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복지
봉사가 아닌 잔치
2025 여름방학 영양꾸러미 전달 2편

어제 발행된 신규 리포터들의 ‘첫’ 기사는 잘 보셨나요? 어색하지만 진심 어린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담아내려는 노력과 봉사자들을 향한 따뜻한 존중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작은 떨림 속에 담긴 진심이 독자 여러분께도 따뜻한 울림으로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1편에 이어서 오늘은 동광주지회와 광명지회의 <2025 여름방학 영양꾸러미 사업> 활동을 전해드립니다.

마음의 땅에 법비가 내립니다

동광주지회


사흘 전 사전 모임을 통해 JTS의 국내외 활동에 대한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들뜬 마음을 내려놓고 경건함을 채우는 시간입니다.


실천 활동하는 날, 입추가 지나서인지 드높아진 하늘에 가을이 느껴집니다. 서둘렀지만 먼저 도착한 봉사자들이 이미 꾸러미에 들어갈 물품 수량을 파악하고 담기 좋게 진열하는 작업을 마친 상태입니다.


마침 눈이 마주친 윤충현 님이 땀 맺힌 이마를 닦으며 밝은 미소로 맞아주었습니다.


아직 모이기로 한 시간이 30분이나 남았지만 대부분의 봉사자가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며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새벽에 회의를 마치고 지금 또 만나도 좋다며 웃고, 작년 인도성지순례 함께 다녀온 후 처음이라며 기뻐하고, 오늘 퇴원하고 바로 왔다는 봉사자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하며 왁자지껄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소란스러운 가운데 시간이 되자 명심문 ‘모두 우리 아이입니다.’를 3번 외치고 첫 마음 나누기를 시작합니다. 일순간 고요해지는 모습에 언제나 깨어있는 수행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갑고 기대되는 마음, 행복한 마음,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 잘 쓰일 수 있어 기쁜 마음 등을 나눕니다. 약속된 시간을 지키기 위해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조금씩 구름이 끼고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특별히 잡은 날이라며 마침 활동 하기 딱 좋게 구름이 해를 가려주고 있다는 말에 걱정을 던지고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사전에 정해진 팀별로 물건 담기를 시작합니다. 영양꾸러미 활동을 오래 한 선배와 처음 하는 봉사자가 짝을 지어 한 팀이 되었습니다. 50여 가구에 나눠줄 천 여 개의 물품이 산처럼 쌓인 진열대를 질서있게 지나갑니다. 빈 가방을 들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인간 벨트는 정돈된 손길로 착착 물건을 담았습니다.

지금 마음을 물어보니 “헷갈립니다.” “정신없습니다.” “재밌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기대됩니다.” “모르겠습니다.” 와 같은 답변이 돌아옵니다. 고요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지만 모두 빠진 물건 없이 챙기려고 바짝 긴장한 마음이 제각각입니다.

물품을 담는 중에는 2개씩 담아야 하는 품목도 있어 자칫 실수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다가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봉사자도 있습니다. 덕분에 모두가 편하게 물건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큰 산처럼 느껴지던 천 여 개의 물품이 쌓인 곳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임채남 님이 마지막 가방에 어묵이 부족하다며 잘못 담은 가방을 찾아보자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덩치 큰 물품이 가득 담긴 가방에서 어묵이 더 담긴 가방을 찾아내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포기할 법도 한데 한 집도 부족하게 드릴 수 없다며 한참을 찾아봅니다. 찾지 못하면 모두 출발할 수 없다고 합니다.

받는 사람은 부족한지 알지도 못 할 텐데 찾으려 애쓰는 모습에 ‘공정한 분배란 이런 걸까’ 생각되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정리하던 마트 직원이 뒤늦게 사실을 알고 부족한 어묵을 기부합니다.

마트 직원은 많은 분들이 즐겁게 활동하는 모습에 적잖게 감동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더 편하게 담을 수 있도록 진열대도 높여 두겠다합니다.

가득 찬 가방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만 찍으려다 동영상도 촬영합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가 연출, 촬영 역할을 맡아 구호를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실천활동담당 최성희 님
▲ 실천활동담당 최성희 님

실천활동담당 최성희 님이 목청껏 “출발!”을 외치자 봉사자 모두 큰 소리로 “다녀오겠습니다.” 화답하며 맡은 가방을 나눠 싣고 재빠르게 길을 나섭니다.



주소만 보고 찾아간 곳에 입구를 찾기 어려운 미로 같은 골목과 현관이 안보이는 집이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잘 찾아내는 봉사자들의 모습이 대단해 보입니다. 영양꾸러미를 전달하는 사진이 소통방에 실시간으로 올라옵니다.

어느새 임무를 마친 봉사자들이 도착합니다.


작은 정자에 가까이 모인 봉사자들의 얼굴에 생기가 넘칩니다. 물건을 나눠주느라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더 나누지 못해 아쉽다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주고도 더 주고 싶어 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져 뭉클합니다.

활동하기 딱 좋게 구름 낀 하늘에서 그제야 비가 쏟아집니다.
우리 마음의 땅에도 법비가 흠뻑 내린 하루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광명지회

아프리카 속담 중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는 말이 있습니다. 2025년 8월 10일, 21가구 아이들을 위해 온 동네에서 모인 광명지회 영양꾸러미 봉사자들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 봅니다.

잔치 같은 영양꾸러미 봉사

8월 9일 저녁 일곱 시 반, 온라인 사전 모임이 열렸습니다. 이번 지원 가구는 기존에 지원하던 아이들과 새로 발굴한 7가구의 아이들입니다. 특히 다문화 가정, 한 부모 가정의 아이 지원이 늘었다고 합니다.

