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보리수? 아직도 잘 모르지만
마음은 편안합니다.

김창래 님은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도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이를 극복하였고, 직장에서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정토회를 만나 수행을 통해 그 위기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발바닥 파스 사건’으로 볼 때, 매주 토요일 문경을 오가는 보리수 활동이 육체적으로 힘들 법도 한데, 김창래 님은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사람이 바로 김창래 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부처님의 가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한 일은 내가 책임진다

충북 진천에서 8년간 일하던 직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급여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고, 2년이 지나자 5,000만 원 정도 빚이 생겼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돈도 없이 시작한 동거 생활은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서로 힘이 들었습니다. 딸린 사람 없는 혼자 몸이었다면 그저 내 몸 하나 지키면 되지만, 그게 아니다 보니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습니다. 저축은 꿈도 못 꾸고 신용도가 바닥까지 떨어져서 이자를 조금 낮출 수 있는 대환대출도 안 되었습니다. 결국 회사가 문을 닫을 즈음 직장과 동거생활 모두 정리했습니다.

거래처 사장님 소개로 청주에 와서 다시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째입니다. 입사한 날부터 하루 12시간씩 토요일까지 일했습니다. 일요일과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쉬는 날 없이 일하며 월급뿐만 아니라 특근비와 시간외수당까지 빚을 갚는 데 보탰습니다. ‘내가 한 일이니까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들어 술에 의존했고,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고혈압이 생기고 치아도 하나둘씩 손실되었습니다.

5년이 지나면서 빚을 다 갚고 드디어 여유롭게 저축도 하면서, 생활하는 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굿네이버스 등 세 군데에 매월 정기적으로 기부한 것입니다. 어렵게 살다 보니 밥값을 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항상 형과 누나들이 밥값을 계산할 때 마음에 많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내가 밥 한번 사고 싶고, ‘나 같은 사람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에 어려운 사람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문경 보리수 9기 모임 중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창래 님)
▲ 문경 보리수 9기 모임 중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창래 님)

또 다른 위기와 불안감에 스스로 찾아간 그곳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빚을 모두 갚고 생활이 안정되자 휴일에는 쉬고 싶었고, 정규 근무 시간 외에는 이전보다 일하는 시간을 줄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쟤는 원래 쉬지도 않고 일하던 애야, 그런데 요즘엔 왜 일을 더 안 해?”, “초심을 잃어버린 거 아니야?”라고 수군거렸습니다. 욕먹는 것도 지치고, 일도 점점 하기 싫어졌습니다. 자잘한 차량 관련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고, 거래처에서도 내가 한 일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회사에서 내 입지가 흔들렸습니다.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위기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내를 운전하다가 법륜 스님 얼굴이 나온 정토불교대학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하기에 입학을 하고, 졸업할 무렵부터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경전대학 수업을 듣고, 실천활동과 수행연습 과제를 하면서 도반들과 나누기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수행이 되고 내 마음을 살필 수 있어 회사에서도 점점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졸업 무렵 다시 불안감이 찾아왔습니다. ‘과연 졸업 후에도 내가 잘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의문이 들었습니다. 마침 경전대학 진행자로부터 보리수 정진에 대해 들었습니다. 성격상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움직이는 걸 선호해서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에 무조건 접수했습니다.

보리수 회향수련 중에(맨 오른쪽이 김창래 님)
▲ 보리수 회향수련 중에(맨 오른쪽이 김창래 님)

힘든 게 별것 아니더라

아무것도 모르고 보리수 정진에 참여하는 바람에 매주 문경수련원에 가야 하는 것도 몰랐습니다. 고장이 잦은 차를 부랴부랴 바꾸고, 고갯길 두 개를 넘어가면서 수련을 이어갔습니다. 쉬는 토요일이 있는 첫째, 셋째 주말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푹 쉬며 잠을 보충하고, 다른 하루는 수련원에 다녀와도 크게 피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일하는 토요일 주말이었습니다. 문경을 오가는 길에서 졸음이 쏟아지면 어김없이 중간에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붙여야 했습니다. 일 수행이 끝나고 30분 명상 중에 졸기도 하지만, 운전 중 졸음이 쏟아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내가 왜 보리수를 신청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이면 더 고된 하루가 기다리고 있어서인지 힘든 게 별것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수련이니까 조금 힘든 것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명상 후 나누기에서 다른 도반도 졸았다는 얘기를 들으며 ‘다들 피곤해하면서 봉사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저는 지각하는 걸 싫어해서 아침에 문경에 갈 때 너무 빨리 달리다가 여러 차례 길을 벗어날 뻔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입니다.

