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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모두 정토행자이고, 매번 같이 명상수련에 참여하여 조용히 집중하기 좋은 '명상 맛집'에 살고 있는 김진석 님. 글을 읽다 보면 '혼침'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 뜻을 정확히 몰라 표준국어대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어두울 혼에 잠길 침, 즉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긴 시간 명상을 할 때마다 여지없이 찾아오는 그 정신이 아득한 상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김진석 님의 소감문을 소개하면서 덕분에 확실히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 부부는 모두 정토행자여서 매번 같이 명상수련에 참여합니다. 각자 자기 방에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명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명상 맛집에서 수련을 하면 저절로 잘될 것 같았지만 큰 착각이었습니다. 주위가 아무리 조용해도 머릿속은 번뇌와 망상으로 난리통이 되었습니다. 또 분위기가 아늑해서인지 시작을 알리는 죽비 소리가 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꿈속을 헤매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명상수련도 여지없이 혼침이 일어났고, 2~3일째는 무기력감과 회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4박 5일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 저는 조금 더 가벼워졌고, 작은 깨달음들도 얻었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과거 상처와 회한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지난날 후회와 아쉬움으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명상수련이 깊어져 이제 겨우 그것들을 알아차리는 수준이 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2~3일째 졸음과 혼침도 과거에 비해 유독 심했습니다. 저는 평소 생과일 채식을 합니다. 스님은 이런 식사가 체기를 유발할 수 있고 혼침하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양을 바꾸니 놀랍게도 혼침이 많이 줄었습니다. 우습게도 ‘지도법사님이 우리 집에 CCTV를 설치하고 보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2년 전 몸무게를 10kg 정도 줄였습니다. 그 뒤로 명상을 할 때 다리 통증이 많이 줄어들어 이제는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수행을 위해서라도 체중 관리는 필수였음을 알아차렸습니다.

법문 시간에 부처님은 처자식도 부귀도 명예도 모두 버리고 출가하셨기에 나무 밑에 앉아 명상하실 때 별 번뇌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는 처자식도 있고, 부귀와 명예를 바라는 마음, 그로 인한 번뇌 망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래서 무슨 해탈 열반을 바라겠나 싶어 잠시 절망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수행을 꾸준히 한 덕분에 자식에 대한 집착도 조금씩 옅어진 것 같고, 그렇게 껄떡거리던 돈과 지위에 대한 욕심도 조금씩 줄었습니다. 이렇게 스승님의 발뒤꿈치를 부지런히 쫓아가다 보면, 부처님 손톱 밑의 때만큼이라도 닮고자 애썼노라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_김진석(대구경북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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