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통일
10년째 이어온 서원, 임진각 만배정진

2026년 1월 1일, 정토회 회원들은 어둠이 가시기 전부터 분단의 상징인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 모여 새해맞이 만 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한 배 한 배 올린 절마다 전쟁과 갈등을 넘어 평화로운 미래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겼습니다. 차가웠던 새벽, 만 배로 올린 만 번의 서원, 그 뜨거웠던 현장으로 들어가 봅니다.

어둠이 가시기 전에 시작된 만 배 정진

새해 첫날, 인천경기서부 회원들은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 모여 만 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2025년 12월 30일부터 2026년 1월 1일까지 사흘간 이어진 만 배 정진은 온라인과 현장에서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새벽 정진의 첫 출발
▲ 새벽 정진의 첫 출발

새벽 6시, 참가자들은 몸과 마음을 가다듬은 뒤 절을 시작했습니다. 몸을 숙였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거듭하며 머리와 얼굴, 겉옷 위에 맺힌 작은 이슬은 그대로 얼어붙어 매서운 새벽 추위를 고스란히 전했습니다.

새벽 망배단 정진
▲ 새벽 망배단 정진

이윽고 동쪽 하늘이 밝아오며 해가 떠오르자, 망배단을 감싸던 차가운 공기에도 서서히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참가자들의 정진을 조용히 응원하듯, 햇살은 절하는 이들의 등을 따뜻하게 비추었습니다.

해돋이 후, 망배단에 비치는 해
▲ 해돋이 후, 망배단에 비치는 해

평화 통일을 위한 만 배 정진
▲ 평화 통일을 위한 만 배 정진

정진 중간중간,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자리에 앉아 쉬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서로 말없이 물을 건네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나누는 짧은 순간들 속에서, 함께 걸어온 신뢰와 연대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만 배 후, 명상으로 숨을 고르다.
▲ 만 배 후, 명상으로 숨을 고르다.

회향! 개인의 다짐에서 공동의 서원으로

정진의 시간이 어느덧 마무리를 향해 가자, 현장에는 서서히 회향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더해졌습니다. 마지막 절을 올린 뒤 참가자들은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며, 그동안 이어온 만 배의 시간을 마음속에 차분히 되새겼습니다. 절 방석을 정돈하고 외투를 여미는 손길마다 긴 정진을 끝냈다는 안도와 수행 뒤에 찾아온 고요한 여운이 스며 있습니다.

3일 간의 만 배 정진 회향 준비
▲ 3일 간의 만 배 정진 회향 준비

인천지회 신현금 님의 사회로 회향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인경지부 지부장 대행 허순 님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끝까지 정진을 이어온 참가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늘의 만 배는 단지 절의 횟수가 아니라 평화와 통일을 향한 우리의 간절한 약속입니다.”라고 그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인경지부 지부장 대행 허순 님
▲ 인경지부 지부장 대행 허순 님

이후 평화와 통일을 발원하는 발원문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김미애 님과 김현진 님이 차분한 목소리로 발원문을 읽고, 임진각 망배단에는 분단을 넘어 화해와 공존을 바라는 마음이 잔잔히 퍼져 나갔습니다. 만 배의 절이 개인의 다짐을 넘어 공동의 서원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인천지회 김미애 님,김현진 님
▲ 인천지회 김미애 님,김현진 님

곧이어 법주 한혜자 님과 집전 허익선 님의 수고로, 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모든 영가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천도재가 봉행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합장한 채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의식을 함께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올려진 천도재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그 위에 평화로운 미래를 세우고자 하는 다짐의 시간이었습니다.

과거의 아픔과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천도재
▲ 과거의 아픔과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천도재

만 배 정진에 담긴 10년의 서원

마지막으로 차를 올리는 의식이 진행된 뒤, 인천경기서부지부 담당 법사인 향왕법사님의 정리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향왕 법사님은 만 배 정진과 회향식의 의미를 짚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올린 절과 발원이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질 때, 통일과 평화는 비로소 현실이 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만 배 정진을 함께해 온 향왕 법사님은 해마다 새해를 앞둔 추운 날이면 참여를 잠시 망설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도반들과 함께 정진하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향왕법사님
▲ 향왕법사님

한편으로는 장소와 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공사 문제로 만 배 정진 장소를 이전보다 더 협소한 곳으로 옮겨야 했을 때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눈비가 오던 해에는 미리 눈을 치우고 방수포를 깔며 준비했는데, 그때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몹시 추울 때는 ‘조금이라도 몸을 녹일 방법이 없을까?’라는 마음이 들었고, 온라인 중계 장비나 통신이 끊기는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원을 세우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참 감동적입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만 배 정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향왕 법사님 말씀을 들으며, 만 배 정진이 단지 해마다 반복되는 하나의 행사가 아님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 배 정진에는 추위 앞에서 잠시 망설이지만 결국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마음, 도반들과 함께 새해를 기도로 시작할 수 있는 고마움, 그리고 통일을 향한 염원이 사라지지 않도록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다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만 배의 절은 그렇게 누군가의 의무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 이어가는 책임이자 희망이었습니다.

인경지부 망배단 단체사진
▲ 인경지부 망배단 단체사진

글_윤보경(인천경기서부 지부 인천지회)
사진_장회경(인천경기서부 지부 광명지회). 장수린(인천경기서부 지부 인천지회), 윤보경(인천경기서부지부 인천지회)
편집_허인영(강원경기동부지부 화성지회)


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6

0/200

문현선

함께 봄을 일으켜세우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2026-02-06 11:13:21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6-02-06 08:57:21

잉여

함께여서 좋았습니다.

2026-02-06 07: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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