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19. 정토대전 회의, 금요 즉문즉설 강연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외롭습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부터 보름달이 운동장을 환하게 밝혀 주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발우공양을 한 후 오전 7시 30분부터 정토대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문경 수련원과 아도 모례원에서 공동체 법사님들도 새벽부터 이동하여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오늘도 지난주에 이어서 대보적경을 각자 읽고 정토대전에 넣으면 좋을 내용을 마련해 왔습니다. 경전을 하나씩 읽고,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금요 즉문즉설이 오전과 저녁에 두 번에 걸쳐서 있어요. 그래서 제가 강의를 하고 올 테니까 오후 1시부터 다시 회의를 합시다.”

9시 30분에 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 위해 방송실로 이동하고, 법사님들은 농사 울력을 하기 위해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10시 정각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등 낮 시간에 시청이 가능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3천 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어제는 감을 땄습니다. 시작할 때는 추워서 옷을 껴입고 시작했는데, 점점 여름 날씨처럼 더워져서 옷을 하나씩 벗으면서 했습니다. 요즘 날씨가 일교차도 심합니다. 10월 중순에는 얼음이 얼 정도로 겨울이 빨리 오는 것 같더니 이제는 겨울인데 날씨가 따뜻해서 뜰에는 철쭉과 장미가 봄이 온 줄 착각하고 아주 예쁘게 잘 피었습니다.” (웃음)

지난 한주 동안 스님은 어떤 일을 하며 보냈는지 영상을 함께 본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국의 낮 시간에 열리는 강연이다 보니 미국 뉴욕과 산타크루즈 등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이 각각 질문을 했습니다.

  • 태어나자마자 할머니가 저를 키워 주셨고, 고등학교를 미국으로 진학했습니다. 부모님의 희생으로 미국까지 와서 공부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할머니가 너무 그립습니다. 어떡하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까요?
  • 얼마 전 이혼한 전남편에게서 두 아이의 양육비를 1억 가까이 내놓으라는 소송이 들어왔습니다. 소송에 첨부한 두 아이의 진술서에는 저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합니다.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올라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지막 질문자는 아이 두 명을 낳아서 키우고 있는 엄마인데 최근에 위탁가정을 신청하여 갓난아기 한 명을 더 키우게 된 것에 대해 양가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다며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이에 대해 대답하며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어른은 누구일까요? 어른 중의 어른은 ‘엄마’입니다. 엄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어른입니다. 왜냐하면 엄마는 아이에게 신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은 나이 들었다고 해도 어른이 아닙니다. 남자들은 심리적인 면에서 아직 어린아이와 같은 구석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에 비해서 한 아이를 낳거나 입양해서 키우는 엄마는 어른 중의 어른입니다.

질문자는 비록 엄마가 되었지만 아직 미성숙하다 보니 아이가 아이를 키우는 듯한 모습이어서 걱정이 됩니다만, 생물학적 나이와는 상관없이 엄마로서 아이를 키워야 합니다. 본인이 엄마로서 아이에게 한 모든 행동이 아이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이가 어릴 때 엄마가 한 말과 행동이 나중에 아이가 성장해서 엄마에 대한 감정이 그리움이 될지 미움이 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누가 낳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누가 낳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엄마라는 말은 ‘양육자’, ‘심리적인 원형’이라는 뜻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를 받아서 태어나지만, 심리적으로는 양육자의 소프트웨어인 심리상태를 그대로 다운받아서 살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양육한 사람이 엄마입니다. 입양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기를 때는 아이의 심리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엄마가 편안하고 행복한 가운데 아이를 보호하는 마음으로 키워야 합니다. 엄마가 너무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청소 좀 덜하고 빨래 좀 덜해줘도 괜찮습니다. 이런 외적인 것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심리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엄마의 심리가 불안하거나 우울해서 아이를 야단치거나 놀라게 만들고 심리적으로 억압하는 것은 아이에게 가장 큰 해악입니다. 가난한 것은 아이에게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세 아이를 잘 키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즉문즉설 강연을 마친 후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부터 정토대전 회의를 이어서 했습니다.

