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6.18. 부탄 트롱사 JTS 워크숍 1일째
“험담에 휘말려버린 직장 생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이틀 동안 스님은 부탄 트롱사(Trongsa)의 5개 게옥 대표와 치옥 대표, 공무원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오늘은 첫째 날로 스님의 강연, 시범 사업 사례 발표, 그룹 토론이 열렸습니다.

해발 2,280m에 위치한 트롱사의 숙소에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전 세계의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수행법회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6시에 실무자들이 준비한 간단한 죽과 김치로 아침 공양을 하고, 오전 7시에 노트북 앞에 자리했습니다.

주간 정토행자의 소식을 영상으로 본 후 정토회 회원들이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부탄 방문 소식을 공유하면서 JTS가 부탄에서 하고 있는 일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지금 부탄의 중부 지역, 트롱사라는 지역에 와 있습니다. 이번에 부탄에 온 이유는 앞으로 3년간 두 개 주(州) 전체의 주민 생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년간 시범 사업을 진행했고, 앞으로 3년 동안 두 개 주 전체에서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마을 개발 운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집을 지어 주고, 집안 내부가 열악한 집은 수리를 해주고, 부엌과 화장실도 개선하거나 설치합니다. 물이 부족한 지역에는 마을별로 상수도를 설치하고, 경사가 심해 비가 오면 미끄러운 지역에는 시멘트 계단을 만듭니다. 논에는 농수로를 만들고, 동물 피해를 막기 위해 밭에는 울타리를 설치합니다. 이런 일들은 모두 생활 개선 운동입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사람에게는 보청기를, 치아가 없는 사람에게는 틀니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을 위한 백내장 수술도 계획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미 일정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주민들이 흩어져 살아서 한꺼번에 모이기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백내장 수술은 정부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다음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도로 중에 파손이 심한 구간은 부분적으로 포장해서 차량이 항상 다닐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듣지 못하는 이에게 보청기를

지난 1년 동안은 주민들이 직접 모든 일을 해왔습니다. JTS에서는 필요한 자재만 제공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먼저 시범적으로 집을 짓고 집안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주민들이 그대로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두 개 주에서 우리나라의 이장, 면장, 군수에 해당하는 행정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1박 2일간 연수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연수 교육을 하는 목적은 JTS가 이 사업을 하는 목적, 즉 ‘삶을 개선하되 지속 가능한 개발이어야 한다.’라는 점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동시에 주민들이 자신의 힘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어야 진정한 자립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함께 자립적 지속 가능성을 주요 목표로 해서 사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부탄 공무원들은 주로 도로를 포장하거나 절을 짓는 등 공공시설 위주의 개발을 원합니다. 그러나 JTS는 가난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부처님과 같은 분들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운동을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공무원들은 ‘생활 개선은 각자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그런 일은 부탄 정부가 하면 됩니다. JTS는 부탄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의 예산은 5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약 70억 원에 달하는 큰 규모입니다. 이번 연수가 끝나면 부탄의 수도 팀푸(Thimphu)로 이동해서 부탄 총리 비서실장과 왕실 비서실장을 만나 MOU 체결에 서명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제가 이번에 다시 부탄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재정은 JTS를 적극 후원하는 미국의 한 재단에서 상당 부분을 지원하기로 하여 자금도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주민들과 정부 관리들이 이 사업의 원칙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성실히 실행하느냐입니다. 그리고 JTS 실무자들이 그것을 얼마나 잘 뒷받침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사람들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 내 인간관계 갈등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험담에 휘말려 버린 직장 생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회사에서 저보다 나이가 많은 후배와 싸운 적이 있습니다. 함께 일하기 전에는 사적으로 친한 사이였고 갈등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같이 일하게 되자, 그 후배는 업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메신저로 무례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무실에서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후배는 저와 가까웠던 선배까지 끌어들여 함께 제 험담을 하고 다녔습니다. 이후로 제 평판이 나빠져서 원하던 부서에도 가지 못하는 등 여러 피해를 겪었습니다. 돌아보면 제 처신에도 문제가 있던 것 같아서, 스스로 조직에 잘 맞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퇴사한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마음도 복잡합니다. 억울한 마음에 저도 똑같이 욕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고민이 됩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후보들 연설 보셨어요? A 후보가 B 후보를 비난했죠? 여러 곳을 다니며 비난하고 방송에 나와서도 대놓고 비난했습니다. B 후보도 A 후보를 비난했고, 또 다른 C 후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표를 제일 적게 받은 D 후보는 다른 후보들을 거의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처럼 질문자에게도 여러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 사람을 험담하고 다닐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어떤 정치인이 남이 자신을 험담하는 걸 견디지 못하겠다거나, 그런 사람은 몰아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런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험담한다고 해서 견디기 어렵고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느낀다면, 그 사람은 회사에 오래 다니기 어렵고 사회생활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이 비난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가 아직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남이 나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지나치게 고집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님도 비난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지난 12.3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라고 하면 보수 성향의 사람이 비난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하면 진보 성향의 사람이 비난합니다. 심지어 정토회 회원 중에서도 비난하는 사람이 있어요. ‘북한에 굶어 죽는 사람들을 지원하자.’라고 해도 비난하고, ‘난민을 돕자.’라고 해도 비난합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자.’라고 하면 친일이라고 비난하고, 반대로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해야 한다.’라고 하면 일본 측에서 비난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다르면 언제든지 욕하고 비난합니다. 그게 세상이에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살 수 없다면,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살아야 해요. 하지만 머리 깎고 중이 되어 산에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님들 사이에서도 ‘저 사람은 뭐가 문제다.’ 하며 늘 문제 삼습니다. 이런 일이 전혀 없는 세상은 없습니다. 질문자가 그런 걸 못 견디고 자꾸 피하려 든다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정신 질환이에요. 그러니 욕하고 싶다면 욕해도 되고, ‘내 입까지 더러워질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하면 욕을 안 하면 됩니다. 그래도 화가 난다면 욕을 하든 강하게 비난하든 본인이 선택할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면 그건 질문자 자신의 문제라는 겁니다. 욕하고 비난할지,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입니다.

