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3 정토불교대학 교과개편 회의, 금요 즉문즉설
“어릴 때부터 학대, 공포, 두려움 속에서 살았어요. 저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부터 정토불교대학 교과과정 개편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이 주제로 공동체 법사단이 회의를 시작하고 네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 회의에는 공동체 법사단뿐만 아니라 전국 법사단과 결사행자들이 모두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회의 때 A팀과 B팀 2개의 팀으로 나누어졌고 각 팀마다 집중 토론을 거쳐 새로운 개편안을 준비해 왔습니다. 기획해 온 내용을 발표한 후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긴 시간 동안 토론 끝에 쟁점들이 도출되었고, 스님은 찬반 표결을 붙여 가며 하나씩 방향을 잡아 나갔습니다.

“이름을 정토불교대학이라고 하는 게 좋겠어요? 정토수행대학이라고 하는 게 좋겠어요? 완전히 새롭게 정하면 좋겠어요?”

“주중에 1회 강의하고 격주에 한 번 주말 특강을 하는 게 좋겠어요? 주중에 2회 강의를 하는 게 좋겠어요?”

“3개월 과정으로 할까요, 4개월 과정으로 할까요, 5개월 과정으로 할까요?”

스님이 찬성과 반대 의사를 묻자 참석자 모두가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법사단과 결사행자들의 의견이 어떠한지 대략 파악이 되었으니까 공동체 법사단에서는 오늘 회의 내용을 참고해서 다시 구체적인 기획을 해오시기 바랍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8시에 시작한 회의는 12시에 끝이 났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6시에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기획위원회 산하에 어떤 분과를 두고, 분과별로 구성원은 누구로 할 것이며, 산하에 소위원회에는 누가 참석하도록 할 것인지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결정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기 위해 연구해야 할 모든 과제들이 각 분과와 소위원회로 위임이 되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7시 20분에 기획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생방송 준비를 했습니다. 7시 30분 정각에 금요 즉문즉설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의 지난 일주일 동안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본 후 곧바로 즉문즉설에 들어갔습니다.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어릴 때부터 학대받고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하소연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대, 공포, 두려움 속에서 살았어요. 어떡하죠?

“다섯 살 때 아버지께서 저를 안고 자살 시도를 하셨습니다. 열 살 때는 암 투병 중이셨던 어머니가 제게 심부름을 시켜 사 오게 한 수면제를 드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집에서 나올 때까지 저는 죽지 않을 만큼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경험하면서 사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를 키우면서 정신적인 상처가 대물림되지 않도록 부모 교육도 받고 상담 공부도 하면서 어릴 적 아픔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인연을 끊고 살던 친정 식구들과 대면을 하고 나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했습니다. 다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상담대학원 진학도 포기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갈등이 일어나면 혼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버겁고 우울함과 무기력함에 빠지곤 합니다. 제가 가치 없는 사람으로 느껴져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그나마 제 아이를 살리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일에서도 겁에 질려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을까요?”

“어려운 과정을 살아오신 분이네요. 그런데 제가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하면 이렇습니다. 질문자는 마치 두 다리를 다쳐서 절단까지 한 사람이 ‘스님, 제가 어떻게 하면 100미터를 10초에 달릴 수 있을까요?’ 하고 묻는 것과 같아요.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질문자가 원하듯이 혼자서도 당당하고, 사람 관계도 원활하고, 모든 게 다 원만하게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 말은 ‘두 다리 없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100미터를 10초 안에 달릴 수가 있겠습니까?’ 하고 묻는 것만큼 욕심이 가득한 질문입니다. 질문자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치료가 잘 안 되는 거예요. 두 다리가 없는 사람도 긍정적 관점을 가지면 인생을 편안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제가 두 다리가 없지만 그래도 아직 두 손은 남아있고, 아직도 두 눈은 보이니, 이만하기 참 다행입니다. 못 걷는 것은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면 되고, 출입이 좀 불편한 것은 감수하면 됩니다. 저는 그래도 살아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런데 두 다리가 없는 사람이 계속 ‘나는 언제 설악산 등반을 한번 해 보나?’ 이렇게 생각하면 그 사람은 죽을 때까지 불행하게 살다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이 불행한 것은 두 다리가 없어서가 아니에요. 주어진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허황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불행한 겁니다. 질문자가 지금 그와 같습니다.

첫째,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몸이 아프고 정신적으로도 어려우니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합니다. 둘째, 마음공부를 해야 합니다. 마음공부를 통해 자기를 긍정할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온갖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안 죽고 살았다. 그리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다. 이만하기 다행이다.’

