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6.5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뜬모 심기, 나무 가지치기, 온라인 명상 즉문즉설
“명상 중에 남편이 밥을 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소리가 랜선을 타고 전국 천일결사자들의 노트북과 핸드폰 속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스님은 두북 수련원 방송실에서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한 후 다 함께 경전을 독송했습니다.

“사람들 가운데
저 언덕으로 가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언덕에서 헤매고 있다.

잘 설해진 가르침을 경청하고서
법대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건너기 어려운 죽음의 왕국을 넘어서
저 언덕에 도달할 것이다.”

사홍서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스님이 오늘 읽은 경전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읽은 경전의 내용은 부처님이 이 말씀을 하신 유래가 있습니다. 어느 날 기원정사에서 철야정진이 있었다고 해요. 인도는 날씨가 더우니까 법회를 밤에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철야법회가 있다’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와서 초저녁부터 정진을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밤이 깊어지니까 집에 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배고프다고 힘들어 못하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졸려서 못하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집에 가서 부인하고 잠자리를 해야 되겠다 하고, 이런 식으로 뭔가 이유를 대고 한 명 한 명 집으로 돌아갔다고 해요.

원래는 법문을 듣고 정진을 하고, 또 법문을 듣고 정진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했다는 거죠. 그리고 남은 사람들마저도 법문 할 때 계속 졸았습니다. 명상할 때도 졸고, 법문 할 때도 졸고, 이런 모습을 보고 부처님께서 이렇게 게송을 읊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법이 있어도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듣고 깨우쳐서 괴로움이 없는 세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법문을 듣고 자기 양식으로 삼아서 생사고해의 바다를 건너서 열반의 세계로 나아간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와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옛날에 어떤 분이 저한테 이런 질문을 했어요.

‘부처님께서는 왜 2600년 전에만 출현하고, 지금은 출현하지 않나요?’

만약 부처님이 지금 출현하면 자신도 구제를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한다는 거죠. 그러나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을 부처님인 줄 아는 분이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그냥 밥 얻어먹는 거렁뱅이 정도로 인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일반적인 수행자인 줄로만 인식했지 깨달음을 얻으신 분이라고 알아보지 못했어요. 소수이긴 하지만 부처님을 알아보신 분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행해서 괴로움이 없는 열반의 저 언덕으로 가는 큰 이득과 공덕을 쌓았지만, 부처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놓쳤습니다.

부처님이 처음 성도한 후에 어떤 브라만이 지나가다가 부처님께 ‘어떤 것이 성스러운 것입니까?’ 하고 질문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마음이 청정한 자가 성스러운 자다’ 하고 대답하니까 그 브라만이 콧방귀를 뀌면서 “흥!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이렇게 말하고 지나갔다고 합니다.

또 숲을 지나가던 상인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는데, 오직 자기의 재물을 보호하고 자기 목숨을 보호하는 복만 얻으려고 했지 부처님께 법을 청하지 않았습니다. 또 가난한 뱃사공은 부처님께서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태워달라고 하니까 ‘나는 먹고살아야 되기 때문에 뱃삯을 주면 태워 주겠다’라고 해서 공덕을 쌓을 기회를 놓쳤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난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너무 지식이 많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교만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복을 너무 구하기 때문에, 이렇게 자기가 목적하는 바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길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어요.

법문을 듣고 깨우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복을 주는 얘기를 하면 눈이 번쩍 뜨이지만,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지혜롭게 사는 길을 얘기하면 졸리고 잠이 옵니다. ‘여기 있느니 집에 가서 밥이나 먹고, 술이나 한잔 하고, 자는 것이 낫겠다’ 이런 생각이 들게 되죠.

그래서 부처님이 오시더라도 부처님을 알아볼 수 있는 자기 눈이 있어야 되고, 부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자기 귀가 있어야 됩니다. 아무리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다고 하더라도 내가 보는 눈이 없고 듣는 귀가 없으면 부처님인 줄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수없는 부처님이 내 앞을 지나갔고, 수없는 법문을 들었지만, 나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처님의 아버지인 정반왕도 ‘내 아들이다’ 하는 그 생각에 빠져서 부처님의 법문을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을 존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반왕은 ‘우리 아들이 훌륭하다’ 하고 자랑삼을 줄만 알았습니다.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입는지, 잠을 어떻게 자는지, 세상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하는지, 이런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부처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없었습니다.

