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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종 님의 바라지장 소감문을 읽으면서 '이거다!'라는 생각에 손뼉을 쳤습니다. 직장이나 사업장에 매여 있는 사람에게는 '49일 문경살이'나 '백일 출가' 모두 어쩌면 희망 고문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평소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라지장을 열 번, 스무 번 하는 것으로 그것들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마치 지름길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통으로 시간을 내긴 어렵더라도, 휴가를 가듯 바라지장을 간다면 유명종 님이 알려준 문경수련원의 숨겨진 보물들을 우리도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2023년 5월 깨달음의 장(이하 ‘깨장’)을 마치고 현재 이른바 ‘파견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깨장’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맛있게 먹은 공양입니다. 시간이 되면 한 번은 바라지장에 가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24년 10월, 마침 시간 여유가 생겨 바로 수련 바라지를 신청했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5일은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입재식에서 바라지 일정과 주의 사항을 듣는데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고, ‘바른 생활이 이루어지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문수방 툇마루에서 바라보이는 희양산, 저녁노을, 샛별 등 자연 풍경은 모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림이었습니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간단한 소임 후 난생처음 발우공양을 할 때는 눈치껏 따라 하였습니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발우공양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후 저를 문경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습니다. 공양간에서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명심문으로 시작하는 공양 준비는 차질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바라지 인원이 많은 관계로 저는 수련 정비팀에 배정되어 대웅전 근처의 풀을 뽑았습니다. 풍경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며 함께하는 풀 뽑기는 재미있는 놀이였습니다. 그 많던 풀이 다 뽑힌 깨끗한 대웅전 마당을 보면서 저도 잘 쓰일 수 있다는 생각에 깊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한 날은 점심 공양 후 쉬는 시간에 몇몇 도반과 산길을 산책하면서 알밤을 주웠는데, 밤이 너무 많아서 모자, 손수건, 옷 등에 더 담을 수 없을 만큼 줍고서야 수련원으로 내려왔는데,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법사님과 일문일답 시간에 한 도반이 법사님께 질문했습니다. “49일 문경살이를 하고 싶은데 고민이 된다”라고 하자 법사님이 “그럼 바라지장을 열 번 하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49일 문경살이 대신 바라지장 열 번, 백일 출가 대신 바라지장 스무 번을 하면 되겠구나.’ 49일 문경살이와 백일 출가를 하고 싶었지만, 일 때문에 할 수 없었는데, 법사님의 답변이 저에게 단비가 되었습니다. 그 질문을 한 도반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라지장 프로그램을 되새겨보면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세 번째 바라지장에 참가했을 때 “발우공양이 이제 편안해졌다”라고 하자 팀장님이 “문경에 자주 오셔야겠네요”라고 했습니다. 점점 문경살이에 빠져들고 있는 저의 모습이 보입니다. 잘 익은 감을 감나무에서 직접 따서 먹었을 때 맛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지나가는 도반들에게 먹어보라고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서리 맞은 후의 감 맛은 천하일품입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꼭 드셔보시기를 권합니다.
대강당 지붕을 보수하면서 바라본 짙은 녹음과 바위가 어우러진 희양산 풍경은 문수방 툇마루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대강당 지붕에 올라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절경입니다. 날이 제법 추워 발이 시리고 얼굴이 얼 정도로 빨개졌지만, 정토회 가수 라결 법우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며 추위도 잊은 채, 아름다운 노래에 흠뻑 빠져 행복하게 지붕 보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철 문경수련원은 눈과의 싸움입니다. 눈이 오는 날은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하여 공양간 가는 길, 대웅전 가는 길, 각 수련장에서 공양간 가는 길의 눈을 치우며 길을 만듭니다. 언제부터인지 문경수련원에서 하는 모든 정비는 일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고, ‘내 집이니 내가 가꾼다’라는 주인 된 마음으로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피로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수련원 이곳저곳을 다니며 문제 있는 곳이 있는 살피고 정비하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비를 맞으며 개복숭아를 따는 재미를 누려보신 분 계시는지 모르지만,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전에는 개복숭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점점 수련원의 곳곳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바라지장은 벌써 아홉 번을 다녀왔고, 한 번 더 가면 49일 문경살이를 마칩니다. 다음에는 100일 문경살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처음에는 정토회 활동에 너무 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던 아내도, 봉사활동을 하며 편안해지는 저를 보며 믿고 지지해 줍니다. 저를 응원하고 이해해 주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글을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글_유명종(대전충청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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