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5.20 행복한 대화(3) 부산
“형광등까지 나보고 갈아라 하는 남편, 너무 화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2024년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세 번째 강연이 부산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전 7시에 결사행자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정토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행사인 6.13만인대법회를 앞두고 있어서 이에 대해 논의해야 할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모든 부서의 역량을 모아서 행사 준비위원회를 확대하여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의결했습니다. 이어서 여러 가지 안건들에 대해 심의하고 보고를 받은 후 9시가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전 9시 30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한 후 점심 식사를 하고 12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해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4시간 30분을 달려 오후 5시에 부산역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역에서 국회의장을 역임한 정의화 의원님을 만났습니다.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왜 하필 오늘 갑자기 보자고 하셨어요?”

“마침 오늘 제가 부산에서 강연이 있어서 온 김에 만나려고 했어요.”

스님은 함께 차를 타고 강연장으로 가며 6.13만인대법회에 대해 설명하고 정의화 의원님이 이 행사에 꼭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 국민 대통합,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을 모으는 행사입니다. 바쁘시더라도 6월 13일에 꼭 참석해 주세요.”

인사를 하고 스님은 곧바로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부산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즉문즉설을 하는 날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강연이 열려서 그런지 스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강연이 열리는 부경대학교 대학극장 앞에 스님이 도착하자 많은 시민들이 스님을 향해 인사하고 환호를 했습니다.

대기실에서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강연 담당자가 와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전 신청을 좌석 수만큼 받으면 빈자리가 많이 생겨서 3배 수로 사전 신청을 받았어요. 그런데 오늘 예상보다 너무 많이 오셔서 되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아이고, 큰일이네요. 제가 나가서 돌아가시는 분들에게 사과를 할게요.”

스님은 강연장 밖으로 나가서 입장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한 분 한 분 만나서 얼굴을 마주 보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못 들어오시는 분들은 유튜브로 강연을 보세요. 대신에 제 얼굴이라도 보고 가세요.”

스님은 돌아가야 하는 분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한 후 다시 강연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강연장은 800석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녁 7시 15분이 되자 사전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발라드림’ 팀의 온민과 시온 님이 재능기부로 흥겨운 노래 세 곡을 불러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을 본 후 스님이 무대로 올라오자 800명의 청중들이 큰 박수로 환호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부산 시민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참석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이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이 건물을 한 바퀴 삥 돌 정도로 많은 분들이 기다리셔서 제가 쭉 돌면서 다 사과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강의를 유튜브로 듣고 계신 여러분께도 인사를 드립니다.”

유튜브 생방송에는 500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먼저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여덟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가지각색의 사연이 담긴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우유 배달까지 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요즘 남편이 형광등까지 갈라고 한다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남편에게 너무 화가 난다고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형광등까지 나보고 갈아라 하는 남편, 너무 화나요

“저는 결혼 40년 차 주부입니다. 남편이 오 남매 중에 막내여서 결혼 전에 시어머니가 총각아들 밥해주러 와 계셨었는데, 결혼하고 큰아들 집으로 간다고 하시고는 안 가시고 계속 사셨습니다. 그때도 제가 착하고 지금도 착하니까 그냥 살았습니다. 시어머니와 27년간 살았는데, 당신 때문에 제가 직장도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삼시 세끼 밥 차려드려야 되니까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우리 아들 등골 빼먹는다’ 그런 소리를 많이 하셨어요.”

“네. 집에 있었으니 저라도 그런 소리를 하겠어요.”

