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20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
“남의 눈치를 자꾸 보게 되는 것이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했습니다.

오늘은 산 아랫밭에서 울력을 했습니다.

“배추가 잘 크고 있나.”

아직 어린 배추들이 뜨거운 햇볕에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밭에 물을 주기 위해 스님은 연못에 고인 물을 밭에 있는 통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물이 잘 나오나요?”

“네. 잘 나옵니다.”


양동이에 물을 채우며 틈틈이 주변에 풀을 벴습니다.

물은 금세 가득 찼습니다. 오후에 이 물을 배추에 뿌려주기로 했습니다. 통에 물을 다 채우고 마을 앞 비닐하우스로 이동했습니다.

“이야, 수세미 큰 것 좀 보세요.”

활짝 핀 노란 꽃 아래 수세미가 크게 자라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로 가는 길에 텃밭에 잠시 들렀습니다. 초록잎 사이로 포도알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포도도 달렸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패기 시작한 벼가 한두 개 보였는데 어느새 논 전체에 벼가 패서 여물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아직 무덥지만, 곳곳에서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님은 비닐하우스로 향하는 길에 어디서든 덩굴이 보이면 벴습니다. 누가 부탁한 일도 아니고, 누가 관리해야 할 땅도 아니지만, 덩굴이 보이면 낫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비닐하우스에 도착해서 열무를 솎아주었습니다.



비닐하우스 구석구석에 난 풀도 맸습니다.

논으로 올라가 논물이 적당한지 수로에 물이 잘 빠졌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농사 담당 행자님이 달려와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스님, 저수지에 물이 자꾸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스님은 허물어진 논둑을 메워주고 저수지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긴 장마 끝에 저수지에 물이 가득 찼었는데 물 높이가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앞 물탱크와 연결되어 있는 호스의 입구도 수면 위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스님은 저수지 수면까지 내려가 호스가 물에 잠길 수 있도록 힘껏 당겼습니다.


“임시로 이렇게 하고, 호스를 조금 더 연결해야겠어요.”

“네. 제가 하겠습니다.”

농사 담당 행자님이 호스를 더 연결하기로 하고 논을 내려왔습니다.

논 아래로 내려와 스님은 수로에 고인 물을 퍼냈습니다. 바가지로 물을 퍼내다 힘이 많이 들어서 펌프를 이용해 물을 빼기로 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돌아가는 스님의 양손에 반찬거리가 가득했습니다.

오전 11시부터는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까지 두북특별위원회 보고서를 모두 전국대의원회의에 제출해야 합니다. 검토를 더 해야 하는 것이 온라인 정토회 조직 구조와 의결 구조, 불교의식 개혁안, 불교사회사상서입니다. 불교사회사상서부터 먼저 검토하겠습니다.”

세부 내용까지는 토론하지 못하고 목차와 제목 정도만 검토했습니다.

함께 목차를 읽어 내려가는 중에 이의가 있으면 곧바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제목에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습관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요?”

토론이 오가는 중에 스님도 의견을 말했습니다.

“습관이라는 것은 엄격하게 말하면 다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습관으로부터의 자유가 해탈입니다. 습관적으로 한 행동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무지한 상태에서 하는 행동입니다. 알아차림의 상태에서 행동하는 것이 해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은 마치 좋은 꿈과 나쁜 꿈과 같습니다. 깨어있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표현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행복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겁니다. 어떤 환상에 사로잡혀서 내가 지금 괴로운 것이지 그 환상에서 벗어나면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게 되는 것이 열반입니다. 행복이라는 어떤 실체가 있어서 그걸 찾는 것이 아니에요. 여러분은 자꾸 ‘참나를 찾아서’ 이런 표현을 쓰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참나’라고 하는 어떤 실체가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나’라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그걸 이름하여 ‘참나를 찾았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지 ‘참나’라는 실체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불성’, ‘본래면목’ 이런 용어들도 대중이 자꾸 유아관에 떨어지도록 만드는 측면이 있거든요.”

다음은 불교의식 개혁안에 대해 검토를 계속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그동안 예불문을 한문으로 독송해 왔는데, 불교의식 분과에서 우리말로 된 새로운 예불문을 제안했습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꼼꼼히 점검한 후 최종안을 전국대의원회의에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온라인 방식이 전면적으로 도입될 경우 조직 구조와 의결 구조는 어떻게 개편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북특별위원회 활동 경과 보고서를 검토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것으로 두북특별위원회 보고서 검토는 모두 마치겠습니다.” (모두 박수)

스님의 한 마디에 공동체 법사단 모두 환하게 웃으며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아직 정토회의 지난 역사를 정리하는 업무가 남았습니다. 그래도 두북특별위원회 활동은 마무리했으니까 같이 산책 다녀옵시다.”

2020년 2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수련원에서 진행되는 깨달음의 장 등 모든 수련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수련, 교육, 연수를 담당하던 공동체 법사들은 두북 수련원에서 법륜 스님과 농사 울력을 하면서 연찬의 기회를 가졌고, 스님의 제안으로 정토회의 장기 전망을 연구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3월 29일부터 8월 27일까지 온라인 정토회, 개원법회, 정토대전, 의식, 교육연수, 공동체•수련, 세계전법, 불사 총 8개 분과를 아우르며 전체 회의 44회, 공청회 9회를 하며 150일간의 대장정을 이어왔습니다.

