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9.27. 북미 동부 순회강연(2) 뉴욕(New York)
“아픈 가족을 평생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불안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뉴욕(New York)에서 북미 동부 순회강연 중 두 번째 강연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어젯밤 10시 20분에 숙소에 들어온 후 잠시 휴식을 하고 현지 시각으로 새벽 1시, 한국 시각으로 오후 2시에 정토불교대학 입학식 생방송을 했습니다. 이번 9월 정토불교대학에서는 국내와 국외에서 1900여 명이 입학하여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앞서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한 선배의 축하 공연을 함께 본 후 입학생들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소감을 들으며 새롭게 시작하는 설렘과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대표의 환영사를 듣고, 다 함께 스님에게 입학 기념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축하의 마음을 전한 후 정토불교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토불교대학에서는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하는 것을 생활 속에 적용하면 이렇게 된다는 식으로 공부하지 않습니다. 내 문제부터 먼저 살펴봅니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고 자세히 나의 상태를 점검해 봅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고 살고 있다’, ‘슬프게 살고 있다’, ‘미움이 있다’, ‘원망이 있다’, ‘외로움이 있다’, ‘불안이 있다’, ‘초조함이 있다’, ‘근심이 있다’, ‘걱정이 있다’, ‘괴로움이 있다’ 하고 알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지금 내 마음의 상태가 부정적인 것을 철학적인 한마디로 ‘괴롭다.’라고 말합니다.

지식이 아닌 경험으로 배우는 곳, 정토불교대학

현재 나는 괴로운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이 되면, 그다음은 왜 이렇게 괴로운 상태에 놓여있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살펴봅니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하는 집착 때문에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괴롭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원인을 제거하면, 즉 집착을 내려놓게 되면, 괴로울 일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집착을 내려놓고, 욕심을 내려놓고, 무지를 깨뜨릴 수가 있느냐’ 하는 관점을 가지고 공부를 해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문제를 문제(고), 원인(집), 소멸(멸), 방법(도)으로 사유하는 체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을 부처님께서는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문으로 정리하면 고(苦), 집(集), 멸(滅), 도(道)입니다. 괴로움, 괴로움의 원인,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집멸도, 사성제다.’ 이렇게 기억하는 게 아니고, 나의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내 상태가 괴로운 상태인지 살펴보고, 왜 이런 상태에 이르렀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원인을 제거하여 괴로움을 소멸시키고, 괴로움이 소멸된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마음의 상태에 늘 깨어있는 연습을 해나갑니다. ‘고집멸도’라는 지식을 아는 게 아니고, 나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늘 이런 관점에서 살피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화가 난다고 합시다. ‘화가 왜 나지?’ 하고 원인을 살펴보고, 그 원인을 제거하면 ‘화가 날 일이 없네’ 하면서 화가 사라집니다. 그다음에는 앞으로 화가 안 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부합니다.

우리가 만약 이런 괴로움이 없는 상태가 되면 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이 진짜 세상일까요? 아니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일까요? 무엇이 진실일까요? 이 세계는 단독자의 집합이 아니라 수많은 것들이 서로 연관되어 존재하고 있습니다. 모든 존재는 시간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공간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요. 시간적으로는 변화하기 때문에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습니다. 이것을 ‘무상(無常)’이라고 표현하고, 공간적으로는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독립된 실체가 없습니다. 이것을 ‘무아(無我)’라고 표현합니다. 무상과 무아를 깨달으면 괴로울 일이 없어집니다. 항상 하고 실체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면 괴로움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내 마음의 작용 원리를 탐구해 나가는 거예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괴로워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원리적으로 공부하는 곳이 정토불교대학입니다.

