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바라지장은 마음의 나침반 같은 곳

오늘의 주인공은 청년특별지부의 강혜원 님입니다. 새벽 예불부터 하루 종일 이어지는 소임까지, 처음 경험하는 바라지장 생활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지요. 그래서 어떤 좌충우돌이 담겼을지 은근히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열어 보니 고생담 대신 뜻밖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집에서와 달리 씻고 먹고 자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만, 바라지장에서 오히려 자유를 느꼈다는 고백입니다. 그 마음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알던 '자유'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강혜원 님
▲ 강혜원 님

원하는 대로 하지 않아도 느끼는 자유로움

평소 집에서는 씻기 싫으면 ‘아, 이제는 씻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미루다가 씻습니다. 또 배가 고프면 휴대폰 앱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시켜 먹고, 졸리면 자연스럽게 침대에 누워 잡니다. 이처럼 저는 일상에서 욕구에 따라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바라지장에 오면서 달라졌습니다. 머리가 가려워 벅벅 긁으면서도 바로 씻을 수 없습니다. 치킨, 피자, 햄버거가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자고 싶을 때도 바로 눕지 못하는 상황이 바라지 기간 내내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내가 하고 싶을 때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운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씻고 싶을 때 씻지 못해도 조급해지기보다 오히려 담담해지고, 침낭에 몸을 맡기며 ‘생각보다 냄새 안 나네, 괜찮구나, 내일 시간 나면 씻자’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올라옵니다.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먹던 간식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경수련원의 건강한 식사는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자고 싶을 때 바로 잘 수는 없지만, 다음 날 새벽 4시 예불 때문에 머리가 바닥에 닿자마자 잠드는 기적도 일어납니다.

바라지장에서(맨 오른쪽이 강혜원 님)
▲ 바라지장에서(맨 오른쪽이 강혜원 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이러한 경험을 통해 꼭 원하는 것을 하는 것만이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일정한 틀과 제약이 불필요한 선택과 고민을 줄여주고, 더 가벼운 마음으로 현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바라지장에서는 쉬는 시간에 찬송가를 듣더라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 보내는 것을 존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환경은 자연스럽게 타인을 판단하지 않게 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실수해도 자책하기보다는 ‘다시 하면 된다’라는 여유가 생깁니다. 나누기를 통해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오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연습합니다.

강혜원 님
▲ 강혜원 님

다시 오고 싶고, 자주 오고 싶은 곳

바라지장은 단순히 봉사 활동을 넘어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편보다 여유를 선택할 수 있고, 부족한 가운데 만족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바라지장에 다시 오고 싶고, 자주 문경수련원에 오고 싶습니다. 바쁜 일상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차분함과 자유로움을 바라지장에서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라지장에서(앞줄 가운에가 강혜원 님)
▲ 바라지장에서(앞줄 가운에가 강혜원 님)


이 글은 <월간정토> 2026년 6월 호에 수록된 바라지장 소감문입니다.

글_강혜원(청년특별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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