지금 질문자는 욕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욕을 안 하자니 듣는 게 괴로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겁니다. 그런데 사실 욕을 듣는 건 힘이 하나도 안 들어요. 내가 욕을 하려니까 입이 조금 고생스러울 뿐이죠. 그러니 ‘당신이 욕하는 것은 당신 사정이고, 나는 안 하는 게 편하다.’라고 여기고 그냥 지내면 됩니다. 질문자가 걱정하는 건 ‘그 사람이 나를 비난하고 다니면 회사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상황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봐도 그 험담하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이 비난할수록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열 명 중의 한두 명은 혹시 믿을지 몰라도, 대부분은 믿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오히려 욕을 심하게 하면 할수록 욕하는 사람을 더 안 좋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반대로 만약 그 사람의 험담이 다른 사람들에게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면, 질문자가 그 사람에 대해 내린 평가가 다소 빗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못 믿겠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신뢰를 주는 사람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우리가 어떤 정치인을 아무리 욕해도 그 정치인은 지지자들에게는 신뢰를 얻기 때문에 표를 받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계엄령을 선포하고,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40퍼센트의 표를 얻었잖아요. 여러분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어쩌겠어요. 그게 세상입니다.

질문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도 그 사람이 문제 있다고 본다면, 굳이 대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듣기 싫겠지만 결국 그렇게 욕을 계속하면 손해를 보는 쪽은 그 사람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그것조차 견디기 어렵다면 정신 건강 의학과에서 진단을 받아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결국 욕하고 싶으면 그냥 해도 되고, 욕하면 내 입만 아프다고 생각되면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질문자가 보기에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질문자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일은 없습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조금 편안하게 지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못 견디겠다면 그것은 질문자의 문제인 걸 알아야 합니다.”

“스님도 여기저기서 욕을 많이 듣는 걸 보며, 저도 욕을 먹더라도 씩씩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일을 하고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어요. 내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 욕을 들으며 ‘내가 문제였구나.’ 하고 반성하면 되고, 특별히 잘못한 게 없다면 ‘오래 살라고 욕을 해 주는구나.’ 하고 고맙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오전 8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수행법회를 마치고 트롱사 지역의 의료 담당자와 만나 틀니 지원 사업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는 트롱사 주지사와 함께 청각이 불편한 주민들을 위한 보청기 106개 전달식을 했습니다.

