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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사회문화회관 특별지부 불교대학생들과의 만남, 평화재단 정기 심포지엄이 있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수행과 명상을 하고 원고를 교정한 후, 북한 전문가들과 모임을 하기 위해 평화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7시, 스님은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을 함께하며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최근 물가 동향을 점검하고 북미 관계, 북중과 북러 관계에 대한 전망을 분석하며 전문가들과 여러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모임을 마친 후 오전 10시에는 평화 안보 전문가들과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미팅 전에 잠깐 회관특별지부 불교대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3층 설법전으로 이동했습니다. 설법전에 들어서자 불교대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에 스님께 인사드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공부 잘 하고 있어요? 회관에서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 잠깐이라도 스님을 볼 수 있을 줄 알고 신청했다는 사람이 있다면서요. 잠깐 인사하러 들렀습니다. 공부 잘 하고 있으면 됐지 스님 얼굴은 봐서 뭐해요? (웃음)”
전문가들과의 모임시간 직전이라 시간이 많이 없었지만 스님은 매주 회관까지 찾아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위해 불교의 핵심 사상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학생들과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안보 전문가들과 미팅을 하기 위해 10층 평화재단으로 돌아왔습니다. 평화 안보모임에서는 전문가들과 함께 약 2시간 동안 이란 전쟁을 비롯한 국제 정세의 변화를 살펴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미관계 개선의 필요성과 북중러 군사 협력의 강화를 예상하고 안보상 위험을 우려했습니다.

12시 30분 경에는 인도 상카시아에서 불사를 준비하고 있는 김윤태, 안상희님이 스님에게 인사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스님은 두 활동가와 함께 상카시아 불사 진행현황을 점검했습니다.

9층 평화재단 강당에서는 정기심포지엄이 한창 준비중에 있었습니다. 사회자와 발제자, 패널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현장 참여와 유튜브 생중계가 동시에 이루어져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심포지엄에 참가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평화재단이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현대 사회의 위기, 문명의 대전환’입니다. 오후 1시가 되자 평화재단 지도위원인 조민 박사님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진행으로 심포지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안보위기, 경제위기, 정치위기, AI 시대로 급속한 진입 등 여러 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 익숙했던 삶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지금, 우리가 맞이한 이 변화는 단순한 정세 변화가 아니라 문명적 전환의 문제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현상 진단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의 안병진 교수님은 문명전환과 글로벌 질서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오늘날의 미국 트럼프 현상보다 더 위험한 것은 ‘복고적 기술주의’의 부상입니다. ‘복고적 기술주의’란 첨단 기술을 쥐고 중세 봉건 질서로 돌아가려는 흐름을 뜻합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혼란스러운 변화를 극복하려면 기존의 이론과 사회 질서가 아닌, 새로운 이론과 개념을 발견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인간다운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나라로 거듭나야하며, 그 핵심 가치는 지구 행성적 차원의 사유와 다문명의 공존에 있습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이현태 교수님은 문명전환과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해 발제했습니다.


“그동안 세계경제가 누려 온 값싼 무역, 값싼 에너지, 값싼 돈, 값싼 노동의 조건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화의 큰 수혜자였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균열이 가져올 충격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비용 세계화가 끝난 지금 이제는 내수 기반을 키워서 대외 충격에 버티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기존의 관성적인 경제 정책으로는 지금의 구조적인 침체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국가차원에서 대전환기 성격에 걸맞는 새롭고 창의적인 좌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어지는 패널들의 발표에서도 날카롭고 다양한 분석들이 나왔습니다. 대구대학교 국방군사학과 안병억 교수님은 유럽과 국제질서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미국의 리더십이 약해지고, 중국도 국제 공공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는 더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질서로 가고 있습니다. 유럽은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하지만, AI 규제와 기후 대응에서는 독자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한국도 이런 규범 질서의 흐름을 주목해야 합니다.”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김재한 교수님은 국익과 글로벌 공공재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의 위기상태를 병목현상으로 진단하고 현 상태를 뚫고갈 처방을 들어보면 안도감이 들기보다 오히려 지금 상황이 불치병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면서,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국가 단위의 국익만으로는 오늘의 복합위기를 풀기 어렵습니다. 국방, 평화, 기후, AI 같은 문제는 공공재의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익과 지구촌 보편 가치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정책은 일부 집단만 만족시키는 배제적 정책이 아니라 가능한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또한 현 상황은 어느 한 나라의 이익만으로 풀기 어렵고, 국가 단위의 공공재와 글로벌 공공재를 함께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이 국익만을 말할 것인지, 지구촌과 함께 갈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 제도를 만들 것인지가 중요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님은 노동의 가치 회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으며, 경제위기의 고통이 언제나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서민층과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모순적인 구조를 비판했습니다.

