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8.28. JTS 해외 활동가 워크숍 이틀째

제1차 JTS 해외활동가 워크숍 이튿날이 밝았습니다. 오전에는 활동가끼리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자체 미팅을 하고 오후부터 스님을 모시고 활동가들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우선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중의 하나로, 가난한 마을 주민들이 대가없이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나라나 마을의 특성에 따라 주민 참여가 원활하기도 하고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께서는 JTS의 활동을 구호와 개발 차원으로 나누어 우리의 사업 원칙이 무엇인지 분명히 정리해주셨습니다.

“인도는 구호를 하는 지역입니다. 마을에 흉년이 들면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무조건 식량을 지원해야 하는 곳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식량을 지원해보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한 마을 안에도 굶어죽을 정도의 어려운 집이 있기도 하고, 어렵지만 굶어죽을 정도는 집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느 집은 식량 지원을 하고 어느 집은 안 해야 하는지 일일이 구분하기 어렵고, 구분해서 주면 주민들이 보기에는 왜 저 집은 주고 우리 집은 주지 않느냐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일거리를 주고 일을 하면 쌀을 얼마 주겠다고 하니, 정말 가난한 집 사람은 쌀이라도 얻으러 일하러 나오지만, 먹고 살만한 사람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일거리를 만들어서 식량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학교나 보건소를 짓는 것은 마을개발 사업, 즉 마을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도 같은 구호 사업과는 다릅니다. 오늘 일을 안하면 내일 당장 끼니가 없어지는 지역에서는 무상으로라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구호 차원에서 일거리를 만들어 식량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건축 같은 마을 개발사업의 경우, 주민이 제공하는 노동력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일하는 과정에서 마을 잔치처럼 같이 밥을 해먹으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도 밥도 못 먹고 일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 밥을 한번 해보았는데, 아이들이 조롱조롱 따라오고 다른 주민들도 와서 먹으려고 해서 서른 명이 일하는데 백오십 명 분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너무 가난한, 구호가 필요한 곳이라 이런 일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더 이상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활동가의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주민들이 어려움을 이야기하더라도, 다 듣고 웃으면서 '그것은 JTS의 원칙과 맞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현장에서 활동가 여러분들이 흔들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노동을 시켜야 하나, 이렇게 활동가들이 분별심을 일으키면서 헷갈리는 것입니다. 항상 원칙을 생각하고 주민들에게 '그래도 하면 된다, 당신 아들이 다닐 학교니 당신들이 일해야지.' 이런 식으로 농담 반 진담 반 해가면서 격려하면서 함께 해나가면 될 것입니다. 그것을 너무 경직되게 접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함께 짓자, 만나서 함께 하자'는 것이라는 것을 마을 주민들에게 이야기하고, JTS의 원칙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주민들에게 끌려 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주민, 지역정부와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미얀마나 라오스, 중국 같은 경우는 관청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책임을 크게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관청에 기술자와 교사 파견 등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고 JTS도 자원을 대고, 마을 주민들은 노동력을 지원하는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 라오스에 답사 갔을 때 관청에서 교실 다섯칸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학생이 서른 명밖에 되지 않는데 왜 다섯 칸을 지어야 되냐고 되물으면서 협상을 했습니다. 항상 겸손하되 주민이나 관청에 끌려 다닐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나 주민의 민심이라는 것은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합니다. 일단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고, 처음에는 자원 봉사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제대로 하지 않게 됩니다. 주민 한두 명씩 빠지기 시작하면 저 집은 일 안하는데 내가 왜 하나, 이렇게 되면서 진행이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를 지어보면 무슬림 반군 지역, 강력한 리더십이 있는 곳이 일이 쉽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하는 우리의 가치관입니다. 주민들이 자원봉사 대신 노동을 하면 일당을 얼마 벌 텐데 하는 염려를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이 일하면서 얼마 더 번다고 해도 사실 별 차이는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학교를 다 짓고 잔치를 하면서 주민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면, 이 가난한 사람들이 공적인 일에 자기가 기여를 하고 ‘우리가 해냈다’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번 기쁨을 느끼면 그 마을에서는 다음 사업을 진행해볼 수 있습니다. 학교를 먼저 지어보면서 주민들의 단합의 정도, 만족의 정도를 보고 요구하는 다른 것들을 지원하면 주민들이 더 좋아합니다.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일을 잘 마무리했을 때 주민들이 잔치할 때 쓰는 북, 피리 같은 것을 선물로 주면 굉장히 좋아합니다.