이렇게 현재의 자기를 긍정해야 합니다.

‘내가 두 다리가 없지만 그래도 휠체어를 타면 잘 다닐 수 있다. 그래도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도 할 수 있었다. 두 다리가 멀쩡하지만 결혼도 못한 사람보다 내가 낫다.’

이런 자긍심이 있어야 남은 생을 보람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허황된 생각과 욕심에 가득 차서 자신의 불행을 계속 합리화하고 있어요. 질문자는 지금 정신을 좀 차려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려면 두 가지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해요.

첫째, 절을 하면서 ‘지나간 일은 다 꿈이다. 어젯밤에 본 영화다’ 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꿈에서 깼으면 ‘꿈이구나!’ 하고 끝내야 합니다. 눈을 뜨고 나서도 계속 ‘꿈에 누가 나타나서 돈을 받으러 왔는데 너무 억울해요’ 이렇게 말한다면 아직도 꿈이 덜 깬 사람인 거예요. 지나간 것은 모두 꿈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맞았고, 엄마가 돌아가셨고, 이런 일들 모두가 지나간 꿈입니다.

둘째,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고통을 겪어왔다고 해도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지나간 것은 모두 꿈이다. 지금 내가 살아 있으면 됐다. 어제 밥을 못 먹었더라도 오늘 안 죽고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런 자기 긍정이 바탕이 되어야 지금부터라도 질문자가 원하듯이 아이에게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는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의 심리 상태로는 얼마 살지 못합니다. 그러니 정신 좀 차려야 돼요.

첫째, 병원에 가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병원 치료를 안 받으면 질문자는 한순간의 사로잡힘에 의해서 생을 마감할 위험이 있습니다. 병원 치료를 꾸준히 받으라고 말하는 이유는 병을 낫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순간에 생을 마감하게 되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적어도 아이를 스무 살까지는 키워놓고 무슨 결론을 내더라도 내어야 될 것 아닙니까?

둘째, 자가 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나간 것은 다 꿈이다’ 하고 기도를 하는 겁니다. 과거의 상처가 떠오를 때마다 그건 다 꿈이라고 하면서 지나간 것을 잊어버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분석도 하지 말고, 기억도 하지 말고, 그냥 꿈이라고 봐야 해요. ‘지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렇게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을 항상 가져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남편은 늘 자기 부모와 형제 그리고 자식들에게만 따뜻하게 대해주며 아내인 저에게는 함부로 대합니다. 제가 짧은 질문을 해도 남편은 ‘신경 쓰지 마’, ‘잔소리 좀 그만해’, ‘저리 가’ 이렇게 말을 하니 제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힘듭니다.
  • 조기 유학을 다녀와 명문대에 입학한 딸이 첫 학기부터 학사경고를 받고, 돈을 빌려 페이스북에서 만난 남자친구에게 다 주고, 한 달 일해서 번 돈을 이틀 만에 다 써버렸습니다. 제 얘기는 듣기 싫고 돈만 보내라고 해요. 딸이 막 사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스님, 감사드립니다. 제가 잘 살아남았다고 격려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정말 사람답게 제대로 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인정해 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잘 살고 있어요. 저는 장가도 못 갔는데, 그래도 질문자는 결혼해서 아이도 있잖아요. 그것보다 어떻게 더 잘 살아요? 무슨 행복하게 사는 것까지 이야기합니까. 또 욕심을 내네요.

‘안 죽고 살겠습니다. 내 손으로 내가 죽진 않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알겠죠? 교통사고가 나서 죽는 건 어찌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내 손으로 죽지는 않겠다는 정도만 각오해도 질문자는 충분히 괜찮습니다. 그러니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네, 그런 생각으로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들도 큰 박수로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한 후 오전에는 가메달로 올라가서 고랑과 이랑에 깔아 놓은 부직포와 비닐을 걷어내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통일의병들을 위해 역사교육 특강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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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욕심이 많아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됐다 행복하다는 말이 이해가 안갔는데 욕심내서 몰아붙이다가 어린시절 트라우마까지 떠오르고 나니 비로소 알겠네요. 트라우마에 끌려가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살겠습니다. 언제나 긍정의 기운을 가지고 살겠습니다 질문자님 스님모두 감사합니다

2023-07-08 08:57:17

봄봄

맞습니다
머리를 탁 얻어맞은 것 같은 명쾌한 진리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2022-01-13 15:24:45

김민정

지나간 일은 꿈이다
꿈에서 깨어 지금 여기에 있겠습니다

2021-12-09 1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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