“네. 맞아요. 그랬어요. 그런데 저도 시어머니 삼시 세끼 밥을 차려 드려야 되니까 직장을 다니기가 어려워서 새벽에 우유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우유 배달과 신문 배달을 30년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았습니다. 결혼한 지 10년 만에 35평 아파트도 마련하고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너무 간섭이 심하고 저를 힘들게 한다는 겁니다. 저희 애들도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어진 것 같아요. 자녀들도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날까 싶어서 겁난대요. 아들은 사귀는 아가씨가 있는데 아직까지 결론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알뜰하게 열심히 살고 손재주도 많으니까 남들은 저보고 똥도 버릴 게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남편은 하나도 감사함을 모르는 것 같아요. 남편이 직장에 다닐 때는 형광등이 나가면 ‘남편은 밖에서 힘든 일을 하니까 내가 갈아야지’ 하고 제가 형광등을 갈았습니다. 형광등에 퓨즈가 나가도 제가 갈고, 화장실에 배수관이 막혀도 제가 뚫고, 그러다 보니 지금은 제가 형광등까지 가는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이 상황이 너무너무 화가 납니다. 남편은 지금까지 하던 자영업이 사정이 좋지 않아서 휴업 상태이고,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한답시고 집에 들어앉은 지가 10년이 넘었어요. 시험만 보면 계속 떨어져서 그만하라고 하면 또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 안 된대요. 애들은 저보고 이혼해서 엄마라도 편하게 살라고 하는데 저는 측은지심이 듭니다. 남편은 은행에 가서 돈도 하나 찾을 줄 모릅니다. 이제 보니까 제가 남편을 바보로 만들어 놓았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마, 그냥 사세요.” (웃음)

“달리 길이 없어요. 남편이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가 남편에게 그렇게 버릇을 들였기 때문에 지금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엄마가 계속 밥을 떠서 먹여주면 스무 살이 되어도 밥을 떠서 먹여줘야 됩니다. 어릴 때부터 계속 청소를 해주면 서른 살이 되어도 청소를 해주어야 돼요. 아이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렇게 버릇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질문자가 좀 더 똑똑했으면 결혼 초기부터 형광등에 불이 안 들어와도 그냥 계속 불 없이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남편이 형광등을 갈았을 테고, 그러면 형광등 가는 일은 남편 일이 되었을 겁니다. 질문자가 손재주가 좀 있다고 ‘여보, 그렇게 해서는 안 돼. 나와 봐. 내가 할게’ 이렇게 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형광등 가는 일이 질문자의 일이 된 거예요.

남편의 경제력도 마찬가지예요. 남편이 못 벌면 그냥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면서 그저 남편 바짓가랑이를 잡고 ‘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당신 없으면 못 삽니다’ 이렇게 행동했다면 남편이 도둑질을 해서라도 가족을 먹여 살렸을 겁니다. ‘나와 봐. 내가 나가서 벌게’ 이렇게 해서 돈을 벌어다 남편에게 가져다주면 남편은 그 돈으로 도박을 하거나 술을 먹게 되는 거예요. 이것은 남편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 조건에서는 그렇게 되는 게 사람이에요. 그러니 이 상황은 남편이 만든 게 아니고 질문자가 만든 겁니다.

질문자가 착하기는 한데 어리석어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남편을 문제 삼으면 안 돼요. 내가 남편을 그렇게 길들여 놓고, 지금 와서 다른 남자와 비교해서 ‘다른 집 남자들은 형광등을 다 갈아주는데 왜 당신은 형광등도 못 가냐?’, ‘다른 집 남자들은 돈도 잘 버는데 왜 당신은 돈도 못 버냐?’ 이러면 안 돼요. 엄마가 아이에게 공부만 하라고 아무것도 못 하게 해 놓고는 ‘옆집 애는 일만 잘하더라. 그런데 너는 이것도 못 하니?’ 이러면 안 된다는 겁니다. 늘 집에서 한국말을 해 놓고 어느 날 아이에게 ‘옆집 아이는 영어도 잘하는데 너는 왜 영어를 못하냐?’ 하고 말하면 안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질문자도 그냥 큰 아들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남편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잠잘 때만 잠시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그 외에는 전부 ‘큰아들 하나 두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사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래야 내가 남편의 언행에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남편이 잔소리하는 것도 그냥 귓등으로 들으면 돼요. 애들이라는 게 원래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요.

