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4. 전법 발원 기도, 통일의병 역사 교육
“통일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 기온이 계속 영하로 떨어지는 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벽 4시 30분 정각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종성, 예불,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한 후 천일결사 기도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100일 전법 발원 입재식을 했습니다. 30년 전 정토회는 이번 생은 오롯이 세상을 위해 살아보자고 원을 세워 만일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내년에 1차 만일결사를 회향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법을 전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100일간의 정진을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정토회 대표님이 전법 발원문을 낭독했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 행복합니다
부처님 법이 나에게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욕심 많고 화내고 어리석어 괴롭던 내가
부처님 법을 만나
만족할 줄 알고 웃으며 이해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나 하나 부처님 법 만나 행복해졌는데
내 아이가 웃고
내 남편이 기뻐하며
내 아내가 좋아하고
내 부모가 편안하여
내 이웃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600년 전 부처님의 원력이
지금 나에게 이어지고
30년 전 한 수행자의 발원이 나에게 이어지듯이
이 귀한 부처님 법이
내게서 멈추지 않고 미래로 향하도록
법을 전하겠습니다

부처님이 걸어오신 길
법륜스님이 걸어오신 길
도반들이 함께 해 온 이 길을
나도 따라 걸어갑니다

이 세상 어느 곳
한 사람이라도 더
부처님 법 만나 나와 같은 행복 누리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합니다

나는 법을 전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이어서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100일 동안 1만 인 전법을 하기 위해 다 같이 발원문을 낭독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불교(佛敎)라는 이름은 있지만, 사람들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바른 불법(佛法)은 부족합니다. 사람들이 실제 삶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바른 가르침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30여 년 전, 사람들이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 신앙이 없는지를 따지지 않고, 기독교를 믿는지 불교를 믿는지도 따지지 않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따지지 않고, 우리를 환영하는지 배척하는지도 따지지 않고, 그저 이 바른 가르침을 평등하게, 차별 없이, 넓은 문으로 전하겠다는 원(願)을 세웠습니다.

이 법을 만나지 못한 세상 사람들을 위해

지난 30년 동안 사이비 아니냐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고, 법당이 아니라 가정집이나 사무실을 빌려서 법문을 전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도 감수해야 했고, 매일 아침 법당이 아니라 자기 집에서 기도를 하는 것에 대한 편견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여기까지 왔습니다.

1차 만일결사를 회향하며 이 법(法)을 이 땅에 널리 전하고, 또 다가오는 2차 만일결사에는 세계인들에게도 이 가르침을 전하는 원(願)을 다짐하고자 합니다. 이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우리는 불교대학과 행복학교라는 두 개의 수레를 굴리고자 합니다. 한편으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불교대학’을 계속 운영해 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교라는 이름에 구애받는 사람들을 위해 내용은 같지만 형식에 변화를 준 ‘행복학교’를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불교대학과 행복학교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거기에 필요한 힘을 키우기 위해 오늘부터 100일 동안은 매일 아침 나를 위한 수행 기도를 계속 이어나가면서 세상 사람들을 위한 삼배도 함께 하겠습니다. 세 번 절을 하면서 세상 사람들을 위한 전법의 원(願)을 다지고, 발원문을 매일 읽습니다. 1배는 나와 가족을 위해, 1배는 이웃을 위해, 1배는 이 법을 만나지 못한 세상 사람들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모두 마음을 내어 다 함께 법(法)을 전합시다. 금강경을 비롯하여 수많은 대승경전에서 ‘법(法)을 수지독송(受持讀誦)하고 위타인설(爲他人說)하면 그 공덕이 한량이 없다’ 하고 누누이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수지독송(受持讀誦)’은 내가 받아 지녀 읽고 외운다는 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위타인설(爲他人說)’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설한다는 말로, 꼭 우리가 남에게 직접 법을 설한다기 보다는 법(法)과의 인연을 맺어준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법을 설하거나 법과의 인연을 맺어준다면 그 공덕이 한량이 없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대승경전에서는 나와 타인을 위한 전법의 중요함을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오늘부터 이 법을 만나 내가 행복하고, 또 인연을 맺어서 나의 이웃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원(願)을 세우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깨달음을 얻고 첫 번째 제자들을 교화하신 후 이렇게 선언을 하셨습니다.