처처에 부처님 아니 계신 곳이 없다

부처님을 알아보려면 어느 정도 자기 눈이 트여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에게 인생을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게 됩니다. 성인이 출현하지 않는 것을 한탄하거나, 스승이 없다고 한탄할 것이 아닙니다. 먼저 우리에게 성인을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돼요. 그게 없으면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늘 자기 생각에 빠져서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줄 모릅니다.

여러분들의 남편이나 아내, 부모나 자식 중에도 어쩌면 그런 성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여러분들은 ‘내 남편이다’, ‘내 아내다’, ‘내 자식이다’, ‘내 부모다’, ‘내 친구다’ 하는 이 생각에 빠져서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짜증내고 성질낼 줄만 알지 그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음의 문이 열리면, 망나니 같던 아들이, 술 먹는 남편이, 성질내는 아내가, 어느덧 여러분에게 나를 깨우치는 보살로 인식됩니다. 자기 마음이 열리면 천하 만물이 다 부처로 보입니다.

부처가 나 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에요. 나의 무지와 사로잡힘에서 벗어나면 천하 만물이 부처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곳곳마다 부처님이 안 계신 곳이 없고 하는 일마다 불공 아닌 것이 없다)이 되어야 우리의 일상이 ‘평상심이 도(道)이다’ 하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떤 자극에 긴장을 하거나 반응을 한다고 하더라도 나뭇잎이 바람 불면 흔들렸다가 바람이 지나가면 멈추듯이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그런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정진을 하는 겁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밭으로 향했습니다.

일을 나누어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온 밭에 풀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제초제를 쓰면 금방 풀을 없앨 수 있지만,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니 여름에는 풀 베는 일이 가장 큰 일입니다. 스님은 먼저 몸이 불편하신 마을 어르신 밭으로 가서 예초기를 돌려드렸습니다. 사면에 풀을 베고 풀로 뒤덮인 밭에도 풀을 벴습니다. 숨어있던 감자와 상추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이고, 시원하다.”

스님은 어르신 밭에 풀을 다 베고 못둑으로 올라갔습니다.

못 둑에는 행자들이 예초기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풀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수지는 예초기 4대가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발우공양 전에 마치기 위해 쉬지 않고 풀을 벴습니다.




그냥 서 있기도 어려운 사면까지 풀을 싹 벴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저수지 반대쪽도 풀을 벴습니다.

스님은 제일 마지막에 수로로 내려오면서 수로 아래에 자란 풀도 베면서 내려왔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수련원에 도착하니 발우공양을 시작하기 15분 전이었습니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발우공양에 참석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다시 작업복을 입고, 논 장화를 신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향존법사님과 행자님, 그리고 두북수련원에 주말 봉사를 온 거사님 두 분이 함께 했습니다.

이앙기로 모를 심었는데 땅에 박히지 못하고 둥둥 뜨는 모를 뜬모라고 합니다. 모내기 후 일주일이 지나면 논에 들어가 모가 뜬 자리에 모를 심어줍니다. 모가 뜬 자리에 심는 것과 더불어 모내기가 제대로 안 된 부분을 손으로 때우는 일도 합니다.

멀리서 볼 때는 완벽하게 모가 심어진 줄 알았는데 논으로 들어가 가까이서 모를 보니 군데군데 모가 없거나 떠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논 끝에서부터 한 사람이 6줄씩 맡아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스님이 맡은 줄에는 모가 두 개씩 심겨있는 줄이 있었습니다. 모가 두 개인 곳은 하나를 떼어 내 빈 곳에 심어주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모가 늘었어요.”(웃음)

반대편 끝까지 갔다가 다시 6줄씩 맡아 되돌아왔습니다.


이렇게 다섯 명이 여섯 번을 왔다 갔다 해서 뜬모를 모두 심고 논의 반대편 끝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손에 남은 모를 보고 예전에 농사짓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범을 보였습니다.

“옛날에는 다섯 가닥씩 미리 쪼개 놓고 좀 과장하면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모를 심었어요. 손으로 모를 하나하나 다 심으니 정말 힘들었죠.”