남편이 잔소리를 할 때 성질을 내면 안 됩니다. ‘나가지 마라’ 하면 ‘네’ 하고 나갔다 오면 됩니다. ‘먹지 마라’ 그러면 ‘네’ 하고 먹으면 됩니다. ‘너 왜 대답해 놓고 나갔다 왔냐?’ 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면 돼요. 그냥 ‘네’ 하고 하면 남편은 또 그 방식에 길이 들어요. ‘저 여자는 원래 저렇구나’ 하면서 길이 듭니다. 질문자도 남편이 얼마나 길이 잘 드는지 바로 가까이서 경험을 해봤잖아요. 이 상황 역시 남편은 금방 적응을 할 겁니다. 그래서 걱정할 게 없어요.

둘째, 질문자도 한번 괜찮은 남자에게서 사랑을 좀 받으면서 살고 싶다면 이혼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어떤 남자가 질문자를 극진히 사랑해 주겠어요? 그것은 좀 어려워 보여요. 하지만 세상에는 어떤 눈 밝은 남자가 있어서 질문자를 딱 보고 ‘복덩어리다!’ 하고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여자를 보는 눈과 여자가 여자를 보는 눈은 좀 다릅니다. 여러분들도 학교 다닐 때 경험을 했을 겁니다. 친구들과 같이 지내보면 ‘저 친구는 어디 가서 잘 살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제가 많았는데 나중에 보면 나보다 훨씬 결혼을 잘한 친구들이 있잖아요. 왜냐하면 남자가 여자를 볼 때는 이성애로만 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착한지, 일을 잘하는지, 이런 것은 전혀 눈에 안 들어옵니다. 그래서 막상 결혼해 보면 생활이 어려워지는 거예요. 남자끼리는 그 친구가 키가 작든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든지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의리가 있느냐, 성실하냐, 능력이 있느냐, 이런 것만 봅니다. 역시 여자도 남자를 볼 때 이성애적 관점에서만 첫눈에 호감이 가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막상 살아보면 온갖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실제로 살아 보면 외모가 갈등의 요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소한 생활 버릇을 가지고 갈등을 하게 되기 때문에 부부지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에요.

남녀가 결혼해서 사는 것에 좋은 점만 있다면 왜 스님처럼 영리한 사람이 결혼을 안 했겠어요? 스님은 이런 남녀의 인간관계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은 겁니다. (웃음)

그래서 부부가 결혼해서 살면 갈등은 각오해야 됩니다. 갈등 없이 살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겁니다. 갈등이 없으려면 그냥 혼자 사는 게 낫습니다. 같이 산다면 이미 갈등은 예정되어 있는 겁니다. 대신 갈등으로 인해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고 하는 정도는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갈등은 있지만 그래도 혼자 사는 것보다는 같이 사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갈등을 적절하게 관리를 해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환상을 가지고 결혼을 하기 때문에 괴로움을 겪게 되는 겁니다.

그래도 남편이 어디 가서 바람을 피우거나, 딴살림을 차리거나, 집에 있는 돈을 가져가서 노름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돌아다니거나, 그러지는 않잖아요?”

“예.”

“그 정도면 됐어요. 지금 세상에는 그런 남자들도 많습니다. 특히 질문자처럼 착한 여자한테는 그런 남자가 걸려들 확률이 훨씬 높아요. 내가 원하는 수준의 남자는 아니지만 그 정도면 괜찮은 남자에 속해요. 그러니 ‘큰아들 하나 키운다’ 이렇게 생각하고 같이 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 싶으면 이혼하고 혼자 살면 돼요. 그런데 이혼하고 혼자 산다 해도 어차피 밥은 또 해 먹어야 될 것 아니에요? 옷도 빨아야 되잖아요. 그러니 내 돈을 가져가서 낭비하는 나쁜 행동만 안 한다면 같이 데리고 사는 게 낫지 않아요? (모두 웃음)

어디 가서 제비 한 마리 데려다 잘못 키우면 손해가 많습니다. 그런데 집 제비는 비록 별로이긴 해도 손해는 안 끼치잖아요.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큰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첫 대답에 ‘그냥 사세요’라고 한 겁니다. 너무 남들을 쳐다보면서 남편에게 크게 바라지 말고요.”

“하... (한숨) 그런데 생활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잔소리가 너무 심해요.”