대보적경의 양이 많다 보니 내용을 점검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해가 질 무렵 오후 5시가 되어서 준비해 온 경전에 대한 검토를 모두 끝내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오후 6시가 되자 두북 수련원 운동장에는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부분 월식이 일어났습니다. 지구 그림자에 쏙 들어간 검붉은 보름달을 보며 두북 공동체 대중들은 카메라로 그 모습을 촬영하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월식 구경을 마치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평소대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저녁에는 4천 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 저녁에 월식이 있었던 것 아시죠?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90% 가까이가 가려졌습니다. 옛날에는 월식이 있으면 무슨 변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도하고 난리가 났는데, 요즘은 두려워하거나 기도를 하기는커녕 망원경을 가지고 관찰하러 갑니다. 그만큼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대부분 알지 못함, 즉 무지 때문에 생겨납니다. 알지 못하면 두려워하거나 신비주의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사실대로 알면 신비할 것도 없고 두려워할 것도 없어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원리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 원리를 알면 신비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

아예 몰라서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고, 알긴 아는데 잘못 알아서 괴로움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또 완전히 자기 생각에 빠져 환상으로 인해 괴로움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상이 있으면 환상에서 깨어나야 하고, 잘못 알았으면 바로 잡아야 하며, 모르면 물어서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2600년 전 붓다가 발견한 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세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외롭다며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외롭습니다

“지금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학생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관광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데요.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혼자 보내는 시간을 잘 적응할 수가 없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우울하고, 자꾸 먹게 되고,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외로움을 극복하려고 친구도 만나는데, 그 순간에는 외로움이 사라지지만 집에 돌아오면 또다시 외로움이 몰려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외로움을 극복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경지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명상을 해 보는 게 좋습니다. 정토회에서는 명상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니까 질문자가 미국에 있더라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요. 경험이 있다면 연말에 6박 7일 코스를 해보면 좋고, 초심자라면 4박 5일 코스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명상을 하면 굉장히 힘이 듭니다. 질문자는 그냥 혼자 있어도 외롭기 때문에 명상을 하고 있으면 더 외롭고 답답해질 거예요. 적응을 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러나 그 고비를 넘겨 버리면 그다음에는 편안해집니다.

108배하는 게 힘들다고 하는 사람에게 1000배를 하라고 하면 훨씬 더 힘들겠죠. 그런데 1000배를 한 번 해버리면 그다음부터 108배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거든요. 그런 것처럼 일주일 동안 완전한 침묵 속에서 하루 종일 명상을 하면 도중에 미칠 것 같고 막 뛰쳐나가고 싶은 굉장한 저항이 따르지만, 그 고비를 넘겨 버리면 그다음에는 훨씬 좋아져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것을 권합니다. 명상을 통해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 1인 가구가 많이 늘고 있지 않습니까? 벌써 1인 가구가 전체의 절반쯤 될 거예요.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사는 데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100세 시대가 되면 특별히 결혼을 몇 번이나 하지 않는 이상 여성은 생의 마지막 10년 가까이는 혼자 살아야 합니다. 제가 있는 시골에도 부부가 같이 사는 할머니들은 거의 없습니다. 가장 나이 많으신 할머니가 98세이고 대부분 85세 이상인데, 할아버지들은 85세까지 사시는 분이 거의 없어요. 할머니들이 10년 내지 15년 이상을 혼자 사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결혼 안 하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하잖아요. 앞으로는 혼자 사는 연습이 더욱더 필요한 시대로 바뀔 겁니다. 결혼했더라도 요즘은 떨어져 사는 경우도 많고, 또 각각 직장 다니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문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옛날에는 식당에 혼자 밥 먹으러 못 가지 않았습니까. 굶었으면 굶었지 혼자 식당에 가서 어떻게 먹냐고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혼자 밥 먹는 것이나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식료품도 요즘은 혼자 먹을 수 있는 만큼 작게 포장해서 나오잖아요.

