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6 전법활동가 법회
“일이 부담스러울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하고 발우공양을 마친 후 곧바로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들판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오늘은 골목에 있는 화단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골목마다 도로포장 공사를 하고 있는데 논두렁 옆에 마련해 둔 화단이 걸림돌이 될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이 화단을 모두 정리해줘야 오후에 도로포장 공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돌이 무거우니까 돌을 들 때 조심해 주세요.”

스님의 안내에 따라 먼저 화단을 받치고 있는 큰 돌을 빼냈습니다. 이어서 화단 안에 가득 차 있는 작은 돌과 흙을 통에 받아서 트럭에 실었습니다.


온도계는 영하 3도를 가리켰습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습니다.

“오늘 아침은 날씨가 정말 춥네요.”

치워야 할 돌의 양이 꽤 많았습니다. 한 시간 만에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은 두 시간이 지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수고했어요. 깨끗하게 치웠네요.”

영하의 날씨에도 땀을 콩죽처럼 흘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골목 어귀에 있는 기와들도 모두 치운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골목마다 목련나무는 어느새 내년 봄에 피울 꽃눈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전 10시부터는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는 600여 명의 전법활동가들이 입장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지난 일주일 간 두북 수련원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습니다.

“오늘부터 낮 기온이 12~13도 정도까지 오르면서 이번 일주일 동안은 비교적 따뜻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두북 공동체에서는 추수를 마친 밭을 정리를 했습니다. 고춧대를 제거하고, 부직포를 걷는 등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살고 있는 곳이 폐교여서 겨울에 많이 춥습니다. 작년에는 두북 수련원 문을 닫고, 문경에 가서 겨울을 지내다가 왔습니다. 올해도 밭을 정리하고 다른 곳에서 지내다 오려고 했는데, 우리 정토회원들이 이중창과 방한벽 등 방한 작업을 해주셔서 두북 수련원에서 겨울을 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도배를 할 줄 아는 보살님과 정토회원도 아닌 남편이 함께 오셔서 주말 이틀 동안 벽지 바르는 봉사를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화목 난로까지 설치해서 겨울맞이 준비를 마쳤습니다. 어제는 우리가 재배한 콩으로 메주도 쑤었습니다.”

이어서 내년 봄 불교대학 교과과정 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중의 의견은 법회를 마치고 모둠을 통해 수렴하기로 했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스님은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두 사람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일이 부담스러울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소개해드립니다.

일이 부담스러울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저는 정회원으로서 활동을 할 때, 흔쾌하거나 가볍지 않고 부담스럽고 무거운 경우가 더 많습니다. 불교대학 진행자를 할 때는 그렇지 않아서 제가 다른 사람인 것 같습니다. 행복마을 3주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을 때도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말로는 부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속마음은 아무렇지도 않기도 합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백일 전법 발원 입재식과 통일의병 5강 법문을 들으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지만, 활동이 주어질 때 처음에는 뭔가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글쎄요.(웃음) 내 마음은 내가 알아야지요. 자기 마음을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합니까? 내 마음이 아닌데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거꾸로 내가 질문자에게 ‘왜 질문자는 말과 마음이 다른지’ 물어보면 질문자가 답을 해야 되지 않겠어요? 가끔 이렇게 이상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당신 마음은 당신이 알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이게 제 대답입니다. (웃음)

사람은 생각과 마음이 다르게 움직일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생각은 의식에 바탕을 두고, 마음은 무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식은 합리성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무의식은 그동안 익혀온 습관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생각과 마음의 차이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입니다. 몸에 좋다는 건 생각이고, 입에 써서 싫은 건 마음입니다. 입에 달아서 좋은 건 마음이고, 몸에 안 좋다는 건 생각입니다. 의지가 강한 사람은 생각대로 자신의 삶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또 다른 예로는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지를 가지고 뭔가 시작하더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결국 3일을 못 넘긴다는 말입니다. 평소에 7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아침 기도를 하기 위해 5시에 일어나려고 하면 기존에 살던 습관과 다르잖아요. 습이 바뀌니까 마음에서 싫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머리로는 나를 극복하기 위해 5시에 기도하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해서 의지로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음과 생각 사이에 늘 충돌이 생기는 거예요.

