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0.5. 애나벨 명상 센터 방문, 정토담마스쿨 즉문즉설
“밀어붙일수록 외로워집니다, 이제 다른 길을 가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부터 3일 동안은 다시 워싱턴D.C.에서 미국 의회, 정부,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화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미주 정토회관에서 새벽 5시에 수행과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7시에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에 있는 애나벨 박 님의 명상 센터로 향했습니다.

애나벨 박(Annabel Park) 님은 한국계 미국인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이자 시민운동가입니다. 그녀는 ‘121 코얼리션(121 Coalition)’의 전국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House Resolution 121(H.Res.121)’ 통과를 주도하는 등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한국 인권 이슈를 미 의회와 지역 사회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House Resolution 121(H.Res.121)’은 2007년 7월 30일, 미국 연방 하원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결의안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중 일본군이 저지른 ‘위안부’ 제도에 대한 공식 사과와 역사적 책임 인정을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결의안은 한국계 미국인 사회와 시민 단체의 주도로 마련되었으며, 마이크 혼다(Mike Honda) 하원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 의회가 인권과 역사 정의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한 상징적 조치로 평가됩니다.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 사회의 의제로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지난번 워싱턴D.C.에서 애나벨 박 님을 만났을 때 명상 센터를 방문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습니다. 오늘 시간을 내어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하퍼스페리(Harpers Ferry)를 거쳐 애팔리치안 산맥(Appalachian Mountains)을 지나 로스트시(Lost City)로 향했습니다. 3시간이 걸려 오전 10시에 애나벨 박 님의 명상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는 애나벨 박 님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분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이 한국의 명절인 추석이라 한국 배와 유과를 선물로 가져와 전달했습니다.

“지금 명상실에서 사람들이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20분 있으면 마치니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볼까요?”

애나벨 박 님이 직접 명상 센터 주변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집 안으로 들어가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이 애나벨 박 님에게 영문 번역된 도서 『행복』과 한국에서 가져온 핸드폰 걸이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어서 명상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분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에 명상을 하고 있는데 스님이 방문한다고 해서 아주 기뻐했습니다. 자기소개를 한 후 스님과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곳곳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우리는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요?

"In the midst of the current turmoil in the United States, could you please share your wisdom on what kind of mindset we should have?"
(현재 미국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저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세상은 어느 시대나 혼란이 있습니다. 우리는 외부 환경과 관계없이 자기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해야 합니다. 외부 환경이 혼란스럽다고 그에 휘둘리거나 영향을 받게 되면, 마음이 어지러워집니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먼저 자신의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바깥세상의 문제를 외면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유지한 상태에서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일에 참여해야 합니다. 마음이 평화롭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분노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바깥세상이 어떻든 먼저 자신의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믿음과 이념, 생각이 서로 다릅니다. 우리는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옳고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서로 다를 뿐입니다. 그 다름 속에서 나는 나의 것을 선택할 뿐입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와 불교가 있을 때,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운데 나는 불교를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상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거나 믿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를 이해하면 마음속에서 분노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해한다’는 말은 그 관점이 옳다는 뜻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대화를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세상은 ‘나는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관점이 지나치게 강해져 갈등이 심화되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경향까지 나타납니다. 심하면 ‘죽여도 된다.’는 극단적 사고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전쟁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태도가 있을 때 비로소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은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묵하지 않고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활동했습니다. 그렇다고 공산주의자나 프랑스 식민 통치자들을 원망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의 행위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에, 그는 이에 저항한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 사회는 여러 문제로 인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갈등이 증폭될 수 있으므로,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지 충분히 살펴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미국 내에서도 빈부 격차의 심화가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인 것 같습니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각 나라 내부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간극이 날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자국에서 생계를 이어 가기 어려워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부유한 나라의 저소득층 역시 삶이 점점 더 힘겨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자들이 들어오면, 그들은 자신의 삶이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며 이민자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불만과 두려움을 이용해, 이민자들을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가며 반(反)이민 정서를 선동하기도 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다른 나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 현상이 점점 확대될지, 혹은 새로운 해결책이 마련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활동 또한 그 출발점 중 하나일 것입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모두 먼 길을 와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다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스님은 영어로 번역한 『희망편지』 책자를 참가자 모두에게 한 권씩 선물로 주었습니다.