스님은 마을 주민 세 명에게 대표로 보청기를 전달했습니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보고, 듣고, 먹는 기능 중 하나라도 불편하면 삶이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눈, 귀, 치아, 이 세 가지 기능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력 개선은 부탄 정부에서 별도로 지원하고 있어 저희는 관여하지 않기로 하였고, 청력 개선은 개인 맞춤 보청기까지 지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형 보청기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이번에 준비하였습니다. 틀니는 현지 의료진과 협의하여, 한국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제작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스님은 주민들에게 직접 보청기 사용법을 꼼꼼히 설명해 준 후, 의료 담당자에게 지속적으로 사용 현황을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어서 스님과 주지사는 보청기 기증 증서에 각각 서명했습니다.

한편, 겁(Gup, 게옥 대표)과 촉바(Tshogpa, 치옥 대표)들이 JTS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하나둘 워크숍 장소로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게옥의 참가자들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예정된 시간에 맞춰 10시 20분에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사업의 실행 주체인 촉바와 겁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먼저 박시현 활동가가 2023년에 스님이 부탄을 처음으로 방문한 이후 현재까지의 경과를 간략히 보고하며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JTS에 대해 잘 모르는 참가자들에게 JTS가 부탄에서 어떻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의 여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지구는 현재 심각한 기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위기는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길이라고 믿는 소비주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앞으로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인류는 소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국제적 협약도 있었지만 제대로 지키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면 소비 멈춤, 또는 소비 줄이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비를 줄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여전히 ‘경제 개발을 해야 한다.’라는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환경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한국에서 주로 ‘소비 줄이기’와 ‘소비 멈춤’을 실천해 왔습니다. 즉, 개발 중심의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먹고 입고 잘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여러분을 더 잘살게 하려는 개발 사업이 아니라,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빈곤 퇴치 차원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잘살기 위한 개발이 아닌 불편함을 덜어주는 최소한의 개발

개인이 개발을 추진하거나 국가가 개발 정책을 펼치는 것을 제가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정책을 제가 직접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생활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절대 빈곤 상태는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JTS가 하는 일은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첫째,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집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집은 있지만 생활 환경이 열악한 경우에는 수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부엌과 화장실은 꼭 개선되어야 하며, 식수도 생활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되어야 합니다. 셋째, 마을 길은 대부분 경사가 심해서 비가 오면 매우 미끄럽고 위험합니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일부 구간은 포장해야 합니다. 도로를 내고 포장하는 일은 본래 정부의 일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땐 물길이 흐르거나 경사가 심한 구간처럼 위험한 곳에 한해서 JTS가 도로포장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넷째, 벼농사를 위해 수로 설치가 필요합니다. 물이 있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밭농사는 야생 동물로 인한 피해가 잦기 때문에 울타리 설치가 필요합니다. 여섯째, 시골에는 노인 인구가 많기 때문에 노인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눈이 잘 안 보이거나 귀가 잘 안 들리고, 치아가 불편한 분들을 위해 의료 지원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일곱째, 일부 학교 시설에도 보수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여덟째,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전통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는 일도 함께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여러분과 JTS가 가장 먼저 하고자 하는 일은 소득을 증대시킨다기보다는 일상의 불편을 줄이고 생활을 편리하게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비록 시골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절대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생활 여건만큼은 갖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JTS가 대신해 주는 일이 아닙니다. JTS는 자재만 제공해 줄 뿐 자신의 집은 스스로 고쳐야 하고, 그럴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이웃이 함께 도와야 합니다. 이렇게 지역 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JTS가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 사업은 여러분이 기대하는 것처럼 대규모 개발 사업이나 공공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일상 속 불편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일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주변에 절대 빈곤 상태에 놓인 사람이 없도록 힘을 모읍시다

