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6.21. 부탄 젬강 JTS 워크숍 2일째, 판탕 준공식
“여러분은 오늘부터 보살이 되어 이 일을 하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젬강에서 JTS와 부탄 정부가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 워크숍 2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을 마치고 부탄 젬강주의 숙소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7시 40분에 숙소에서 준비해 준 아침 식사를 마치자 젬강주의 기획 담당관인 놀부 님이 딸을 데려와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에게 딸을 위해 축원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스님은 아이의 미간과 정수리에 향물을 찍어주고, 염불을 하며 염주를 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놀부 님에게 물었습니다.


“미간에 물을 찍어주는 관정이 무슨 의미인지 아나요?”

놀부 님이 수줍게 “잘 모르겠습니다” 하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미래의 부처님이 되라는 의미예요.” (웃음)

“감사합니다.”

스님은 따뜻한 미소로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침 9시가 되어 짐을 정리해서 숙소를 나섰습니다. 스님은 숙소를 관리하는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워크숍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워크숍 장소에 도착하니 참가자들이 일어서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각 게옥과 치옥의 대표들이 어제에 이어서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고, 발표가 끝날 때마다 정성스러운 조언을 건넸습니다.


마을마다 도로 보수 계획을 세웠는데, 구간을 300미터 이상 길게 설정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님이 이에 대해 의견을 말했습니다.

“도로 보수는 차가 다닐 수 있게 꼭 필요한 구간만 군데군데 10미터 정도씩만 하세요. 긴 구간을 포장하는 것은 정부 프로젝트에 신청해야지 JTS의 지원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구간이 길면 주민들이 너무 힘들어요.”


집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도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다시 스님이 의견을 말했습니다.

“올해는 집을 짓는 개수도 조금 줄이면 좋겠습니다. 정말 어려운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하면 좋겠어요.”

10시 30분이 되어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과 참가자들은 차와 부탄식 만두를 함께 먹으며 담소를 나눴습니다.

11시부터 다시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고싱 게옥의 람탕 촉바는 30채 넘는 주거 개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러다가 건설 회사를 차리겠어요.”(웃음)

참가자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람탕 촉바가 말했습니다.

“고싱 게옥에는 여전히 집이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워낙 가난한 데다, 예전엔 도로조차 없어서 집을 짓는 것도 어려웠어요. 저도 어릴 땐 대나무 집에서 자랐고, 2013년에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집을 지었습니다. 지금도 대나무 집에서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요. 고싱 게옥은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완전히 새 마을이 되겠네요.”

타시비 치옥에서는 어린 비구니 스님들을 위한 집을 짓고 싶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스님은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절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보시를 받을 수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보면 어떨까요? 답사해 보고 나서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합시다.”

오후 1시까지 발표와 토론을 마치고 스님의 정리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이 세운 사업 계획을 잘 들었습니다. 자신의 마을을 위해 정성스럽게 계획을 세우고 발표해 주신 것을 들으며 정말 감동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제 소감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실험하고, 효과 있으면 널리 확산하세요

첫째, 울타리 설치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대부분 체인 펜스를 원하시는데, 그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 프로젝트에 신청하여 진행하시면 좋겠습니다. JTS에서는 그보다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동물을 잘 막을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작년에 시범 사업을 하면서 충분한 실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는 실제로 어떤 문제가 생기는 지를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울타리 높이를 더 높여야 할지, 철망을 땅속까지 묻어야 할지, 아니면 철망을 엑스자 구조로 설치해야 할지 등을 1년 동안 실험해 보고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내서, 그 방식으로 확대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만약 올해 60 가구에 전부 울타리를 설치하고 나서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고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올해는 다섯 집 정도만 설치해 보고, 효과가 가장 좋은 방식을 내년에 전체적으로 확대하는 게 좋겠습니다. 또 철망을 네 줄에서 일곱 줄로 늘리려면 자재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지기 때문에, 올해 표본을 만들어 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대량으로 주문할 수 있어서 자재를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아예 내년에 쓸 물량을 미리 공장에 주문할 수도 있고, 인도나 중국에 가서 주문하면 더 싸게 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계획에서 60 가구에 울타리를 설치해 보겠다고 계획을 잡으신 것은 좀 줄여주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실험을 해보고 제일 좋은 방식을 찾아서 내년에 전체적으로 확대하겠습니다.

