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5 영어 즉문즉설, 가매달 밭 정리, 일요 명상
“트라우마와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곳곳에 얼음이 얼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부터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전 세계에서 3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의 지난 일주일 소식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먼저 스님이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날이 상당히 추워졌죠. 남반구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는 반대로 아주 따뜻해졌겠네요. 제가 있는 이곳은 한국의 남부지방인데도 지금 영하로 떨어져서 몹시 춥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시골에 와서 농사를 짓고 살고 있는데, 이제 농사일도 마지막 마무리를 해가고 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의 외국인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트라우마, 의심, 우울증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트라우마와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I have a goal of impacting the world on a global scale, which has involved several preliminary steps, including becoming a positive influence for everyone I meet and encounter. I’ve successfully motivated many people to live prosperous fulfilling lives but I have encountered many disconnected people either under trauma or suffering from depression or doubt. They reject the most basic lessons of creating inner happiness and fulfillment. So here’s my question. How can one start to believe in their own happiness, believe they deserve it and obtain the courage and knowledge to start growing happiness and compassion for oneself when their life views have become badly misshapen by trauma, self-doubt or depression.”
(저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예비 단계가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저는 성공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도록 동기를 부여했지만 트라우마, 우울증, 의심 등으로 단절된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은 내면의 행복과 충만함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조차도 거부합니다. 그래서 제 질문은, 트라우마, 의심, 우울증 등으로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많이 망가져버린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믿고, 지식과 용기를 얻어서 스스로를 향한 연민과 행복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요?)

“육체적인 질병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몸을 다쳤거나 많이 아픈 사람은 질병을 스스로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사람들의 보살핌도 필요합니다. 응급치료가 끝이 나면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재활치료가 필요하죠. 그래서 병이 어느 정도 나았다고 합시다. 그러면 다시 병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계속 운동을 하든지, 음식을 조심하든지, 안전에 주의하든지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정신적인 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울증, 조울증,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 질환은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중병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가만히 내버려 둬도 일부는 자연 치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거예요. 정신적인 질환이 생기면 첫째, 응급치료로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기 때문에 이완제로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마음에 맺힌 것을 해소하기 위해 상담 치료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병이 완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심한 것을 조금 완화해주는 정도예요.

그다음부터는 재활치료를 하듯 자가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때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수행 지도가 필요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자기가 자기를 치료하는 자가 치료이기 때문에 너무 병이 악화된 사람에게는 효과가 떨어져요. 정신은 건강한데 무지로 인해 괴로운 사람에게는 무지를 깨우쳐줘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합니다. 또 병이 재발되지 않고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 그러나 너무 트라우마가 심하거나 우울증이 심한 사람에게는 붓다의 가르침이 효과가 적습니다. 그러니 응급 치료는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질문자가 지금 어떤 사람의 건강을 돕기 위해 육상이라든지 농구라든지 배구라든지 어떤 운동을 훈련시키고 싶은데 그 사람이 다친 상태라면 일단은 치료가 중요하지, 훈련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보살펴야 할 환자에게는 육체적인 훈련을 시켜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I think that summarizes it perfectly. Thank you.” (모든 것을 완벽히 정리해주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내가 남에게 영향을 끼쳐야겠다’라는 의도로 하는 일은 욕심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노력을 해도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효과가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의도를 가졌을 때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 영향력이 나타나지 않으면 실망을 하게 됩니다. 또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못하는 타인을 탓하거나 내 능력 부족을 탓하게 돼요. 그러면 내가 괴로워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일도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욕구로 하면 그 일이 나에게 괴로움으로 돌아올 위험이 있습니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으니까 너도 이 방법대로 해보면 좋겠다.’라는 관점에서 최선을 다하면 돼요. ‘내가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하겠다.’는 생각은 내려놓아야 나도 좋고 남도 좋고 삶의 부담이 없어집니다. 명상할 때도 생각을 멈추면 호흡은 저절로 알아차려집니다. 호흡을 알아차려야겠다는 욕구로 명상을 하면 호흡이 알아차려지지 않을 때 ‘나는 지금 명상이 잘 안 된다.’라고 자책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나쁜 일을 멈추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좋은 일을 멈추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부부나 부모 자식 사이의 갈등도 좋은 일을 욕심내서 할 때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한 좋은 일에 대한 칭찬이나 상대의 인정을 기대했는데 원하는 만큼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좋은 일을 다만 행할 뿐이지 남을 위해서 했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자기를 다시 괴롭히게 됩니다.”

“Thank you for your response earlier I found it to be very helpful.” (스님의 답변이 매우 도움이 됐습니다. )

“우선 좋은 생각과 좋은 마음씨를 갖고 있어서 저도 기쁩니다. 다만, 남을 돕는다는 것도 너무 내 중심적으로 할 위험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내가 보기에 도움이 필요하겠다 싶어도 그에게 물어보고 돕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부모와 자식 간에는 상대방의 의사도 안 물어보고 자기가 보기에 필요한 일을 그냥 막 해주잖아요.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한국의 할머니들은 손자들에게 ‘많이 먹어라’라고 얘기해서 할머니와 손자가 갈등하는 경우가 많아요. 할머니들은 애들이 살이 쪄서 통통하면 아주 좋아하고, 홀쭉하면 오히려 걱정을 합니다. 이게 다 자기 보기에 그런 거예요.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문화를 볼 때 이렇게 자기 주관으로 불쌍하게 여기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남을 돕는 것은 참 좋은 일인데 이런 부작용이 있으니까 조금 유의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나의 호의를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대부분 두 가지 경우입니다. 첫째, 본인이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상처가 남아있어서 아직 호의를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에 실망하지 말고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아마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영향력이 넓어지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내가 항상 기뻐야 합니다. 내가 기쁜 것이 다른 사람에게 가장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기본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기쁜 마음으로 해보시기 바랍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명상할 때 망상을 멈추면 자연스럽게 깨어있는 상태가 된다고 하는데, 작은 생각들은 여전히 여기저기서 문득문득 올라옵니다. 제가 제대로 명상을 하고 있는 건가요?
  • 정토회에서 하는 빈그릇 운동은 미국에서도 가볍게 시작하기 좋은 환경실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미국 사람들은 닦아 먹기를 어려워할 것 같아요. 발우공양의 본래 정신과 현대적인 의미가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질문자들의 한 줄 소감을 듣고 나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입고 가매달 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밭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손이 많이 시리네요.”

