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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곳도 없고, 지칠 대로 지쳐 외롭고 힘들었을 때 이희숙 님은 문경수련원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문경은 마음의 고향이니 언제든지 와도 된다고 들었던 기억이 남았었나 봅니다. 이희숙 님은 바라지장 첫날 도반에게 어떤 물건을 건네받고는 따스한 관심과 배려에 위축감과 긴장감이 풀려버렸다고 하는데요.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본문에 있으니 찾아보세요. 퀴즈를 풀며 따라오는 잔잔한 감동은 보너스입니다.

남편은 대기업을 다니다가 프리랜서로 일을 하겠다며 퇴사하고 한동안 프리랜서로 일을 했지만 점점 일이 줄어들면서 노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취업과 퇴사를 반복하며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남편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걱정하는 마음보다 미움과 원망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쉬다 겨우 취직한 회사도 6개월을 못 버티고 그만두겠다는 남편의 무책임한 태도에 너무 화가 나고, 더는 못 버틸 것 같았습니다.
의지할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데다 지칠 대로 지쳐 외롭고 너덜너덜해졌을 때 문득 문경수련원이 생각났습니다. 2023년 10월, 처음으로 문경수련원 바라지장으로 향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마음의 고향이니 언제든지 와도 된다고 들었던 말이 마음속 어딘가 머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을이지만 산속이라 추울 수 있으니 따뜻한 옷을 준비하라는 안내를 받았고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터라 폴라티와 두꺼운 옷만 준비했는데 10월 말임에도 춥기는커녕 오히려 날씨가 더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반소매 옷을 꺼내 입는데, 저는 두꺼운 폴라티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도반이 불 앞에서 일하려면 더울 거라며, 처음 보는 저에게 반소매 옷 2개 중 1개를 선뜻 내주었습니다. 도반의 따스한 관심과 배려에 바라지장 첫날의 위축감과 긴장감이 눈 녹듯 풀어졌습니다.
도반들이 수련원 곳곳에서 주어지는 일을 즐겁고 활기차게 해내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도량 정비 중 은행을 골라내는 일을 하며 남편과 사는 것이 힘들다는 제 말에 선배 도반이 “그럼, 이혼해. 나도 이혼하고 혼자 사는데, 도리어 남편과 아이들 사이는 더 좋아졌어. 이혼해도 편하고 살 만해”라고 말했습니다. 막상 이혼하라는 말을 듣자 저는 이리저리 이혼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었습니다. 같이 사는 게 힘들고 못 살겠다고 했지만, 이혼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둘째 날, 셋째 날 저녁 시간에는 바라지분들이 백화암에 모여 원심 법우님의 사회로 나누기를 진행했습니다. 남편이 문제라고 생각하며 괴로웠던 저는 힘들고 응어리진 마음과 무책임하게 느껴지고 이해되지 않는 남편의 모습들을 내어놓았습니다. 다른 도반들도 제 이야기가 무색하다 싶을 정도로 힘들고 고단한 삶의 무게들을 내어놓으며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저의 문제를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가벼워졌습니다. 힘들 때는 세상에 나 혼자뿐인 것 같고 나만 힘든 것 같아 괴로웠는데, 다른 사람도 크고 작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니 제 문제가 도리 작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담담히 내어놓는 도반을 보고 자기 문제를 내어놓지 못하던 도반도 용기 내어 이야기하며 편안해했습니다.
마무리 시간, 원심 법우님이 모두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치라고 하여 방바닥을 치니 “여러분은 지금 바닥을 치셨습니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라고 하여 모두 웃었습니다. 그날은 몰랐으나 그때가 정말 저의 바닥이었고 저는 바닥을 치고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나누기 시간에 미처 다 나누지 못한 문제는 법사님과 일문일답 시간에 이어갈 수 있었고,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고 관점을 바로잡으며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공양간에서 여러 도반과 함께 음식을 만드는 일은 재미있었습니다. 주부로서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하면서 잘한다고 칭찬받으니 겸연쩍으면서도 좋았습니다. 과일을 맡았는데, 과일은 자르기만 하면 되니 쉬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과일을 깨끗이 씻고 균등하게 자르는데 칼끝의 긴장이 느껴지면서 조심스러웠습니다.
수련장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련생들에게 위로가 되어 줄 음식 중 하나라 생각하며 반듯하고 예쁘게 담아내려 애썼고, 쉽게 생각한 마음을 반성하였습니다. 공양간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결코 쉬운 것이 없음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음식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입니다”라는 명심문을 외우며 수련생들이 수련을 무사히 마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음식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배우는 곳이 수련 공양간입니다.

여러 번 바라지장에 참여하며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밤을 줍다가 손바닥과 손목에 가시가 박혔을 때 도반들의 걱정과 도움을 받는 것이 어색했지만 그 마음이 고마워 울컥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일, 한낮 뜨거운 햇살 아래 고라니 밭에서 잡초를 뽑고는 도반들과 함께 시원한 마리골드청 차를 마신 기억, 먼 산에서 소낙비가 몰려오는 풍경을 바라본 일, 백일출가 회향문화제에 참석하여 백일출가자들이 준비한 연극과 노래를 들으며 회향을 축하해줄 수 있어서 감사한 일, 해우소 자그마한 창으로 바라보이는 희양산과 초록 나무로 우거진 숲, 늦가을 서암 스님 감나무에서 갓 딴 홍시의 달콤한 맛, 새벽 예불 시간에 맞춰 가는 길에 올려다본 밤하늘 별들의 반짝임과 종성, 이른 아침 상주하는 대중과 백일출가자들이 함께하는 발우공양과 소심경 독송, 처음 만난 도반들과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깊은 유대감, 나와 비슷한 업식의 도반에게 느끼는 분별심, 결국 그 분별심이 나의 업식을 깨게 해주는 선물 같은 순간들, 틈틈이 나누는 즐거운 수다와 휴식 시간의 기절 같은 낮잠 등.
처음 바라지장에서 팀장님과 도반들에게 받은 따듯한 관심과 선선한 위로가 이 모든 것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잘 쓰이고, 잘 쉬면서 일상에서 살아갈 힘을 그득 충전하기를 반복하는 사이, 나의 괴로움은 남편 문제가 아니라 남편에게 의지하는 내 문제였음을 알았습니다.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길, 이번 바라지장에서 묘수 법사님은 “3년은 더 다녀보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친정 나들이하듯 다녀오겠습니다.
글_이희숙(강원경기동부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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