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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인도 불가촉천민 구호 사업으로 시작된 JTS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이에 JTS 이사장이신 법륜 스님과 박지나 대표님 등 한국 실무자를 비롯, 해외활동가들이 모두 모여 지금까지의 JTS 활동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모색해보기로 했습니다.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각 나라 사업장의 해외활동가들이 속속 방콕 정토 법당으로 집결했습니다.
아침 8시 반 입재식을 시작으로 제1차 JTS 해외활동가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입재 법문으로 국제구호활동을 발심하게 된 계기와 JTS의 설립 과정 등 지난 20년의 역사와 함께 향후 과제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더운 나라에 있었던 사람들은 원래 더운 곳에 있느라 수고하셨고,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 지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인도에 있을 때 46도까지 경험해봤는데, 기온이 체온보다 높으면 만지는 모든 사물이 뜨겁고 선풍기를 틀어도 온풍기같은 바람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올해 여름, 한국 울산도 40도까지 올라갔답니다. 기후 변화가 피부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사람이 좀 더 잘 먹고 잘 입고 편리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지금 그 노력의 결과가 이상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변화로 인한 예기치 못한 재앙이 인간 문명 발전을 위한 수십 년, 수백 년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것처럼, 개인의 인생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지나고 보면 그것이 오히려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재앙을 자초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지 다시 한번 재고를 해보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런 재고 위에 새로운 길을 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개인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와 인류의 문명이 이렇게 가도 되는지 동시에 재고해야 하는 전환기에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활동하는 곳이 절대 빈곤지역입니다. 먹고 사는 것도 어렵고 사는 집도 너무 초라하고 학교도 못 다니고 병이 나도 치료도 못하는 이런 곳입니다. 그래도 사람이 사는데 잘 먹지는 못해도 굶어죽지는 않아야 되지 않나, 사람이 간단한 병으로 목숨을 잃지는 않아야 되지 않나, 대학을 졸업하지는 못해도 자기 이름 쓰고 글 읽는 수준의 공부는 해야 하지 않나, 좋은 집은 아니더라도 더위나 추위는 피할 수 있는 그런 시설은 갖춰야 하지 않나. 이러한 소박한 사명으로, 성별, 국적, 종교에 관계없이 인류가 함께 가야할 일이고 오늘 우리가 좀 좋은 조건에 있다면 내가 가진 것을 좀 나누어서 그러한 삶의 조건을 공유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으로 JTS를 창립하고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올해가 20년째입니다. 80년대 제가 사회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불교 운동, 민주화운동하면서 사람들과 뜻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다 87년 직선제가 관철되고 민주화에 대한 최소한의 제도 개선이 갖춰지면서, 아직 민주화운동의 과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좀 더 멀리 보고 가야하지 않나, 시공간적으로 멀리 보고 가야 하지 않나, 이러면서 활동에 대한 재평가를 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자는 문제의식에서 87년부터 89년까지 불교사회연구소를 통해 3년 정도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결과 네 가지 중요한 문제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지구적 차원에서는 환경 문제가 제일 중요했습니다. 기존의 여러 사회 운동들이 너무 인간중심적으로 사물을 보고 활동해왔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은 환경이라는 토대 위에 있는데 이 토대를 파괴하는 것은 결국 자기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너무 우리나라 문제에만 집중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도 식민지였고 가난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에 속하고 동남아시아 같이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 대해서 과거 강대국이 우리나라에 했던 것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도 전인류에 대한 책임의식, 국민으로서의 자세를 넘어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굶어죽는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 아픈 사람은 인류의 공통의 문제라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셋째, 우리나라의 문제로 와서는 과거를 청산하기에도, 미래의 비전을 만들기에도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아 통일 문제가 중요했지요. 또한 먹고 사는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된 곳에서도 정신적 고통, 소위 자기 생각이 옳다는 고집, 이런 것들로 인해 인간의 고통이 끝나지 않습니다.
넷째, 마음을 행복하게 다스려주는 수행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인류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환경도 복지도 민주주의도 잘 되어있는 선진국에서 자살률이 높다는 것, 결국 인간의 고뇌는 환경의 개선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삼년의 토론 끝에 잡은 것이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해 개인에게는 수행, 나라에는 통일, 세계에는 빈곤퇴치, 지구에는 환경 이렇게 네 가지 과제가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91년도 성지순례를 하면서 빈곤퇴치, 구호활동에 발심을 했습니다. 2년 정도 마음만 있고 시작을 못하다가 한 인도 젊은이가 절에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를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후원을 해주면서 93년 캘커타에 홍수가 났을 때 그 학생을 파견하게 됐습니다. 그 후 불가촉천민 마을 둥게스와리에 터 잡은 것이 93년 12월입니다. 그래서 현재는 94년 1월 10일 전후로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 기념식을 하고 있습니다. 즉 사업을 실질적으로 시작한 지 20주년은 올해라 할 수 있습니다.
취지는 소박했습니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때 배워야 합니다, 이 세 원칙을 가지고 둥게스와리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때 당시 노동자 하루 일당이 1달러가 안 됐습니다. 그걸 가지고 온 가족이 먹어야하니 1달러가 한 가구의 일일생활비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 우리가 정한 원칙이 우리도 소비를 1달러 이하로 하자, 현지인과 똑같이는 못살아도 그런 수준에서 소비하면서 지내보자 결심했습니다. 당시 성지순례 여행 경비가 하루 10달러였습니다. 식비 3달러, 숙박비 3달러, 교통비 4달러 이렇게 잡았는데, 저는 하루에 1달러로 먹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성지순례객을 안내하고 그렇게 절약한 돈을 학교 짓는데 보시했습니다. 따로 보시금을 안 내더라도 여행경비를 절약해서 학교를 지었습니다. 3-40명이 성지순례를 와서 남는 돈으로 학교를 지으면 교실 세 칸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소박하게 시작했고 대신 민족이나 인종, 종교 등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 가장 열악한 조건에 먼저 간다는 것, 이런 원칙으로 활동했습니다.