보통 사람은 대부분 생각이 아니라 마음을 따라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수행을 하실 때,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죽어도 좋다는 대결정심으로 습관을 극복하셨습니다. 담배나 술을 끊는 것도 습관을 극복하는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화가 날 때 화를 내는 것은 나에게 손해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결국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하고 싶어도 손해가 나면 멈출 줄 알고, 하기 싫어도 이익이면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생각과 마음이 일치하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수행자가 계율을 지켜야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생각과 마음은 일치할 때도 있고, 서로 상반될 때도 있습니다. 질문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렇습니다. 살다 보면 모든 걸 의지대로 할 수도 없고,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도 없어요. 저도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쉬고 싶어도 울력 시간에는 함께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고 싶지만 몸이 아플 때는 쉬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과 마음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생각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불법을 공부해서 본인에게 도움이 되었으니 남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법활동가가 되어도 막상 교육도 받아야 하고 활동도 해야 하는 등 시간을 내야 하니까 고단해서 하기 싫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안 하면 되는데, 안 하려고 하니까 미진한 마음이 들고 망설여집니다. 본인이 건강이 안 좋거나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정말 객관적 조건이 소임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좋은 일이라도 그만둬야 합니다. 사의를 표명하고 우선 본인부터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게으름 때문에 귀찮아서 하기 싫은 거라면 질문자가 게으름을 극복해야 합니다. 아무리 마음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도 해버려야 해요. 아침에 눈이 안 떠져도 벌떡 일어나고, 몸이 찌뿌둥해도 일을 해버리다 보면 습관을 극복하게 됩니다.

본인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서 결정을 하세요. 점검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어느 쪽이든 해보면 됩니다. 하기 전에는 할까 말까 망설여지고 하기 싫었지만, 하고 나니 잘했다 싶으면 힘들어도 계속하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까르마의 저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고 나서 괜히 했다 싶으면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누구나 생각과 마음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말씀이 굉장히 위안이 되었습니다. 제 마음속 까르마의 저항을 극복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밝게 소감을 나누는 첫 번째 질문자에 이어서 두 번째 질문자는 해외 지부에서 영어 불교대학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질문을 했습니다. 사전에 신청한 질문이 끝나고 실시간으로 손을 들고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온라인 불교대학을 진행하고 있는 세 분이 현장에서 느꼈던 불교대학에 대한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1년 과정이었던 불교대학이 6개월 과정으로 축소되면서 벅차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계속 6개월 과정으로 한다면 내용을 좀 더 가볍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불교대학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조별 활동, 반별 활동까지 하고 있는데, 내용은 정말 좋지만 학생들이 수행을 체화하는 데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진행자, 돕는이들에게 불교대학 기간에 대해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해보고 개선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불교대학 과정 내내 집중할 수 있는 한 가지 수행과제를 정해 보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세 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세 분의 의견은 법사단과 지원국에서 검토해서 반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지도자와 대중의 조화를 설명하며 법회를 마쳤습니다.

변화의 시기에 지도자의 역할

“역사 속에서 지도자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생각해봅시다. 대중이 반대해도 지도자가 변화를 추진해서 성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와 70년대에 지도자가 경제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자 했을 때 대중이 동조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반대로 대중이 원하는 것을 지도자가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대중은 민주화를 원했지만 오히려 지도자는 그것을 억압했습니다. 그러나 대중의 열망에 의해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더 큰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이처럼 지도자가 어떤 문제에 있어서는 대중보다 앞섰지만 어떤 문제에 있어서는 대중의 뜻을 무시했기 때문에 결국 역사 속에서 나쁜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주로 선각자가 앞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중은 동조하지 않고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후대에 평가해보면 선각자의 제기가 옳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선각자가 본인의 방향만 옳다고 대중의 의견을 무시하면 변화에 실패하거나 독재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중과 지도자의 역할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다수 대중이 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고, 소수의 영명한 지도자가 주장한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닙니다. 개척기에는 미래를 예측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확산기에는 대중의 의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정토회는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변화를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방향성을 잡을 때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확산시킬 때는 일상 속에 있는 대중의 의견을 중요하게 수용해서 결정권을 줘야 합니다. 정토회는 이런 관점으로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나가고 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전법활동가 법회를 마친 후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 나누기를 하고 불교대학 개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법회를 마치자마자 스님은 곧바로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서울에서 평화재단 연구위원들이 두북 수련원을 방문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후 경주 남산 천룡사를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연구위원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어서 스님은 호국사찰로서 천룡사의 역사적 유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산을 내려와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는 한반도 평화와 국제 정세를 주제로 연구 세미나를 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도 하루 종일 평화재단 연구위원들과 연구 세미나를 한 후 천전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를 둘러볼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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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스님의 지혜로우신 말씀과 질문자님 감사합니다.
지금 제가 고민하고 있던 내용에 대한 말씀이어서
잘 명심하고 생활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2021-12-13 01:15:19

서지우

생각과 마음의 충돌!
잘 살펴 보겠습니다

2021-12-12 10:05:43

금강행

하기로 한 건 한다. 습관을 바꿀려면 반드시 저항을 이겨내야 하는 말씀 감사합니다.

2021-12-11 11: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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