즉문즉설은 어떤 사람이 괴롭다고 질문하면 저와 대화하면서 괴로움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렇게 바라보면 괴로움이 없잖아.’ 하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갖고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반면에 정토불교대학은 즉문즉설을 통해 사람들의 괴로움을 해소할 때 그 바탕이 되는 원리가 어떤 것인지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토불교대학 공부를 하는 동안 실제로 집에 가서 어떨 때 괴로움이 발생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남편이나 아내와의 관계를 일주일간 관찰하면서 내가 어떨 때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때 내가 뭘 집착하는지, 또 그걸 자각하니까 스트레스가 없어졌는지, 실제로 연습해 본 것을 다시 또 나눕니다. 이렇게 법문을 듣고, 소감을 나누고, 실제로 그것을 삶에 적용해 보고, 그걸 다시 나누어야 합니다. 이것을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은 반별로 모여서 직접 길거리에 나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 모금 활동도 하고, 버려진 쓰레기를 줍거나 쓰레기를 성상별로 분류해 보는 활동도 하고, 평화 실천활동도 해보고, 절도 같이 해봅니다. 이렇게 실제로 직접 행동해 보는 실천 프로그램도 함께 하게 됩니다.

부처님이나 법륜스님이 어떤 말씀을 하셨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나는 어떤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즉, 부처님의 말씀을 자기화하도록 모든 교과 과정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영상으로 보내준 법문을 잘 듣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둘째, 법문의 내용 중에 하나를 뽑아서 실천 과제를 주면, 그것을 집에서 직접 경험해 봅니다. 셋째, 한 주에 한 번씩 직접 모여서 영상 법문을 본 소감과 집에서 실천해 봤던 경험을 나눕니다. 넷째, 한 달에 한 번 현장에서 실천 활동을 하고 다시 소감을 나눕니다.

이런 과정들이 조금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공부해서 여러분 모두를 졸업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돈이 벌리는 것도 아니고, 출세를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나 괴로움 없이 살아가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학교도 아니고, 믿음을 강조하는 학교도 아니에요. 직접 경험하는 것을 강조하는 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미국 뉴욕에 있습니다. 어제 뉴욕에 도착해서 뉴저지 교민들을 위해서 강연을 했고요. 지금은 새벽 2시입니다. 그래서 지금 눈이 잘 안 떠지니까 양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낮이든 밤이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해나가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관점을 갖고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법문이 끝나자 입학생 모두 조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첫인사 및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새벽 2시 30분이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시 눈을 붙인 후 5시 30분에 기상하여 새벽 수행과 명상을 하고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오전에는 한국과 소통하며 업무를 보고 휴식을 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에 뉴욕 강연이 열리는 플러싱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뉴욕한인봉사센터(KCS)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 한인 및 이민자들을 위해 복지, 교육, 보건, 정신건강, 직업훈련, 이민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인데, 오늘은 이곳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장 입구로 들어서니 주차장에서부터 스님을 알아보고 봉사자들과 참가자들이 인사를 했습니다. 특히 뉴욕정토회 대표를 역임한 차효순 님은 80세를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스님을 반갑게 맞이하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뉴욕정토회를 이끌었던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스님도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1시 30분부터는 대기실에서 롱아일랜드에 있는 호프스트라 대학교에 근무하는 제니스 신 교수와 미팅을 했습니다. 제니스 신 교수는 베트남과 라오스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취학 전 발달 장애아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JTS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몇 년 전부터 노력하고 계십니다. 이번에는 캄보디아에서 작은 실험을 한 후 미얀마, 필리핀 등지로 사업을 확장해 볼 수 있을지 점검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교수님은 스님과 미팅을 하면 신이 난다고 하면서 제안서를 조금 더 명확하게 만들어 보겠다고 했습니다.

미팅을 마치자 강연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로 올라갔습니다. 24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트럼프 당선 이후 국제 원조 축소로 인한 혼란과 그 속에서 개인의 역할과 태도를 강조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선거를 잘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로 전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한·미 관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곳곳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어요.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지원하던 프로그램들이 갑자기 끊겨버렸습니다.