취지는 소박했지만 규모에 있어서는 삼십년 뒤에는 아시아의 유니세프가 되자, 이런 원을 세웠습니다. 이제 십년 남았는데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원이 달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전문가 없이 순수 자원봉사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후원금이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JTS 설립하고 오년 정도 지나서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성지순례경비 남는 걸로 하다가 수자타 아카데미가 완공되고 알려지면서 보시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북한돕기를 시작하면서 양적으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이제 20주년을 맞아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것은,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그런 기본 원칙을 우리가 지키고 있느냐 아니면 시류에 편승해서 소박한 생활, 사업원칙을 놓아버리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모르게 그런 원칙을 놓아버렸다면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열악한 데를 찾아가서 도움이 되어보자는 이런 입장을 다시 점검할 필요하고 있고, 두 번째는 그렇게 소박하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변화된 목표, 변화된 방식을 점검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미 하루 1달러라는 기준으로 평가하기에는 인플레이션도 있고 각국의 빈곤퇴치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등 변화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제 앞으로의 십년 ,이십년을 내다보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아시아의 절대빈곤국, 인도, 몽골, 네팔,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이렇게 7개국을 선정했습니다. 당시 지금 사업장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는 없었습니다. 그런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GDP가 $500 정도 되니까, 더 낮은 수준의 나라를 지원하고자 했습니다. 진행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에 긴급구호를 했었고 필리핀은 국가경제는 괜찮은 수준이지만 민다나오라는 분쟁, 빈곤지역이 있어서 선택된 것이고 인도네시아도 지진으로 인한 긴급구호로 들어가서 사업을 계속하고 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꼭 나라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예를 들어 필리핀 JTS같은 경우 민다나오 지역에서는 중요한 일을 하는 단체, 또는 무슬림 분쟁지역에서는 제일 중요한 일을 하는 단체 이렇게 특색 있는 단체가 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고, 긴급구호가 아닌 경우는 근거지를 확보하고 개발협력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같은 곳은 구호 경쟁이 굉장했습니다. 구호 단체들이 기업화되어서 재난이 그들에게는 사업 기회가 된 것이지요. 그러니 가능하면 민간 구호 단체들이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 가야 주민들과 같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처음에는 주민들과 같이 일을 하다가, 다른 단체들이 와서 주민들에게 돈을 주면서 주민들과의 약속이 파기되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미얀, 칸다하르같이 위험해서 다른 단체가 오지 못하는 곳까지 갔지요. 재난이 생겼을 때 긴급 구호 같은 경우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어야 하는 일이 되지만, 적어도 교육 문제는, 부모가 돈 드는 건 못하더라도 노동을 하든 힘을 합해서 하자.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되 주민들이 우리에게 손 벌리는 일은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이런 생각으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에게도 모순은 있습니다. 코이카같은 외부 자금으로 사업을 하다보면 날짜에 쫓겨 주민과 협력에 소홀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사업규모가 커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이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위한 관개수로가 필요한데 진짜 돈이 없어서 그런 거면 우리가 조금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필요 없는데 우리가 사업 벌여서 억지로 나와서 일해라 이렇게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주민과 JTS가 함께 기뻐하면서 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을 우리가 해나가야 합니다.
이번 워크숍 기간 동안 활동가 여러분들도 JTS의 기본적인 사업 원칙도 다시금 숙지해보셨으면 합니다. 불교신자임과 관계없이 우리의 사업 원칙은 자기 삶의 여유를, 재정이든 시간이든 자기가 가진 것을 갖지 못한 가난한 세상 사람과 나눈다, 이게 원칙이거든요. 그러니 활동가 여러분들부터 기쁜 마음으로 행해줘야 합니다. 주민들에게 군림하듯이 베풀 듯이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이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부터 JTS의 사업 방향, 비전까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봅시다.“
이번 워크숍이 끝나면 곧 사업장으로 파견될 예비활동가부터 십년이상 활동한 고참활동가까지, 성별로 활동지역도 다르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하는 한 마음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스님의 입재 법문으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해외활동가들이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세 남자 모두 자기 소개할 때 이름 말하는 것을 빠뜨려, 스님께서 캄보디아 JTS의 특징이냐며 장난스레 웃기도 하셨습니다.
점심 공양을 한 후 활동가들로부터 그간 활동한 소감과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 등을 들어보았습니다. 보고서 쓰는 것이 어렵다는 애교 섞인 푸념부터 구호활동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받았는데 이것을 잘 해나갈 능력이 나에게 있는지 늘 고민하게 된다는 진솔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스님께서 라운드 테이블을 제안하셔서 각 나라 사무국장들이 사업장별 소개와 어려운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너무 더운 기후만으로도 힘든 인도의 생활 이야기부터 이제 구호 사업에서 나아가 마을개발모델을 만들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진지한 이야기까지 현장에서 느낀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평소 다른 나라의 활동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기도 하고, 활동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고민에 대해 스님께서 해답을 주시기도 하는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띤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저녁 공양을 한 후 스님께서 그간 각 나라별로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해답을 찾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역사를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또한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서 JTS가 새롭게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도 설명해주셨습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밤늦게까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날이 더욱 기대되는 워크숍 첫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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