그동안 우리는 여자와 남자는 각각 반쪽이고, 반쪽 두 개가 모여 온전한 하나가 된다고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반쪽이 없어질 경우 불안한 삶을 살아야 되잖아요. 수행이라는 것은 내가 스스로 온전한 쪽이 되는 겁니다. 수행을 통해 내가 스스로 온전히 동그랗게 되면, 동그란 둘이 만나도 완전한 온달 모양이 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한쪽이 없어져도 남은 한쪽은 여전히 온달로 있게 되지요. 이처럼 혼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진 다음 결혼을 하든 동거를 하든 해야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무거운 관계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점 때문에 결혼을 하지만, 실제로는 늘 서로 눈치를 보고 속박을 받고 살아갑니다. 이는 각각이 아직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온전한 두 사람이 만나면 같이 살아도 갈등이 없고, 설령 헤어진다고 해도 갈등이 없게 돼요. 그래서 어차피 혼자 사는 연습을 해야 됩니다. 이것이 질문자의 고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경지로 가려면 명상을 해야 합니다. 명상은 누가 같이 하는 게 아니거든요. 같이 있어도 침묵하고 눈 감고 자기 혼자 해야 하는 거니까요. 이렇게 혼자 있어도 불안하거나 외롭지 않고 편안한 경지를 경험해 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이게 외로움에 대한 제일 좋은 처방이에요.

명상이 어렵다면 자신의 습관을 바꿔서 적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어지는 조건대로 자기 습관을 바꿔서 적응하면 자유로워지죠. 하지만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일에 싫증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다양한 일을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살면 됩니다. 이것도 한 방법이에요. 이런 사람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살면 됩니다.

외로움에 잠을 못 이룰 정도라면 귀국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공부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거예요. 공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세계적인 명강사의 강의를 다 들을 수 있는데 꼭 미국에서 외로움을 느끼면서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 미국에서의 공부를 포기하고 한국에 와서 친구들도 만나고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질문자의 본래 습관대로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앞의 두 가지 방법은 서로 상반됩니다. 하나는 아예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경지를 스스로 연습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친구와 가족 관계를 예전과 같이 회복해서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이니까요. 이 두 가지 길 이외에 세 번째 길은 연애를 하든지 동거를 하든지 간에 한 집에서 같이 살 사람을 구해서 함께 사는 방법입니다. 미국에서 공부도 해보고 싶은데, 집에 들어오면 혼자 있어서 외롭다고 하니까요.

이렇게 세 가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누구와 함께 있든지 관계없이 명상을 통해서 스스로 온전해지는 연습을 하는 길이 있고요. 이와 달리 인간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미국에서 같이 살 사람을 구하는 길과 미국에서의 공부를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예전처럼 친구와 가족 관계를 맺으면서 사는 길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길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면, 외로움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냥 혼자서 외로워하지 말고, 밤에 외로우면 공부를 하면 됩니다. 불면증 환자인 경우라면 약을 먹고 자야 되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잠이 안 오면 공부를 하면 되잖아요. 한 5일만 안 자게 되면 머리를 그냥 처박고 잠들게 될 거예요. 책을 집중해서 보면 외롭지 않습니다. 사귀던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도 책은 혼자 봐야 하는 거잖아요. 손잡고 같이 책을 볼 수는 없으니까요. 책을 보고 있으면 외로울 일이 없습니다.

미국까지 가서 공부는 안 하고 딴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외로운 겁니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수면 시간까지 부족하게 되면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어져요. 혼자 사는 제가 외롭지 않은 이유는 잠잘 시간도 부족하게 생활하니까 딴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서 그래요. 그런데 시간이 남아돌면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되고 불평이 생기죠. 외로움을 타는 거 보니까 별로 공부를 안 하는 것 같네요. (웃음)

젊은 사람이 가족을 떠나 미국에 가서 혼자 사니까 외로울 수밖에 없죠. 이건 특별하지도 않고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이런 외로움을 이겨내고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할 것인지, 아니면 공부를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 것인지, 둘 중에서 선택을 하면 됩니다. 스님이 되려면 혼자서 사는 걸 감수해야 하고, 농사를 지으려면 손에 굳은살이 생기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어떤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스님이 되고 싶은데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 싶고,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서 편안하게 생활하겠다고 하는 것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더 배우기 위해서 외국에 가게 되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외로움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할 것인지, 학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밤에 눈물 흘리면서 끝까지 공부할 것인지, 선택을 하면 됩니다. 공부에 더 집중하든지, 밤에 같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을 사귀든지, 명상을 해서 언제나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경지로 나아가든지, 선택하면 돼요.