오랜만에 스님과 공동체 법사단은 가메들 계곡으로 여유로운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저녁에는 각 분과별로 전국대의원회의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사료편찬 업무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정기법회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한편을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남의 눈치를 자꾸 보게 되는 것이 힘듭니다

“저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저도 모르게 남 눈치를 본다거나 초조해하거나 긴장될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서 이런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힘든 감정을 느낍니다. 제가 어떤 관점을 갖고 살아가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내가 남의 눈치를 보며 초조하고 긴장이 된다면,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거나, 둘째, 나를 숨기고 싶은 것입니다. 숨기고 싶은 것도 결과적으로는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죠.

잘 보이고 싶은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에요. 저도 지금 법상에 앉기 전에 세수를 하고 왔거든요. 오늘 하루 종일 회의를 했는데, 날씨가 덥고 습도가 높으니까 몸에 땀이 많이 났고, 땀이 눈에 들어가서 눈도 따가웠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제가 여러분 앞에 서면 깔끔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세수를 하고 왔는데, 이것도 제가 여러분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지, 못 보이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옷도 가사와 장삼을 이렇게 차려입고 왔는데, 하루 종일 이렇게 입고 살지는 않잖아요. 법회가 있을 때는 날씨가 덥더라도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여러분 앞에 서는 것도 어떻게 보면 여러분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거죠.

긴장을 놓는 방법

이렇게 세수를 하고 의관을 정제하고 법회에 오는 것은 눈치를 보고 전전긍긍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예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찾아오면 웃통을 벗고 있다가도 얼른 옷을 입고 손님을 접대하잖아요. 꼭 잘 보이고 싶다기보다는 그것이 기본적인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예의를 지키는 수준 정도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초조하고 불안하고 막 긴장이 된다면 지나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 자기가 자기를 돌아봐야 됩니다.

‘어, 내가 왜 잘 보이려고 하지? 잘 보이면 무슨 이득이 있는데?’

주로 나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인기가 많은 사람, 돈이 많은 사람,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 약간 긴장이 됩니다. 잘 보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행자라면 기본적인 예의를 넘어서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좀 내려놓아야 합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으면 사람들을 만날 때 평정심을 갖게 되어 태연하게 됩니다.

비굴하거나 교만해지는 이유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만나도 특별히 내가 그 사람한테 이익을 볼 생각이 없으면 편안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저분은 참 당당하구나’ 이렇게 말합니다. 나보다 돈도 없고 지위가 낮은 사람인데도 똑같이 대하면, 다른 사람들이 ‘저분은 참 겸손하구나’ 이렇게 말합니다.

겸손한 것이 따로 있고, 당당한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높은 사람을 만나도 평등하게 대하면 세상 사람들이 말할 때 ‘당당하다’고 하고, 낮은 사람을 만나도 평등하게 대하면 ‘겸손하다’ 이렇게 말합니다. 수행자는 당당해야 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잘 보이고 싶은 생각 때문에 비굴하거나 교만해집니다. 내가 돈에 집착하면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한테는 나도 모르게 비굴하게 굴거나 전전긍긍하기 쉽습니다. 나보다 돈이 적은 사람은 내가 좀 무시하고 교만하게 굴기가 쉽습니다. 교만하거나 비굴해지는 이유는 뭔가 집착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잘 보이고 싶기 때문에 비굴하게 굴게 되고, 나보다 작다고 무시하기 때문에 교만하게 굴게 되는 겁니다. 수행자는 이렇게 세상을 봐야 합니다.

‘천하 만물은 서로 다를 뿐이다.’

털이 검은 개가 있고 흰 개가 있듯이, 피부 빛깔이 검은 사람이 있고 흰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사람도 남성과 여성이 있는 것입니다. 성이 다를 뿐입니다. 키가 큰 사람이 있고 작은 사람이 있고, 이런 생각을 갖는 사람이 있고 저런 생각을 갖는 사람이 있고, 이런 믿음을 갖는 사람이 있고 저런 믿음을 갖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서로 다를 뿐입니다.

서로 다를 뿐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평등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평등하다는 것은 똑같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평등하게 대하면 불안하거나 긴장하는 것이 점점 적어집니다.

많은 청중 앞에 서거나, 높은 사람이 있는 자리나 화려한 자리에 가면, 자기도 모르게 좀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이 무의식 세계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약간 초조하고 긴장이 되는 현상이 생깁니다. 그때는 그런 마음을 살펴서 마이크를 잡고 ‘제가 좀 긴장이 되네요’ 이렇게 자기 상태를 사람들에게 알리면 긴장을 푸는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 ‘아, 내가 지금 잘 보이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직시하면 조금 괜찮아집니다.”

“잘 이해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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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61

0/200

김현숙여래심

기본적 예의를 갖추며 겸손함 가운데 당당함 잃지 않는 수행자되겠습니다

2020-09-08 18:36:16

정지나

자꾸 위축대는 나를 봅니다
그것이 나를 감추고 칭찬받으려는
것임을 다시 자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8-28 22:20:03

무소유

스님과 두북특별위원회 여러분들
정말 큰일을 마무리 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2020-08-26 17: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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