여러 차례 스님과 대담을 나누었던 리치 타펠(Richard Tafel) 목사님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리치 타펠 목사님은 내년에 애나벨 박 님과 함께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하면서 그때 스님을 찾아뵙겠다고 했습니다. 스님도 꼭 서울에 있는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아와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작별 인사를 마친 뒤, 12시 10분에 웨스트버지니아를 출발해 버지니아주 타이슨즈 코너(Tysons Corner)로 향했습니다. 2시간 10분을 이동하여 구재회 박사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구재회 박사는 현재 워싱턴 D.C.에 있는 외교·안보 정책 싱크탱크인 국가 이익 센터(Center for the National Interest) 소속 한미 관계 수석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한미 관계 및 동아시아 인권·외교 정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국제대학원(SAIS)의 한미 연구소(US-Korea Institute) 설립자이자 소장으로 활동했으며,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의 북한 인권 프로젝트 책임자를 역임한 바 있습니다. 한국·중국·일본과의 외교 관계, 북한 인권과 민주주의, 한미 동맹 전략 등에 대한 저술과 정책 제언을 활발히 하고 있는 분입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 재직할 때 한반도 관련 행사에 법륜스님을 패널로 수차례 초청하였고, 개인 미팅도 수차례 가졌는데, 무척 오랜만에 스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두 분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최근의 미국 상황, 북미 관계, 한미 관계, 인권 문제를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오늘이 한국 추석날이라 스님은 구재회 박사에게 한국 배와 유과를 선물했습니다.

반가운 만남을 마치고 미주 정토회관으로 귀가하는 길에 제이콥 님의 집이 근처에 있어서 잠시 들렀습니다. 제이콥 님에게도 추석 명절을 맞이해 가족들과 함께 먹을 수 있게 배와 유과를 선물했습니다. 제이콥 님의 가족은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아내 분이 조촐하게 김밥, 쿠키, 과일을 준비해 주어서 잠시 가족들과도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외부에서 일정을 모두 마치고 미주 정토회관으로 귀가하니 오후 5시 40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다음 일정까지 잠시 휴식을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부터는 정토담마스쿨에 입학하여 '인간붓다' 과목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 즉문즉설을 가졌습니다. 온라인 화상회의 방에 학생들이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스님은 혼란한 세상일수록 우리가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한국의 명절인 추석입니다. 둥근달이 뜨는 보름날이에요. 이날은 우리가 한 해 동안 농사지은 햇곡식과 햇과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서 조상님들께 차례를 올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한국에 있지 못하고 미국 워싱턴 D.C.에 있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과 미국 대학생들을 만나 담마토크를 진행했고요. 미국 국무성의 정부 관료들과 싱크탱크 사람들을 만나서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미국에 와보니 공화당과 민주당의 견해 차이로 정부 예산이 통과되지 못해서 공무원들이 출근을 못 하는 셧다운 사태가 벌어졌더군요.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여당과 야당이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등이 심합니다. 견해가 다르더라도 서로 협력해서 국가를 이끌어야 하는데, 자기 정당의 주장만 내세우다 보니 갈등이 심해지고 오히려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미얀마의 경우는 갈등이 내전으로 발전하여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주변 국가인 태국이나 방글라데시 쪽으로 넘어오는 미얀마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 가보니 그 파괴의 정도와 사람들의 고통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겪는 고통을 정치 지도자들이 직접 본다면 서로 견해가 달라도 타협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는 독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국민들의 고통보다 자신의 주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란한 세상 속에서 평화를 실천한 이야기, 부처님의 일생