그런데 명상을 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명상은 뭘 배우기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가만히 있는 게 힘들어요.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데도 엄청 힘들어합니다.”

“스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제가 여유로움에 적응을 못해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특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열심히 공부하면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게 맞거든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잠도 잘 오는 것처럼요. 한국에 돌아가면 미국에서의 여유로움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살지 말라고 하는데 왜 자꾸 열심히 살려고 그래요. ‘열심히’라는 말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만화를 열심히 본다’, ‘게임을 열심히 한다’ 이렇게 말하지는 않잖아요. 자신이 좋아서 할 때에는 ‘열심히’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요. ‘열심히’ 한다는 말은 벌써 억지로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재미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을 가볍게 내서 재미있게 일을 하는 자세를 가지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됩니다. 보통은 스트레스받아가면서 열심히 일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서 스트레스를 풀고, 이렇게 살잖아요. 재미있게 일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스트레스 푼다고 돈이나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게 됩니다. 그러니 스트레스받으면서 100만 원 벌어서 스트레스 푼다고 30만 원 쓰느니, 재미있게 일하고 70만 원만 벌고 돈은 더 이상 낭비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재정적으로도 더 유용합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금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부를 얼마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도 미국 구경을 잘했잖아요. 영어도 좀 배웠잖아요.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혼자 있어 보니 자신이 외로움을 좀 탄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잖아요. ‘이런 습관을 안 고치면 앞으로 결혼해서도 외로워할 수도 있겠다’ 하고 자신을 더 알게 되는 기회도 갖게 된 겁니다. 한곳에 집중하면 외롭지 않을 수 있고,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외롭지 않으려면 명상이 도움이 된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되었잖아요.

실패하면 그 실패를 통해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됩니다. 자꾸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니까 실패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하는 방법을 찾는 길이 되는 겁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그러니 젊은 사람이 실패의 어려움에 너무 겁내지 마세요. 그런 과정을 거쳐야 경험도 풍부해집니다.

제가 어떤 대학에 강의를 갔더니 한 대학생 저한테 ‘어떻게 하면 저도 스님처럼 즉문즉설을 잘할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부럽나요?’ 말했더니 그렇대요. ‘그럼 방법을 알려주면 그렇게 해 볼래요?’ 말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고생을 많이 하면 됩니다. 고생 많이 할래요?’

그랬더니 그건 싫다고 해요. 그런데 저처럼 세상 사람들이 겪지 않는 고문도 당해보고, 감옥에도 갇혀보고, 오지에 가서 죽을 뻔도 해보고, 왕따도 당해보고, 이런 온갖 경험을 다 해보면 자신이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겪는 아픔에 대한 이해도 깊어집니다. 동시에 그 아픔이라는 것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 아픔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걸 극복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픈 것도 이해가 되고 또한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아파보고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이 아파도 보고 아픈 게 나아도 봐야 사람들이 아프다고 할 때 공감해주고 약 먹으면 된다고 말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를 많이 하면 오히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외로운 게 꼭 나쁘지는 않아요. 자기가 외로워해 보고 그걸 극복하면 나중에 외로워하는 사람을 상담하는 전문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겪어 봤어요’라고 이야기하면 금방 공감을 해 줄 수 있고, ‘저는 이렇게 극복했어요’라고 하면 상대방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열심히’ 하지 말고 어떻게 하라고요? ‘그냥 한다’, ‘재미있게 한다’ 이런 관점을 갖고 현재를 늘 만끽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는 싫증을 잘 냅니다. 분명 제가 선택한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닥치면 싫증을 느끼게 되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 부와 명예를 갈망하는 욕심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아무리 시간과 건강을 갈아 넣어도 한계점에 도달해가는 걸 느낄 때 결국 또 이렇게 사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듭니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는데 그 벽을 넘지 못하고 현타가 왔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오전에는 정토경전대학 학생들을 위해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행복학교 특강을 생방송하고 만일준비위원회와 온라인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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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2021-11-29 06:42:32

김나윤

감사합니다..저도 절 잘 인도하고싶어요

2021-11-28 08:36:17

김영미

감사합니다 명상에 대해 자새히 알게되었습니다.

2021-11-27 10: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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