“주식투자의 열풍으로 이제는 열심히 일해서 삶을 꾸리는 길이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고, 청년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자산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쿠팡으로 상징되는 플랫폼 독점, 빅테크 의존, 주식투자 열풍은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AI시대로의 전환이 불평등 증폭기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재벌개혁, 불로소득 억제, 복지국가 강화, 공공성 회복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패널로 나선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박창기 회장님은 향후 3-4년간 반도체의 호황으로 막대한 금액의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앞으로 30년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사회가 크게 바뀔 것이며, 빅테크 기업의 가치 상승과 반도체 호황, 세수 증가가 한국 경제에 새로운 문제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올 것입니다.
첨단 기술이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재앙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위대한 도약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사회가 기술 권력을 감시하고 든든한 방어벽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패널들의 발표가 끝나고 종합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토론은 점점 심도있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흔들리는 시대에 청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서울 부동산 문제를 공급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빅테크와 AI의 힘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오고갔습니다.



현장에서는 청중들의 흥미로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패널들과 청중들의 토론의 장을 마무리하면서 이현태 교수님이 정토사회문화회관 공양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제가 오늘 굉장히 일찍 왔습니다.(웃음) 도착해서 보니 점심먹을 곳이 없더라고요. 일단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들어왔는데 입구에 젊은 청년들이 웃으면서 저를 맞이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혹시 점심 먹을 곳이 있는지 물어보니 지하 공양간으로 가라고 안내를 해주더군요. 그래서 지하공양간에 갔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배식을 하는거예요. 저도 오랜만에 줄을 서서 배식을 하고, 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오는데, 설거지실이 보였습니다. 들어가보니 그곳에서 자기가 먹은 접시를 삼단 설거지를 하더라고요. (웃음)
제가 경제학을 이야기 했지만, 더 많이 생산하는 것 보다 이렇게 아끼고, 나누고, 분배하는 일이 더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정토회관에서 미소로 맞이해주던 청년들부터 삼단 설거지로 물을 아껴쓰는 공양간까지 뜻깊은 체험이었습니다.
어려운 시기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거창한 해결책보다 오늘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진정한 시대정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참 오랜만에 들어서 감사했습니다.
평화재단 정기 심포지엄에서 던진 오늘의 화두는 이제부터 시작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공짜로 밥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은 장시간 토론을 경청한 뒤, 오늘 심포지엄을 정리하는 말씀을 했습니다.
“오늘 발제하시고 참여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지난 30년간 부동산 문제가 우리 사회의 큰 과제였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동산 문제라는 것이 원래 없는데 우리가 계속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즉, 부동산이라는 것의 성질 자체가 본래 이런 것인데 우리가 그것을 문제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 전체가 공감할 만한 분명한 해결책이 있는데도 아직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보물찾기 놀이를 하면서 늘 이런 의문을 가졌거든요. ‘보물이 분명히 여기 있는데 내가 못 찾는 걸까, 아니면 원래 여기 없어서 못 찾는 걸까?’ 하고요. 그런데 원래 없는 것인지, 있는데도 못 찾는 것인지는 끝까지 찾아봐야 알 수 있다는 거예요.
부동산 문제 역시 우리가 충분히 분석하고 대응해 본 뒤에, ‘이것은 원래 대책이 없는 문제다. 그냥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가는 거다’라고 결론을 내리든지, 아니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결론을 내리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소회를 말씀드립니다.

저는 외국에 있어서 자세히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는데, 최근에 정부에서 모병제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모병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군대에서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모병제를 하면 지원할 사람이 많을까요? 모병제를 시행했는데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식의 대책은 20년, 30년 전에는 해결책이었을지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는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도(中道)에서 ‘시중(時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시점에서 중도가 있는 것이지, 중도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의 해결책을 지금 그대로 내놓는 것, 저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라고 봅니다. 40년 전 민주화 운동 시절의 사화적 과제나 해결책으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저출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인데, 차라리 아이를 더 적게 낳는 것이 일자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청년 일자리 문제는 그대로 두고, 저출산 문제만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시대가 온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또 저출산 문제를 걱정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더 낳아서 결국 실업자를 늘리겠다는 것일까요? 이런 모순적인 부분을 알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를 낳으면 얼마를 준다’고 하는 게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저출산의 핵심적인 원인은 결국 취업과 주택, 그리고 교육 문제와 연결되어있는 게 아닐까요?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내가 아이를 낳아서 남들처럼 지원도 못 해주고 차별받게 하기는 싫다는 거예요. 일단 아이를 낳으면 중학교까지는 정부가 알아서 책임지는 시스템이 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문제를 다룰 때는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오늘 제기된 여러 문제를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좀 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만약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합시다. 청년 대다수가 ‘나는 노동자가 되지 않고 자산가나 투자자가 되겠다’라고 한다면 오히려 사회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20만 명만 태어나더라도 이 청년들이 의대로만 몰리지 않고 과학이나 기술 분야 등 다양한 분야로 진로를 선택한다면, 오히려 상당 부분의 사회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문제의 해결은 단순히 출생률을 높인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미래 세대가 무엇을 배워서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합니다 이 문제는 사회 시스템과 가치관의 문제로 접근해야지, 단순히 인구 문제의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해결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는 육체노동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가 거의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지금 철도 안전 점검을 하는 현장에 한번 가보세요. 나이 많은 어르신들밖에 없습니다. 사회가 유지되려면 적어도 군대가 국가를 지키듯이 사회의 기본 인프라를 책임지는 노동자들에게도 군대 이상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만약 국가적인 지원과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자리는 앞으로 전부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과연 우리 사회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우리 사회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편리함 밑에는 사실 엄청난 위험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를 조금 더 전체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가의 안전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국민 기본소득 문제도 그렇습니다. 저는 앞으로는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달에 500만 원을 주면서 일하지 않고 살아도 된다고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아마도 약물 중독이나 게임 중독 같은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적정한 기본소득을 주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인간다운 삶’이란 도대체 어떤 걸까요?
우리는 여러 문제를 더 깊이 검토해서 과거에 세웠던 기준과 목표를 변화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또 어떤 정책을 시행한다면 몇 년 뒤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들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두서없이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심포지엄을 마치고 스님은 단체사진을 찍은 뒤, 오늘 참석하신 패널들과 발제자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감사인사를 했습니다.

