님 말씀이 그제야 이해되었습니다.

전국 보리수 방문 행사 중 도반과 함께(오른쪽이 최효준 님)
▲ 전국 보리수 방문 행사 중 도반과 함께(오른쪽이 최효준 님)

강박에서 벗어나 잘 쓰이는 나

제가 워낙 소극적이다 보니 집에서나 밖에서나 저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호기심이나 관심도 전혀 없었고, 망치질은커녕 사다리를 사용한다는 생각이나 그럴 일이 아예 없었습니다. 무언가 고장이 나면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고, 그냥 두거나 새로 사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보리수에서 활동하다 보니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군가가 해야만 했습니다. 회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연등 설치 작업을 할 때 ‘나도 무언가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다리를 펼치자마자 비장한 마음으로 무작정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사다리는 꽤 높았지만, 어릴 때 태권도를 배웠던 터라 고소공포증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정이었습니다.

보리수 도반 중에 나이가 제일 어려 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 들었던 “넌 못해”, “걸리적거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런 말들이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 강박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는 모습을 가족들 대신 이곳에서라도 보여주고 싶었던 듯합니다. 함께하는 수행자로 믿고 맡겨주는 도반들 덕분에 더욱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작업자 명단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회관에서 잘 쓰이고 있습니다.

수행과 명심문으로 선명해진 내 모습

보리수에 입재하여 ‘잘 배우겠습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라는 명심문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사장인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편했습니다. 일을 잘하거나 많이 알아서 편한 게 아니라 일터에서의 긴장감이 없었습니다. 몇 년 동안은 공사(公私) 구분을 못 하고 사장이 아닌 아버지로만 생각하다 보니, 회사일로 꾸중을 들으면 직원으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버지가 혼낸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일을 알려주어도 원망하는 마음으로 큰소리를 내며 따지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에 밤새 술 마시고 출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일이 여러 해 반복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수행은 꾸준히 이어갔고, 명심문을 놓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집에서의 아버지와 회사에서 사장님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 명확한 구분이 생겼습니다. 일에 대해서도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회사에서도 3개월을 넘기지 못하던 제가 아버지 회사는 몇 년째 잘 다니고 있습니다.

또한 억울한 마음이 들 때 상대의 말을 바로 받아치기보다 잠시 멈추기, 긴장할 때 급해지는 마음을 한숨 돌이키고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천천히 반복적으로 연습하니 더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미처 몰랐는데 동기들이 제가 말할 때 조금 긴장한다고 말해줘서 고칠 수 있었습니다. 원리 원칙만 고수하다가 동기들과 부딪히기도 했는데, 수행하면서 내 모습을 점검하고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또 다른 숙제가 생겼습니다. 이번에 입사한 친동생과 부딪힐 때 짜증 내지 않기입니다. 동생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차분히 생각하면서 지금처럼 가뿐한 마음으로 대하려고 합니다.

정화조실 시브스크린 설치 중에(맨 오른쪽이 최효준 님)
▲ 정화조실 시브스크린 설치 중에(맨 오른쪽이 최효준 님)

부족하지만 행복한 수행자

정토회와 인연이 되어 보리수 활동을 하면서 이 정도면 잘 지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소감을 나누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행복한 수행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보리수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잘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안 한 것도 아니라 막상 내어놓을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도 제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고, 불행도 내가 만드는 거라는 말씀을 되새겨봅니다.

현재는 보리수에서 소장 교육도 마치고 기계 배관 담당에서 정화조, 우수조, 저수조 꼭지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보리수의 상징인 민트색 유니폼을 입고 방재실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전법활동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청년활동에 열중하고, 보리수 안전요원으로 집중하면서 즐겁고 유익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족과 도반들 그리고 스님과 법사님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어떠한 삶을 살고 있었을지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꾸준히 성실하게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월간정토> 2026년 1월 호에 수록된 보리수 소감문입니다.

글_최효준(보리수 5기)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2026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0

0/200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의 다른 게시글

다음글

다음 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엄마가 된 청춘, 청년을 품다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