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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가을, 아시아 곳곳에서 평화를 향한 작은 발걸음들이 이어졌습니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홍콩 등 각지의 회원들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역사의 현장을 마주하고, 선조들의 희생과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는 평화 실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민의 역사, 독립운동의 흔적, 그리고 식민과 전쟁의 상처가 깃든 장소를 따라 이어진 기록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평화는 어떻게 지켜져 왔으며, 오늘 우리는 무엇을 이어가야 하는가?'
역사의 무게와 선조들의 용기를 가슴으로 체험한 아시아지회 회원들은 평화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감사함으로 실천해야 할 작은 용기임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9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이어졌던 아시아지역의 평화 실천 릴레이, 그들의 진정성 있는 두 번째 여정을 지금 전합니다.
활동 인원이 많지 않은 호찌민 모둠은 오프라인 실천보다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오후 8시 30분, 현장 참석자 3명과 온라인 참석자 2명이 함께 모여 KBS 광복 80주년 특별기획 영상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를 시청하고, 그 의미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1903년부터 시작된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한국 이민자들의 삶을 다시 바라보며, 그 고단했던 삶 속에서도 조국을 향한 마음을 잃지 않고 독립 자금 모금에 참여했던 선조들의 뜻을 되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전문 연구자가 부족했던 시대에 한 개인이 꾸준히 자료를 발굴하고 기록을 보존해 준 덕분에, 지금 우리가 그 역사와 감동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깊은 감사로 다가왔습니다. 당시 제작된 포스터 한 장에서도 전해지는 울림을 통해 기록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민 세대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찾아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힘든 삶 속에서도 한국인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며 살아온 분들의 강인함과 따뜻함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가치, 일상의 기쁨이 선조들의 희생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일깨웠습니다.
오늘 함께한 시간은 우리 민족의 강한 생명력, 그 시대 여성들의 놀라운 용기와 저력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귀한 여정이었습니다. 선조들의 발자취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평화를 위한 실천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했습니다.

마닐라 모둠은 2025년 11월 8일 토요일, 모둠원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의 상징적인 역사 공간인 리잘 파크를 방문하여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이날 참여 인원은 회원 5명, 일반인과 어린이 6명으로 총 11명이었으며,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공원을 걸으며 뜻깊은 역사의 현장을 경험했습니다.

리잘 파크는 필리핀의 독립운동가 호세 리잘의 업적을 기리고자 조성된 국립공원으로, 그의 동상과 기념비가 자리한 중요한 역사 교육 공간입니다. 많은 현지 학생과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이름과 장소가 지닌 본래의 의미는 언제나 깊고 엄숙합니다.
호세 리잘은 무력보다 교육과 문학을 통한 계몽을 선택해 스페인 식민 정부의 억압과 부패를 고발했으며 35세의 젊은 나이에 처형되었습니다. 그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필리핀 국민의 의식과 자부심을 일깨우는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공원 한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강제 동원된 한국인을 추모하는 평화기원탑이 있었습니다. 또한 6·25 전쟁에 세 번째로 참전해 7,500여 명이 파병되었던 필리핀 전투부대의 희생을 기리는 우정의 탑과 조형물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 한국과 필리핀의 깊은 인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을 둘러보며 우리는,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과 지금 누리는 삶의 바탕이 된 수많은 희생에 대한 감사로 마음이 숙연했습니다. 작은 발걸음이지만, 이러한 기억과 성찰이 모여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에 더 가까이 나아가길 기원합니다.

상하이 모둠은 중국 각지에 소수로 넓게 분포되어 활동하고 있는 특성상, 각자 거주 지역에서 ‘따로 또 같이’ 평화 실천 릴레이 활동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첫 활동으로, 난징에 거주하는 이보미 회원은 역사적 장소를 직접 찾아 그 의미를 되새기고, 모둠 소통방에 탐방지 사진과 소감을 공유했습니다.
난징은 1937년 일본군 점령 시 민간인과 포로를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난징 대학살 사건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곳입니다. 전쟁범죄의 상징적 사례를 확인하고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알리며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기 위해, 11월 9일(일) 아침 난징 대학살 희생자 기념관 방문을 계획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당일 방문 예약이 모두 찼고, 다음 날부터 한 달간 보수공사 예정이라는 안내를 받아 아쉽게도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미리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점을 참회하며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난징 항일 항공 열사 기념관을 견학할 수 있었습니다. 난징 항일 항공 열사 기념관은 중일전쟁 당시 중국을 도와 싸우다 희생된 한국인 파일럿을 비롯한 전 세계 항공 영웅들을 기리는 뜻깊은 공간입니다.

