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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 님은 자신의 이야기가 ‘정토행자의 하루’에 맞지 않는다며 몇 번이나 망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어 불교대학을 통해 현지어권 전법의 첫걸음을 내딛는 유럽 모둠의 희망리포터로서, 영어권 전법의 역사를 함께해 온 한정희 님의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북미 서부 현지어권 그룹장, 시애틀 수련원 영어 일요법회 진행, 영어 불교대학과 수행법회, 전법 분과 기획법회까지 한정희 님은 세계 전법의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열정이 빛나는 한정희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2010년 캘리포니아 얼바인에서 남편과 저는 숭산 스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국선도에서 같이 활동하던 도반이 얼바인 정토회 열린법회에 저를 초대하여 법륜스님의 법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제가 선물한 법륜 스님의 ‘True Freedom’이라는 책을 읽고 저에게 달려와 “법륜 스님이다, 이런 분을 따라야 한다.”라면서 법륜스님을 고집하는 겁니다.

그때부터 남편과 저는 오렌지 카운티 (OC) 정토법당을 다녔고, 나중에 시애틀로 이사하면서 시애틀 정토법당을 다녔습니다. 남편은 한국어를 몰랐습니다. 10년 가까이 매주 일요일, 나는 법당에서 법문을 듣고, 남편은 법당 밖에서 저를 기다렸다가 법회가 끝나면 같이 집에 왔습니다.
남편이 법륜스님의 법문이 너무 좋아서 정토회에 왔는데 정작 남편은 법문을 못 듣는 것이 안타까워 2011년에 당시 국제국 김순영 국장님께 “영어로 법문을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김순영 국장님께서는 이미 세계 전법을 구상하고 계셨습니다. 그 준비 과정이 10년이 넘게 걸린 셈입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한 영어 불교대학, 행복워크숍, 명상, 천일결사, 수행법회 덕분에 영어 불교대학 근본불교를 수료한 학생은 267명이고, 현지어권 일반회원은 미 서부·동부·유럽·아태를 합쳐 약 27명 정도입니다. 일반회원은 아니지만 함께 수행 정진하는 현지어권 도반들은 더 많습니다.

돌아보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세계 전법 콘텐츠의 이면에는 정토행자들과 그 배우자들이 헌신적으로 봉사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영어 불교대학을 졸업한 후 국제 수행법회에서 영어권 나누기 진행 봉사와 시애틀 수련원 영어 일요법회 영상 봉사도 맡고 있습니다. 이제는 저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도반입니다.
처음에는 “자막과 통역으로 전법이 될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영어권 도반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습니다. 매일 새벽에 모여 함께 수행하면서, 현지어권 도반들의 얼굴빛이 달라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가벼워지는 걸 봅니다. 트럼프 정부 시절 많은 분이 일자리를 잃었을 때도 정토 도반들은 담담히 받아들이며 법을 삶에 적용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 법은 누구에게나 통한다.”라고 확신했습니다.

미국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회사와 가족의 많은 지지를 받으며 열정적으로 일하다, 전법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정토회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직장처럼 온 정열을 쏟다 보니 기대치가 높아졌고, 도반들을 괴롭게 했던 것 같습니다. 빠르고 체계적으로 일하니 주변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직장에서 시스템적으로 완전히 훈련되었기 때문에 정토회의 업무도 그렇게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의 원칙상 돈을 들이지 않고 해야 하니, 모든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사용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전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니 체계가 잘 잡혀 있고 일이 훨씬 수월했는데, 정토회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오픈소스라 기능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자꾸 문제가 생겨서 답답하고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많이 부딪혔습니다.

정토회는 봉사자 중심입니다. 저는 미국 대기업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기에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에 익숙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에는 전문가가 아닌 분들도 많고, 소임이 있어도 역할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왜 이걸 안 하시지?”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상대에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어느 날 “한정희 보살님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라는 말을 듣고 충격받았습니다.
‘오 마이 갓!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만두면 안 되지. 그럴 바에는 내가 그만둬야지.’
그리고 정토회에서 수행과 정진을 배웠으니, 어디에서든 봉사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잠시 거리를 두면서도 ‘이 전법에 진심으로 의지가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런 사람들이 주류라면 과연 전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열정적으로 몸을 바쳐 일했지만, 정작 이 단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몸도 지치고 아파서 잠시 쉬기로 하고 일반회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쉬는 동안 혼자 공원과 바닷가를 걷고 명상하며 내면을 깊이 돌아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수행·보시·봉사 중 수행을 빼놓고 있었구나. 일만 하면서 사람들을 괴롭게 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법륜 스님이 늘 말씀한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라.”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도반을 위한다면서도, 실은 제가 하고 싶은 수행을 하지 않고 자신을 잃고 있었습니다.

그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다 좋은 일이다.’를 깨달았습니다. 돌아보니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도반들이 나를 미워하든 좋아하든, 모두 내 수행을 돕는 사건이었습니다. 도반들이 힘들어도 솔직히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내 고집대로 살며 내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도반들의 말 덕분에 충격을 받았고, 그 계기로 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 나는 이게 되고 이게 안 되는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를 알았고 ‘안 되는 나’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내가 나를 편안히 받아들이니, 정말 자유롭고 행복했습니다.
나 자신을 받아들이니 다른 사람도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둠장에게 연락해 "다시 전법활동가가 되겠다."라고 했습니다. 모둠장은 도반들이 이번에도 내가 너무 열정적이라 걱정이라며, “보살님은 전법 활동가가 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애정 어린 말을 전했습니다. 그래도 “네 알겠습니다. 전법 활동가 신청하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웃음)

그 무렵부터 “다른 사람의 속도를 이해한다.”라는 명심문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일이 먼저였지만, 이제는 사람이 먼저 보입니다. 알고 보니 다들 피아노 박사, 미술 박사, 심리학 박사 등 모두 박사인 겁니다.
경영과 컴퓨터를 전공한 저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빠르게 결과를 내고 싶어 했습니다. 말도 짧고 단호하게 말해 명령조로 들리고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남을 보지 않고 내 방식대로만 하며, 내 중심으로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상대를 먼저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사람의 전공과 성향, 삶의 방식까지 함께 보니 피아노 박사는 예민하고 섬세하며, 미술 전공자는 감성이 풍부했습니다. 그런 도반들에게 엑셀이나 시스템 작업은 당연히 불편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도반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전법을 돕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분들은 정말 귀하고 소중한 분들이구나!’ 하는 감동이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니, 그동안 함께한 세월이 떠올라 울컥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지금 나이가 61살이지만 청춘이라 느끼고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북미와 유럽 도반들과 활동하며 강하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정토회의 콘텐츠는 세계적이지만, 시스템은 아직 한국어 중심으로 현지어권 도반들이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현지 도반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허무는 글로벌 정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제 서원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스스로 수행 정진을 잘해 왔구나, 참 많이 변했고, 정말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었구나!’라고 느낍니다. 법륜스님의 가르침과 도반들의 동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 전체를 수행의 장으로 삼고, 보시와 봉사 역시 누군가를 돕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닦는 시간임을 압니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정토회에서 봉사하는 삶이 자랑스럽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꾸준히 전법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글_김경진(국제지부 북미유럽지회)
편집_김윤희(강원경기동부지부 용인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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