논 밖으로 나와 수로에서 장화와 장갑, 손을 씻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거사님들 덕분에 다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오후 1시부터 두북 수련원에 있는 나무 가지치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아주 큰 나무들만 가지치기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힘 좀 쓴다고 하는 거사님들이 두북 수련원으로 총출동했습니다.

교문 앞에서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이 오늘 해야 할 일을 안내했습니다.

“나무가 너무 커서 태풍이 불면 건물이나 사람이 다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지치기를 한 번 해줘야 한다고 늘 생각했는데, 너무 위험한 작업이어서 오랫동안 미뤄 왔어요. 오늘에서야 비로소 거사님들과 함께 큰 나무들의 가지를 좀 치려고 합니다.

키 큰 나무가 총 4그루입니다. 중간 부분에서 머리를 치는 작업이 가장 큰 일이에요. 중간 부분 밑에는 가지를 쳐서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어주려고 하니까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는 도저히 작업이 어려워서 고소작업차를 불렀어요.

그리고 저쪽을 보시면 벚나무와 향나무가 붙어 있습니다.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향나무의 가지를 쳐주고, 맨 꼭대기 머리 부분을 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양이 안 좋은 나무들은 모양을 좀 다듬어 주시고요. 크게 다섯 가지 일이 있어요. 팀을 나누어서 일을 해 봅시다.”

스님의 제안에 따라 다섯 팀으로 나누었습니다.

고소작업차(스카이)를 타고 올라가서 나무 가지치기를 하는 사람
땅에 떨어진 나무를 계속 자르고 토막 내는 사람
토막 낸 나무를 트럭에 싣고 학교 뒤로 옮기는 사람
화목 난로에 땔 수 있게 처마 밑에 장작을 쌓는 사람
잔가지와 잎을 담벼락 밑에 가지런히 쌓는 사람

이렇게 팀을 구성한 후 일을 시작했습니다. 남자들만 모여서 일하는 모습이 정토회에서는 굉장히 보기 드문 풍경입니다. 스님이 웃으며 한마디 했습니다.

“정토회에 남자가 이렇게 많았어요? 여태껏 안 나타나다가 오늘에서야 다들 나타나셨네요.” (웃음)

먼저 두 사람이 고소작업차를 타고 올라가서 나무의 맨 꼭대기 부분부터 가지치기를 시작했습니다.



머리 부분을 통째로 자를 시기가 되자 다들 나무 주위로 모였습니다. 밧줄로 나무를 묶고 땅에서 밧줄을 잡아당겨서 나무가 건물 쪽으로 넘어지지 않게 방향을 잡아 주었습니다.

“자, 힘써서 밧줄을 당겨주이소. 나무 벱니데이.”


두북 수련원 운동장에는 오래 만에 남자들의 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으샤, 으샤!”

베어진 나무가 땅에 떨어지면 포클레인이 나무를 끌고 큰 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겼습니다. 쓰러진 나무 주변에 거사님 여러 명이 달려들어 톱으로 나무를 토막 내었습니다. 낫을 든 사람은 잔가지를 쳤습니다.


잔가지는 덤프트럭 한 대에 모으고, 토막 낸 나무는 일반트럭 한 대에 모았습니다.

트럭 두 대가 학교 뒤로 나무를 싣고 가면 기다리고 있던 거사님들이 나무를 트럭에서 내렸습니다. 토막 낸 나무는 장작으로 사용할 수 있게 처마 밑에 가지런하게 쌓았습니다.


덤프트럭에 실린 잔가지와 잎은 적재함을 기울여서 담벼락 밑에 나란히 부었습니다.

나무가 베어지자마자 순식간에 운동장이 깨끗해졌습니다. 나무를 베는 일보다 베어진 나무를 뒷정리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자 스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습니다. 돕는 이 없이 혼자서 농사일을 자주 해야 하는 스님에게는 힘센 거사님들과 함께하는 작업이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스님, 이 가지는 자를까예? 말까예?”

“그 가지도 자르고, 반대편에 가지도 잘라 주세요.”

스님이 한 마디 하면 거사님들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하늘 높이 솟은 큰 나무 하나를 가지치기하고 나니 오전 시간이 다 지났습니다.