원래 계획은 부탄에서 빈곤율이 가장 높은 지역인 젬강(Zhemgang)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범위를 넓히더라도 젬강 인근의 콜푸 게옥(Kolpu Gewog) 정도만 포함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왕 하는 김에 트롱사주 전체를 한번 둘러보라는 주지사님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트롱사주 전체 지역까지 사업 범위 안에 포함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트롱사주는 빈곤 해소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지역이라서 이 프로젝트에 딱 적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상 지역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이 일에 참여한다고 해서 여러분의 월급이 더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JTS는 모든 구성원이 자원봉사자로만 구성된 단체이고, 월급을 받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곳에 파견된 젊은이들 역시 모두 자원봉사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이곳에 오랜 기간 머무르기는 어렵고, 담당 실무자가 자주 바뀌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 점을 미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업의 성패는 전적으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 주변에 절대 빈곤 상태에 놓인 사람이 없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는 것이 이번 사업의 취지입니다. 이 일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찾아서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 개선을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정말로 우리가 마음을 다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한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프로젝트가 아니라 민간 프로젝트라는 점을 꼭 명심해 주시고, 진심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후 트롱사 주지사님의 환영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이 프로젝트가 작게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큰 변화의 시작입니다. 그 성공 여부는 여기 있는 여러분, 행정관들과 지역 리더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공무원은 주민들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만큼, 주민을 위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야 합니다. JTS 분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수를 받고 일하는 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진심으로 임해야 합니다.”

11시부터는 참가자 소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각 게옥별로 참가자들이 인사를 마치면 스님은 ‘반가워요.’ 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어서 박시현 활동가가 JTS의 국제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JTS가 어떤 나라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활동의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설명했습니다.

11시 30분부터는 스님이 이번 사업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마을을 새롭게 가꿔 보자는 데에 이 사업의 취지가 있습니다. 한국도 불과 60년 전, 제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만 해도 매우 가난했습니다. 1960년 당시 1인당 GDP는 겨우 1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거쳐 해방되자마자 한국전쟁까지 겪으며, 한국 사회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60년 만에 한국 사회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이 변화는 단지 정부의 정책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가난하던 시절에도,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가르쳤고, 외지에서 돈을 번 사람들은 시멘트 같은 건축 자재를 고향 마을에 지원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아 집을 고치고 길을 정비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마을을 가꾸려는 정신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새마을 운동’입니다. 그 시절 우리가 부르던 노래의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노랫말에는, 왜 우리는 늘 가난하게 살아야만 하느냐는 간절한 열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운동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일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깃든 정신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한국은 부탄보다 훨씬 더 어려운 나라였습니다.

우리 동네는 우리가 바꿉시다

부탄 왕실과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핵심적인 것은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운동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선 정부 공무원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이 사업은 민간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NGO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지역 공무원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사업은 순수한 NGO 활동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형적인 정부 사업도 아닙니다. 예산 구조만 보면 민간사업에 가깝지만, 실제 실행은 겁이나 촉바 같은 정부 공무원이 중심이 되어 주민과 함께 해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그동안 부탄에는 이런 형태의 사업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정부에서는 ‘정부에 지원금을 주면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겠다.’ 하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마을을 돌아보며 확인한 결과,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는 주민들이 ‘해 달라!’ 하고 요구만 하지 협조하려는 자세가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이 라마(Lama)가 도와주는 일이라고 알려지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친척도 안 도와주는데, 먼 나라에서 온 라마가 우리를 돕는다니 우리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며 모두가 나섰습니다.

이 사업의 목표는 마을 주민 스스로 자기 마을을 잘살 수 있게 가꾸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것도 주지 않고 말로만 독려한다면, 주민들이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민이 ‘할 수 있다.’라고 하면 JTS는 어떤 일이든 지원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어느 집을 지었다거나 도로를 포장했다는 성과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촉바나 겁은 주민들의 선거로 뽑힌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무언가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그냥 해 줘야 인기를 얻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이 함께 일하자고 하면, 일부 주민은 ‘지원금을 중간에서 떼먹은 것 아니냐’라며 오해하기도 합니다.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 제가 직접 마을마다 찾아갔습니다. ‘여러분이 하는 만큼 우리는 지원할 것입니다.’ 하고 설명했습니다.

