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2 농사일
“올해는 농사를 어떻게 지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두북에서 올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앞서 논과 밭을 둘러보고 농사일을 했습니다.

인도에 다녀와서 한 달 만에 찾은 두북입니다. 한 달 전에 심어 놓은 시금치, 고수, 상추가 잘 자랐는지 살펴보고 물을 주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 또 비닐 덮개를 씌워두어서인지, 올 겨울이 따뜻해서인지 겨우 내 싹을 틔우고 한 뼘이나 자랐습니다. 안 본 사이에 이 만큼이나 자라 있으니 반가웠습니다.


지난 겨울 밭 정리를 할 때, 뽑지 않고 실험 삼아 남겨둔 배추도 싱싱했습니다. 반찬으로 먹기 위해 두 포기를 뽑아 손질했습니다.



“화분에 있는 국화는 얼어죽는 게 아니라 말라죽는 경우가 많아요.”

포대로 싸서 찬 바람을 막아두었던 국화도 꺼내어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농사 지을 논과 밭을 둘러보며 농사 계획을 구상했습니다. 먼저 지난해 고추농사를 지었던 비닐하우스를 둘러보았습니다. 올해 어떤 작물을 심을지, 시설을 어떻게 보완할지 의논했습니다.

“한 동은 고추농사를 짓고, 한 동은 채소를 재배하면 좋겠어요.”


비닐하우스에는 마지막 정리를 할 때 얼거나 벌레가 먹어서 버려두었던 고추가 빨갛게 익어있었습니다. 꽤 많은 양이었습니다.

“아이고, 아까워라! 모두 주워서 먹을 수 있는 부분만 도려냅시다.”

비닐하우스 옆에는 오래되어 허물어져 가는 컨테이너가 세 채 있었습니다.

“컨테이너는 수련원으로 옮겨서 사용하고, 이 곳에 창고를 지어야 해요. 트럭이나 트랙터를 넣을 공간과 도구를 넣을 장소를 마련하고, 한쪽에는 쉴 수 있는 방과 화장실, 그리고 목욕할 수 있는 시설도 만들어야 해요.”

작년에 비닐하우스에서 고추 농사를 지으면서 쉴 공간도, 씻을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많이 불편했습니다. 올해는 그 점을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옆 논도 올해는 밭으로 경작하기로 했습니다.

“아래쪽 논은 물을 빼고 밭으로 일구어 봅시다. 위쪽 논은 벼를 재배하고요.”

위쪽 논도 둘러보았습니다. 수로를 점검하고 논두렁에도 콩을 심을 수 있을지 살펴보았습니다.

“논둑을 따라 손이 많이 안 가는 콩이나 들깨를 심으면 좋겠네요.”

두북 정토수련원 주변 밭도 둘러보았습니다.


돌이 쌓여 놀고 있는 땅을 보고 스님이 제안했습니다.

“큰 돌은 아래에 깔고 작은 돌은 위에 깔고, 그 위에 흙을 쌓아서 밭을 만들면 어떨까요?”

“스님, 있는 밭도 다 경작하기 벅찹니다.”

화광 법사님의 넋두리가 나왔습니다.


“수도 시설도 보완해서 밭에 물을 주거나 씻을 때 편리하도록 해요.”

수련원 매화나무에 어느덧 봄소식이 걸려있습니다.

"벌써 꽃봉오리가 맺혔네요. 저기 매화 보세요.”

농작물을 건조하는데 사용하는 비닐하우스도 둘러보았습니다.

“멀쩡하네요. 그냥 사용하면 되겠어요.”

“스님, 5년이 지났어요. 멀쩡해 보여도 군데군데 구멍이 나서 비가 다 새요.”

“제가 꿰매 줄게요.” (모두 웃음)

전체적으로 한 번 둘러보고 고추 비닐하우스 정리를 했습니다. 아까 봐 두었던 고추를 줍고 속을 잘라보았습니다. 겉이 멀쩡해 보여도 하얀 곰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흰 곰팡이가 핀 고추는 말려서 태워야 한다고 해서 모두 주웠습니다.

한쪽에 가지런히 널어두었던 고춧대는 잘 말라 있었습니다.

고춧대를 거두어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리했습니다.


잘 마른 고춧대를 도끼로 탕탕 두드리고 손으로 뚝뚝 분질렀습니다.

가짓대는 조금 덜 말랐지만 함께 정리했습니다. 한참 울리던 탕탕, 뚝뚝 소리가 멈추었습니다.

“일이 많아도 언젠가는 끝이 나네.”

오늘은 땔감 한 트럭을 수확했습니다. 버릴 것이 없습니다.


비닐하우스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병든 고추와 딱딱한 줄기는 거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치웠습니다.


지난 겨울 널었던 시래기도 찬바람 속에 잘 말라있었습니다. 시래기를 거두어들이고 땔감을 쌓았습니다.


저녁 밥상에는 오늘 수확한 상추, 시금치, 배추가 올랐습니다.

“시험 삼아 배추를 남겨뒀는데 더 달고 싱싱하고 맛있네요. 내년에는 더 많이 남겨둬야겠어요.”

땔감으로 불을 때서 방을 데우며 고구마도 구웠습니다. 지난 가을 수확한 고구마입니다. 겨울을 지나며 더욱 달큰해졌습니다.

저녁을 먹고 7시 30분에 서울로 출발해 11시가 다 되어 서초법당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전국 정토법당에서는 총무, 대표, 대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 선거관리위원장으로부터 전국에서 진행된 선거 결과를 보고 받은 후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평화재단에서 업무를 볼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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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농사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5-07 14:43:12

해탈지

속이 하얗게 곰팡이가 핀 고추는 태워야 하는군요. 병충해를 입을 수 있어서일까요?

2020-02-12 23:07:25

고경희

창고가 지어지면 진짜 멋지겠습니다.

2020-02-11 21: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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