둘째, 도로 보수는 한꺼번에 다 하지 말고, 제일 험한 구간 일부만 먼저 해보고 효과를 봐가며 점차 확대하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차가 불편하게 다니는 길을 전부 고치고 싶으시겠지만, 300미터 이상 되는 거리는 자재가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물론 시멘트는 구입을 하되, 자갈이나 모래는 가급적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비탈이 심하거나 쉽게 깨지는 부분에는 시멘트를 많이 넣기보다는, 철망을 바닥에 먼저 깔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붓는 방식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지반이 꺼지거나 금이 가더라도 철망이 잡아줘서 콘크리트가 흩어지지 않고 붙어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1차 시범 사업을 해보고 효과를 확인한 후에 내년에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갑시다.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요.

올해는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집 짓는 것도, 수리하는 것도, 울타리 설치하는 것도 시범적으로 진행하면서 연습해 보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양을 늘리는 방식이 좋겠습니다. 방금 발표한 내용 중에 내년에 선거가 있어서 사람이 바뀌게 되면 일이 중단될까 봐 걱정된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그 걱정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마을 개발이라는 것은 선거와 관계없이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 되더라도 경험을 잘 넘겨주고, 차근차근 이어가야 합니다. 이번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생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이 쌓이고, 점차 확산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분들부터 먼저 지원하고, 예산이 남으면 점차 확대하는 방식이 좋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집부터 우선적으로 정비한 다음에 여력이 남으면 마을의 절을 수리하는 것도 하겠습니다. 예산이 많이 절약되어 남는다면, 마을마다 수익을 증대하는 일에도 지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1차 사업은 생활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2차 사업으로 넘어가면 수익을 어떻게 증대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연구해 보도록 합시다.

이 사업을 단순한 마을 개발이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중생을 고통에서 구하는 불사(佛事)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성을 기울여 이 불사를 잘 해내면, 여러분이 지금까지 쌓은 어떤 공덕보다도 큰 공덕을 쌓게 될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불사가 잘되도록 함께 연구하고 노력합시다. 이 일이 잘되려면 우리 스스로도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사람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부처님과 보살님, 그리고 호법신장들의 옹호(擁護)가 필요합니다. 우리 함께 이 불사의 원만 성취를 위해 불보살님과 호법신장께 기도합시다.”

이어서 염불을 할 수 있는 촉바들이 앞으로 나와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마치자 다시 스님이 격려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불보살의 가피를 구하는 축원 기도를 올렸으니 이 사업은 분명 잘될 것입니다. 그리고 부탄 국민의 행복을 위해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국왕님의 건강도 함께 기도합시다.

오늘 여러분들이 마을마다 가난하거나 어려운 분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 주셨습니다. 그런 사례들은 꼭 제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지방 정부에 정식으로 제안해서 정부 지원에 대한 승인을 받아보시고, 만약 승인이 나지 않으면 JTS에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답사를 해보니까 손이 굳어가는 어린아이도 있었고, 정신적으로 어려워서 특수 학교에 가야 할 학생도 있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노인도 계셨습니다. 동네마다 이런 분들이 조금씩 계시니까, 나중에 정리해서 보고해 주시면 지원 여부를 함께 검토하겠습니다. 다만 지금 JTS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그런 어려운 분들을 돕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당장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계시니, 그런 분들에 대한 지원 여부는 젬강 주지사님과 의논해서 별도의 대책을 세워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참석한 공무원들 모두에게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수건과 칫솔, 치약을 전달한 후 염주는 스님이 직접 목에 걸어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보살이 되어 이 일을 하는 겁니다

“제가 지난 겨울에 보드가야에서 염주를 가져왔어요. 이 염주를 하나씩 걸어드리겠습니다. 이 염주를 받는 순간 여러분들은 보살이 되는 겁니다. 오늘부터는 보살로서 불사를 함께하는 것이니 어렵다고 불평하거나 불만을 품으면 안 됩니다.” (웃음)

모두 스님이 선물해 준 염주를 목에 걸고 다 함께 야외로 나가 기념 사진을 찍고 젬강 워크숍을 마쳤습니다.