“잔소리를 그냥 귓등으로 들으라니까요.”

“잔소리가 너무 심하니까요.”

“어떤 잔소리를 합니까?”

“냉장고를 뒤져서 양파가 썩어가고 있다, 뭐가 어떻다, 너무 간섭을 해서 제가 그랬어요. 집에서 이렇게 나를 괴롭히지 말고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든지, 공사장에 가서 막일을 하든지, 경비를 서든지, 일을 좀 해라. 이렇게 소리를 쳤습니다.”

“남편이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하겠어요? 마누라가 돈을 다 벌어오는데요.”

“감사한 줄을 모르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속이 터집니다.”

“남편에게 왜 감사하기를 바라나요? 본인이 좋아서 그렇게 한 거잖아요. 질문자는 남편에게 고마워서 형광등을 갈았어요? 아니면 남편의 일하는 꼬라지가 보기 싫어서 직접 형광등을 갈았어요?”

“남편의 꼬라지가 보기 싫었죠.”

“그런데 왜 남편에게 감사하라고 그래요?”

“남편이 감사하기를 바라고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남편이 ‘너처럼 요양보호사에 한 번 도전해 볼까?’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해보든지 말든지’ 그랬지요.”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그렇게 말을 퉁명스럽게 하는 여자를 어느 남자가 좋아하겠어요? 남편이 ‘요양보호사 한 번 해볼까?’ 그러면 ‘당신같이 고귀한 사람이 요양보호사를 해서 되겠습니까. 당신은 집에 가만히 계시고 그런 일은 제가 해서 돈을 벌어다 드릴 테니까 편안히 계세요’ 이렇게 얘기를 해야죠.”

“자영업을 안 접고 요양보호사를 하려고 하니까 너무 속상해서요.”

“질문자부터 남편한테 말을 자꾸 퉁명스럽게 하니까 남편도 자꾸 퉁명스럽게 말하는 거예요.”

“맞습니다.”

“오늘부터는 본인부터 곱게 한 번 말을 해보세요.”

“남편이 일단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런데 일하러 가지 않아요. 왜 안 가느냐고 물어보니까 ‘이 나이에 뭐를 해!’ 하고는 안 가는 겁니다.”

“맞아요. 그 나이에 하기는 뭘 해요? 마누라 죽으면 그때 사용하려고 자격증을 따 놓은 겁니다. 마누라가 살았을 때는 자격증을 쓸 일이 없잖아요. 마누라가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돈을 버는데 남편이 무슨 이유로 일을 하겠어요? 남편이 굉장히 현명한 사람이네요. 마누라가 언제 도망갈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자격증을 따놓기는 따 놓은 겁니다. 비상시를 대비해야 하니까요. 다 자기 꾀는 있다니까요. 그런 걸 보면 남편은 괜찮은 남자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좀 존중을 해주세요. 남편이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말을 함부로 하니까 남편은 ‘그래, 네가 말한 대로 내가 그렇게 살게’ 하면서 버팅기는 겁니다.

그러니 집에 제비 한 마리 키운다고 생각하고 좀 잘 보살펴주면 좋겠습니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러 가겠다고 하면 ‘가라!’ 이러지 말고, 오히려 ‘힘든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당신은 귀한 분인데 집에 계세요’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게 좋아요. 그러면 남편은 ‘아니다, 나도 일하겠다’ 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올 겁니다. ‘일하지 마라’ 그러면 청개구리처럼 또 하겠다고 하는 게 남편의 심리예요. ‘그러면 큰 일은 제가 할 테니까 당신은 옆에서 구경이나 하세요’ 이렇게 어린애 다루듯이 남편을 다루어야 합니다. 자꾸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요.”

“제가 애교가 없어서 그런 소리를 못합니다.”

“결론을 다시 말씀드릴게요. 그냥 남편을 데리고 사세요.” (웃음)


청중 모두가 큰 박수로 공감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도 큰 목소리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부부가 이렇게 갈등하고 사는 모습을 보면 ‘저런 인간하고 왜 사나?’ 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이 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죽네 사네 하지만 같이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연세 드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매일 싸우고 전화를 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도 그분들이 여러분들보다 낫습니다. 맨날 싸우면서도 애들 다 낳아서 키웠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헤어질 사람이었으면 벌써 헤어졌어요. 그냥 넋두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하고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딸이 동성애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딸을 지원하고 행복한 길로 안내할 수 있을까요?