어제는 두둑과 고랑에 깔아 둔 잡초 매트와 비닐을 벗겨서 햇볕에 말려 두었는데, 오늘은 잡초 매트를 동그랗게 돌돌 말아서 내년에 사용할 수 있게 정리해두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봉사자 두 분이 함께 동행해서 일손을 도와주었습니다.

“아이고, 햇볕에 말려 둔 게 소용이 없네요. 서리를 맞아서 다시 젖었어요. 비닐만 걷어내고 부직포는 조금만 더 햇볕에 말립시다.”

우선 비닐을 모두 걷어서 콘티 박스에 담았습니다.


“비닐을 걷는 일은 옷이 많이 지저분해지니까 이 일은 제가 할게요. 거사님들은 부직포를 마는 일을 해주세요.”

비닐을 걷어내자 먼지가 풀풀 날렸습니다. 작업복에는 흙이 가득 묻었습니다.

“잠시 쉬었다 해요. 참 먹고 합시다.”

잠시 휴식을 하며 목을 축였습니다. 해가 높이 떠오르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자, 이제 부직포를 맙시다. 2인 1조가 되어야 속도가 날 것 같아요.”

스님과 향존 법사님이 한 조가 되고, 거사님 두 분이 한 조가 되어, 빠른 속도로 부직포를 동그랗게 돌돌 말았습니다.




밭을 뛰어다니던 고양이도 날씨가 따뜻해지자 신이 났는지 계속 장난을 쳤습니다. 스님이 말고 있는 부직포를 물어뜯으며 방해를 했습니다. 스님도 웃으며 고양이에게 말했습니다.

“마음껏 뛰노는 건 괜찮은데 일은 방해하지 말아야지.” (웃음)

장난을 치던 고양이는 햇살을 머금고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부직포는 내년에 사용할 수 있게 밭 한편에 가지런하게 쌓아 둔 후 비닐은 분리수거해서 버리기 위해 트럭에 실은 후 밭 정리를 마쳤습니다.

예상보다 일찍 작업이 끝나서 곧바로 비닐하우스로 내려와 추가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한 부직포와 비닐도 모두 걷어내고 나서야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고했어요. 거사님들이 도와주시니까 일이 금방 끝났어요.”

산 앞 밭에는 포클레인을 운전하는 거사님 두 분이 밭에서 큰 돌을 골라내고 있었습니다. 트랙터를 돌릴 때마다 큰 돌이 걸려서 날이 상하곤 했는데, 거사님들이 포클레인으로 큰 돌을 모두 골라내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거사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 후 조금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오후 3시 10분부터는 주말 온라인 명상수련 회향식을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2박 3일 동안 스님의 안내에 따라 부지런히 명상을 해 보았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10여 명이 대표로 소감문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소감문 발표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소감문 발표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스님에게 명상 중 의문 나는 것을 질문했습니다. 명상 참가자들과 1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한 후 회향 법문을 하고 회향식을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 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87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은 밭에 가서 비닐을 걷고, 풀이 나지 못하게 하는 부직포도 걷고 하면서, 거의 마지막 밭 정리를 했습니다. 농사가 마무리되면 12월, 1월, 2월 중순까지는 농한기라고 할 수 있어요. 전통적인 선불교에서는 겨울에 3개월 간의 농한기 때 안거에 들어갑니다. 정토회에서는 3개월 동안 안거를 하기는 힘들고 일주일 간 연말 명상수련을 합니다. 여러분들도 연말에 조용하게 한 해를 돌아보며 자신을 정비하는 그런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한 주를 마무리하며 마음을 편안히 한가운데 스님의 안내에 따라 40분 간 명상을 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가집니다. 동작과 생각도 멈추고,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거기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두게 되면 들숨과 날숨이 일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친 후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직접 명상해 본 경험이 어떤지 소감을 채팅창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소감을 한 줄씩 스님이 읽어준 후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명상을 하면 이런저런 증상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40분 정도는 어떤 증상이 일어나더라도 그냥 ‘이런 일이 있구나’ 하고 앉아 있을 수 있어요. 이런 과정을 자꾸 연습하면,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지금은 큰일 같지만 지나고 보면 다 별일이 아니라는 것을 터득하게 됩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삶의 평정심을 유지하며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평정심을 유지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인 실수를 막을 수가 있습니다. 일주일간 평정심을 유지하는 생활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연구위원들이 서울에서 내려와 함께 세미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2

0/200

바람

스님, 바쁜 일정중에도 여유로운 모습이 감동입니다. 별일 한다고 야단하는 내모습이 반성됩니다 .

2021-12-10 06:28:58

보리수

나쁜 일을 멈추기 쉽고, 좋은 일은 오히려 멈추기 어렵다... 좋은 일을 다만 행할 뿐이지 남을 위해서 했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자기를 괴롭힌다는 말씀 새깁니다. 고맙습니다

2021-12-09 23:51:39

자재왕

평정심을 유지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인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평정심을 잘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2021-12-09 19:29:41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