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5.19. 전국법사단연수
“법사의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전국 법사단 연수가 있는 날입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오전 8시부터 서울 정토회관에서 국제협력팀 활동가들과 일정 회의를 했습니다.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방문 일정을 점검하고, 6월 이후 해외 일정을 확정했습니다.

오후에는 전국법사단 연수에 참석했습니다. 법사님들은 오전에 온라인으로 모여 2024년 초파일 행사를 평가하고 각 지부 별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이틀 전 17일에는 그룹별로 회원 활성화 방안, 명예법사의 역할, 으뜸절 및 실천장소 활동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사전에 그룹별로 토론한 결과를 발표하고 2시부터 스님과 함께 즉문즉설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법사단은 개인적인 어려움을 포함하여 법사의 역할 등 다양한 고민과 건의를 스님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법사의 역할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법사의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느끼기에는 회원들이 법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법사가 상담을 자주 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회원이 법사에게 의존하게 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어떻게 중도적 관점에서 법사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전법회원에서 일반회원으로 이동할 때 법사와 상담을 해야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본인이 상담을 꼭 원해서라기보다 할 수 없이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힘이 부족해서 그런지, 의무적인 상담이라서 그런지 이미 일반회원이 되겠다고 마음을 굳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어려웠습니다. 법사가 상담을 해주겠다는 듯이 비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늘 토론 내용에 대한 발표를 들으면서도 많은 법사님들이 상담해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회원들이 꼭 상담을 받고 싶어 하지는 않을 때 어떤 관점을 가지면 좋을지 질문드립니다.”

“이미 전법회원을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이 법사님과 상담 한 번 한다고 마음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누가 상담한다고 그 마음이 쉽게 바뀌겠어요? 열 명 중의 한 명, 10% 정도는 바뀔 수도 있겠죠. 공동체에 출가한 행자들 중에서도 10년, 20년을 살다가 나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법사가 상담한다고 그 마음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어요. 수련을 하거나 깊이 있게 상담을 하다가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했습니다.

법사가 상담을 하는 이유는 혹시 그가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나 서운함 때문에 그만두는 건 아닌지 점검을 하기 위한 거예요. 정토회에서는 봉사를 하다가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크게 문제가 없으면 그렇게 하라고 얘기해 주시면 됩니다. 만약 수행적인 문제라면 ‘생각을 좀 바꿔보면 어떻겠느냐?’ 이렇게 얘기해 볼 수 있어요. 본인이 수용을 하면 활동을 계속할 수도 있겠죠. 상담을 하라는 것은 그의 상황을 한 번 점검하라는 의미입니다. 법사가 그 사람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법사들의 책임이 너무 무거워지니까요.

전법회원이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할 때 너무 행정적으로 ‘네, 그만두세요.’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법사가 그의 사정을 한 번 들어보고 격려라도 한 마디 해주는 게 좋습니다. ‘그래,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앞으로 일반회원 하시다가 다시 형편이 되면 전법회원을 또 하셔도 됩니다.’ 이렇게 한마디 해 주라는 거예요. 일반회원으로 활동을 하다가 필요하면 다시 또 생각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공동체도 회향을 하려면 반드시 입승법사와 먼저 상담을 해서 입승법사의 승인을 받아야 법사단에 회향 안건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정승도 저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다’라고 하잖아요. 또 요즘은 상대가 싫어하는데 두 번, 세 번만 얘기해도 스토킹이니, 추행이니, 잔소리니 온갖 얘기가 나오는 세상입니다. 본인들이 원하면 상담을 해주거나 여러 가지를 도와줄 수 있죠. 그러나 본인들이 원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거예요. 아무리 내가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아무리 원해도 내가 시간이 없거나 능력이 안 되면 또 해줄 수가 없어요.

정토회에서 법사가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면, 전국 법사단 회의를 해서 다른 역할을 만들어해도 됩니다. 법사들이 해야 할 일이 사실 굉장히 많잖아요. 법사가 해야 할 일이 별로 없다면 신규 법사를 배출하기보다 지금 있는 법사들이 일을 잘 나누어하도록 배정을 해도 됩니다. 먼저 우리가 우리의 역량을 평가해야 해요. 지금 법사들이 지칠 정도로 일이 많다면 신규 법사를 더 배출해야 합니다. 법사들의 역량이 남는다면 정토회 활동 중에 대중이 지금 감당을 못하고 있는 역할을 법사단에서 새롭게 개척할 수도 있습니다.

법사가 너무 대중의 일에 간섭을 하면 대중의 주체성이 상실되고, 반대로 대중과 너무 멀어지면 오히려 역할 분담이 안 됩니다. 법사가 너무 대중과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역할을 조금 더 하고,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하면 조금 자제하면 됩니다. 대중이 또 너무 법사들의 역할을 배제한다면 대중부에 이야기해서 ‘정토회를 더 발전시키려고 법사와 행정의 역할을 나눈 것이지 네 일, 내 일을 구분하기 위해 나눈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을 하고 역할을 부드럽게 나누면서도 전문성이 살려지도록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중부와 법사단이 한 번 합동 회의를 해야 합니다. 각 지부별로 지회장과 지부 법사님들이 회의를 하고, 전국 법사단과 전국 지부장도 회의를 해야 합니다. 대중에게 법사가 어떤 부분을 도와주면 좋을지, 아니면 법사가 너무 간섭하는 것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서로 마음 나누기를 하면 소통이 잘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법사단연수에서 제안된 내용도 대중부와 함께 나누는 시간이 없잖아요. 연수원에서는 이런 것을 고려해서 다음 정일사 때는 상호 간에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줘도 좋겠습니다.”