주민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사업을 계획하는 일까지 주민이 맡을 수는 없습니다. 그 역할은 겁이나 촉바와 같은 행정 관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이 사업의 취지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탄의 많은 청년들은 외국에 나가 돈을 벌기를 원하고, 가족들은 자녀가 보내 오는 돈으로 시골에 집을 짓고 보다 편안한 삶을 살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우리 동네는 우리가 사는 곳이기에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여러분이 조금만 행정적으로 방향을 잡아 준다면, 주민들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함께 일하며 사업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 일은 스님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입니다

이 사업의 1차 목표는 빈곤 해소입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2차 목표는 소득을 증대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이미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은 이 사업의 직접적인 대상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이 사업과 무관하다.’ 하는 입장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자재만 제공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은 각자 알아서 하면 되고, 노인이나 장애가 있어서 혼자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마을 공동체가 힘을 모아 도와야 합니다. 이 사업의 목표는 가난한 개인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시설을 짓고 도로를 놓을 수는 있어도 개인의 일상적인 삶까지 세세하게 돌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부탄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기 집을 가지고, 편안히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부탄 국가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바로 그런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해되셨나요?”

“YES!”

“이 일을 한다고 해서 여러분에게 월급이 더 지급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미 월급을 받고 있고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만큼, 우리 마을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는 것입니다. 이 일은 라마의 일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일입니다. ‘내 일이다.’ 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워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2시부터 점심 식사를 하고 인도,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진행한 JTS 활동 영상을 함께 시청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높은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영상을 보았습니다.


오후 1시 40분부터는 기획 담당관이 지난 5월에 진행한 시범 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소개하고 관련 영상을 함께 시청했습니다. 이어서 박시현 활동가가 6월부터 시작될 본 사업의 실행 계획을 안내하고, 종각 회계 책임자와 조달 책임자가 본 사업의 회계 처리 및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스님도 린첸 님의 통역을 통해 그 내용을 들었습니다.


2시 30분부터는 6월부터 진행할 본 사업의 실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게옥별로 모여 그룹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토론에 앞서 스님은 시범 사업을 진행해 본 마을의 촉바들에게 경험을 나눠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시범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함께 나눠 보면 좋겠습니다.”

이에 콜푸, 님송, 납지 마을의 촉바들이 손을 들고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도로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도와줘서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가구를 위한 집 짓기는 개인을 위한 집을 지어 주는 일이다 보니 협조가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농수로 공사는 자재를 옮기는 일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농로가 없으면 자재를 실어 나르기조차 어렵습니다.”

스님은 촉바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계획을 세울 때 공통으로 유의하면 좋을 점을 짚어 주었습니다.

“집을 짓는 일은 반드시 건기나 농한기에 해야 합니다. 비가 오면 자재를 옮기기 어렵고, 농사철이면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집은 개인의 일이지만, 마을이 함께 도와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농수로 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재를 옮기는 일이 가장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농로를 먼저 만들어 자재를 운반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한 후에 수로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이어서 오후 2시 40분부터는 게옥별로 본격적인 그룹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겁과 촉바들은 각자의 마을 상황을 고려하여, 집 신축, 도로 및 보도 보수, 수원지 보강, 울타리 설치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였습니다. 사업의 우선순위는 물론, 자재 확보 방법과 작업 시기도 구체적으로 조율해 나갔습니다.


토론을 마치고 오후 4시 20분부터는 게옥별로 2025년 마을별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콜푸 게옥에서는 지난 1년 동안 농수로와 도로포장 등 다양한 시범 사업을 진행했지만, 2025년 계획은 마을의 현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발표를 다 듣고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콜푸 게옥은 1년 동안 열심히 하다 보니 조금 지쳤나 봐요? (웃음) 올해 다 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3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차근차근 해나가면 됩니다.”

스님은 각 게옥의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계획이 과도하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경우에는 구체적인 지점을 짚어 조정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벰지–첼라 치옥은 축대 40미터를 쌓고 도로를 보수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축대를 40미터나 쌓는다는 것은 주민들이 하기에 너무 벅찬 작업이 아닐까요?” 라며, 주민들의 실제 노동력을 고려해 계획을 재조정하도록 제안했습니다.

