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꾸준한 정진 그리고 새로운 시작

30년 넘게 문자 한 통 보내지 않던 남편이 김은미 님에게 처음으로 보낸 장문의 문자는 '이혼하자'였습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뒤늦게 남편의 속마음을 듣게 되었고, 남편에게 깨달음의 장을 권하며 자신은 바라지장을 찾았습니다. 바라지장을 백일출가 하듯 해보라는 법사님 말씀에 따라, 1년 반 동안 바라지장 팀장 소임을 맡아 매달 4박 5일 떡집 문을 닫고 문경에서 바라지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재밌어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수행이 아닌 일로 대하며 공양간을 제 것처럼 여기는 자신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고집과 일에 대한 업식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은미 님은 이제 남편이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임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고 고백합니다.

김은미 님
▲ 김은미 님

부부, 서로의 다름을 보다

남편은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은 군소리 없이 잘하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저는 활발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보며 ‘좋은 게 좋지’라는 성격입니다. 이런 남편과 제가 함께 일하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남편과 매일 부딪쳤습니다. 제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남편은 하는 일마다 이것은 이래서, 저것은 저래서 못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사는 일종의 서비스업인데 서비스라는 개념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이 내성적이고 자기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최근에 와서야 알았습니다. 그러니 상대를 모르면서 제 뜻대로만 맞추려고 했으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말이 없는 사람이라 제가 참고 또 참으며 남편에게 맞춰야만 일이 해결되었습니다. 제가 뭘 그렇게 잘못 했길래 이렇게 참아야 하나 싶었습니다. 아침 기도를 할 때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라는 기도문을 외지만 그 기도문이 저에게 돌아오기보다는 오히려 참았던 것들을 터지게 했습니다. 저도 할 만큼 했기에 뭘 어떻게 더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에게서 카톡 문자가 왔습니다. 그것도 도착한 지 24시간이 지나서야 봤습니다.

휴식 중에(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은미 님)
▲ 휴식 중에(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은미 님)

‘이혼’이라는 문자가 맺어준 부부의 문경수련

30년 넘게 같이 살면서 단 한 번도 제가 보낸 문자에 답도 없고, 문자도 보내지 않던 사람이 장문의 문자를 보낸 것입니다. ‘난 도저히 너랑 함께 살 수 없으니 이혼하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 읽은 순간 화가 났지만, 시간이 좀 지난 후에는 ‘그래, 나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자신이 없어서 못 한 말을 꺼내 줘서 고맙구나’ 싶었습니다. ‘좋아, 당신 마음이 그렇다면 이혼하자’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참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주고받은 문자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던 것입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니 이혼하자는 말을 남편이 먼저 꺼냈는데, 제가 붙잡지 않자 시누이가 오빠와 다시 이야기해 보기를 권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뒤늦게 남편의 속마음을 듣게 되었고, ‘내가 잘못한 게 많구나’ 깨달았습니다. 남편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깨달음의 장’ 수련을 제안했고, 남편도 가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2024년 8월에 남편은 깨달음의 장에, 저는 바라지장을 찾았습니다.

공양간 봉사자들과 함께(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김은미 님)
▲ 공양간 봉사자들과 함께(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김은미 님)

바라지장 수련을 하며

바라지장 수련 입재식 때, 저는 공양간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래서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예, 합니다’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고 신나게, 재미있게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대광 법사님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법사님께서 떡집을 어떻게 하고 왔느냐고 물어서 “문 닫고 왔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여태껏 쉬었으니, 지금부터 정진하면서 바라지장을 백일출가 하듯이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예, 한번 해 보겠습니다” 하며, 바라지장 팀장 소임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매달 4박 5일 떡집 문을 닫고 해 보자는 마음이었고, 이는 제 업식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냥 ‘재밌다’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떡집을 하며 생긴 습관과 제 고집이 얼마나 큰지까지는 몰랐습니다. 수행보다는 일로서, 공양간을 마치 제 것인 것마냥 대했던 것 같습니다. ‘잘 듣고 합니다’, ‘잘 묻고 합니다’가 전혀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에 대한 업식이 매우 큰 사람이었습니다. 떡집에서 새벽부터 하루 12시간 이상 서서 작업하는 저에게 공양간 일은 ‘누워서 떡 먹기’였습니다. 다른 보살님들이 힘들다고 하면 ‘이게 무슨 일이라고 힘들다고 하지?’ 하고 분별심을 냈고, 공양간 일에 서툰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재료를 사용할 때 총괄팀장님께 여쭤야 했는데, 묻지 않고 사용했던 행동이 부끄럽습니다. 수련의 장임을 잊고 일꾼의 마음으로 임하고 있었습니다. 차츰 서툰 분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것이 바라지장 수련임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부끄러운 마음도 알게 되었고, 억울한 마음도 많았음을 수련을 통해 알아갔습니다. 도반들과 저녁 나누기만 하면 눈물이 나면서 가슴 한쪽이 먹먹하게 아팠습니다. 어렸을 때는 착한 딸, 커서는 착한 아내, 착한 엄마로 살면서 억울함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착한 마음을 상대에게까지 바라며 분별심을 내고, 제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미운 마음도 많이 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를 챙기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면서 불편함이 많았고 힘들었던 것입니다.