다양한 국가의 희생자를 기리는 전시와 추모는 단순히 한 나라의 역사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연대와 항일 항쟁을 함께 기억하려는 의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한국인 전사들을 기리는 전시관을 통해 우리의 평화정신과 연결되는 의미를 느꼈으며, 중국, 러시아, 미국 등 각국 추모비 사이에 위치한 한국군 추모비 앞에서 묵념했습니다. 일제에 항거한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평화를 지키려는 노력과 희생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번 탐방을 통해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며, 현시대의 내부 화합과 한반도 평화 유지의 중요성을 곱씹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2025년 11월 21일 상하이 모둠은 상하이 거주 회원 4명과 행복학교 신청자 1명, 총 5명이 함께 상하이 만국공묘를 방문하여 평화 실천 릴레이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탐방 장소인 만국공묘(외국인 묘)는 송칭링 기념관 안에 위치하며, 일제 강점기 항일투쟁을 펼치다가 타국에서 돌아가신 한인 독립 열사들의 묘가 옮겨진 역사적 장소입니다. 이 묘역은 단순한 묘지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국외에서 희생된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투쟁을 기리는 공간입니다. 원래는 징안스루에 위치했으나, 중국 문화 대혁명과 도시 재개발 등으로 인해 일부가 이전되었습니다. 이러한 이동 과정은 역사적 기억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다양한 시대적 어려움 속에서도 선조들의 발자취를 보존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어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현재 확인 또는 추정되는 한국인 묘는 총 14기이며, 노백린, 박은식, 신규식, 안태국, 김인전 등은 1993년, 윤현진, 오영선 등은 1995년에 국내로 봉환되었습니다.
묘지를 둘러보며 우리는 머나먼 타국에서 독립운동의 험난한 길을 걸으신 열사들의 외로움과 고통, 시련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해방된 조국을 직접 보지 못하고 이역만리에서 눈을 감으셔야 했던 안타까움이 가슴을 저미게 했습니다.
비록 표석은 침묵하고 있지만, 그 아래 묻힌 분들의 못다 이룬 꿈과 염원이 귓가에 울리는 듯했습니다. 이러한 표석은 단순한 돌이 아니라, 조국 독립을 향한 염원이 뼈아프게 새겨진 우리 민족의 아픔 그 자체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선조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지금 누리는 평화와 자유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 11월 28일 늦가을의 차분한 햇살 아래, 상하이로 여행을 온 조카와 함께 우리 부부는 중국 가흥(자싱)의 김구 선생 피난지를 방문했습니다. 김구 선생 피난지는 저장성 자싱 남호 메이완가에 위치합니다. 한인애국단의 이봉창·윤봉길 의거 이후, 일제의 감시로 더 이상 상하이에 머물 수 없게 된 김구 선생이 중국인 정치가이자 사회활동가인 저보성의 도움으로 지냈던 곳입니다.
메이완가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보이는 2층 기와집에서 김구 선생은 몸을 숨기며 생활했습니다. 겉모습은 평범한 고택이지만, 하루하루 일본 순사에게 들킬지 모른다는 긴장과 불안 속에서 지내야 했던 선생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애잔했습니다. 외롭고 답답한 피난 생활 속에서도, 조국 독립을 향한 간절한 바람과 사명감이 선생을 지탱했을 것이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1층 전시관에 전시된 기록물을 통해, 저보성의 아들 저봉장과 양자 진 동생 부부 등 온 가족이 위험을 무릅쓰고 김구 선생을 도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 순사가 오면 즉시 탈출할 수 있도록 마련된 비상구와 24시간 대기 중이던 조각배를 보며, 당시 선생이 느꼈을 긴박함과 숨죽이는 순간이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보존 사업 덕분에 지금은 저장성 성급 문물 지역으로 잘 보존되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피어난 한·중 우의와 조국 독립을 향한 불굴의 의지를 온전히 느꼈던 뜻깊은 방문이었습니다.

