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18 감 따기
“화를 낼 때마다 전기충격기로 저를 지졌습니다. 그런데..."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오자 팽나무 위로 해가 막 떠올랐습니다. 날이 추워질수록 해 뜨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전 내내 감을 따기로 했습니다. 햇살이 퍼지기 전에는 텃밭과 꽃이 진 국화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10시부터 감을 따기 시작했습니다.

주황빛 감이 하늘에 수를 놓듯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감을 따는 시범을 보여 주었습니다.

“대나무 끝이 쪼개져 있어요. 그사이로 감나무 가지를 넣어 가지를 뚝 꺾어서 감을 따면 됩니다. 한번 해봐요.”




감을 처음 따 본다는 행자님은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 재미있게 감을 땄습니다. 처음에는 가지를 잘못 꺾어서 감이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져 터져 버렸습니다.

“팔에 힘이 엄청 많이 들어가네요.”

행자님이 감따개를 사용하는 방법에 점점 익숙해지자 이제 스님은 바구니를 하나 들고 나무 위로 성큼성큼 올라갔습니다.

“행자님이 아래에 달린 감을 따고, 저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위에 달린 감을 딸게요.”

나무 위쪽에는 더 많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햇살이 눈부셔서 감이 잘 안 보였지만, 최대한 팔을 뻗쳐 감따개 안에 감이 달린 가지를 끼웠습니다.

“오늘 날씨가 엄청 덥네요. 꼭 여름 날씨 같아요.”

옷을 하나밖에 안 입었는데도 땀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스님이 갖고 올라간 바구니에는 금세 감이 가득 찼습니다.

“제가 밧줄로 바구니를 내릴게요. 밑에서 받아주세요.”

“잘 받았습니다.”

“밑에서 가위로 가지를 모두 잘라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미 홍시로 변한 감도 많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홍시를 하나씩 딸 때마다 행자님들 한 명 한 명이 순서대로 맛을 보게 해 주었습니다.

“이 나무에 달리는 감이 정말 맛있어요. 한번 맛보세요.”

감 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감이 상자에 금방 가득 찼습니다.

“감 따는 일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나머지는 다음에 또 따면 되니까요. 이제 상자에 담는 일을 같이 해요.”

감을 행주로 깨끗이 닦은 다음 박스에 가지런하게 담았습니다. 주황 빛깔이 참 예뻤습니다.




감을 상자에 담는 일은 행자님들에게 부탁하고, 스님은 상추밭을 정리했습니다.

“겨울 채소를 심어야 해서 밭을 새로 만들어야겠어요.”

남은 상추를 모두 뽑고, 뿌리를 잘라 주었습니다.

퇴비를 뿌리고, 삽으로 땅을 뒤집고,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퇴비가 땅 속에서 발효가 좀 된 다음에 씨앗을 심어야 해요.”




밭 정리가 끝나자 행자님들도 감을 상자에 담는 일을 끝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내내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토요일 청춘 톡톡 즉문즉설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화를 낼 때마다 전기충격기로 저를 지졌습니다

“저는 화가 올라올 때마다 다시는 화를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기충격기로 목과 가슴에 20번 정도 충격을 주었습니다. 충격을 주고 나니 화의 원인이 어리석음에서 출발한다는 말씀이 더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화는 70% 정도 줄었지만, 여전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100% 화가 올라오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죽을 각오를 해서라도 고치겠습니다.”

“남은 화를 없애려다가 죽는 게 나아요? 30% 정도 화내는 건 안고 사는 게 나아요?”

“죽는 것보다는 30% 정도는 안고 사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그래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방지해야 하지만, 그 정도 고쳤으면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고 볼 수 있어요. 예전에는 화를 내는 게 사는 데 지장을 주고, 직장생활에 지장을 주고, 결혼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했잖아요. 화를 자제하지 못하면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사회생활에도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이렇게 전기충격기로 화를 내지 않기 위한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자제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기충격기보다 더 심한 충격으로 화를 뿌리 뽑으려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이쯤에서 멈추면 어떨까 싶어요.

물론 부처님은 죽을 각오를 하고 수행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화를 없애려고 죽을 각오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화를 뿌리 뽑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이거예요?”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해도 살아있는 게 낫지 않아요?”

“한 번 시도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전기충격기보다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또 다른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 번 화를 낼 때마다 3,000배를 하는 겁니다. 3,000배를 하려면 9시간 정도 절을 해야 하거든요. 한 번 화내고 3,000배 하는 것을 한 다섯 번쯤 하면 가슴속에서 ‘아이고, 화 안 내고 말지 이건 진짜 너무하다’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옛날에 어떤 분이 운전 부주의로 본인의 자녀가 죽는 사건이 생겼어요. 그래서 완전히 넋이 나가서 죽은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겠다고 해서 하루에 3,000배를 시켰어요. 그런데 10일 하더니 너무 힘이 드니까 염주를 집어던져버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자식이 어떻게 되든지 난 모르겠다’

그 후로 집착이 딱 끊어져 버렸어요. 그런 것처럼 질문자도 한 번 화를 낼 때마다 3,000배를 해보세요. 제가 볼 때 전기충격기로 이미 화가 70% 정도 줄었다면, 이제 그 정도로 만족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단한 결심이네요. 저 정도 결심이면 같이 사는 데는 지장이 없어요. 화를 벌컥 냈다고 해도 금방 자기 성질이 문제인 걸 알고 반성을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몸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보통 사람은 바늘로도 자기가 자기 몸을 찌르는 게 잘 안 됩니다. 남의 몸에는 바늘이 찔러지는데 자기 몸에는 잘 안 찔러져요. 잘 될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면 생각처럼 잘 안 됩니다. 자기 손에 가시 같은 게 박혀서 바늘로 파낼 때도 자기가 하려면 잘 안 돼요. 그런데 자기가 자기 몸에 전기충격을 가해서라도 자기 변화를 가져오려고 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네, 저는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화를 뿌리 뽑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앞으로는 전기충격기와 절을 병행하면서 좀 더 화를 줄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어요. 화를 줄이는 건 좋은데, 그것도 너무 지나치면 잘못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내일은 하루 종일 정토대전 경전팀 법사님들과 회의를 하고, 오전 10시와 저녁 7시 30분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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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삼

헐 전기충격기를 7번씩이나?
한 번도 것나 못하고 있는데
대각오 존경심납니다
근데내성 생기겠어요
이젠 의지로 이겨낸 성공담 기대해보겠습니다

2021-11-29 09:32:10

묘명화

오늘도 스님 말씀에 깨닫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2021-11-25 09:15:43

초록쑥

상추뿌리를 왜 자르는지 궁금합니다

2021-11-25 07: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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