이외에도 법사단의 역할을 더 잘 분담하고 법사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법사단장과 수련법사의 역할을 분리할 필요성도 제기되었습니다.

예산 집행 절차와 법사단의 심의 및 감사 역할에 대한 문제도 다뤄졌습니다. 긴급 예산 집행 시 절차와 심의 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청년 불교대학 진행자 배정의 어려움과 청년 전법 활동가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습니다. 국제지부에서는 법사가 행정 업무와 법사로서의 역할을 균형 있게 진행할 방법과 법사로서 행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대한 부담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사단과 대중부 간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역할 분담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더 이상 질문이 없자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6.13만인대법회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스님은 연수를 참여하며 느낀 문제의식을 짚어주었습니다.

“우리가 의식에 대해서 합의를 했는데 합의가 잘 안 지켜지는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회의를 할 때는 약식으로 의식을 한다고 정했습니다. 법회나 수련에 준하는 연수를 할 때는 전통 방식으로 의식을 한다고 정했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의식을 할 때는 온라인으로 하더라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해야 합니다. 대중은 자꾸 헷갈리더라도 적어도 법사들은 여법하게 진행해야 해요.

다시 한번 정리하면 온라인은 약식으로 오프라인은 전통식으로 하되, 온라인이라도 법회는 전통식으로, 회의는 약식으로 하도록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연수’ 같은 경우가 회의에 들어가는지 법회에 들어가는지 좀 헷갈릴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 연수의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법사단 수련’이라고 하면 그 성격이 법회에 들어가지 회의는 아닙니다. 그런데 만약 이름은 ‘연수’라고 해도, 그 내용이 환경에 대한 교육이라면 이건 회의에 준합니다. 그럼 이건 약식으로 해야 합니다. 법사단이 하더라도 ‘법사단 회의’라고 하면 회의 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거죠.

다만, 항상 예외는 있을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한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환경이 약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 이럴 때는 사전에 먼저 검토를 받아야 합니다. ‘전통식으로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이런 이유로 약식으로 하겠습니다.’ 하고 이렇게 사전에 얘기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대부분이 회의를 많이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헷갈리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만, 우리가 정한 원칙이 있으니 그 원칙을 바꿀 때는 반드시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야 합니다. 제가 참석한다고 하면 ‘스님, 이번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미리 소통을 해야 하고, 진행자 마음대로 하면 안 됩니다.

다음으로 의식을 할 때, 공간이 좁고 사람이 적을 때는 작은 목탁을 사용하고, 약하게 쳐야 합니다. 만약에 목탁이 큰 것밖에 없다면 소리를 작게 내야 합니다. 사람이 많고 공간이 넓을 때는 큰 목탁을 사용하고, 세게 쳐야 합니다. 죽비도 사람이 적을 때는 작은 죽비를 사용하고 소리를 작게 내야 하고, 공간이 클 때는 큰 죽비를 사용하고 세게 쳐서 소리를 크게 내야 합니다. 그런데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공간이 큰지, 사람이 많은지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죽비와 목탁만 챙겨서 나옵니다. 이건 깨어있지 못한 거예요. 어떻게 해도 좋긴 하지만, 사람을 감동시키는 건 디테일이에요. 본래 무유정법(無有定法)이니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지만, 지금 이 시간과 조건에 딱 맞는 행동을 할 때 중도를 실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하는 게 중도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회의하거나 법회를 할 때는 반드시 미리 누가 집전을 할 건지 정해서 준비해야 합니다. 사전에 영상으로 하기로 했는데 영상이 안 틀어지면 바로 목탁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해요. 영상으로 하니까 목탁이나 죽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작은 행동만 봐도 지금 정토회가 세밀하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관성으로 굴러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여러분이 일을 할 때 상황을 딱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관성으로 하는 면이 있어요. 물론 이래도 되고 저래도 상관없지만 이런 태도로 하면 문제가 있어도 개선이 잘 안 됩니다. 어떤 일을 하든, 딱 미리 점검하고 준비해야 해요. 수행자가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냐고 할 수도 있지만, 문제를 개선하려면 여러분이 조금 더 깨어서 점검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이해는 됩니다. 여러분들도 나이가 들어서 이제 젊을 때와는 달리 총기가 줄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보면 정토회가 전체적으로 1~2% 정도 부족하게 운영이 되는 것 같아요. 즉, 디테일이 약합니다. 이런 점을 유념해서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외에도 스님은 법사단에게 온라인정토회로 바뀌고 회의가 많아져서 건강이 악화된 회원들이 많으니 회의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회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오후 5시 30분이 되어 사홍서원으로 연수를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오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온라인으로 결사행자회의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부산으로 이동해 저녁에는 부경대학교에서 행복한 대화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0/200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6-03 07:36:29

김윤정

깨어있겠습니다.

2024-05-29 10:09:13

수미상

저는님
법사님들께 기대가 크셨군요.
작은 디테일이 감동을 잃으킨다.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보이는곳 보이지않는 곳에서 헌신하시는 분들의 노고로 제가 이렇게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5-25 21: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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