잠시 참을 먹으며 휴식을 하는 사이 고소작업차는 두 번째 큰 나무로 이동했습니다. 첫 번째 나무를 한 번 잘라보았기 때문에 요령이 생겼습니다. 두 번째 나무는 더욱 빠른 속도로 가지치기를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자, 이제 나무 떨어집니데이. 밧줄 당겨주이소.”

오늘 처음 만난 거사님들도 오고 가는 구수한 사투리 속에 금방 손발이 맞아 들어갔습니다.

스님은 거사님들과 함께 나무 아래에서 잔가지 치기를 계속했습니다. 계속 톱질을 해야 하는 거사님들을 틈틈이 격려도 했습니다.

“잘한다!”

스님의 목소리를 듣고 거사님들은 더욱 신나게 일을 했습니다.

“자, 이제 은행나무로 옮겨갑시다.”

대여해 온 고소작업차이기 때문에 반납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습니다. 해가 기울수록 거사님들의 손길도 더욱 빨라졌습니다.

“자, 이제 나무 떨어집니데이. 밧줄 당겨주이소.”

은행나무의 머리 부분이 쿵 하고 땅에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나무는 순식간에 톱질 낫질을 거쳐 땔감이 되어 학교 뒤편에 가지런하게 쌓였습니다.

“옆에 있는 은행나무로 이동하겠습니데이.”


네 번째 큰 나무를 다 자르고 나니 고소작업차를 반납해야 할 오후 5시가 되었습니다.

“나무 하나만 더 벱시다.”

마지막으로 벚나무 사이에 높이 솟은 전나무 가지치기했습니다.

“자, 밧줄 당겨주이소. 나무 떨이집니데이.”

다시 거사님들이 모여들어 떨어진 나무를 토막 내고 잔가지를 쳤습니다.



“진짜 수고했어요. 팽나무 아래에서 마음 나누기하고 마칩시다.”

포클레인으로 잔가지를 한꺼번에 트럭에 실어 놓은 후 모두 팽나무 아래로 향했습니다. 오늘 같이 일해 본 소감을 한 마디씩 나누었습니다.

“오랜만에 남자들끼리 일하는 분위기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거사님들이 하나 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었습니다.”

“온라인으로만 스님을 뵙다가 현장에서 직접 스님과 함께 일하니 무척 영광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가지치기를 끝내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톱질이나 나무 작업은 굉장히 위험한 작업인데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쳐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스님의 하루에 제 사진이 나가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남자들이 많으니까 옛날 어르신들이 ‘산에 가면 범도 잡겠다’ 하는 말이 떠올랐어요. 그것처럼 스님의 마음을 저희가 든든하게 해 드린 것 같아 뿌듯한 마음입니다.”

“가지치기를 하면서 제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도 가지치기가 되는 것 같아서 상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여러분이 나무를 베어 주기만 하면 뒷정리는 우리 공동체 식구들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거사님들이 뒷정리까지 다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많은 일들을 하루 만에 다 하시다니 굉장하네요. (웃음)

백신 접종을 다 하게 되는 9월 이후 정도가 되면 다 같이 모임도 갖고 하면 좋겠어요. 천룡사에도 가지치기 해야 할 감나무가 많아요. 천룡사에 가서 일할 때는 오늘처럼 하루 종일 일만 하지 말고, 등산도 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오늘은 제가 나무에도 안 올라가고 밑에서 잔가지만 쳤어요. 감사드립니다.”

명심문을 세 번 하고 울력을 모두 마쳤습니다.

저녁 7시 20분부터는 온라인 명상수련 참가자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온라인으로 가졌습니다. 명상수련 참가자들은 지난 수요일에 시작해서 4일째 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동안 온라인 명상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이나 의문이 나는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총 13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질문을 했는데, 그 중 한 명은 명상 중에 남편이 찾아와서 밥을 달라고 했다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명상 중에 남편이 밥을 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남편과 저는 서로 떨어져 삽니다. 남편이 명상 2일째 밤에 저에게 왔습니다. 저녁을 먹지 않아서 밥 달라고 하는데 저는 가만히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명상을 시작하고 20분이 지나자 벽력 같은 소리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남편은 법문이 나오던 노트북을 닫아 버리고 전원 코드를 뺐습니다. 그런데도 스님의 법문이 노트북에서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계속 스님 법문 듣고 있던 터라 마음의 평정심은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밖에 나가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집에 들어와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때 ‘저렇게 화를 내는데 내가 수행한답시고 이래도 될까?’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제 수행이 중요한지 아니면 명상 시간에 계율을 어기더라도 남편의 밥을 차려줘야 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자기 좋을 대로 하면 돼요.”