부처님께서는 사람은 각자 생각과 믿음, 견해와 주장이 다르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사람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하는 인정과 이해에 기반할 때 우리는 대화와 타협,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갈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붓다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붓다의 많은 가르침은 평화로운 시대에 설해진 것이 아닙니다. 그는 대립과 갈등, 전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 많은 사람이 고통에 처해 있는 그런 사회에서 사셨고 자신이 깨우친 지혜를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는 상황이 어떻든 자기 마음의 평화를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자기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한 상태로 세상의 많은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사람들의 고통이 사라질 수 있도록 활동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일생은 한 인간이 혼란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살아가느냐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지금 세상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 속에서 실제로 살아가셨고, 동시대 사람들의 고통을 듣고 함께 해결해 갔습니다. 부처님의 일생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실천적 불교 역사와 불교의 사회성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해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이어서 그동안 정토담마스쿨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1시간 50분 동안 네 명이 스님에게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열심히 일할수록 성과는 나지만, 마음 한 켠엔 외로움이 쌓여 간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밀어붙일수록 외로워집니다, 이제 다른 길을 가야 할까요?

“It's a two-part question. The first part is that I am at a point in my life where I feel stuck between the life I want to create for myself and the life I am currently living. I don't feel that these two lives are aligned. In the past, the way I would just ploughed through like a freight train. While this approach helped me get through the stuckness, it also left me feeling very deeply lonely. This time, I want to move through it differently and bring the people I love and care about along with me on this journey. So, the first part of my question is how do I move through this phase? How do I move through the stuckness differently this time?”
(두 개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인생에서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과 현재 살고 있는 삶 사이에 막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두 삶이 서로 맞지 않는다고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화물 열차처럼 무작정 밀고 나가는 식으로 살았는데, 이런 방식이 막힌 상황을 헤쳐나가게 해 주긴 했지만 동시에 깊은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이 상황을 헤쳐나가면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인데요, 이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막힌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제 나이가 지금 일흔둘입니다. 저도 젊은이들이 빨리 달리는 것을 보면 빨리 달리고 싶죠.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올림픽 선수가 100미터를 10초에 달리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나도 100미터를 10초에 달려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매일 열심히 연습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나에게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한가?’, ‘나이 때문에 실패했나?’ 하고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좌절감이 듭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것은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 것입니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게 잘못이 아닙니다. 하지만 빨리 달리려면 먼저 현재의 내 상태부터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100미터를 달려 보니 25초가 나왔다면 이것이 현재 나의 출발점인 것입니다. 현재 상태에서 1차 목표를 23초로 정하고, 3개월을 연습하면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습니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다시 2차 목표를 세울 수 있습니다. 이번엔 20초로 정하고 또 3개월을 연습했지만 이루지 못합니다. ‘연습이 부족했나?’, ‘목표가 너무 높았을까?’ 하고 스스로를 점검하여 목표를 22초로 수정하고 다시 연습합니다. 그러면 마침내 22초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현재의 상태가 내 두 발이 서 있는 출발점입니다. 목표는 두 눈으로 멀리 바라보고,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합니다. 만약 목표에 너무 집착하면 두 발이 땅에서 떨어져 공중에 떠버립니다. 이상은 있지만 현실을 부정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고 공상에 불과해집니다. 반대로 두 발은 땅에 딛고 있지만 눈을 감고 있으면 발전이 없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내가 놓인 현실에 두 발을 딛고,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두 눈으로 바라보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어떻겠습니까? 부처님의 가르침은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The second part is, I am struggling with the concept of letting go, partly because I have viewed and probably still view letting go as giving up. I guess I'm just so hardwired that, to me, giving up feels like losing something. I know that, even though it doesn't serve me, it probably is better for me to give up or let go. However, I have been this way, and that's what I'm trying to change. So how do I find the courage or how do I actually let go of my old self? What would be one practical step I could take today to let go of my anger and fear, for example?”
(두 번째로, 저는 '내려놓음'이라는 개념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내려놓는 것을 포기하는 것으로 여겨왔고, 아마 지금도 그렇게 여기기 때문이겠죠. 아마도 내게 포기란 무언가를 잃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너무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내게 손해가 되더라도, 포기하거나 놓아 버리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는 건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바로 그 점을 바꾸려 노력 중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용기를 내거나, 실제로 어떻게 오래된 내 모습을 놓아 버릴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오늘 당장 분노와 두려움을 놓아 버리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요?)