트럼프 시대, 국제 지원의 공백과 평화를 위한 작은 노력

제가 그동안 동남아에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돕는 일을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여기저기서 저한테까지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하던 일을 개인이 대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미얀마의 내전으로 인해 방글라데시 쪽에는 로힝야족이, 태국 쪽에는 산족과 카렌족이 국경을 넘어와 많은 난민들이 발생하고 있어요. 그동안 유엔난민기구(UNHCR)가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만큼 지원해 왔는데, 그 경비가 끊기니 난민캠프 운영이 크게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미국이 좋은 일을 참 많이 했다 싶어요. 전체 지원금의 약 30퍼센트를 미국 정부가 부담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중단되니 기본적인 식량만 겨우 공급되고, 생필품 지원은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지금 상황이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2차 세계대전이나 그 이전의 격변기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입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잖아요. 어느 시대, 어떤 환경에서 살든 우리는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가 사는 사회가 조금이라도 평화롭고 정의로워지도록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악화되는 것을 막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12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정신적으로 아픈 가족을 평생 돌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며, 그로 인해 자신도 지치고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아픈 가족을 평생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불안합니다

“저의 친정 가족과 직계가족 가운데 세 분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걱정은 직계가족 한 명인데, 담당 의사 선생님 말로는 현재 약 75퍼센트 정도 회복된 상태라고 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로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상태로 평생 제가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하는지 불안합니다. 게다가 성향 차이도 큽니다. 저는 늘 10분 일찍 준비하는 편인데, 그 가족은 언제나 10분 늦습니다. 제가 재촉해야만 움직이니 답답한 상황입니다. 단순히 놀러 가는 약속이라면 늦어도 괜찮겠지만, 병원 예약이나 학교 일정처럼 놓치면 곤란한 일들은 결국 제가 챙겨야만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역할을 계속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이 더 커집니다. 그렇다고 본인에게 직접 이야기하자니, 혹시 스트레스를 받아 증세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어 차마 말을 못 꺼냅니다. 의사 선생님께 직접 지적해도 되는지, 아니면 가볍게라도 말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75퍼센트 회복이라는 말 자체가 저에게는 큰 스트레스입니다. 게다가 친정 가족 두 분도 문제가 있습니다. 한 분은 작년 겨울에 치아가 나빠지면서 스스로 건강 문제를 깊이 고민하다가 심리가 악화하여 온 가족이 몇 달을 고생했습니다. 그 무렵 제 직계가족까지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겹쳐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 회복되자 잠시 안정을 찾았는데, 최근 다시 치아가 나빠져 앞으로 반년 이상 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몸이 아픈 것보다 그때처럼 정신적인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까 미리 걱정부터 됩니다.”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건 객관적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변화를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건 주관적인 반응이에요. 수행이란 객관적인 현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게에 손님이 오지 않는 건 객관적인 사실이죠. 그런데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주관적인 문제입니다. 수행한다고 해서 손님이 갑자기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수행의 의미는 손님이 없어도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태에 이르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손님이 적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될까요, 안 될까요?”

“됩니다.”

“기도한다고 해서 손님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 경영을 더 효율적으로 하게 되고, 그 결과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수행을 하면 손님이 늘어나고, 아픈 몸이 낫고, 아이가 대학에 붙고, 사업이 잘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합니다. 그래서 영험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혼란이 생기는 거예요.

원래 수행을 하는 목적은 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에 있습니다. 병이 낫거나 가게가 잘 되거나 시험에 합격하는 것과 수행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요. 그렇지만 마음이 안정되면 병의 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가게 운영에도 보탬이 되고, 공부에도 힘이 됩니다. 이렇게 구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하거나 수행하면 손님이 많아진다는 쪽으로 연결해 버리니 자꾸 문제가 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이가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되어 의족을 하게 되거나 뇌를 다쳐 기억력이 일부 상실되었다고 합시다. 사고 전과 비교했을 때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75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부모나 가족은 그 75퍼센트에 맞춰 기대와 요구를 조절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과거에 집착해서 마치 원상 복귀만이 목표인 듯 살아갑니다.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아나면 ‘효과가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75퍼센트에서 멈췄다고 해서 ‘아무리 치료해도 효과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만약 100억 원을 가지고 있다가 사업이 망해 지금 10억만 남았다면, 사실 10억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과거에 가졌던 100억에 집착하게 되면 망했다고 단정 짓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는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거예요.

