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6.6. 온라인 명상수련 회향식, 저수지 공사, 일요명상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방법”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에 스님은 방금 뜯은 싱싱한 상추를 두 바구니에 가득 담아 왔습니다.

“상추 뜯어 왔어요. 발우공양할 때 먹읍시다.”

“감사합니다. 스님.”

오늘은 4박 5일간의 온라인 명상수련을 회향하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 20분에 온라인 명상수련 소감문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온라인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참가자를 대표해서 9명이 소감문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발표 내용을 경청하며 메모를 했습니다.

소감문 발표가 끝나고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명상수련을 통해 얻은 소득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명상 경험담과 소감을 잘 들었습니다. 우리들의 욕구는 점점 커졌으면 커졌지 멈춰지지가 않습니다. 논을 한 마지기 사면 두 마지기 사고 싶고, 다섯 마지기 사면 열 마지기 사고 싶고, 스무 마지기 사면 오십 마지기 사고 싶고, 이렇게 욕구는 끝이 없어요.

명상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앉아 있으면 눕고 싶어지고, 다리를 오므리고 있으면 펴고 싶어지고, 다리를 펴고 있으면 다시 오므리고 싶어집니다. ‘다리 아프다’, ‘허리 아프다’, ‘배고프다’, ‘자고 싶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늘 욕구를 따라갑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의 감시를 받거나, 다른 사람의 잔소리를 의식하거나, 누군가의 통제를 받아서 욕구를 어느 정도 절제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늘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스트레스 지수가 굉장히 높습니다.

온라인 명상수련을 통해 얻은 소득

그런데 여러분들은 스스로 선택해서 누워도 되는데 안 눕고, 자도 되는데 안 자고, 먹어도 되는데 안 먹고, 이렇게 4박 5일 동안 자발적으로 욕구를 절제하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살아 본 적이 별로 없을 거예요. 이 속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강제성은 없었습니다. 자기가 자기를 제어해보는 경험을 한 겁니다. 이런 경험은 쉽게 해 볼 수 없는 경험이에요. 때 아닌 때에 눕지 않기로 했지만 설령 누워버렸다 하더라도, 다리를 펴버렸다 하더라도, 자기가 자기를 제어해 보려고 노력을 해봤다는 것은 굉장한 경험입니다.

만약 타인이 나를 제어했다면 ‘네가 나를 속박하구나’ 하면서 그를 원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기가 자기를 제어하니까 이 문제로 인해서는 누구를 원망할 수가 없어요. 또 이렇게 스스로 제어하는 게 힘이 드니까 항상 ‘이런다고 뭐가 될까!’ 하는 의심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의심이 일어나면 거기에 끌려가기가 쉬운데, 그래도 5일 동안 의심이 드는 가운데 여러분들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것도 여러분들에게는 큰 경험입니다.

여러분들이 발표한 소감문의 내용을 종합하면 크게 다섯 가지 정도인 것 같아요. ‘다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다’, ‘허리가 아팠다’ 하는 통증 얘기, ‘배가 고팠다’ 하는 먹는 얘기, ‘자고 싶었다’ 하는 수면욕에 대한 얘기, ‘누가 어떻다' 하면서 거기에 간섭하고 싶어 하는 얘기,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떨까’ 하는 근심 걱정 얘기입니다.

아무 할 일 없이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했는데, 행동만 안 하지 마음으로는 온갖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을 물질 현상에서는 관성의 법칙이라고 해요. 정신 현상에서는 ‘까르마’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려는 습성이 있는 거죠.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 사는 삶

지금까지는 늘 핑곗거리가 있었어요. ‘네가 그렇게 행동하니까 그랬지’, ‘상황이 이러니까 내가 그랬지’, '바쁘니까 그랬지’ 늘 이렇게 핑곗거리가 있었는데, 명상할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몸도 가만히 있어야 되고, 정신도 무념무상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되지가 않죠. 이럴 때 자기를 알게 됩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미움이 생기고 화가 나는구나.’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초조하고 불안하구나.’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자꾸 뭐가 먹고 싶구나.’