자싱에서 다시 1시간을 달려 항저우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항저우는 '하늘에는 천당(天堂), 땅에는 수저우와 항저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이 특히 사랑하는 도시입니다. 자연경관, 역사, 문화, 경제까지 모두 갖춘 도시라 여행자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경관이 빼어난 서호라는 호숫가에 대한민국 임시 정부 사적지가 있습니다. 임시정부는 상하이-자싱-항저우-창사-광저우-류저우-충칭 등으로 이동하며 독립운동을 이어갔는데 그중 항저우 시기는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활발히 활동이 이루어진 시기였습니다. 항저우에는 세 군데 임정 사적지가 있는데 제가 방문한 호변촌 청사는 다행히 관광지 근처여서 방문객이 있고 항저우시 정부의 역사 문화 보존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입구를 들어서면 1층에는 당시 사용했던 태극기가 걸려 있고, 부엌과 응접실 등 생활공간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김구 선생과 동지들이 생활하며 독립운동 전략을 논의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지금의 내가 그 상황에서 과연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과 고뇌가 떠올랐습니다. 20대 조카 또한 같은 생각을 하며, 그 삶의 무게를 함께 느꼈습니다.

역사적 배경과 여러 자료가 전시된 2층을 천천히 살펴보며 몰랐던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공간 하나하나에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과 그들의 결연한 의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저는 역사적 공간 속에서 과거 인물들의 삶과 마음을 깊이 이해했으며, 독립을 향한 간절한 바람과 그 속에서 피어난 한·중 우의는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이 할 일을 해낸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떠올리며, 저 또한 현재의 위치에서 작은 책임과 용기를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싱가포르 모둠 홍콩 지역 거주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 법회를 통해 도반애를 다지며 정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1월 26일 오전에 법회를 마치고 평화 실천 릴레이 활동을 위해 홍콩 역사박물관을 찾았습니다. 박물관 안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진지하게 전시를 관람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움직이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전시 섹션은 국가보안법과 공산당 관련 내용이 중심이었습니다. 과거 홍콩 시위를 배경으로 제정된 이 법은 반체제 활동을 강력하게 통제하여 홍콩 시민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해당 영상은 짧게 시위를 다루고, 중국이 가져다준 평화와 번영을 강조했습니다. 많은 학생이 구경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과거의 홍콩과 미래의 홍콩이 교차하는 순간을 마주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회원들과 평화 실천 활동 영상을 찍고 사진을 남기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역사박물관을 돌아보면서, 평범한 일상과 함께할 수 있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11월의 마지막 날, 하노이 모둠은 하노이 중심부 호아로 수용소를 찾았습니다. 화창한 날씨 속에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모여 있었고, 우리도 그 속에서 역사의 무게를 느꼈습니다.
이곳은 19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수용소로, 독립운동가와 혁명가들이 겪은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수감자들은 족쇄를 채운 채 좁은 평상에서 생활해야 했고, 당시 사람들은 이곳을 ‘지옥 속의 지옥’이라 불렀습니다. 20세기에는 전쟁 시 미군 포로들도 수감되었으며, 그들은 이곳을 풍자적으로 ‘Hanoi Hilton’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회원이 준비한 해설을 들으며 수용소 내부를 돌아보는 동안, 우리는 역사 속 수감자들의 삶과 독립을 향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건물 밖 평화 상징 사진 전시 앞에서는 벤치에 마주 앉아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준비한 평화 문구 피켓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Peace for all! Together for peace! Stop the war, start the peace!”를 외쳤습니다. 회원의 어린 아기와 함께 박수치며 평화의 순간을 몸소 느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준비한 역사 퀴즈와 게임, 10분 평화 명상은 역사의 공간 속에서 평화를 마음으로 느끼고 연결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활동으로 우리는 한 장소에서 피해자이기도, 가해자이기도 했던 역사를 마주했습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떠올렸습니다. 베트남이 먼저 민족 통일을 이루고 화합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한민족도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바람을 다시 마음에 새겼습니다.

2025년 하반기 아시아지회 평화 실천 릴레이 활동을 통해 우리는 평화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실천하며 만들어 나가야 할 삶의 방식임을 느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호아로 수용소에서 역사의 아픔을 마주하고, 중국 자싱과 항저우 독립운동가들의 용기와 헌신을 떠올리면서, 평화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연대를 통해 지켜지고 쌓여왔는지 깨달았습니다.
여정 속에서 회원들과 나눈 대화와 명상 시간으로, 평화가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함을 알았습니다. 이번에 느낀 교훈을 일상에서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이제 작은 순간에도 상대를 배려하고, 갈등보다는 이해와 소통을 선택하며, 평화를 위한 작은 실천을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릴레이 활동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앞으로도 아시아지회와 함께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글_해외지부 아시아 지회 배미령, 윤보연, 이보미, 류유신, 송정민, 박주석
사진_해외지부 아시아지회
편집_여수연(광주전라지부 서광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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