워크숍이 예정보다 늦게 끝났습니다. 스님과 JTS 활동가들은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에 서둘러 다음 목적지인 판칼 게옥으로 출발했습니다. 해발 1,800미터에서 180미터까지 산길을 따라 아래로 약 3시간 동안 이동했습니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차창 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후덥지근해졌습니다.

오후 5시가 되어 판칼 게옥의 판탕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JTS의 시범 사업으로 가난한 가정을 위해 지어진 새 주택이 있었습니다.

스님과 일행은 차량에서 내려, 언덕 위에 자리한 집까지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스님은 몇 번이고 숨을 고르며 걸음을 멈추어섰습니다. 인도 국경과 가까운 판탕 게옥은 해발 고도가 낮아 후덥지근하고 습한 기운이 가득했습니다. 스님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이 집은 시각 장애 자녀 두 명을 키우는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열악한 형편 탓에 오랫동안 마땅한 집을 마련하지 못했으나, 마을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JTS의 지원으로 비로소 새 보금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새로 지은 집 옆에는 여전히 그들이 살던 허름한 옛 집이 남아있었습니다.

집 현관에는 흰 리본이 걸려 있었습니다. 스님과 젬강 부 주지사님들이 함께 리본을 풀며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거실에 불단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초에 불을 밝혔습니다.

집주인 내외가 와서 삼배를 하며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감사합니다.”

스님은 집주인 내외에게 염주를 걸어준 후 축하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이 집 안을 돌며 향물을 뿌리고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축원을 마치자 부주지사님이 말했습니다.

“앞으로 이 집에서 30년은 문제 없이 살 수 있을 겁니다.”

겁도 “JTS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이런 집을 평생 지을 수 없었을 겁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스님도 완공된 집을 보며 이야기했습니다.

“집이 편리하게 잘 지어졌네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새로 짓는 집은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집을 너무 좋게 지으면 집이 허름한 사람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젬강 행정관인 놀부 님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놀부님, 앞으로 300채 넘게 집을 지어야 할 텐데, 그 복을 다 어떻게 감당하실래요? 복에 깔려 죽겠어요.” (웃음)

축원을 마친 후 밖으로 나와 집주인 내외와 가족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준공식을 마쳤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판탕에 있는 JTS 활동가들이 머무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젬강 부주지사님과 함께 일정을 같이 하고 있는 부탄 공무원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스님 일행이 도착하자 JTS 활동가들과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온 인도인 자원봉사자들이 인도 음식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숙소 내부가 무척 덥고 전기가 자꾸 나갔습니다. 결국 앞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야외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부탄 중앙정부 공무원 이시 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소풍 온 것 같네요.”

다 함께 맛있게 식사를 한 후 저녁 8시에 부주지사님과 공무원들은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스님은 JTS 활동가들에게 수고했다며 용돈을 주었습니다. 부탄에 봉사하러 온 인도인 활동가 바브랄지와 마헨드라지에게도 ‘그동안 타지에서 고생 많았다’고 격려하며 선물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JTS 활동가들과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좁카로 이동하여 주방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답사한 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판탕에서 새로 지은 집 준공식을 한 후, 오후에는 겔레푸 신도시를 답사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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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희

잘 읽었습니다. 스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스님의 하루를 기록하시는 분께도 감사합니다.

2025-06-24 08:29:53

수미향

오직 해야할 일을 꼼꼼하게 살피시면서 진행해나가는 스님의 삶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봅니다. 미래의 보살까지 정신적인 도움을 주시는 스님과 활동가님들! 감동입니다. 고맙습니다.🙏

2025-06-24 08:25:03

견오행

늘 함께 합니다.감사합니다.()()()

2025-06-24 08: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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