‘나는 신과 인간의 모든 굴레로부터 벗어났다. 너희들도 해탈을 얻었다. 자, 이제 전법의 길을 떠나거라. 세상 사람들과 신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처음도, 중간도, 끝도 조리 있게 설하고, 홀로 당당히 가라.’

오늘 우리도 이 부처님의 선언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전법을 발원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두북 공동체 대중과 함께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이 끝나자 봉사자들도 두북 수련원에 속속 도착했습니다. 재활용 창고로, 비닐하우스로, 공양간으로, 곳곳에 흩어져서 여러 작업들이 진행되었습니다.

학교 내부에는 오늘부터 도배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스님도 울력을 하기 위해 나가는 길에 도배 공사를 하고 있는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저도 지금부터 울력을 할 건데, 일손이 부족하면 제가 도배 공사를 도와줄까요? 필요 없으면 저는 밭에 가서 일을 좀 할게요.”

“괜찮습니다. 두북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하면 됩니다. 밭으로 가세요.”

“감사합니다.”

봉사자들에게 합장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 후 가매달 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겨울을 앞두고 가매달 밭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두둑을 덮어 놓은 비닐과 고랑에 깔려 있는 잡초 매트를 모두 걷어 내기 위해 매트에 박힌 철심을 먼저 제거했습니다.

철심을 제거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늘 다 끝낼 수 있을까요? 최대한 한 번 해봅시다.”

철심을 모두 제거한 후 잡초 매트를 걷어서 밭의 외곽에 펼쳐 놓았습니다.




“매트가 젖어 있으면 무겁기도 하고, 감았을 때 물이 마르지가 않아요. 햇볕에 충분히 말립시다.”

잡초 매트를 모두 걷어내자 두둑을 덮고 있는 비닐만 남았습니다. 비닐은 걷어내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손으로 죽죽 잡아당기며 빠른 속도로 비닐을 걷어내었습니다. 작업복에는 먼지가 가득 묻었습니다.

10시에 시작한 작업은 12시 30분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이렇게 햇볕에 널어 두었다가 돌돌 말아두는 건 내일 합시다.”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오후 5시부터는 방송실에서 통일의병 입문과정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전법활동가 중에서 통일의병이 되고자 교육을 받고 있는 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먼저 스님은 통일의병의 역할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통일의병 지원자 여러분. 이렇게 통일의병이 되기 위해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통일의병이 되고자 지원했지만 실제로 의병이 되려면 의병의 목표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냥 남이 의병이 된다고 하니, 나도 의병이 되겠다고 해선 안 되겠죠. 다시 말해, 통일의병이 되기 위해서는 자발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발적으로 일어난 사람들, 의병

‘관병(官兵)’은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군인입니다. 의무적으로 하는 대신 국가에서 월급도 주고, 직위도 주고, 무기도 주고, 훈련도 시켜줍니다. 반면, ‘의병(義兵)’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게 없습니다. 의병은 옷도 자기 옷을 입어야 하고, 먹는 것도 자기가 챙겨가야 하고, 무기도 자기 무기를 구해서 가야 하고, 전장에서 목숨을 잃어도 따로 주어지는 훈장이 없고, 이겨도 특별히 주어지는 포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일에 대한 정의감 하나로 나서는 사람이 의병입니다. 즉, 나라와 민족을 위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때론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나서는 사람이 의병입니다. 또, 의병은 백성이 나라를 지키고자 자발적으로 일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민병(民兵)’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통일의병은 무기를 들고 누군가와 싸우고자 일어나는 의병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를 지켜내고, 분단된 나라를 하나의 통일된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런 뜻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통일의병입니다.”

이어서 통일의 비전에 대해서도 들려주었습니다.