“그러면 계율을 어기게 되잖아요. 명상 중에는 움직이면 안 된다고 배웠는데요.”

“사람이 물에 빠져서 떠내려가고 있어요. 살려 달라고 아우성인데 손이 안 닿아요. 장대가 하나 있어야 사람을 건질 수가 있어요. 그래서 물에 빠진 사람 건지려고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어느 집에 보니 장대가 있어요. 장대를 빌려서 건지려고 장대 좀 빌려 달라고 하는데 그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때 장대를 가져오면 불투도, 즉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갖지 말라는 계율을 어기게 돼요.

이때 장대를 가져와서 사람을 건져야 될까요? 아니면 계율을 지켜야 할까요? 질문자는 어떻게 할래요?”

“장대를 갖고 와서 건지겠습니다.”

“계율에 어긋나는데요?”

“과보를 받겠습니다.”

“질문자는 5일간 집에서 명상하는 것에 대해 사전에 남편이랑 공유를 했어요?”

“네, 공유하고 허락도 받았습니다. 제가 4박 5일 명상을 세 번째 하고 있거든요. 남편은 명상수련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일단 허락은 했었는데, 제가 묵언을 5일 동안 하니까 나중에는 ‘명상 그거 하지 마라. 답답해 죽을 뻔했다’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날도 제가 명상하는 줄 남편이 알기 때문에 밥을 먹고 올 줄 알았는데 밥을 안 먹었다고 해서 저도 좀 깜짝 놀라기는 했습니다.”

“명상을 하는 이유는 우선 내 마음이 편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명상하는 수행자는 상대를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비록 질문자가 명상 중이긴 하지만 남편이 밥을 안 먹고 왔다 하니까 일어나서 남편한테 일단 밥을 차려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여보, 반찬은 없어요. 내가 명상 중이기 때문에 양해를 좀 해 주세요.’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서 곧바로 명상을 하면 됩니다. 아니면 이렇게 말해도 돼요.

‘여보, 내가 명상 중이라서 말을 할 수가 없고, 지금은 명상에 집중을 해야 되니까 오늘만은 밥을 자기가 좀 차려 먹어. 내일모레 명상 끝나면 내가 맛있는 것 해줄게.’

이렇게 말하는 정도의 계율을 어길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길이 있어요. 세 번째 방법은 명상에만 집중하는 길도 있습니다. ‘명상 중에는 어떤 상황에도 마음이 끄달리지 않아야 되겠다’ 이렇게 목표를 정했다면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내고 물건을 집어던지더라도 질문자는 딱 명상만 하는 겁니다. 법문을 듣는 시간에는 법문만 듣는 거예요. 노트북 전원 코드를 빼 버리면 핸드폰으로 들으면 되잖아요. 뺨을 때리면 ‘나는 이런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하면서 빰을 맞으면서 딱 명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괜찮아요. 그래서 네 좋을 대로 하라고 처음부터 제가 말한 겁니다. 네 좋을 대로 하라는 것은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 아니라 질문자가 어디에 비중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서 행동을 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저는 남편이 어떻게 행동해도 끝까지 명상을 하겠다는 것에 비중을 두었거든요. 그래서 노트북을 닫았는데도 스님 법문은 계속 들었던 겁니다.”

“자기가 그렇게 목표를 정했으면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죠. ‘남편한테 밥을 차려줬어야 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이미 벌써 경계에 끄달린 겁니다.”

“그 생각을 명상 중에 하긴 했어요. 그래서 명상 끝나기 10분 남았을 때 제가 안 되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밥을 차려주었습니다. 밥을 차려 주고 나서 계속 찝찝한 마음이 있어서 지금 질문을 드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질문자는 남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명상에만 집중하느라 수행자가 가져야 할 자비심을 놓쳤어요. 지금 사람이 물에 떠내려가고 있는데 내 계율 지킨다고 떠내려가도록 내버려 둔 겁니다. 또한 나중에 남편의 밥을 차려준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였기 때문에 경계에 끄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계율도 어겼습니다. 둘 다 어긴 겁니다. 이쪽도 어기고 저쪽도 어긴 거예요. 자기는 잘했다고 자랑삼아 하는 얘기인지 모르지만 둘 다 어긴 겁니다. 자비심을 가져야 한다는 계율도 어기고, 집중해야 한다는 계율도 어긴 거예요.