개와 함께 사는 걸 한번 떠올려 보세요. 개를 키울 때는 ‘언젠가는 사람처럼 말도 하고, 일도 하겠지.’라고 기대하지 않잖아요. 그러나 똥오줌은 가리길 바랍니다. 그것조차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겠죠. 가족이 병에 걸렸든 다쳤든 능력이 75퍼센트에 머물러 있어도 강아지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똥오줌도 못 가리는 강아지도 데리고 사는데, 사람을 왜 못 데리고 살겠어요? 못 데리고 사는 건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자꾸 100퍼센트를 기준으로 보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그러니 ‘걸어 다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하고 기준을 낮춰야 합니다.

사람이 스스로 존엄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는가입니다. 둘째, 스스로 대소변을 가릴 수 있는가입니다. 목이나 코에 관을 꽂고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 존엄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챙겨줘야 한다면 사는 것 자체가 참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스스로 할 수 있다면 다른 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이렇게 기준을 낮추면 어떤 사람과도 함께 살 수가 있어요. ‘왜 물건을 잃어버렸냐’, ‘왜 제시간에 못 갔냐’ 이런 식으로 따지면 누구와도 같이 살기 어렵습니다.

의사가 말한 75퍼센트 회복이라는 것도 대략적인 표현일 뿐이에요. 정상 수준에는 못 미치니 기대를 너무 높게 가지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러니 기대를 75퍼센트에 두지 말고 생존에 두어야 합니다. 밥을 스스로 먹는가, 대소변을 가리는가, 이 두 가지만 된다면 충분합니다. 병원에 가보면 제 손으로 밥을 못 먹는 사람이나 대소변도 못 가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이런 분들을 간호해 보면, 그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알 수 있습니다. 내가 그런 처지가 되어도 힘들지만, 돌보는 사람 또한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다가 어느 날 이 두 가지가 해결되면 다른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질문자가 이런 일을 안 겪어 봤기 때문에 지금 그렇게 걱정하는 겁니다. 직접 겪어 보면 정신이 번쩍 들어서 지금 내 가족이 얼마나 괜찮은지 자각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한두 해만 겪어도 ‘밥을 제 손으로 먹고, 대소변을 스스로 가리는데 뭐가 문제야.’ 하고 생각이 바뀌게 될 겁니다. 75퍼센트라는 수치를 붙들지 말고 ‘제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가, 대소변을 스스로 가릴 수 있는가.’ 이것만 딱 보세요. 그게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나머지는 필요할 때 도와주면 그뿐이에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가족도 아닌 친정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질문자의 오지랖이에요. 아직 살만하니까 그런 걱정을 하는 겁니다. 친정 쪽 일은 어떻게 되든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됩니다.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관점을 바꿔야 그나마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스님께서는 어떻게 개개인의 근기에 맞춰서 설법을 하십니까?
  • 제 허물보다 남의 허물이 더 잘 보입니다. 어떤 수행을 하면 좋을까요?
  • 임신 때부터 남편의 화와 폭언을 겪으며 현재 3살 아이를 키웁니다. 1년 넘게 대화도 없는 남편과 이혼을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현명한 어른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 법륜스님은 어떤 고민이 있으십니까?
  • 저는 화와 분노를 에너지 삼아 살아오고 있습니다. 종교적 관점에서 화를 왜 다스려야 하나요?
  • 몸이 많이 아프고 나서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 스님께서는 30년 넘게 수행과 기도를 하시고 계신데 어떤 변화가 있으셨습니까?
  •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살고 싶은데 나이가 들수록 공격적이 됩니다.

질문자 중에는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암에 걸린 어머니가 지난 스님 강연에서 질문을 하신 후 씩씩하게 암투병을 하고 계십니다. 스님께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질문을 더 받고 싶었으나 교통 체증이 심한 맨하튼으로 이동하여 영어통역 즉문즉설 강연을 해야 해서 2시간 만에 강연을 마쳤습니다.

강연 후에는 책을 구입하여 많은 분들이 스님의 사인을 받았습니다. 특히 어르신 한 분은 책을 10권 이상 구입하여 사인을 받으러 왔습니다. 스님이 “왜 이렇게 책을 많이 사세요?” 하고 묻자 어르신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제가 앞으로 스님을 뵙는다고 해도 얼마나 더 뵐 수 있겠습니까? 책 사인하는 동안 스님의 얼굴을 더 오래 보고 싶어서 책을 많이 샀습니다.”

