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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청년수행톡톡은 편집자가 소개글을 쓸 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꼭지입니다. 에피소드가 다양하여 소개하는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홍지섭 님의 이야기 역시 그렇습니다. 20대 시절부터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한 경험이 많은 것도, 정토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도 소재로 삼기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가장 눈이 번쩍 뜨인 것은 이직하는 업식을 뛰어넘기 위해 매일 새벽 108배 정진을 하면서, 급여가 밀리는 직장을 3년을 꽉 채워 다닌 뒤 성공적으로 다른 회사로 이직한 이야기였습니다. 즉문즉설에서 종종 나오는 이직하는 업식을 성공적으로 풀어낸 사례로 이보다 완벽한 게 있을까요?
매일 새벽 5시가 채 되기 전 알람 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납니다. 다른 가족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알람을 끄고 화장실에 다녀옵니다. 차분히 수행 정진을 준비하며 지금 여기 마음자리를 살펴봅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저의 일상입니다. 지금은 흔들림 없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처음부터 이런 수행자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20대 초반 저는 예민한 편이었고, 인생에 대해 생각이 많았습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고 그에 걸맞은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방송부에서 방송제를 경험한 뒤 연극, 영화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이후 그쪽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키워간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다니고 있던 대학을 휴학하고 무작정 부산으로 가서 연극 극단에 입단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많은 사람과 함께 그 일을 해보니 저의 재능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대 위 배우들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제가 꿈꾸던 길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인지, 정답은 있는 것인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어설프게 몇 권 읽었던 자기계발서는 저를 더 방황하게 할 뿐이었습니다. 좋은 학벌, 많은 돈, 유창한 영어 실력이 성공을 향한 지름길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책에 나오는 성공 신화를 좇으며 타인의 삶을 부러워했습니다.
한 생각에 사로잡힌 집착으로 직업학교까지 다니며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방황은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조차 사치라는 걸 알고는 당장 취업할 곳을 찾아 바로 취직하였습니다. 그러나 간절히 원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닌다는 생각 때문에 회사에 쉽게 정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성이 대다수였던 회사 동료들과의 불편한 관계도 한몫했습니다. 그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니 저를 시비하는 생각까지 들어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결국 일과 소통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자, ‘나는 왜 이런 집단에 속해서 고통을 받는 걸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침마다 출근하는 것이 지옥 같았고, 퇴근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저의 불만을 하소연하기에 바빴습니다. 헤어 나오기 힘든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우연히 법륜 스님을 접한 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법륜 스님의 강연을 듣는 순간 ‘아, 이것이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 바깥으로만 향하던 시선이 내면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늘 남들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들 관점에서 바라보니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동안 남 탓, 환경 탓만 하기에 바빠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열등의식은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망에서 생긴다는 점과 내가 의견을 말할 때 상대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고집하는 점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법륜 스님의 가르침 하나하나가 저의 삶을 완전히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님 말씀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홀로 집에서 108배를 하며 법륜 스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려 애썼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사는 제주도에도 정토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망설임 없이 법당을 찾았습니다. 그때 그곳이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저를 건져줄 유일한 동아줄처럼 느껴졌고, 어쩌면 이곳에서 ‘인생의 해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정토회에 스며들어 불교대학을 마친 후 깨달음의 장에 참가했습니다. 4박 5일간의 깨달음의 장 수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 저의 가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왔지만, 저의 삶이 빠르게 변화한 건 아니었습니다. 직장을 다섯 번이나 옮기면서 이 업식에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때 법륜 스님의 법문이 마음속 깊이 들려왔습니다. 회사가 부도 날 지경이어도 다행히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회사 사장을 따를 각오로 3년이라는 시간을 꼭 채워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씀은 업식이 되어버린 이직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해보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될 인연과보는 오롯이 저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음을 자각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마다 108배 수행 정진하며 3년간 한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해보겠다는 각오를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새벽 알람이 울리면 번뇌가 일어날 틈을 주지 않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수행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맡겨도 “네,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분별하는 마음이 올라오더라도 입으로 먼저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수행 정진한 108배 기도 덕분인지 상대가 화를 내도 받아주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회사에서는 그런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여 점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날 무렵, 경기가 나빠져 회사의 급여 지급이 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변에서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때 문득 정토회의 백일출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차피 백일출가를 하면 돈을 받기는커녕 돈을 내면서 그 기간을 보내야 하는데, 지금 여기 회사가 백일출가 현장이라고 생각하자’라고 관점을 다르게 잡았습니다. 결국 이런 수행적 관점이 아니었다면 회사에 붙어 있는 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수행 정진하며 회사를 성실히 다닌 결과, 2023년 12월 17일 마침내 3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채웠습니다. 그러고는 당당히 사장님에게 14박 15일간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오겠다고 선언하였고, 사장님은 웃으며 흔쾌히 잘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어느새 저는 회사에서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당당한 모습으로 거듭났던 것입니다.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일과 함께 수행의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 채용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하였습니다. 면접을 보는 날, 긴장할 수도 있었는데 평소 정진하며 편안하게 내어놓는 연습을 많이 한 덕분인지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었고, 면접 장소마저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합격의 기쁨을 누렸고, 이제는 3년이 아닌 30년을 다녀도 문제없을 것 같은 직장으로 가볍게 출근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여러 과정을 겪으며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구원의 손길과도 같았던 정토회 활동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발심 행자가 되어 시작한 정토불교대학 담당 봉사는 저녁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야 하는 활동으로 꽉 채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좀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았고, 시간을 뺏기는 것처럼 느껴져 휴식기를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니 정토회 활동은 낭비한 시간이 아니라 저에게 성장과 도약을 준 시간이었습니다. 휴식기가 특별히 생산적인 것도 아니어서 되레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은 전법회원 교육을 모두 수료하고 그룹장 소임을 맡아 여러 도반과 함께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청년특별지부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청년특별지부에는 책을 한 권씩 선정하여 읽고 소감을 나누는 북 세미나 활동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즐겁고, 여러 도반의 독후감 나누기를 통해 다른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법륜 스님이 쓰신 『기도』는 제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오랫동안 수행 정진하다 보니 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할 때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부분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수행의 관점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인도 선재수련에 참여했을 때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위한 봉사와 수행을 동시에 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으로 봤을 때는 인도가 환상적으로 다가왔는데, 현지에 도착해서는 환상이 완전히 깨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영상에서는 아름다운 배경음악과 함께 감동적으로 연출되어 멋있었지만, 막상 인도에서는 무더운 날씨에 지쳐 부풀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보던 활동 영상과 인도 현지에서 직접 겪는 상황은 많이 다르다는 걸 뜨거운 태양 아래서 확실히 경험하였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나눔의 장, 동북아 역사기행, 인도 성지순례, 기본 명상수련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였고, 지금은 ‘심화 명상수련’을 도전 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수행 정진은 멈춤 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가볍게 받아들이고 저의 마음도 가볍게 내어놓을 줄 아는, 편안하고 자유로우며 괴로움 없는 수행자의 길에서 저는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_홍지섭(청년특별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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