이런 것은 모두 까르마에 의해서 일어나는 겁니다. 우리는 그 욕구를 따라서 그냥 살아가는 거예요. 내가 내 인생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가 내 인생을 사는 게 아니고 단지 욕구에 끌려서 살아가는 겁니다. 평생 욕구의 종노릇을 하는 거예요. 이런 삶은 욕망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삶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밖의 100만 대군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가 자기를 이기는 자가 진짜 영웅이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야말로 참 자유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욕망으로부터 당장 자유로워지지는 못해도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지금 시도를 해봤다는 겁니다. 자유라는 게 그렇게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밖으로부터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서양에서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잖아요. 그것보다 백 배 천 배 더 강한 자기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할 정도의 단호함이 있어야 합니다. 밖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서도 죽음을 불사하는데 그보다 백 배 천 배 강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훨씬 더 큰 결단이 필요합니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경전에도 부처님께서 6년 동안 고행을 할 때 마왕의 유혹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왕의 유혹이란 곧 욕망을 뜻합니다. 마왕의 유혹을 받았을 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문자풀을 입에 물것 같으냐!’

서양 문화에서 항복할 때 백기를 드는 것처럼 인도 문화에서는 ‘항복!’이라고 말할 때 문자풀이라는 것을 입에 무나 봐요. 이 말은 ‘나는 죽어도 항복 안 한다!’ 이런 뜻입니다. 여러분들도 부처님처럼 바로 그런 길에 들어선 겁니다. 자유와 행복을 향한 길을 불교 용어로 ‘해탈과 열반’이라고 해요. 괴로움이 없는 경지를 향해서 여러분들이 지금 도전장을 내민 겁니다.

이중에 백전백패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90패 또는 80패를 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중요한 것은 몇 번 패배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패배했다고 포기하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해요. 열 번 넘어지면 열한 번째 일어나고, 백 번 넘어지면 백한 번째 일어나는 게 중요합니다.

명상원에 들어와서 명상을 할 때도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남의 시선에 속박을 받으며 명상을 하게 되는데,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여러분들은 자기가 자기를 제어해야 합니다. 집에서 혼자 명상을 하기 때문에 잔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잖아요. 자기가 자기를 감독해야 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감독하는 것을 ‘자제'라고 합니다. 스스로 깨닫는 것을 ‘자각’이라고 합니다. 온라인 명상수련은 ‘자각’과 ‘자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명상원에 들어와서 명상하는 것보다 일시적인 효과는 떨어질 수 있어요. 왜냐하면 명상원에서는 강제로라도 해야 하지만 집에서는 스스로 자제를 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도 명상을 지속적으로 하는 데에는 온라인 명상이 더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온라인 명상을 통해 혼자서 자기를 자제하는 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심자일수록 대중과 같이 명상을 해서 자기식대로 하는 것을 막아야 해요. 그러나 명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누구에게 의지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자기를 완전히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법륜 스님의 역할은 여러분들이 다리를 다쳤을 때 사용하는 지팡이와 같아요. 지금 여러분들에게는 지팡이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다리를 다쳤는데 자기 혼자 걷는다고 지팡이를 집어던진다면 바로 넘어져요. 그러나 다리가 다 나으면 지팡이는 버려야 합니다. 다리가 다 나았는데도 고맙다고 지팡이를 계속 짚고 다니면 사람들이 환자로 알아요. 그러나 언젠가 버려야 할 지팡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지팡이를 버리고 혼자서 걸으면 뒤뚱거리는 움직임을 정상이라고 착각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

방금 아홉 명의 소감문 발표를 들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세 줄입니다.

‘힘들었다.’
‘포기하려고 하다가 겨우 참았다.’
‘지나고 보니 좋구나.’

제가 소감문을 썼다면 딱 세 줄로 쓸 수 있는 얘기인데 여러분들은 장황하게 한 페이지를 쓰셨어요. (웃음)

여러분은 길들여진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선택하고, 내가 그 결과를 책임지고, 내가 나를 점검하는 그런 길에 도전장을 내밀고 4박 5일 동안 연습해 본 거예요. 그런데 그것만 갖고는 안 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해서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법륜 스님의 법문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은 여러분들에게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데에 참고 사항이지 법륜 스님의 노예가 되면 안 돼요. 이 모든 부처님의 말씀과 법륜 스님의 법문은 한 마디로 이겁니다.