“남북이 정치, 군사적인 면에서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단계가 아니라 서로 대결하는 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되어도 상당히 많은 장점이 생깁니다. 남북이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 자본과 기술 투여가 가능해지고, 노동력의 이동이 가능해지고, 나아가 화폐의 통일이 이뤄져서 경제공동체만 되어도 통일과 진배없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이 정도의 진전만 이뤄지면 정치, 군사적인 통일은 조금 뒤로 미루어져도 괜찮습니다. 이런 경제적인 통일은 앞으로 엄청난 성장의 동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류에 있어서도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연결이 가능해지면 북방으로 육로가 열리고, 북극해로 건너가는 해로도 열리게 됩니다. 이는 평화를 안정적으로 지킬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 동력까지 얻어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통일한국이 만들어갈 미래

나아가 요즘 미국과 중국이 거의 전쟁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무역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점점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는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안보는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사이가 좋을 때는 양쪽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성장의 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면 우리는 외교적으로 아주 큰 어려움에 빠집니다. 안보적 측면을 고려해서 미국과 긴밀해지면 중국과 경제적 갈등이 생기고, 경제적 측면을 위해 미중 사이에서 머뭇거리면 미국으로부터 자칫 왕따를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아주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풀어내고자 하면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 남북이 협력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풀어내는 건 아주 쉽습니다. 또 남북이 협력하면 한일 문제도 풀어가기가 수월해집니다. 우선 남북 간 통일이 이루어지면 우리가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과거사에 대한 피해의식이 많이 해소될 겁니다. 그래서 일본이 과거에 한 행동에 대해 반드시 사과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조금 더 여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를 두고 남한 내에서 분열이 생깁니다. 또, 일본 문제에 대한 입장을 두고서도 우리나라 내에서 분열이 생깁니다. 그런데 남북문제와 한일 문제를 같이 풀고자 하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보입니다. 한일이 협력하면 경제적인 규모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두 강대국 사이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정도는 됩니다. 즉, 우리나라만 잘해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주적인 입장을 고수하기가 어렵지만, 만약 한일이 협력한다면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독립적인 위상을 구축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적으로 둔 상태에서는 일본과 협력을 꾀한다고 해도 진전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리 현실적 이익을 위해 타협한다고 해도 사람에게는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민족을 적으로 둔 상태에서 일본과 손을 잡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대신 남북문제와 한일 문제가 동시에 풀린다면 이는 극복할 수 있는 과제가 됩니다. 보수 세력이 북한에 대한 오래된 원한을 풀면, 진보 세력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래된 원한도 풀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남북관계를 가장 먼저 해결하고, 그다음 한일관계를 해결하면, 미중 간의 갈등 관계 속에서도 어느 한 편에 서서 안보 또는 경제적 위험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두 강대국 사이의 중립적 공간을 확보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동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이 평화를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진전 없이 지금과 같은 긴장 관계가 지속되면 동아시아는 미국과 중국으로 인해 분열할 뿐만 아니라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통일은 국가 발전의 첫걸음입니다. 가장 먼저 이루어야 할 것은 것은 전쟁의 위험이 없는 평화이고, 두 번째는 남북통일이고, 세 번째는 한일 협력이고, 네 번째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협력 관계 구축입니다.

동아시아는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이 되고 있습니다. 각 대륙의 경제 규모를 비교해 보면 현재 동아시아 경제 규모가 북미, 유럽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 30년 후에는 동아시아의 경제 규모가 북미와 유럽을 앞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으로 인해 우선 양적으로 동아시아가 경제규모가 가장 큰 지역이 되는 겁니다.

그러나 세계 문명의 중심지가 되려면 양적인 측면만으로는 부족하고, 질적인 면도 받쳐주어야 합니다. 질적인 내용을 채워줄 문화 콘텐츠는 중국, 일본도 아니고 한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민주주의 모델 역시 한국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교육이 창의력이 부족한 교육 시스템인 건 맞지만, 일본 교육이나 중국 교육에 비해서는 조금만 개혁하면 교육면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의 양적인 토대는 주변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구축하고, 그 속에 필요한 기술과 문화적 콘텐츠를 제공하는 중심 역할은 한국이 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강대국이 아니라 중간국으로서 세계 문명의 중심에 설 수 있습니다. 이건 ‘우리만 잘하면 세계 중심이 된다’는 허황된 꿈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협력을 통해 일궈낼 수 있는 큰 그림입니다.