천주교 신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분은 스님의 유튜브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좋은 일에 보태라고 하면서 보시금 봉투를 주고 가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법문을 듣고 행복해졌다며 감사 인사를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강연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강연 총괄을 맡은 박미경 님과 부총괄을 맡은 권영미 님에게 사인한 책을 선물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강연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 인사를 하고 스님은 차 안에서 대기를 하고, 묘덕 법사님과 법해 법사님은 봉사자들과 소감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연을 마무리하고 오후 4시 45분 맨하튼으로 출발했습니다. 유엔 총회 기간이라 어제도 교통체증이 심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는데 오늘은 다행히 어제보다 교통체증이 덜 심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려다가 그냥 차를 타고 이동을 했습니다.

오늘 영어 통역으로 강연이 열리는 곳은 더 블랑(The Blanc) 아트 스페이스입니다. 미술 전시, 퍼포먼스, 강연, 토크 및 예술 관련 이벤트를 위해 사용되는 복합 아트 공간입니다.

오후 5시 45분에 강연장에 도착하여 강연이 열리는 12층으로 올라가니 봉사자들이 한참 세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한 후 대기실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영어 통역 강연에는 정토담마스쿨 입학생과 졸업생이 11명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저녁 6시 30부터 대기실에서 정토담마스쿨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담마스쿨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점, 어떻게 나의 삶이 바뀌는 경험을 하고 있는지, 한 분 한 분의 소감을 들은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뉴욕과 뉴저지 인근에서 왔지만, 버지니아에서 1명, 보스턴에서 1명, 코네티컷에서 1명이 참가하여 스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녁 7시가 되어 다 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정토담마스쿨 졸업생 라파엘 님이 기타 연주로 축하 공연을 해주었습니다. 아름다운 기타 연주로 청중을 맞이하니 한층 더 분위기가 밝아졌습니다.

80여 명의 미국 시민들이 아담한 강연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스님과 통역을 맡은 제이슨 님이 무대로 향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어제만 해도 맨해튼이 너무 복잡해서 차가 제대로 다지니 못할 거라 했는데,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괜찮네요. 다들 오시느라 힘들지 않으셨어요?”

"Yes, it wasn't difficult. “

(예.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이어서 3명의 사전 질문과 8명의 현장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단체 내에서 직원과의 갈등으로 인한 분노와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고, 그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직원들과의 갈등 이후 남은 분노,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I lead a nonprofit organization. For the past decade I worked hard to get it off the ground and it’s now pretty well recognized within the industry. Around the time that my business started taking off, I began having a lot of problems with my employees. Most of them, who were are 20 years younger than I was, started acting as if their CEOs had decided not to take orders. They behaved rudely and stepped on my boundaries, so I started, I had to let them go one by one. About a year ago, I semi-shut down the business as my health declined too much, It’s been a year and I still find myself angry. Sometimes you know, the memories of what happened just pop up-things that were said, situations we were in-and I’m still angry. I’m secretly hoping that they would burn in hell, and would fail miserably in the rest of their careers, and I think I’m still afraid to hire new people and form a new team. But I know I have to move forward, and I also want to find peace in my heart. I would really appreciate your words on how I can do that."
(저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단체를 성장시켰고, 이제는 업계에서도 꽤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즈음부터 직원들과 문제가 많아졌습니다. 대부분 저보다 20년은 어린 사람들이었는데, 마치 CEO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어요. 무례하게 굴고 선을 넘는 행동을 해서 결국 한 명씩 해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약 1년 전, 건강이 크게 나빠져서 사업을 사실상 반쯤 접었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화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습니다. 가끔 그때 일이 떠올라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그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치면 여전히 화가 납니다. 속으로는 ‘지옥에 떨어지면 좋겠다.’ 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그들이 앞으로 실패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 새로 직원을 뽑아 팀을 다시 꾸리는 게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무엇보다 제 마음속 평화를 찾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정도라면 혼자 사는 게 낫습니다. 사람하고 같이 살려면,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결혼한 부부도 서로 생각이 다르고, 내가 낳아 키운 자식도 나와 생각이 다릅니다. 하물며 직장에서 직원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는 건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떤 조직이나 직장을 운영할 때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그 원칙을 어기면 해고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공유해야 합니다. 규칙을 어겼을 때 해고할 수는 있지만, 단지 내 말을 안 들었다고 화내면서 개인적으로 해고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원래 서로 다르기 때문이에요. 대신 약속한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그 사람들을 떠올리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건 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에요. 질문자 자신의 문제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결국 내가 괴롭다는 뜻이에요. ‘어떻게 그들을 저주할까?’ 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한테 괴로움이 됩니다. 이 괴로움은 상대가 준 게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에요. 즉, 그가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겁니다.