‘네가 네 인생의 주인이 되어라!’

법문이 훌륭하다고 해서 ‘나는 법륜 스님만 따라다니면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와 항상 가까이 있어도 나의 가르침대로 행하지 않으면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나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의 가르침대로 살아간다면 그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졸렸네, 안 졸렸네, 됐네, 안 됐네, 이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연습을 한 번 해봤다는 것이 중요해요. 이번에는 명상 중에 다리를 폈다면 다음에는 안 펴고 해 보고, 이번에는 너무 졸려서 중간에 누워 잤다면 다음에는 졸리더라도 눕지 않아 보는 겁니다. 정신없이 자버리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는 눕지 않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음식이 입에 들어가 버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는 음식을 정해진 양 이상을 먹지 않는 겁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툭 튀어나와 버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는 말하지 않는 거예요. 이번에 실패한 건 다음에 또다시 해봅니다. 실패했다고 후회하거나 기죽을 필요가 없어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이 간단하지는 않구나! 그동안 너무 노예로 살았구나!’

다만 이렇게 알면 됩니다. 이걸 알았으니 조금씩 도전해서 점점 주인이 되는 길로 나아가면 됩니다. 위축될 게 아니라 ‘그러니 정말 내가 제대로 해야겠구나!’ 하고 원을 세워야 합니다. 이번 4박 5일이 그런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정리 말씀이 끝나고 곧바로 4박 5일간의 온라인 명상수련을 마무리하는 회향식을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삼귀의 반야심경을 봉독한 후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하루에 한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수행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자신을 돌아보는 법회에 참석하고, 일 년에 한 번은 4박 5일 이상의 수련에 참석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했습니다. 그리고 명상이 잘 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명상이 잘 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방법

“명상수련을 통해 자기 점검을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자기를 점검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후회하는 것이 줄었는가?’

줄었다면 수행이 되고 있는 거예요.

‘내가 하는 행동이 남을 손해 입히고 괴롭히는가?’

그런 행동을 멈췄다면 수행이 되고 있는 거예요.

‘남을 위해서 위로의 한 마디를 하거나, 돈을 조금이라도 보시하거나, 봉사를 하고 있는가?’

어떤 대가를 기대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면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어요.

‘예전보다 남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이라도 더 넓어졌는가?’

이렇게 자기 점검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자꾸 얼마나 오랫동안 명상을 하고 앉아 있었는지를 갖고 수행을 평가해요. ‘앉아 있다가 눈뜨니 하루가 지났다. 명상은 참 오묘하다’ 이런 얘기를 자랑삼아 하는데, 그렇다면 명상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죽비 치고 앉았다가 눈뜨면 죽을 때가 된 사람입니다. 그보다 명상이 더 잘 된 사람은 눈 딱 감았다가 죽어 버리는 게 제일 잘 된 거죠. (웃음)

그런 식으로 명상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다리가 아프고, 망상이 일어났다고 해서 명상이 제대로 안 된 게 아니에요. 그런 상태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끄달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관점을 갖고 정진을 해 나가셔야 합니다.

생명 가진 모든 것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우리는 공덕도 짓지 않고 남의 공덕까지 자기가 가지려고 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만약 4박 5일 동안 명상수련을 해서 쌓은 공덕이 있다면, 이 공덕을 조금이라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에 사용해야 합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양식이 되고, 병든 사람에게 양약이 되고, 배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배움의 터가 되고, 전쟁이 일어난 곳에 평화가 오고, 갈등하는 곳에 화해가 오도록 이 공덕을 회향해야 합니다.

‘나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타인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이 공덕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해요. 그들도 내가 느꼈던 이 기쁨을 조금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어보시기 바랍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사홍서원으로 회향식을 마쳤습니다. 9시에는 두북 공동체 상주 대중과 함께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스님이 새벽에 뜯어 온 상추가 그릇에 소복하게 담겨 나왔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스님은 오늘 울력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오전에는 같이 저수지에 올라갑시다. 배수장치에 물이 계속 새는 문제가 있어서 시멘트를 발라서 막아버리면 좋을 것 같아요. 혹시 나중에 배수장치를 또 사용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한 겹 정도 막을 친 다음에 그 위에 시멘트를 덧씌우는 게 좋겠어요. 그래서 진흙은 들어가더라도 돌은 들어가지 않도록 방법을 연구해 봤으면 합니다. 더 여력이 되면 포클레인으로 저수지 바닥에 진흙을 더 퍼내서 깊이가 더 생기도록 하면 좋겠거든요. 같이 연구해 봅시다.