“어떤 것도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보통 음식을 무심코 먹지만, 사실 음식을 먹는 목적은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맛에 집착하다 보니 때로는 건강을 해치는 음식도 먹게 됩니다. 생각으로는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먹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죠. 이때 자신을 살피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 음식을 왜 먹는가?’ 첫째는 살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건강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번째로 그 음식이 맛이 있다면 더 좋겠죠. 그러나 맛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음식을 지나치게 먹고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잃게 된다면, 맛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음식을 먹고 싶다는 마음을 무조건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마음이 지나친 행동으로 나타나서 나의 건강을 해치고 나를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면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맛을 느끼지 말라는 것이 아니에요. 맛을 느끼되, 그 집착이 나를 해치면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목표 자체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것을 포기하고 놓아 버리라는 뜻입니다.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한다면 스스로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어리석다고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자신을 해치지 않는 길을 택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어리석게 살지 말고 지혜롭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해치거나 타인을 해치는 종류의 집착이라면 내려놓아야 합니다. 추가 질문이 있으면 더 하세요.”

“I'm grateful for the response to everybody from Sunim because it gave me another perspective. I liked the idea of taking smaller steps while being grounded in current reality and still looking to the future. In the past, I had sort of thought of giving up versus pursuing. That was I just looked at things only from a future perspective and was not grounded in the current reality, which has left me feeling lonely. So I am grateful for that perspective. Regarding the response to the second part of my question, I liked the analogy about why we eat food which is not good for our health. It led me back to one of Sunim’s talks where you mentioned that decisions have consequences, and that sometimes we don't make decisions because we are afraid to take responsibility for those consequences. Today’s talk has helped me to look at things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and realize that one of the reasons I'm not letting go is perhaps because I'm afraid of what I could be if I let go of my traumas or fears. Thank you for that perspective.”
(스님께서 모든 분께 주신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미래를 바라보며 작은 걸음을 내딛는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포기하느냐 추구하느냐만 가지고 고민했는데, 그건 단지 미래만 바라보고 눈앞에 놓인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그로 인해 외로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관점을 알려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 중,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는 이유에 대한 비유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예전에 하신 말씀 중 결정에는 결과가 따르며, 때로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법문은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고, 제가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마도 트라우마나 두려움을 놓아 버렸을 때 제 모습이 어떻게 될지 두려워서일지도 모르겠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관점을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명상은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라 배웠는데, 왜 수업에서는 과거의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라고 하나요?

  • 부처님 시대의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소수의 상층 카스트가 어떻게 다수를 지배할 수 있었나요?

  • 사회적 관계가 행복과 건강에 중요하다는 연구와 ‘모든 고통의 근원은 내 안에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은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질문에 대해 모두 답하고 나니 저녁 8시 30분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대화 시간을 갖기로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여러분 모두 더 공부하시고, 의문이 있으면 다음에 또 만나서 대화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추석 명절을 모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저녁 9시에 늦은 저녁 식사를 한 후 내일 미팅 일정에 대해 의논한 후 밤 10시에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내일은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한국 정책 석좌 연구원인 오미연 박사와 미팅을 한 후 미국 국방부를 방문하여 미팅을 이어 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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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정

고맙습니다.

2025-10-09 07:15:57

정태식

“사람들은 믿음과 이념, 생각이 서로 다릅니다. 우리는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옳고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서로 다를 뿐입니다. 그 다름 속에서 나는 나의 것을 선택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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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말을 내가 간섭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기에 동조하느냐 않느냐는 나의 선택입니다.

2025-10-09 07:14:37

윤정애

스님, 감사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2025-10-09 07: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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