우리나라는 크지 않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가령, 중국이 급성장을 하면 주변국이 위협을 느낍니다. 또, 미국이 너무 비대해져도 중국 등 각국이 위협을 느낍니다. 그런데 한국의 성장은 주변에 위협을 주지 않습니다. 요즘 한류가 잘 나가는 이유 중 하나도 한국 콘텐츠가 성장하는 것에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해?’라는 희망의 동기 부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요즘 BTS가 세계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일부 영어권 사람들만 영어로 노래를 듣길 원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BTS가 한국말 가사 그대로 부르는 것을 원합니다. 특히 비영어권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영어로 접하나 한국어로 접하나 어차피 외국어입니다. BTS가 팬들에게 인사를 할 때도 미국 사람들이 세계를 대상으로 연설을 할 때 자기 언어로 그냥 하듯이 BTS도 그냥 한국어로 합니다. 이처럼 강대국이 아닌 나라들에게 한국의 성장과 발전은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면 세계 다른 지역의 갈등 상황을 평화적으로 풀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립니다. 다른 나라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볼 때 전쟁까지 겪었기 때문에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면 다른 지역의 문제도 평화적으로 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게 됩니다.”

한 시간 넘게 강의를 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통일의병 신청자들은 그동안 사전 학습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통일한국의 비전, 통일의병의 역할이 무엇인지 공부해 왔습니다. 오늘은 궁금했던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직접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8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마지막 질문자는 젊은 세대가 통일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통일에 무관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젊은 세대가 왜 통일에 무관심한지 스님의 자세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무관심을 어떻게 관심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을 청합니다.”

“우선 젊은 세대는 분단 이후에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통일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기 힘듭니다. 태어날 때부터 분단된 나라였고, 분단된 상태에서 자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죠. 또, 통일한다고 해서 더 잘 살 거라는 보장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북한이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도 낙후됐다고 하니 오히려 같이 살면 손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아픔도 할머니의 아픔이지 자기의 아픔이 아니고, 요즘은 통일에 대한 역사 교육도 많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그저 자기 인생에만 관심이 집중된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통일에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결여된 편입니다. 노동 문제의 경우에도 사회구조적 문제를 보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취직을 해야 하는데 누가 낙하산으로 취직을 했다고 하면 그런 문제에만 관심을 보이는 정도예요. 사회 문제를 역사적인 흐름이나 근원적인 구조 문제로 보는 게 아니라 요즘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젠더 이슈 정도에만 관심을 보이는 데 그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특별히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자라면서 평화나 통일 이야기를 접할 거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험을 잘 쳐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 바라며 자랐기 때문에 통일에 관심이 없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자식들 키울 때 다들 그렇게 키웠을 거예요. (웃음)

아이들이 어릴 때 북한 사람들의 삶이 어떠한지 이야기를 해주거나, 아프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왜 도와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며 키운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아이가 갑자기 그런 것에 관심을 갖겠어요. 이제 와서 사회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젊은 세대를 나무라는 건 한국어만 하는 곳에서 자란 아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영어를 못한다며 나무라는 것과 같습니다. 평생 주입식 교육으로만 가르쳐 놓고 어느 날 갑자기 창의적 사고를 못한다며 나무라는 것과 같아요. 20년 내내 부모가 보살피는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에게 갑자기 스무 살이 넘었다며 하루아침에 자립을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립해본 경험이 없는데 하루아침에 자립이 되겠어요?

따라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해서 MZ 세대를 나무랄 일도 아니고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닙니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냐면, 통일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이제는 내가 책임자니까 남 탓을 할 필요가 없어요.(웃음)

그리고 내가 문제의식을 갖는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제 연구를 시작해야 합니다. 평화와 통일이 그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평화가 지켜지고 통일이 이루어지면 그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그 내용을 잘 구성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사회적 정의가 무엇인지 원론적인 설명을 해도 통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피부에 와닿지 않습니다. 그보다 실제로 그들의 삶에 어떤 이익이 되는지를 따져보는 관점에서 접근을 하면 설득하기가 수월합니다.

젊은 세대는 통일을 하면 직장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내 월급이 오르는데 영향이 있는지 이런 것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제가 통일을 이야기할 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설명을 하는 것도 다 젊은 세대를 위한 것입니다. 민족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경제적 이익, 손실을 떠나서 통일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마치 할머니가 편찮으실 때 경제적 실리를 따지지 않고 치료부터 받게 해 드리는 것과 같아요.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니까’ 이렇게 따지지 않듯이, 민족의 분단을 치유하는 건 경제적 이익과 손해를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민족적인 이야기가 통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면 호응을 끌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해관계 측면에서의 접근도 알려주는 거예요.