올해 첫 수확한 햇감자는 알이 굵은 것만 골라서 정토회와 평화재단을 도와주시는 사회 원로분들에게 선물로 보내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공동체 대중 여러분들께서 동의해 주시겠습니까?”

“네!”

“뽕나무 밑에 비닐 천을 깔아 놓았는데 비가 오고 나서 그 위에 오디가 많이 떨어졌어요. 오디를 다 주워 와서 또 한 번 쨈을 만들어 먹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무를 한 번 더 털어서 오디를 더 따오면 좋겠습니다.”

곧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다 함께 저수지로 향했습니다.

지난번에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배수장치를 수리했지만, 계속 저수지의 물이 새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맑은 날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오늘 배수장치에 시멘트를 바르는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햇살이 무척 뜨거웠습니다. 장마가 오기 전에 미장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수지에 도착해 먼저 뽕나무 아래 펼쳐 놓았던 천막에 떨어진 오디를 모았습니다.

“떨어진 것만 주워도 양이 굉장하네요.”

며칠 전 나무를 털어서 수확한 만큼의 오디가 모였습니다.

오디를 옮겨 놓고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못 바닥으로 40kg 시멘트 포대와 방수제 등 필요한 물품을 옮겼습니다.

스님은 미장할 부분에 괸 흙과 물을 퍼내고 행자들은 시멘트 반죽을 만들었습니다.


두부판으로 배수장치 여닫는 부분을 막아놓고 시멘트를 바르기 시작했습니다. 첫 반죽에는 잘 개어지지 않아 덩어리진 것들이 있었습니다.

“급결 되는 방수제를 물에 섞어서 시멘트 가루에 섞어줘야 하는데, 방수제를 바로 섞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스님은 뭉친 부분을 손으로 부수어 가며 시멘트를 발랐습니다.

두 번째 반죽을 할 때는 방수제를 물에 희석한 다음 시멘트에 골고루 섞어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찰지고 고운 반죽이 만들어졌습니다.



시멘트 약 100kg을 세 번에 걸쳐 반죽해 배수 장치 주변을 싹 막았습니다. 여닫는 부분을 막아놓고 작업을 했지만 그래도 시멘트가 조금 묻어있었습니다. 물로 씻어내고 걸레로 깨끗이 닦고 작업을 마쳤습니다.

배수장치를 보는 스님과 행자들의 얼굴에 뿌듯함이 묻어있었습니다.

“잘 했네요.”

행자님이 웃으며 물었습니다.

“스님, 시멘트에 ‘2021년 6월 6일 법륜스님’이라고 적을까요?”

“그런 걸 왜 적어요. 나중에 물 새면 스님에게 다 뒤집어씌우려고요? (웃음) 명예를 안 가지면 책임을 질 일도 없어요.”

“그렇네요.”

울력을 마치는 줄 알았더니 스님은 연장 가방에서 톱과 낫을 꺼냈습니다.

“둑에 가시 덩굴을 제가 베다 말았는데 한두 개만 정리하고 갑시다.”

큰 덩어리로 자란 가시덩굴 아래 줄기를 자르고 아래로 끌어내렸습니다.

한낮에 일을 하고 나니 배로 힘이 들었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못을 거의 다 내려왔는데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봉사자들이 저수지를 보러 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스님은 다시 못으로 올라가 모래가 쌓인 곳을 보여주었습니다.

“계곡에서 쓸려온 자갈과 모래입니다. 이 자갈과 모래를 밭으로 옮겨서 농사에 이용하면 좋겠어요. 그럼 밭에도 좋고 저수지도 넓어지니까 물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요. 대형 트럭으로 모래를 옮기는 게 가능할까요? 저희가 가진 트럭으로는 조금밖에 못 옮겨서요.”