보리수 활동 중에(맨 오른쪽이 김창래 님)
▲ 보리수 활동 중에(맨 오른쪽이 김창래 님)

몸살에 붙인 파스가 마음을 보여주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일 수행을 마치고 귀가했는데, 그날따라 무리했는지 몸살이 날 것 같았습니다. 약이 없어서 어쩌지 하다가 문득 유튜브에서 본 ‘파스를 발바닥에 붙이고 자면 좋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이거라도 해보자’ 싶어 발바닥에 파스를 붙이고 잤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몸이 가볍고 개운했습니다. 발바닥 파스가 정말 효과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양말을 신으려고 보니 파스가 잘못 붙어 있었습니다. 끈끈한 약품이 묻은 쪽을 발바닥 살에 붙이고 부직포로 고정해야 하는 데 반대로 되어 있었습니다.

크게 웃음이 났습니다. 파스를 잘못 붙였으니, 효과가 전혀 없어야 하는데, 내 마음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신 일화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행복과 불행이 다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일체유심조를 실제 경험한 것입니다. 모든 것이 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체험하고 한결 자유로워졌습니다.

법사님이 “요즘 힘들다던 거래처에 가는 것은 어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1년 넘게 공부하면서 제 마음이 바뀌어서인지 그전보다 훨씬 낫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왜 일을 저렇게 할까? 저렇게 하면 힘들 텐데…’라며 내 방식이 옳다고 고집을 부리곤 했습니다. 저는 몸을 쓰는 일을 오래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좀 더 쉽게 하는 방법을 스스로 익혀왔습니다. 그런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다르게 일하는 사람을 보면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나곤 했습니다.

정토회에서 ‘나를 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계속 공부를 하다 보니 거래처나 상대방이 바뀔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 자신을 바꾸는 데도 한참 걸렸는데, 다른 사람을 탓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살을 안으로 돌리고, 어떻게든 내가 이해하자고 생각하니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연습하고 또 하지만 그래도 그런 일은 또 생기고, 내려놓는다고 해도 다시 올라옵니다. 그때마다 다시 또 내려놓습니다.

수련 덕분에 되찾은 건강한 수행자

보리수 입재 수련을 마친 뒤 깨달음의 장(이하 ‘깨장’)에 다녀왔습니다. 참가자는 정토회 회원보다 일반인이 더 많았습니다. 저는 정토회 보리수 회원이라고 소개하며, 관심을 보이는 분에게 간단히 보리수 활동을 설명했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이 봉사 활동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뜻깊었습니다. 깨장 수련이 끝나고 참가자를 대상으로 대화방이 개설되어 매일 아침 기도 대문을 열고, BBS에서 제공하는 부처님 말씀도 문자로 공유했습니다. ‘엄지척’을 가장 많이 달던 동기 한 분이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치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깨장 이후 금연을 시작했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예초기를 메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풀을 베는 일 수행도 했습니다. 수련원이 산 중턱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등산하듯 몸을 움직이게 되었고, 그 덕분인지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와 고혈압 약을 더는 복용하지 않습니다. 치과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살릴 수 있는 치아가 많지 않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실천하다 보니 건강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매주 수다원에서 보리수 일 수행 전에 함께 읽는 스님 말씀이 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읽을 때마다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다르게 느껴져 신기합니다. 돌멩이를 둑에 모아둘지, 밭 한가운데 버려둘지 있을 자리를 생각하듯, 내 마음도 어디에 어떻게 놓아야 자연스럽고 행복한지 일 수행을 하며 가만히 집중해 봅니다. 그러다 보면 회사에 일하면서 쌓인 마음속 티끌이 체에 걸러지듯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 듭니다.

“알아차리고 그 자리에서 내려놓는다고 해도 자꾸 걸리는 것은, 온전히 내려놓지 못해서 그렇습니다”라는 법사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이만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과 수행이기에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여전히 미묘한 감정을 재빨리 알아차려 말이나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욕심을 덜어내며 꾸준히 연습해 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수행자로서 잘 쓰이겠습니다.

주차장 예초 작업 중에(오른쪽이 김창래 님)
▲ 주차장 예초 작업 중에(오른쪽이 김창래 님)


이 글은 <월간정토> 2025년 8월 호에 수록된 보리수 소감문입니다.

글_김창래(보리수 9기)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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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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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 변상용

'다들 피곤해 하면서 봉사하는구나' 란 말이 왠지 가슴을 후비네요. 쉬운 일거리만 찾으려 했던 제가 보여서 그런가 봅니다.
발바닥 파스 사건은 후에 창래대사가 되신다면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빙그레 웃었네요.
바쁜 와중에도 봉사하시는 모습에서 많이 배웁니다. 멋지십니다~

2026-03-09 12:44:15

황석현

잘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6-03-09 11:29:03

장순민

김창래님의 수행 과정이 감동입니다.같은 보리수 9기로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2026-03-09 10: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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