영양꾸러미 꼭지 한영남 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영양꾸러미 봉사를 몇 년 간 하다 보니, 봉사가 아니라 잔치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오프라인으로 만나 안부도 묻고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도 나누니 마을 잔치가 따로 없지요.”

영양꾸러미 포장은 우리에게 맡겨라! 소하 모둠 출동!

리포터가 달려간 곳은 광명 YMCA. 아침 여덟 시 반부터 지회실천활동담당, 영양꾸러미 꼭지가 봉사자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품 구입을 맡은 봉사자들이 마트와 반찬 가게에서 미리 구입하여 당일 배달을 받았습니다. 물건을 정리하고 포장하는 봉사자가 조금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도록 물건 위치를 고민합니다. 이즈음 소하 모둠 봉사자들이 도착합니다.

“자, 우선 물품 개수부터 확인할게요.”

“포장 샘플을 만들어야 하니, 물품을 하나씩 가져와 주세요.”

물품을 확인하고 포장 경로를 최적화하는 모습은 마치 숙달된 조교의 모습 같았습니다. 두 개의 가방이 꽉 차도록 다양한 품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종류가 많다 보니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포장이 끝났는데 남아있던 카레 한 개. 난감한 상황에서 빠르게 빠진 꾸러미를 찾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전문가의 노련함이 묻어납니다.

포장 봉사 담당 소하모둠
▲ 포장 봉사 담당 소하모둠

5명이 40분 만에 21가구 42개의 꾸러미 포장을 마쳤습니다.

“워낙 오래 합을 맞추다 보니 당연하게 ‘영양꾸러미 포장 봉사’하면 우리 소하 모둠 담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봉사자의 나누기 속에서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하안·철산·시흥 모둠!

포장 봉사가 끝날 즈음 전달 봉사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안, 철산, 시흥에서 온 21명의 봉사자가 3명씩 7조로 나뉘어 전달하기로 하였습니다. 서로 반갑게 맞이하며 온라인으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니 리포터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습니다.

“지난 번 영양꾸러미 봉사 갔을 때 딸아이 또래의 아동을 만났어요. 그 경험 덕분에 아이가 내 아이처럼 느껴졌고, 더욱 진심을 다해 다가갔습니다.”

“영양꾸러미를 처음 받는 아이들의 수줍은 표정과 꾸러미를 보고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니 짠한 마음과 기대되는 마음이 함께 듭니다.”

여는 나누기 속에서 봉사자들의 설렘과 기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영양꾸러미 중 영양제와 생리대는 필요한 가구에만 제공되기 때문에 출발 전 꼼꼼한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깜빡 잊은 몇몇 조가 돌아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물품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 잘 다녀오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좁은 골목과 계단을 다니느라 힘들 텐데 봉사자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단순히 영양꾸러미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상태도 보고 집 안의 환경도 살펴 필요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며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했습니다.

“예전에는 물품도 적고 일 년에 몇 번의 활동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영양꾸러미가 아이들에게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양도 푸짐해져서 받는 사람도 좋아하겠구나 싶어 뿌듯했습니다.”

“처음 봉사에 참여했습니다. 집도 잘 못 찾아 헤매기도 하고 좁은 골목을 운전하느라 힘들기도 하였지만 보람되고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착하고 예뻤는데, 너무 빨리 철이 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도울 수 있어 좋습니다. 다문화 한 부모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외국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힘들 텐데도 보호자의 표정이 밝고 해맑아 보였습니다. 그 모습에서 오히려 제가 배웠습니다.”
조별로 닫는 나누기를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의 설렘과 기대가 뿌듯함과 충만함으로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마무리, 평가회의

8월 11일 저녁 7시에 영양꾸러미 마무리 평가회의가 있었습니다. 격려하는 차원의 평가회의가 아니라 잘한 것과 부족했던 것, 봉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함께 고민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진지한 시간이었습니다. 담당자와 봉사자의 수고가 고스란히 느껴졌고, ‘모자이크 붓다’의 의미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끝으로, 초보 리포터의 서툰 모습에도 너그러이 응해 주시고,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 광명지회의 봉사자 여러분과 담당자분들께 깊이 고마움을 전합니다. 특히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시는 이정원 님과 한영남 님의 모습에서 수행자의 진중한 자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었으나,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을지 조심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청바지가 찢어진 줄도 모른 채 열심히 취재에 임했으니, 초보 리포터의 마음만큼은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며, 이만 첫 기사를 마칩니다.

취재리포터
동광주지회_문현선(동광주지회), 이승준(전주지회)
광명지회_장회경(광명지회), 윤보경(인천지회)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14

0/200

장효숙

영양꾸러미 준비하며 흘린 땀방울과 따뜻한 마음들이
느껴지는 고마운 기사 잘 보았습니다
동광주지회와 광명지회 도반님들~~
멋지고 멋져요^^

2025-08-24 09:07:14

늘빛

모두 우리 아이입니다.
도반님들의 사랑과 정성이 느껴집니다. 행복한 시간이였어요. 고맙습니다()

2025-08-24 06:59:58

김복분

모두가 우리가족입니다
무더위에 도반님들 구슬같은 땀을 흘리시며 사랑의 선물을 나누셨네요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지은공덕은
깊은 산속
깊은 물속에서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부처님 말씀 이 생각납니다
많은사람들이 외면하는이를 무더위를 뚫고 실천하시는 자비한시 모자이크 보현보살님들 고맙고 감사합니다

2025-08-23 2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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