이렇게 하니 또 어떤 사람들은 ‘스님이 왜 통일문제를 자꾸 경제적인 이해관계로 접근하는가?’하고 비판합니다. 제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하도 이해관계로 접근하니까, 설령 이해관계로 따진다고 해도 통일은 하는 게 이익이라는 결론에 이른다는 걸 보여주게 된 겁니다.

젊은 세대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스님에게 물을 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연구하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중년 세대에게 맞는 방법은 중년 세대가 찾고, MZ 세대에게 맞는 방법은 MZ 세대가 찾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다 같이 살아가고 있는 만큼 다 같이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찾고 연구해 가야 합니다.

제가 인도에 학교 짓는 일을 할 때도 사람들이 자기 마을에 학교를 지어달라고 요청했을 때 제가 ‘당신들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나요?’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인도에 학교를 짓는데, 나는 한국 사람이고 당신들은 인도 사람입니다. 또 당신들이 낳은 아이들이 다닐 학교인데 왜 나한테 지어달라고 하나요?’하고 물었더니 그들은 ‘우리는 가난해서 할 수 없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다시 물었더니 못 쓰는 땅이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 땅이라도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인도의 빈민촌에서도 땅을 보시받았어요. (웃음)

우리가 학교 짓는 일을 하더라도, 그들의 삶의 터전인 만큼 자기들이 주인이 돼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도록 해야 하는 거예요. 돈이 없다고 하니 벽돌, 철근, 시멘트는 우리가 구해줬습니다. 학교를 짓는 일은 마을 사람들이 와서 할 수 있으니 함께 일을 하자고 했습니다. 물론 건축기술자 등 그들에게 없는 건 우리가 구해줍니다. 대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와서 해야 그곳이 그들의 학교가 됩니다. 그들에게 없는 건 우리가 구해주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들이 하도록 해서 ‘같이 만들어 나가자’는 뜻으로 ‘Join Together Society(JTS)’가 만들어진 거예요. 그저 우리가 학교를 지어주고 그들은 받는 관계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통일도 우리가 같이 해나가야 하는 일입니다. 통일이 되면 저보다는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봅니다. 저는 혼자 사는 데다가 나이도 일흔에 가깝고, 재산도 없어서 전쟁이 나도 나만 도망가면 되지 특별히 지켜야 하는 것도 없어요. (웃음) 그런데 여러분들은 재산도 있고, 자식들도 있고, 앞으로 여러분의 후손이 살아가야 하잖아요.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게 곧 여러분의 후손들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러니 통일은 누구보다 여러분의 일입니다.

출가를 하면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야 합니다. 온갖 경계를 넘어서서 전 세계 인류를 평등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엄밀히 말해 민족주의에 기반한 통일 운동은 출가자의 세계관과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일반 국민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는 건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일입니다. 출가자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스님이 민족이라는 상(相)을 못 버렸나?’ 하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통일 운동은 여러분들이 해나가야 하는 일인데, 너무 안 하니까 제가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이후에는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통일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가 훌쩍 넘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을 위해 영어 즉문즉설을 하고, 가매달 밭에 올라가 밭 정리를 한 후, 오후에는 온라인 주말 명상수련 회향식을 생방송하고, 저녁에는 일요 명상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3

0/200

이명진

감사합니다 스님

2021-12-19 14:51:30

김민정

평화를 바탕으로 남북이 대화를 하고 일본과도 협력하면 미국과 중국의 견제에도 힘을 쓸수있다는 말씀 새깁니다
지혜롭게 살아야겠습니다

2021-12-09 12:20:23

굴뚝연기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게 곧 여러분의 후손들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러니 통일은 누구보다 여러분의 일입니다.]정말 그러네요~~^^
정토회가 30년동안이어오신 만일결사ㆍ1차가 끝나가는군요~~정말 대단한일이에요!정토회만일결사가 인류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면 ^^세상 어디에도 한물결을 바꾸기위해,30년동안,만일을 노력하는데는 없을꺼에요^^근데 스님머리뒤 혹이ㅠㅠ

2021-12-09 03: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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