질문자가 제대로 명상에 집중을 했다면, 남편이 상을 뒤엎든지 벽력 같은 고함을 치든지 간에 그냥 명상 중에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어떤 분노도 일으키지 않고, 어떤 미안함도 일으키지 않고, 평정심이 유지되는지만 가만히 살펴봐야 합니다. 명상이 끝나고 나서 ‘여보, 내가 명상 중이라서 밥을 못 차려주었어. 미안해’ 하면서 밥을 차려주었다면 질문자는 계율을 지킨 거예요.

어차피 일어나야 할 상황이었다면 밥을 차려주고 나서 자리에 앉아야죠. 계율을 어긴 것을 참회하고 다시 명상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행동하든 저렇게 행동하든 번뇌가 없어야 합니다. 이것도 어겼고 저것도 어겼기 때문에 지금 헷갈리는 거예요. 스님이 ‘네 좋을 대로 해라’ 하고 말하는 건 팽개친다는 뜻이 아니라 수행이라는 것은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걸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12명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참가자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명상을 잘했다고 말하는 이유

“여러분들 다 명상을 잘했어요.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명상을 했기 때문에 다리 아픈 줄도 알고, 망상이 많은 줄도 알고, 졸리는 줄도 알고, 의문이 많이 생기는 것도 알 수 있었던 거예요. ‘이래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직접 해봤다는 얘기예요. 안 해본 사람은 이런 생각조차 안 듭니다. 안 해본 사람은 명상하면 좋은 줄만 알거나 쓸데없이 명상을 할 필요가 있느냐 이렇게만 생각해요. 그러나 직접 명상을 해보면 ‘좋은 줄 알았더니 좋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아니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마치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자전거를 타면 좀 편리한 건 맞아요. 그런데 자전거를 배우는 기간 동안은 훨씬 더 불편해요. 걸어 다니는 게 훨씬 낫게 느껴집니다. 자전거까지 끌고 다니려니까 더 힘들어요. 그러나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자전거 끌고 다니는 고생을 좀 하다가 결국 자전거를 타게 되면 ‘걸어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다 잘한 거예요.”

스님의 따뜻한 격려를 받으며 명상수련 4일째 일정이 끝났습니다. 내일 회향식 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새벽부터 예초기를 돌리고, 오전에는 뜬모를 심고, 오후에는 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저녁에는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온라인 명상수련 회향식을 한 후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는 전국법사단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고, 일요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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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입니까

향나무하늘소[Semanotus bifasiatus]를 방제하려면

유충 활동기인 3~4월에
페니트로티온 유제(50%) 500배 액을
10일 간격으로 2~3회 살포하는 게 좋습니다.


친환경적인 방제 방법에는
포식성 천척을 보호하는 방법이 있고

좀벌류, 기생파리류와 같은
포식기생자(捕食寄生者)들을
보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2024-02-25 21:17:13

향나무입니까

향나무하늘소[Semanotus bifasiatus]의 유충은
성충이 산란한 후 봄에 부화하고
향나무 목재를 불규칙적으로 파먹습니다.

유충은 목재를 파먹어들어간 갱도에
배설물을 채워 두며
9월쯤에 번데기가 됩니다.


유충이 갱도에 배설물을 채워두기 때문에
피해를 발견하기 힘들며
유충이 향나무의 형성층을 갉아먹기 때문에
나무가 고사할 확률이 높습니다.

2024-02-25 21:13:58

향나무입니까

향나무류의 주요 해충은 하늘소과[Cerambycidae]에 속한
향나무하늘소[Semanotus bifasiatus]입니다.

이들은 '측백나무하늘소'라고도 불리며
주로 측백나무과[Cupressaceae]에 속한 수종을
가해합니다.


이들 성충의 몸 길이는 약 1.2~1.5cm이며
성충이 연 1회 발생합니다.

성충은 가을에 우화하며 성충태로 월동합니다.

2024-02-25 21: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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