가갈–칼숑 치옥은 도로 보수 외에 빈곤층 관련 사업은 내년에 진행하고 싶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마을에 빈곤층에 해당하는 가구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3년 동안에는 집이 없거나 물이 없다는 이유로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가정이 없도록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라며, 전체 사업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빈곤 가정을 줄이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품졸 치옥과 왕링 치옥은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집이 없는 가정이 많은 곳으로, 새집을 짓고 기존 주택을 수리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집을 새로 짓고, 수리하는 일은 올해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이 지역은 특히 어렵기 때문에 우선순위로 두어야 합니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당둥 치옥은 한 해에 집 네 채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일 년에 네 채를 모두 짓는 것이 무리일 수 있습니다. 2년에 걸쳐 나누어 짓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라며 무리 없는 실행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마을마다 짐승들의 침입으로 밭작물 피해가 심해서 울타리를 치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울타리를 치는 것을 예로 들어 JTS가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을 할 때의 원칙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울타리는 쇠 파이프로 만드는 게 가장 좋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게다가 그 재료는 부탄에서 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우선은 나무 막대로 울타리를 만드는 것으로 정하겠습니다. 우선 시행해 보면서 조금씩 보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에 가장 자주 나타나는 짐승은 멧돼지와 노루라고 합니다. 멧돼지는 주로 땅 밑으로 파고 들어오기 때문에, 울타리 밑부분을 평평하게 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현장을 둘러보니, 철조망을 보통 네 줄 정도 설치해 두었더군요. 그러니 멧돼지가 그 사이를 파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철조망을 일곱 줄 정도로 늘려 설치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쇠 파이프 대신 나무를 써서 비용을 줄이는 대신, 철조망 줄 수를 늘려서 보완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맨 아래 줄은 흙에 약간 묻히도록 설치해 멧돼지가 땅 밑으로 파고 들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노루는 위로 뛰어넘어 들어오기 때문에, 맨 위에도 둥글게 철망을 덧대야 합니다. 보통 노루는 2미터 정도를 뛰어넘는다고 합니다. 한편, 원숭이는 따로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짐승은 아무 데나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자기 다니는 길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급할 때만 아무렇게나 가지 항상 다니는 길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자주 뚫리는 곳을 조금 더 촘촘하게 보강해야 합니다. 자주 다니는 길을 뚫다가 안 되면 옆으로 오게 됩니다. 그래서 주변에 한두 군데만 더 막아 버리면 그다음에는 안 들어오게 됩니다.

비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이는 울타리 설치법

나무 말뚝은 3년 정도 되면 썩습니다. 그러나 말뚝을 교환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무 중에 요즘처럼 우기 때에 꺾어 심어 놔도 안 죽고 사는 나무가 있습니다. 그런 나무를 3개 정도 철조망 사이에 꽂아 놓는 겁니다. 그러면 그 나무가 철조망을 타고 쭉 자랍니다. 그러면 나중에 먼저 박아 놓은 말뚝이 썩어도 이 나무가 대체하게 됩니다. 대신에 이 나무는 나중에 위를 매년 쳐 주어야 합니다.

일단 여러분들이 한번 해 보시고, 효과가 있으면 앞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철조망을 나눠 주면 일곱 줄을 한꺼번에 치지 않고, 네 줄만 치고 철조망을 창고 안에 넣어 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부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은 청년 농장에 가보니 절반만 대충 철망을 쳐 놓고, 절반은 다 창고 안에 넣어 뒀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이 작업을 한 뒤에는 반드시 결과를 점검해야 합니다.”

이렇게 네 게옥의 발표를 듣고 의견을 나눈 후 저녁 6시가 되어 토론 시간을 마쳤습니다.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참가자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후 6시 30분에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7시 10분부터는 문화 행사 시간이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이 스님에게 전통 노래와 춤을 선보였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정성이 가득한 무대였습니다.

문화 행사까지 마치고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를 처리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트롱사에서 JTS 워크숍 2일째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젬강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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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이런 일이 전혀 없는 세상은 없습니다고 생각하니 편안해집니다.

2025-06-21 08:24:28

정태식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의 예산은 5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약 70억 원에 달하는 큰 규모입니다.
재정은 JTS를 적극 후원하는 미국의 한 재단에서 상당 부분을 지원하기로 하여 자금도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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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은 많은 돈이지만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볼 때는 큰 돈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재단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5-06-21 08:12:18

지명화

고맙습니다

2025-06-21 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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