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2. 경주 남산 천룡사 방문
“부와 명예를 갈망하며 달리다가 현타가 왔습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법회가 없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에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모두 다 스님과 함께 이곳 두북초등학교를 6년간 함께 다닌 친구분들입니다. 두북 수련원은 스님이 졸업한 두북초등학교가 폐교되자 JTS 노인복지사업을 하기 위해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본 후 다 함께 경주 남산에 있는 천룡사로 향했습니다. 차로 와룡사까지 가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 천룡사로 향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천룡사까지 걸어서 소풍 갔던 때를 떠올리며 다들 즐거워했습니다.


곧 천룡사에 도착해 천룡사의 역사와 더불어 현재 문화재 발굴 중인 현장을 둘러본 후 요사채에서 차를 한 잔 하고 백운암을 거쳐 차로 내려왔습니다. 오후에는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60여 년 전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자식들이 스님이 내 친구라고 하니까 믿기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랑스러워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는 사이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친구들에게 스님은 직접 농사지은 고춧가루와 햅쌀, 찹쌀과 무릎담요를 선물했습니다.

“제가 직접 농사지은 거예요. 선물로 드릴 테니 하나씩 가져가세요.”

“아이고, 스님이 땀 흘려 농사지은 것을 우리가 미안해서 어떻게 가져가요?”

“괜찮아요. 다음에 시간 되면 두북 학교에 봉사하러 자주 오세요.”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모두 헤어졌습니다. 저녁에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불교학생회 활동을 함께 한 동문들이 찾아와서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옛날 큰스님 밑에서 함께 공부하고 활동한 이야기가 어제 일처럼 생생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황룡사 9층 탑을 복원하자고 발원했는데 죽기 전에 한번 이루어 보자며 마음을 다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19일에 열린 금요 즉문즉설 내용 중에서 소개하지 못한 즉문즉설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부와 명예를 갈망하며 달리다가 현타가 왔습니다, 어떡하죠?

“부와 명예를 갈망하는 욕심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저는 현재 증권사를 다니면서 중개 플랫폼 사업체를 운영하는 청년입니다. 어릴 때부터 부와 명예에 많은 관심이 있었고, 인맥, 학연 등 흔히 그들만의 리그에서 잠시 머물러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현재까지도 하루 2시간을 자면서 연 거래대금 100억 정도의 사업을 일궈 놓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과 건강을 갈아 넣어도 한계점에 도달해가는 걸 느낄 때 ‘결국 또 이렇게 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는데 그 벽을 넘지 못하고 흔히 말하는 현타가 왔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절대 가지지 못하는 걸 제가 욕심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떻게 하면 괴로움을 원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지금 질문자가 기업을 운영해서 당대에 큰 재벌이 되겠다는 것은 성공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농사를 짓거나 회사에 다니거나 영업을 해서 재벌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성공확률이 높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이나 누구도 모르는 일을 하게 되면, 대부분 실패하지만 또한 대박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30년 전에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시작한 새로운 일들이 대표적입니다. 이전에는 그런 직업이 없었잖아요? 그런 일은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일이기 때문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은 할 수가 없는 일에 속하는 거예요.

당대에 성공하려면, 첫째,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나 아이템이 있어야 해요. 둘째, 사회가 그 방향으로 흘러가 줘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회가 그쪽으로 흘러가 주지 않으면 당대에 빛을 볼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그림을 아주 잘 그려도 300년 후에 유명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대에 빛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대에 유명해진 사람이 그림을 더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나의 노력과 주위 환경이 맞아야 성공하는 겁니다. 그걸 인연이라고 해요.

당대에 성공한 사람들은 원래 그런 재능을 갖고 있어서 반드시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만 명이 그런 시도를 하면 대부분 다 실패하고 단 몇 명만이 성공하는 거예요. 세상에 드러난 사람은 그 몇 명의 성공한 사람들뿐입니다. 질문자가 그런 대박을 꿈꾸면 확률적으로 99% 실패의 위험을 안고 가야 합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거나 재벌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사실 그런 일은 굉장히 안전한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대박이 나기는 어려운 겁니다.

질문자가 지금 하는 일은 농사짓는 것보다는 훨씬 더 수익이 많이 나지만 대신 영업이 잘 안 돼서 실패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일은 돈을 많이 벌 수도 없지만, 특별히 실패할 확률도 그렇게 높지 않아요. 물론 이상기후가 발생하거나 태풍이 불어서 실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농사는 이익이 나도 그렇게 많이 안 나고 손실이 나도 그렇게 많이 안 나는 일에 속합니다. 그에 반해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는 행위는 이익을 보면 많이 보고, 손해가 나면 손해가 많이 발생해서 위험부담이 큽니다.

