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8.26. 4기 행자대학원 졸업식, 방콕으로 출국

아침 7시부터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있었던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 이후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있고 이산가족상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북인도적 지원의 활성화에 대한 종교인들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문경에서 4기 행자대학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아침 종교인 모임을 마치자마자 바로 문경으로 이동해서 점심공양을 간단히 드시고 12시에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번에 졸업하는 3명의 행자대학원생들과 문경대중들에게 졸업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옛선사들의 수행담 이야기 3가지를 먼저 해주시면서 항상 자기를 돌아보는 것이 수행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 3년 행자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졸업을 하게 되는데, 자기가 자기를 아는 것만으로도 수행의 기초를 닦았다고 하기에 충분합니다. 졸업이 졸업이 아니라 이제 스님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머리를 깎아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일체가 유심조라는 이 원리는 알아야 이제 경전을 공부해도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하고 경전내용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근본교리를 모르면 불법을 배워도 머리가 아프고 이렇게 읽어도 모르겠고 저렇게 읽어도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자기로부터 나아가 자기에게로 돌아옴을 안다면 마음이 호호탕탕 하여질 것입니다. 

요즘은 6개월 만에 스님 되기도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제 불법의 이치를 알았으니까 이제부터 꾸준히 정진을 해야 합니다. 늘 엎어지고 넘어지는 가운데 정진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 두 분은 졸업을 하고 한 분은 몸이 아파서 학과를 다 이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명예졸업을 하게 되는데, 지난 3년 행자생활을 하는 가운데 어느 찰나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찰나에 내려놓기도 했을 것입니다. 내려놓으면 지옥 같은 곳에서도 정토의 길이 열리고, 한번 사로잡히게 되면 정토 속에서도 지옥 같은 생활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로잡히면 부처님하고도 원수가 되고, 탁 놓아버리면 마귀하고도 친한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3년 동안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그래도 도망 안 가고 있었던 것만 해도 큰 소득입니다. 6명이 시작해서 3명이 남았는데, 이렇게라도 매여서 남아 있으면 정진의 원칙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것마저도 놓치면 자기를 돌봐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스스로 돌봐야 합니다. 이제는 스스로 자기를 돌 볼 수 있도록 기초를 닦았다고 봐야 합니다.  스스로 자기가 자기를 지켜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원칙으로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졸업법문에 이어 행대생들은 수련원에 살면서 생기는 갈등, 고민들을 스님께 묻고 답을 구했습니다.  

계율을 어기게 될 때 어느 계율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지, 정진도 해야 하고 취침시간도 지켜야 하고, 스님과의 시간도 가져야 하고... 어느것을 우선으로 맞춰야 하는지,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올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을 열심히 하시던데, 내가 돌아봐지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는 분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는데, 수행의 자세에 대해 스님의 법을 구했습니다. 

한 행자님은 도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상대가 지키기로 한 계율을 어기게 되어 지적하게 될 때, 나도 못 지킬때가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하는데, 이럴 때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 스님께 답을 구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내가 잘못하면 지적 받으면 되는 것이고, 상대가 잘못하면 지적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 서로 잘못하는 것 서로서로 적당하게 봐주는 것은 세속적으로 살아갈 때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수행자의 삶은 아닙니다. 지적 해줄 때 분별심이냐 아니냐는 내 맘이 불편하면 분별심입니다. 불편하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면 되는데, 상대의 꼬라지를 보니까 내 속이 끓어요. 그러면 내가 그 경계에 분별심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때 나를 봐야 합니다. 지가 먹고 싶어서 먹는 건 데 내가 뭐 때문에 불편한지, 내가 불편할 이유가 없는데 불편해하는 것을 보고 그런 내마음을 알아차리면 내려놓으면 됩니다. 상대 문제가 아니고 내가 불편한 것이니까, 내가 다스려야 합니다. 안 먹기로 한 것은 상대에게 주의를 주 되는 것입니다. 불편한 상태에서 꼴이 보기 싫어서 이야기하면 감정이 전달되니까 갈등이 될 수도 있고, 나중에 지적받기 싫어 하면 망설여지게 됩니다. 그냥 안 먹기로 했으니까 먹지마!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니는 잘하나?' 하면 '나도 못한다.' '너는 못하면서 왜 나한테 그러냐!' 하면 '나 못할 때 너도 이야기해라~' 하면 되는 것입니다.

 

'나도 못하는데..' 하는 것은 겸손한 것 같지만 서로 서로 봐주기 하는 것입니다. 잘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봐주고 “니는 뭐 잘났나!” 이런 분위기가 되면 수행도량이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바르게 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좋아 보이고, 잘못 하는 것이 눈치를 봐야 하는데 바르게 하는 게 눈치가 보이는 것입니다. 또 위에 보고하는 것을 고자질 한다고 하는 이런 분위기가 성립하면 안 됩니다. 우리를 지도하는 분한테 보고하는 것이 왜 잘못한다는 것인가요? 잘못한 게 발견되면 서로 덮고 가고, 보고하면 고자질 한다고 왕따 시키고, 보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하면서 눈치보고 이런 분위기는 수행분위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간식을 안 먹기로 했으면 안 먹으면 됩니다. 또, 살다 보면 먹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참회해야 합니다. 나 먹을 때 참회 안 하려고 쟤 먹을 때 봐주고 하는 것은 안됩니다. 내가 잘못하면 잘못했다 하면 되는 것이고, 지적 받으면 개선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거 덮어서 뭐 하려는 것인가요? 혼자 있으면 개선이 안 되니까, 남 눈치 봐서라도 개선하려고 같이 사는 거 아니예요. 혼자 있으면 잘 안되잖아요. 들켜서 지적을 받아야 내가 좋아지는 것입니다. 지적 받을 때의 감정은 나쁘지만 좋은 일입니다. 내가 기분이 나빠서 이야기 하면 감정적이지만 기분 안 나쁜 상태에서 이야기 하면 상대가 그 때는 기분 나쁘더라도 오래 안갑니다.

여러분이 명상할 때 잘못하면 야단도 쳐주고 지적 해주라고 지도법사님이 있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지적을 해줘야지, 그것 안하면 내 직책을 방기 하는 것입니다.

기분이라는 것은 카르마, 업식에서 오는 것입니다. 업식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수행을 할 때 나는 이것을 극복하려고 여기에 왔으니까 지적 받으면 돌이켜야 합니다. 이것은 양약인데 나한테 좋은건데, 내 입에는 쓰구나 하면서 서로서로 지적하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이어서 스님께서 이번에 졸업하는 백슬기, 최선희, 정수진 행자에게 직접 졸업장과 꽃다발을 수여해 주셨습니다. 

원래 식순에는 없었지만, 스님께서는 3분에게 각자의 법명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면서 법명처럼 수행정진하라고 격려도 해주셨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후배행자들의 축하공연을 끝으로 오늘 졸업식을 잘 마쳤습니다.

 

스님께서는 내일부터 방콕에서 JTS 해외 활동가들과 워크숍이 있어서 바로 인천공항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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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화

스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스님의 말씀 잊지않고 부지런히 수행 정진 하겠습니다.<br />~ 나로 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 온다 ~

2013-08-30 10:57:15

실상행

스님의 주옥같은 법문 감사합니다. 졸업하시는분들에게 축하드립니다.부럽습니다. 누군가 나의 잘못을 지적해주면 감사히 받아들여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2013-08-29 18:04:58

허순

행자대학원생 모두<br />너무 멋지군요.

2013-08-28 17: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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