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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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성장하는 명상의 힘

솔직히 고백하자면 '명상 수련 소감문이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김영수 님의 글을 접했습니다. 분량도 만만하니 가볍게 보면 되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려 6박 7일간의 명상 수련이었고, 여덟 번째 참여한 것을 알고 나서는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습니다. 명상 수련 장기 경험자의 찐 수기를 들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명상 수련을 통해 느끼는 바가 몸과 마음 모두 명확하게 전달되어 '이래서 명상 수련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올해 여름 명상 수련에 김영수 님은 또 참여했을까요?

갖은 어려움 속에서 명상을 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6박 7일 여름 온라인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여름 명상 수련은 그동안 오프라인 5회, 온라인 2회를 해본 터라 어떠어떠하리라고 대충 예상이 되었습니다. 고질적으로 괴롭히는 등짝이 또 아플 것이고, ‘끝도 없는 망상이 올라오겠지’라고 생각했기에 첫날은 가볍게 넘어갔습니다.

김영수 님
▲ 김영수 님

둘째 날,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만만하게 여기던 저에게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아뿔싸! 이게 무슨 일이지?’ 새로운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커다란 돌덩이가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습니다. 게다가 두통까지 더해졌습니다. 어깨가 무거우니 팔도 덩달아 무거워졌고, 손을 얹어놓은 다리까지 그 무게에 짓눌려 많이 저렸습니다. 미칠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진 것 같았습니다. 어깨 짓눌림으로 호흡 집중은 고사하고 ‘평소에 내가 뭘 그렇게 무겁게 지고 살았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과도한 일중독, 다른 사람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 나는 잘하는데 상대가 잘못해서 내가 더 힘들다는 생각, 잘난 척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아 나에게 실망하고 힘들어하는 마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인정한 적 없는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어깨의 짓눌림과 두통 그리고 졸음 속에서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또 다른 망상은 직장 동료들을 원망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사천왕사지에서 통일기도 중에(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영수 님)
▲ 사천왕사지에서 통일기도 중에(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영수 님)

통증이 사라진 자리에 끼어든 망상

셋째 날, 어깨가 살짝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어깨가 조금 가벼워지자 새로운 망상이 마구마구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고질병인 등짝 결림도 시작되었습니다. ‘이건 뭐 예상한 통증이니까’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통증은 신경 쓰이고 싫은 마음이 자꾸 올라왔습니다. 여전히 직장 동료들에 대한 원망이 사이사이 올라왔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로 생각이 옮겨갔습니다. 내년에 엄마 팔순 잔치를 어떻게 기획하고 연출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세부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휴직해야지’라고 다짐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상상도 했습니다. ‘내가 없으면 직장이 돌아가려나?’, ‘나는 정말 쉴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산만하게 오가며 망상의 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런데도 어느덧 여름 명상에 여덟 번째 참가하다 보니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조금씩 길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호흡 집중을 넘어 미세한 감각을 알아차리는 순간까지 왔다 갔다 했습니다.

해운대 법당에서 일요 명상 중에(맨 왼쪽이 김영수 님)
▲ 해운대 법당에서 일요 명상 중에(맨 왼쪽이 김영수 님)

변덕 속에서 성장한 명상의 힘

넷째 날, 왜 6박 7일을 신청했는지 후회스러웠습니다. 지루함과 하기 싫다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4박 5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회향한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내년에는 4박 5일 프로그램을 신청해야지. 아니, 아예 안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많은 시간을 허비할 즈음, 스님이 적절한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쌓여야 뭐가 바뀐다고?’, ‘그러면 내년에 또 6박 7일을 해야 하나?’ 종일 얄팍한 마음이 오락가락 변덕을 피워댔습니다.

여섯째 날, 확실히 시간의 양이 쌓이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온갖 감정에 휩싸여 거친 풍파가 몰아치던 마음이 차차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역풍이 불어닥쳤습니다. 직장 동료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걷잡을 수 없는 폭풍처럼 휘몰아쳤습니다. ‘내일이면 명상 수련이 끝나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하는 불편함으로 마지막 날밤을 보냈습니다.

선유동 계곡에서(김영수 님)
▲ 선유동 계곡에서(김영수 님)

칠 일째 새벽, 천일결사 기도를 하는데, 뭔가 확! 떠오르며 머릿속이 환해졌습니다. 잘난 척하고, 동료들을 탓하며 그들을 한심하게 생각하던 나의 어리석음을 참회하며 절을 했습니다. 그날 경전 말씀이 딱! 저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아, 내가 이익을 보려고 했구나! 이것저것 따지면서 결국 내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을 탓했구나’라고 제 모습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명상 수련은 언제나 하고 나면 정말 좋습니다. 그럼에도 내년 여름 명상 수련을 신청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4박 5일을 신청할지, 6박 7일을 신청할지, 아니면 아예 신청을 안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이런 망설임이 있었지만 매년 신청했고, 그렇게 올해로 여덟 번째 여름 명상 수련도 잘 마무리합니다.


이 글은 <월간정토> 2026년 1월 호에 수록된 명상 수련 소감문입니다.

글_김영수(부산울산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2026 9월 정토불교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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