첫째,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조직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새 직원을 뽑을 때도 ‘이번에는 또 어떨까?’ 하는 두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당연히 비슷한 사람이 또 올 수도 있겠죠. 그럴 때는 ‘지난번에 이미 겪어봤으니, 이제는 괜찮다.’ 하고 경험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에게는 그 기억이 경험이 아니라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서 현재와 미래를 두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경험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처음 겪을 때는 어려웠더라도 두 번째는 이전 경험을 살려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질문자는 아마도 좋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내가 옳다.’하는 생각이 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든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 관점이 안 잡히면 결혼생활, 자녀 양육, 회사 운영 등 인간관계 전반이 다 어려워집니다.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이 나와 의견이 같아지거나 나에게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같이 가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그가 나쁘거나 틀려서가 아니라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혼도 마찬가지예요. 상대가 미워서가 아니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내가 다른 선택을 해서 이혼할 수 있는 겁니다. 종교도 그렇습니다. 여러 종교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든 내 자유예요. 내가 선택한 종교는 옳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종교는 틀렸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런 것처럼 내가 어떤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내 자유이지만, 다른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I have two small questions. I understand that in marriage people are entitled to have different opinions, but at work, don’t you have to follow what your boss says? I think one of the reasons this experience became trauma instead of just an experience was because I had this enormous fear of letting people go and speaking up the truth-that others didn’t want to hear. They were acting out really badly and I just had a very difficult time. What they were doing was not work –appropriate and, stuff like that, and it just went on for way too long. I guess I want to be free of that fear.")

“작은 질문 두 가지가 있습니다. 결혼에서는 서로 의견이 달라도 된다고 하셨는데, 직장에서는 상사의 말을 따라야 하지 않나요? 제 경험이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트라우마가 된 이유는 사람들을 해고하거나 진실을 말하는 걸 너무 두려워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들이 정말 심하게 문제를 일으켰는데,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 행동이 직장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상황은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저는 이제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타인의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거나 해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착해서가 아니라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남이 듣기 싫은 말은 못 하게 되는 거죠. 상사에게 바른 말을 못 하는 것도 불이익이 두려워서이고, 다른 사람에게 불편한 말을 안 하는 것도 착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예요. 질문자도 사실 착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비난을 좀 받아도 괜찮아요. 예수님도 많은 비난을 받으셨잖아요. 비난받는 정도를 넘어서서 십자가에 못 막혀 죽임을 당하셨죠. 부처님도 수많은 비난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니 비난받지 않겠다는 것은 내가 예수님이나 부처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건 잘못된 관점이에요. 좋은 일을 하고도 비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어떤 일을 하려면 때로는 비난도 감수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 남한과 북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주선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제가 상대방 편을 든다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그런 오해가 있더라도 대화는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할 때만 가능합니다. 해고나 지적을 못 하는 건 결국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아 하는 본인의 문제이지 직원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하 직원이라 해도 자기 의견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토론해야 하고, 토론으로 결론이 나면 그 결과를 따라야 합니다. ‘부하가 무조건 상사의 말을 들어야 한다.’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고, 특히 NGO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의 MZ 세대는 그런 방식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그 점을 고쳐야 합니다.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다른 의견도 들어보면서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내린 합리적 결정마저도 수용하지 않을 때 그것이 바로 해고 사유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트럼프 대통령처럼 갑자기 해고를 해서는 안 되고, 먼저 경고를 한 후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I did let my employees speak very freely. Debate and open discussion were part of our culture. So it’s not as if I imposed my opinion or orders - it’s just that from the very beginning, I think my problem was listening to other people too much.)