공양간에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은미 님)
▲ 공양간에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은미 님)

눈물로써 마주하는‘나’

어떤 보살님이 “애어른으로 살았으니, 힘들었겠다”라는 말에 가슴을 후비듯 눈물이 났습니다. ‘나를 내가 아껴주지 않았구나’ 그날부터 매일 거울을 보며 ‘나야, 애썼다’라고 토닥여 주었고, 그러면 눈물이 났습니다.

매달 4박 5일 일정을 위해 떡집을 비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남편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었습니다. 매달 문경수련원에 다녀오겠다고 남편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일방적인 통보만 합니다. 그렇게라도 다녀와야 하기에 그랬습니다. 제 고집이 이렇게 센 줄 몰랐습니다. 나쁜 것도 아닌데, 상대에게 의견을 말하는 것이 잘 안됩니다. 남편이 제 말을 잘 듣지 않으려 한다는 생각과 ‘내가 얼마나 고집대로 했으면 남편이 그럴까’하는 마음이 함께 듭니다.

바라지장 수련 1년이 지나며, 모든 일에서 저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고집을 보면서 ‘그래, 같이 살고 있는 남편 역시 많이 힘들었겠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매일 새벽 정진을 놓치지 않고 하면서 ‘아무 문제 없는 남편을 내가 너무 미워했구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많이 무시했구나’ 싶었습니다. 저와 너무 안 맞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구나’를 알았습니다. 처음부터 다름을 알았더라면 살아가면서 힘들지 않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알아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4박 5일 수련하고 돌아올 때면 참회의 기도와 마음으로 집에 도착하고, 저를 향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마음이 맑고 가벼워졌습니다.

수련원에서(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은미 님)
▲ 수련원에서(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은미 님)

바라지장에서 얻은 삶의 에너지

매달 4박 5일 떡집 일을 멈추고 바라지 수행을 하는 동안에는 제 마음이 더 잘 보입니다. 상대의 말을 듣고 상대에게 물으면서 제 업식인 고집이 드러납니다. 생각도 많고 욕심도 많고 요구도 많은 저를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번 바라지에서는 법사님이 ‘남편을 미워하는 그 마음이 참회거리’라고 하실 때 가슴이 쿵, 하였습니다. 남편을 미워하는 제 마음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난 이렇게 살고 싶다’는 욕심이 그동안 살면서 남편과 아이들을 힘들게 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 딸이 저에게 큰 수행 거리를 줍니다. 제 행동을 지적해 주면서 저 자신을 볼 수 있게 합니다. 문경수련원 바라지장은 저에게 에너지를 주고 쉼터가 됩니다. 떡집에서 생긴 많은 수행거리를 가지고 매달 수련원 소나무 숲속을 지날 때면 마음이 편안하고 좋습니다. 앞으로도 쉽지는 않겠으나, 꾸준히 바라지장 수련으로 정진하고픈 마음입니다. 그동안 1년 반 동안은 수행 연습을 한 것이고, 앞으로 3년은 새벽 정진과 함께 바라지장을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꾸준한 정진을 통해 신념이 강하고 고집 있는 저를 살피며 새롭게 시작하렵니다.


이 글은 <월간정토> 2026년 4월 호에 수록된 바라지장 소감문입니다.

글_김은미(광주전라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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