코이카와 같은 외부 자금을 받아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할 때도 JTS의 사업원칙을 지키도록 유념해야 합니다. 사업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마을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JTS 사업 원칙하에 코이카 사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렇게 하려면 농한기에 사업을 시작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연구를 잘해서 사업 계획을 짜면 됩니다.

정부의 참여를 끌어 들여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서 장애인 학교를 지었을 때는, 학부모들이 학교 부지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자원봉사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경우 기술자에게 맡겨서 지어주는 쪽으로 했었습니다. 이렇게 JTS의 사업 원칙 하에서 상황에 따라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저녁공양을 한 후 회의를 속개했습니다.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새로 개척할 라오스, 스리랑카등의 사업장에서 온 활동가도 많아 질문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스님께서는 모든 질문에 대해 일일이 자세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현장 활동을 하다보면 자칫 흔들리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있는지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JTS 사업 원칙을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을 할 때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미얀마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5년, 10년의 계획을 정하고 그 안에서 기간을 나누어 3년은 무엇을 할 것인지 그 다음에 올해는 무엇을 할 것인지 프로젝트를 잡아야 합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 같은 경우 처음부터 평화 구현이라는 장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들어간 것입니다. 처음부터 깊숙이 접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차츰차츰 사업 지역을 확장해 이제 무슬림 자치 지역까지 갔습니다.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는 쪽으로 가는데 10년이 걸린 것입니다. 다른 나라도 올해 사업을 마무리한 후 앞으로 그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판단해서 내년도 사업을 속개할 수도 있고 철수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2015년도 사업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마을 주민을 위한 소득증대사업을 실험해보는 것은 좋습니다. 다만 협동조합처럼 마을 공동 이익과 개인의 이익을 동시에 꾀해야 합니다. 우리가 일자리를 만들어서 개개인의 소득을 올려주는 것은 공장을 만들어 취직을 시켜주는 이상이 되지 않습니다. JTS 사업은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 측면에서 분명해야 합니다.

김재령 활동가의 말처럼 주민을 위하는 일과 주민이 원하는 일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의 이익을 도모하는 일과 주민이 원하는 일, 이 두 영역의 교집합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글자는 꼭 알아야 한다, 셈하는 법은 꼭 알아야 한다 이런 생각에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미래를 좀 더 볼 수 있는 우리 생각이고, 눈앞의 생존이 중요한 마을 주민들은 학교에는 관심이 없고 옷과 식량을 달라고 하게 됩니다. 주민들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주민들에게 우리 생각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과 우리의 생각이 병행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진행해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마을사람들이 공공의 목표를 위해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느덧 자정이 가까워오고, 아쉽지만 내일을 위해 회의를 정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활동가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한편, 또 다시금 활동의 의지를 다지게 하는 가르침이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JTS는 자원활동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있어서 어떠한 개인의 이익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JTS의 사업은 자기가 자기를 스스로 다스리면서 남는 에너지를 남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JTS와 함께 함으로 인해서 행복해지는 것,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라도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 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지, 남을 위해서 아무리 희생했더라도 내가 힘들면 안 됩니다. 수행에서는 자신을 희생하면 안 됩니다. 세상 사람들은 여러분들에게 희생한다고 할지 몰라도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것을 놓치면 나중에 허무해질 수 있습니다. 돈은 못 벌지라도 행복을 얻어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민다나오의 사람들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둥게스와리 사람들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 스스로가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몸은 고생해도 마음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이러한 부분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이렇게 이틀째 워크숍을 마쳤고, 내일은 워크숍을 마무리 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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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고생해도 마음은 행복하기..참 쉽지않은 일일거 같아요..ㅜ뜨끈하신 스님의 사랑의 격려말씀에도 불구하고..ㅜ봉사하시는 분들,어깨도 무겁고,정말 젤로 고생많으실 거 같아요..<br />푹 쉬시질 못하시는 스님 안색도 안좋아 보이시고.. 모든 분들 건강 잘 챙겨가시며 일하셨음 좋겠습니다~~

2013-08-30 20:40:17

윤미

희생하지 말고 스스로 행복해야 한다는 말씀이 너무너무 가슴에 와 닿습니다.

2013-08-30 17:11:17

불대생

...스승님 감사합니다.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고 계시군요..우리를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하시는군요......스승님이 계셔서 참 좋습니다. 스승님이 자랑스럽습니다. 스승님! 사랑합니다! 부처님처럼~ 설악산처럼~ 바다처럼~ 그렇게 사랑합니다.

2013-08-30 10: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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