“저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했습니다. 토론과 공개 토의도 우리 문화의 일부였어요. 제 의견을 강요한 게 아니라, 사실은 처음부터 제가 다른 사람의 말을 너무 많이 들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네, 그렇다 해도 결국 갈등이 생겼다는 건 부하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관인 질문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습니다. 어떤 조직에서도 갈등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그 일로 상처를 입었잖아요. 상사가 그렇게 상처를 받았다면, 부하 직원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조금 더 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Thank you. I understand."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시사적인 내용보다는 개인적인 고민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자살 이후 삶이 의미가 없고 살아갈 동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 불교에 대한 개념적 이해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적인 알아차림과 깨달음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스님은 매 순간 어떤 깨달음과 알아차림을 경험하시나요?
  • 미국은 기독교 국가이다 보니 사람들이 신을 노엽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려움에 기반하지 않은 도덕관을 가지는 것이 가능할까요?
  • 저는 근본주의에 기반한 유대교의 영향 아래 자랐습니다. 두려움, 조종 등을 경험하여 새로운 영적 수행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지만 조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 제가 알고 있는 것에 기반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제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 졸업 후 좋은 조직을 설립해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불안 장애 및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회사 설립 이후 우울증이 심화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됩니다.
  • 취직 이후 스트레스와 불안 심리로 인해 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나 신체적인 어려움으로 현재 중단한 상태입니다. 재복용을 고려하고 있으나 부작용에 대해 우려가 됩니다.
  •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19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무조건 독립을 해야 하나요? 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대학교 신입생인데 전공과 미래 직업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받은 지원을 돈으로 환산해 어머니께 드렸으나 다시 돌려주고 싶어 하십니다. 어머니가 위험에 처한 상황이신데 감지를 못하고 계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고 나니 밤 9시가 다 되었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강연장을 정해진 시간에 비워주어야 하는 관계로 공식적인 사인회가 예정에 없었으나 책을 구매한 청중들이 자연스럽게 사인을 요청했고, 스님은 무대 위 테이블로 돌아가 즉흥적으로 사인회를 10분간 진행했습니다. 사인을 받고 떠나는 청중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작년에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스님을 초청했던 고우 스님도 참석하여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를 다닌다는 학생은 내년에 꼭 하버드 대학에 오셔서 영어 통역 강연을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촬영 후에는 강연 총괄 김민지 님, 부총괄 이아람 님, 사회와 강연장 섭외를 한 수 스트롱님, 기타 연주를 해준 라파엘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책을 선물하였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에게 수고가 많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이어서 봉사자들은 법해 법사님과 함께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강연은 현지인 봉사자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각자 강연을 통해 느낀 점도 영어로 나누었습니다. 다들 모자이크 붓다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얘기했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또 참석하고 싶습니다. 부정적인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는 요즘의 사회에서 이렇게 긍정적인 일이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어떤 일이든 나 혼자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라는 것을 실감하는 기회였습니다.”

뉴욕에서 영어 통역 강연이 몇 차례 진행되었지만, 대학교 초청 강연이거나 한국인 정토회 회원들이 준비한 반면 이번 영어 통역 강연은 현지인들도 봉사자로 참여한 첫 번째 뉴욕 강연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컸습니다.

스님은 밤 9시 50분에 숙소로 돌아와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토론토로 이동하여 오후 1시에는 토론토 대학교에서 현지인들을 위한 영어 통역 강연을 하고, 오후 5시에는 한국 교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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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석

붓다피아의 형성, 인류가 유사 이래로 꾸준히 추구해 온 이상향이 욕심과 어리석음에 뺘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작용과 아픔을 유발해 왔지만 이제 비로소 법륜 스님에 의해서 유토피아가 아닌 유심정토의 붓다피아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감사합니다.

2025-10-01 07:22:20

이수미향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에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 질문했든 분들도 지혜로운 답을 찾아 자유로운 행복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10-01 07:18:27

정태식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건 객관적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변화를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건 주관적인 반응이에요.
수행이란 객관적인 현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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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이 있을 때는 나의 욕심과 집착부터 살피겠습니다.

2025-10-01 07: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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