지금 질문자가 하는 일은 위험부담이 있지만, 용케 많은 관계를 이용해서 업계 상위권까지 진입한 겁니다. 그런데 업계 1위와 2위를 지키고 있는 재벌은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첫째, 돈을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고, 둘째, 그 일에 대해 경험이 많은 사람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를 나왔다거나, 유학을 갔다 왔다거나, 재벌이라면, 그들끼리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돈도 재산이지만 인적 네트워크도 재산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겁니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요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옛날부터 이 세상은 그렇게 형성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날 때는 그들도 무너집니다. 예를 들면 봉건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로 바뀔 때 대대로 기득권을 누리던 봉건 귀족들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도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로 전환되면서 당권을 쥔 기득권이 한 번 무너진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있을 때는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개천에서 용 나기가 조금 어려운 사회예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될 때는 우리 모두가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너도나도 다 시골 출신이자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산업화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난한 집안 출신의 자녀들이 판사도 되고 검사도 되고 총리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되기가 좀 어렵습니다. 좋게 말하면 사회가 안정됐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사회가 경직됐다’, ‘사다리가 끊어졌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IT혁명이 일어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면 또다시 그런 일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지난 역사를 한번 보세요.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포드 자동차나 GM 자동차나 석유재벌회사가 세계를 주도하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컴퓨터 회사인 IBM과 INTEL이나 SONY와 같은 전자회사가 우리 입에 오르내렸는데, 지금은 그런 이름이 거의 다 사라지고 없잖아요. 지금은 우리가 그 당시에는 한 번도 듣고 보지도 못한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이런 회사들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을 다루는 기업들이 새롭게 등장할 겁니다.

그럴 때 아마존이나 구글에서 이런 사업을 이어갈지 전혀 새로운 회사들이 또 순식간에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비웃음을 사며 처음으로 전기차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 후 오랫동안 적자 상태를 면치 못했는데, 지금은 주식 총액이 GM이나 포드보다 더 많습니다. 사회가 급변할수록 위험 부담이 높은 반면 신규 진입이 가능해지고, 안정된 사회일수록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어요.

탑 앞에 소나무가 돼라

질문자는 지금 중간 사다리까지는 어느 정도 올라갔는데 그 위로 더 올라가는 게 장벽에 막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질문자가 어떤 한계를 느끼고 괴롭다면 욕심이라고 봐야 합니다.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질문자가 더 높이 오르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면, 괴로워할 시간이 없어야 하고, 남을 미워할 여력도 없어야 합니다. 그들이 못하는 다른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괴로워할 시간이 없어요. 그런 방법들을 찾지 않고 지금 불평만 하고 있다면, 그건 욕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제가 젊을 때 한국의 불교계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비판을 했어요. 그러자 저희 스승님이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탑 앞에 소나무가 돼라.’

저에게 불평불만이 없었다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했을 텐데, 이 문제로 인해 굉장히 고민하던 때라 그 말씀이 깊이 다가왔어요. 소나무가 어릴 때는 탑의 그림자가 소나무를 가려서 못 자랍니다. 자라는데 장애가 되니까 자꾸 탑에 대해 불평을 하게 됩니다.

‘탑만 없었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소나무가 자라면 탑을 가리게 되잖아요. 그러니 스승님의 말씀은 ‘그렇게 탑을 탓하지 말고 네가 잘 크면 네가 탑을 가리게 된다’ 이런 가르침이셨어요. 그래서 기존의 불교를 비판하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모든 승려가 하는 대로 염불하고 복 빌어주는 것을 따라가서는 새로운 길을 열어가기가 어렵습니다. 그 당시에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새로운 길을 열려면 밥도 먹기 힘든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그 새로운 길이 바른 길이라면 그런 인고의 과정을 불평하거나 괴롭다고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가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가 ‘그들끼리의 리그’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약간 누구를 미워하고 한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건 욕심이에요. 그 사실이 맞다 하더라도 지금 질문자의 태도는 욕심에 속해요.

만약 원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그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탓하지 않고 나는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뚫고 나가야 할지 연구합니다. 애플이나 아마존을 보세요.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거대 기업들을 탓하면서 자본이 부족하다든지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든지 이런 불평을 했습니까? 그럴 시간에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마찬가지로 질문자도 지금 이루어놓은 성공에 만족하고 편안하게 살면서 유지관리를 하든지, 지금껏 이루어놓은 걸 포기할 각오를 하고 새로운 방법에 도전하든지, 둘 중에 선택하면 됩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그건 자기 선택입니다.”

“저는 새로운 길을 염두에 두고 소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길은 항상 어렵습니다. 새로운 길은 백 번 도전해도 한 번 성공하기 어렵고 천에 하나 성공합니다. 그걸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욕심으로 하면 대다수 실패를 하고 좌절을 합니다. 그런데 그걸 재미로 삼으면 전혀 달라집니다.

‘남들 다 가는 길을 가서 무슨 재미로 사나? 그 길은 너희들이 가라. 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가 죽어도 내 후손들이 내가 걸어온 길을 딛고 더 나아갈 수 있게 하겠다.’

이런 정도의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피곤해지고 괴로워집니다. 특히 결혼을 하게 되면 아내가 불평불만이 많아지겠죠. 그래서 부부가 화목하게 살기 어렵습니다. 남편은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기 때문에 아내가 장애로 느껴지고, 아내는 남편이 쓸데없는 일을 벌여서 가족을 돌보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가려면 결혼할 생각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일정한 성공을 한 후 결혼을 하든지, 아니면 얼굴도 나이도 따지지 말고 내가 가는 길을 지지해주고 고생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하고 결혼을 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시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내년도 봄 불교대학 교과과정 개편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5

0/200

장희정

마음공부 안했다면 남편의 장애물이 되었을 저입니다. 스님말씀과 수행으로 아낌없는 격려로 몇년 지켜보니 어려운 코로나시대지만 자신의 업을 중심잡고 잘 해나가는 남편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12-13 19:06:37

김민정

변화하는 세상에 잘 적응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도 하면서 연구하는 자세로 가볍게 살아봅니다

2021-12-09 11:53:26

박신영

스승님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2021-12-08 07:24:03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