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명상 맛집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

부부가 모두 정토행자이고, 매번 같이 명상수련에 참여하여 조용히 집중하기 좋은 '명상 맛집'에 살고 있는 김진석 님. 글을 읽다 보면 '혼침'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 뜻을 정확히 몰라 표준국어대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어두울 혼에 잠길 침, 즉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긴 시간 명상을 할 때마다 여지없이 찾아오는 그 정신이 아득한 상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김진석 님의 소감문을 소개하면서 덕분에 확실히 배우게 되었습니다.

명상 맛집에서도 번뇌 망상이 가득하다

우리 집 부부는 모두 정토행자여서 매번 같이 명상수련에 참여합니다. 각자 자기 방에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명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명상 맛집에서 수련을 하면 저절로 잘될 것 같았지만 큰 착각이었습니다. 주위가 아무리 조용해도 머릿속은 번뇌와 망상으로 난리통이 되었습니다. 또 분위기가 아늑해서인지 시작을 알리는 죽비 소리가 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꿈속을 헤매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명상수련도 여지없이 혼침이 일어났고, 2~3일째는 무기력감과 회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4박 5일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 저는 조금 더 가벼워졌고, 작은 깨달음들도 얻었습니다.

김진석 님
▲ 김진석 님

생활 습관을 바꾸니 명상이 쉬워지다

이번에는 특히 과거 상처와 회한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지난날 후회와 아쉬움으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명상수련이 깊어져 이제 겨우 그것들을 알아차리는 수준이 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2~3일째 졸음과 혼침도 과거에 비해 유독 심했습니다. 저는 평소 생과일 채식을 합니다. 스님은 이런 식사가 체기를 유발할 수 있고 혼침하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양을 바꾸니 놀랍게도 혼침이 많이 줄었습니다. 우습게도 ‘지도법사님이 우리 집에 CCTV를 설치하고 보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2년 전 몸무게를 10kg 정도 줄였습니다. 그 뒤로 명상을 할 때 다리 통증이 많이 줄어들어 이제는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수행을 위해서라도 체중 관리는 필수였음을 알아차렸습니다.

부산 JTS 다문화센터 진료 봉사(맨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진석 님)
▲ 부산 JTS 다문화센터 진료 봉사(맨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진석 님)

부지런히 수행하여 부처님을 닮아보자

법문 시간에 부처님은 처자식도 부귀도 명예도 모두 버리고 출가하셨기에 나무 밑에 앉아 명상하실 때 별 번뇌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는 처자식도 있고, 부귀와 명예를 바라는 마음, 그로 인한 번뇌 망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래서 무슨 해탈 열반을 바라겠나 싶어 잠시 절망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수행을 꾸준히 한 덕분에 자식에 대한 집착도 조금씩 옅어진 것 같고, 그렇게 껄떡거리던 돈과 지위에 대한 욕심도 조금씩 줄었습니다. 이렇게 스승님의 발뒤꿈치를 부지런히 쫓아가다 보면, 부처님 손톱 밑의 때만큼이라도 닮고자 애썼노라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료인 정토회 도반들과(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진석 님)
▲ 의료인 정토회 도반들과(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진석 님)


이 글은 <월간정토> 2025년 4월 호에 수록된 명상수련 소감문입니다.

글_김진석(대구경북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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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

0/200

수미향

명상 맛집! 기억납니다. 멋진 삶을 살고 계신 김진석님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025-11-24 07:17:53

김천수행자

진솔한 얘기 감동입니다 짧은 문장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오신지 느껴집니다 건강하시고 편안하기를 발원합니다

2025-11-24 07:09:16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5-11-24 07: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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