  • 정규직에 대한 집착을 어떻게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 제가 경험한 불행한 가정환경과 달리 아이를 행복하고 사랑받는 가정에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방황하는 아들을 어떻게 올바르게 키울 수 있을까요?

  • 조카와의 관계가 소원해졌습니다. 가족 간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 직장에서 어려운 선배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 아버지가 7살 연하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반대합니다. 아버지를 설득하고 결혼을 축복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자가 많아서 2시간 30분 동안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나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부부간에 죽네 사네 하면서 살고 있죠? 억지로 사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잘 살펴보면 그렇지 않아요. 그래도 지금처럼 사는 게 그나마 제일 낫기 때문에 이렇게 사는 겁니다. 다른 대안이 없어서 지금처럼 살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다른 더 좋은 삶이 있는데 그렇게 살고 있나요? 막상 다른 선택을 하려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할 수 없이 산다고 보지 말고, 현재 가능한 이 조건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조건이 바뀌면 다른 선택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현재 조건에서는 이 삶이 최선이기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지금 조건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참 현명한 사람들이에요. 현재 조건에서 다른 선택이 가능한데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건 여러분들이 바보라는 의미가 되잖아요. 그런데 여러분과 대화를 나눠보면 바보는 한 사람도 없어요. 다 머리가 잘 돌아갑니다. 입으로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같이 사는 이유는 그래도 그 속에 뭔가 이득이 있기 때문이에요. 바람을 피웠네, 어쩌네, 저쩌네,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편이 다른 여자를 더 좋아하는 상황이 싫으면 ‘안녕히 계세요’ 하고 헤어지면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못 하는 이유는 뭘까요? 돈을 잘 벌든지, 인물이 잘 생겼든지, 아이 키우는데 도움이 되든지, 뭔가 보이지 않게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망설인다는 것은 이해관계를 따진다는 뜻이에요. 저녁에 기분이 나쁠 때는 헤어지는 게 나을 것 같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사는 게 나을 것 같고, 그래서 망설이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 여러분들이 만날 수 있는 남자와 여자 중에는 지금 같이 사는 사람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더 좋은 남자는 내 손에 안 들어와요. 그건 헛된 꿈이에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현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내가 고르고 고른 사람이에요. 단지 내 기대에 못 미칠 뿐입니다. 여러분들은 남편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욕하는데,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자기 꼬라지나 좀 알지?’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또 반대로 다른 사람이 볼 때 ‘저런 인간하고 왜 사나?’ 싶은데, 당사자는 상대방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방금 질문하신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어때요? 자녀들도 아버지랑 살지 말라고 하는데, 본인은 남편이 불쌍하다고 하잖아요. 불쌍하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은 엄마가 아들을 돌보는 마음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들 하나 키우듯이 남편을 돌보라고 말한 겁니다. 이렇게 갈등이 있지만 같이 사는 이유가 다 있어요. 그러니 자기 자신을 너무 비하하지 마세요. 인생을 너무 한탄하지 말고 ‘그래도 나는 지금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다’ 이렇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이 선택은 앞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금이 제일 낫기 때문에 지금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입니다. 아들이 아프든, 남편이 술을 먹든,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조건에서도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겁니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여러분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강연 참석자가 너무 많아서 책사인회는 하지 않고 곧바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청중들과 인사를 나누며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지 못해서 미안해요.”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밤 10시가 넘어서 부산을 출발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 이상을 달려 11시가 다 되어 두북 수련원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두북 수련원의 농장을 둘러본 후 서울로 이동하여 오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6

0/200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6-03 09:09:13

정은희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봅니다
고맙습니다!!

2024-05-25 11:38:41

보리왕

법륜스님의 현명하신 가르침에 늘 감사합니다 ^^

2024-05-24 08: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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