평화재단 심포지엄을 마치자마자 종교인 모임의 스리랑카 방문을 담당하고 있는 스탭들과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하였습니다.

오후 7시 30분, 회관특별지부 저녁반 불교대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설법전으로 이동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공부 잘 하고 있어요?”
“네”
“그러면 제가 질문을 하나 할게요. 지금까지 배운 것을 가지고 생각해보세요. 불교의 핵심 사상은 뭘까요?”
“계정혜 삼학이요”
“일체유심조요”
“일체유심조는 아직 가르친 적이 없어요.(웃음)”

"깨달음을 통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라 합니다. 이것은 어떤 믿음이나 지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깨달음을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반야심경에 이러한 문장이 있습니다."
고지 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故知 般若波羅蜜多 是大神咒 是大明咒 是無上咒 是無等等咒
"반야바라밀다는 가장 신비한 주문이며, 가장 밝은 주문이며, 으뜸가는 주문이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주문입니다. 시대신주(是大神咒)는 가장 신비한 믿음이라는 뜻이고, 시대명주(是大明咒)는 가장 밝은 앎이라는 뜻이고, 시무상주(是無上咒)는 가장 높은 실천이라는 뜻이고, 시무등등주(是無等等咒)는 비교할 수 없는 증득이라는 뜻입니다.
이 네 가지를 다른 표현으로 하면 ‘신해행증(信解行證)’이 됩니다. 신(信)은 믿음, 해(解)는 이해, 행(行)은 실천, 증(證)은 증득입니다. 즉, 신해행증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그 어떤 믿음보다도 더 견고한 믿음이고, 그 어떤 앎보다도 더 밝은 앎이고, 그 어떤 실천보다도 더 높은 실천이고, 다른 어떤 증득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증득인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대에 가야지 배울 수 있어요.(웃음) 그런데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이유는 여러분이 정토불교대학에 다닐 때에는 불교를 믿는 관점으로 다니면 안되고 법을 이해하는 관점에 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이란 진실을 말하는 것이고 원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법은 믿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안돼요. 이해하면 반드시 실천을 해서 직접 경험 해야합니다.
욕망을 따랐을 때 일어나는 만족감, 심리적 기쁨을 즐거움이라 합니다. 반대로 욕망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불만족감을 괴로움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두가지를 경험해 보시고 즐거움과 괴로움이 모두 열반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둘을 넘어서는 제 3의 길을 발견하셨습니다. 그것은 욕망을 따르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욕망으로 알아차린다.’ 라는 새로운 길이었어요. 부처님은 이를 중도(中道)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핵심 실천방법입니다.


부처님은 중도를 발견하신 후에는 중도행(行)을 하셔서 깨달음을 얻으셨어요. 그 깨달음의 내용이 연기(緣起)예요. 깨닫고나니 모든 괴로움과 번뇌가 사라져버렸어요. 그것을 열반(涅槃)이라 합니다. 따라서 불교는 중도를 행해서 연기법을 깨닫고 열반을 증득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불교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법을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법을 이해한 다음에는 내가 깨달으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진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요. 그것을 경험하는 장이 ‘깨달음의 장’이예요.
요즘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고 있죠?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다보면 부처님이 역사 속의 사람인지 소설 속 사람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현장으로 확인하러 가야해요. 그게 인도성지순례입니다. 현장 학습이예요.(웃음)
믿어야 한다는 것은 없어요.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면 저절로 믿어지고, 내가 직접 체험을 하면 저절로 믿어지고, 내가 눈으로 보면 저절로 믿어집니다. 믿음은 요구한다고 믿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경험한 결과로 자연스럽게 믿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15분간의 짧은 현장 수업이었지만 그 동안 수업시간에 배웠던 핵심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담겨있었습니다. 학생들도 즉석에서 이루어진 스님의 현장수업을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스님은 불교대학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끝으로 긴 하루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종일 손님들과의 미팅 일정이 있고, 저녁에는 안산 행복한대화 강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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