“들어오는 길이 좁아서 대형 트럭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번 연구해봅시다.”

울력을 마치고 돌아와 뙤약볕을 피해 사무실에서 각자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후 5시 30분부터는 방송실에서 전국법사단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법사 수계식이 있은 후 신규 법사님 33명이 탄생했습니다. 신규법사님들을 어느 지회에 배정할지 법사단장이 초안을 제출하고 전국 법사단 전체가 이를 의결했습니다.

신규 법사님 한 명이 2개의 지회에 배정되어 9월까지 선배 법사님로부터 배우는 수습 기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오후 6시에 신규 법사님 33명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선배 법사님들은 배경 화면을 꽃 사진으로 바꾸어 신규법사님들을 환영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이 순식간에 꽃밭으로 변했습니다.

“신규 법사님들 모두 환영합니다!”

이어서 신규 법사님 33명이 각자 법사가 된 소감과 지금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선배 법사님들을 대표해서 3명이 환영의 마음을 이야기한 후 마지막으로 법사단 전체가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에서 법사가 가져야 할 역할과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당당하되 겸손하게

“수행은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이래라저래라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토회 계본에 ‘가르치지 않는다’는 항목이 있어요. 반드시 포살이나 자자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지적할 수 있어요. 일상에서 남에게 ‘수행을 잘하느니 못하느니’라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이런 자세를 잘 익혀 왔을 거예요. 앞으로도 대중과 일을 할 때 평등한 관계로 일을 해야지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수행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해서는 안 돼요.

그런데 수행을 하는 과정에 가끔 자기를 돌아보도록 지도해 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에요. 정토회에서는 처음에 수행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역할을 지도 법사 혼자만 했습니다. 정토행자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니까 제가 일일이 다 사람을 확인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도법사가 하는 역할의 일부를 법사를 임명해서 위임했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역할을 위임받았더라도 가능하면 최소화해야 해요. 정토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해 주는 것은 좋지만 지적하는 자세는 좋지 않습니다. 법사라는 자격이 주어졌으니까 필요할 때는 지적하되 가능한 적게 해야 합니다. 내가 가르쳐 주고 싶어서 지적하면 안 돼요. 수행 과정에서 자신을 살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이 법사입니다.

법사는 자기 개인이 잘나서 법사가 된 게 아니라 정토회에서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해서 역할을 준 것뿐이에요. 그러니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위축되어서는 안 돼요. 여러분은 지도 법사를 대신해서 담당 지회에서 법사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지위가 낮거나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축되어서는 안 돼요. ‘나처럼 못난 사람이 무슨 법사냐’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법사는 항상 당당해야 합니다. 또한 겸손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잘나서 법사가 된 게 아니니까 잘난 척해서도 안 돼요. 다만 법사라는 역할이 필요해서 여러분에게 이름과 역할을 준 것이기 때문에 법사로서 당당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임해야 합니다.”

사홍서원으로 전국법사단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저녁 8시 30분에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3천여 명의 정토회 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스님이 한 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번 주에 저는 한국 사람들의 주식인 쌀을 생산하기 위해 모내기를 했습니다. 뽕나무에서 나는 열매인 오디도 수확했습니다. 비닐하우스에 심은 햇감자도 캤습니다. 어제는 남자 봉사자들과 함께 두북 수련원에 있는 큰 나무들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나무가 너무 크면 여름 태풍 때 쓰러져서 건물과 사람을 다치게 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진작에 가지치기를 했어야 하는데, 일손이 없어서 진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남자 봉사자들이 많이 참여해서 나무를 베었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땀은 났지만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여러분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어서 지난주에 올라온 영어 질문 2개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35분 간 명상을 해 보았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에 명상을 마치고 스님이 실시간 댓글창에 올라온 소감을 직접 읽어주었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아침부터 법문 하고, 울력하고, 회의하고, 생방송하고,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오후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고 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3

0/200

고원향

자기의 까르마를 이기기 위해서는 백배천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 새기고 나아가겠습니다🙏🙏🙏

2021-06-12 21:08:15

김숙경

_()_

2021-06-12 16:12:06

고경희

수행

2021-06-11 16:12:5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