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9.23. 한국 도착, 두북수련원 농장 방문
“인공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순간, 인간의 가치는 사라질까요?”

안녕하세요. 무덥던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초가을 날씨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동남아 답사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1시 20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한국 시각으로 오전 8시 45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밤새 비행기 안에서 의자에 앉아 쪽잠을 잔 후 비행기에서 내렸습니다.

인천 공항을 나와 곧바로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도로 정체가 심해 차로 6시간을 달려, 오후 3시 45분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두북수련원 농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먼저 지난 5일 텃밭에 심어 놓은 배추, 무, 상추가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무밭을 둘러보았습니다. 무는 초록빛 잎을 고르게 내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직 잎이 크지는 않지만 줄지어 뻗어 나가는 모습이 힘차고, 잡초 사이에서도 당당히 자라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땅속에서는 서서히 뿌리를 키워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어 배추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비닐 멀칭 위에 심은 배추는 무보다 훨씬 크게 자라 있었습니다. 넓은 잎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무성하게 뻗었고, 가운데는 동그랗게 모여 결구할 기세를 보였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란 배추들이 줄지어 선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풍성하고 튼실했습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후 비닐하우스로 가서 농작물을 살펴보았습니다.

덩굴을 타고 자란 오이는 줄을 따라 곧게 뻗어 있었고, 푸른 잎 사이로 노란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꽃은 햇빛을 받아 선명하게 빛나며 앞으로 열매를 맺을 기세를 보였습니다. 스님은 오이꽃과 잎의 자람새를 잠시 바라보며 살펴보았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푸른 잎과 노란 꽃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다음은 논둑을 따라 걸으며 벼의 빛깔과 논의 상태를 둘러보았습니다. 초록빛 잎 사이로 누렇게 익어 가는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논 한가운데로 들어가 이삭을 손에 쥐고 살펴보았습니다. 벼알이 점점 여물어가고 있었고, 가을 수확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벼 사이사이에는 피가 많이 자라 있었습니다. 피를 뽑은 후 논을 나왔습니다.

두북수련원 주위에는 옛날부터 키우던 밤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조금 일찍 밤이 떨어지는 나무가 있습니다. 혹시나 밤이 떨어졌나 싶어서 가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알밤이 아주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밤을 좀 주워가야겠어요. 내일 종교인 모임을 할 때 밤을 삶아서 내면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스님은 밤나무 아래에서 떨어진 밤을 주웠습니다. 장갑을 끼고 집게를 사용해 땅에 떨어진 밤송이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알밤을 꺼냈습니다. 밤송이 안에는 갈색 빛깔의 알밤이 단단하게 여물어 있었습니다.

주운 밤은 바구니에 모아 담았습니다. 반짝이는 알밤이 수북이 쌓인 모습을 보니 풍성한 가을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밤을 다 줍고 나니 해가 저물 무렵이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밤에는 실내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본 후 해외 일정의 여독을 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 방콕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인공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순간, 인간의 가치는 사라질까요?

“저는 요즘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데요. 인공 지능(AI)이 등장함으로써 인공 지능(AI)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앞으로 인간이 하는 모든 일들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상실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인공 지능의 개발이 왜 인간의 존엄을 해친다고 생각하나요? 인간의 존엄이 무엇입니까? 예를 들어, 빨리 달리는 것이 인간의 존엄이라면 우리는 말을 보고 좌절하거나 절망해야 합니다. 옛날에 인간은 자기의 힘으로만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세고 유리하니까 남성 우위 사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인간은 말이나 코끼리 등 다른 동물의 힘을 빌려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산업 혁명이 일어나 증기 기관의 동력과 기계를 이용하게 되었죠. 지금은 일하는 데 동물도 별로 필요 없고, 사람의 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는 데 남자의 힘이 필요한가요? 여자든 남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기계만 잘 다루면 포클레인이 알아서 땅을 파죠. 그렇다고 기계가 사람의 존엄을 해친다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경우도 있었어요. 19세기 초반 영국에서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라는 기계 파괴 운동이 일어났는데, 기계가 나오면서 인간의 노동력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여 기계를 다 때려 부쉈습니다. 그런 것처럼 변화가 막 일어난 그 시대에는 부작용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꾸 다른 일을 찾아 나가기 때문에 크게 보면 별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제가 지금 의사라면 앞으로 의사의 일이 많이 줄어들 수는 있습니다. 100명이 필요하다가 갑자기 10명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관리자만 필요하고 90명은 필요 없다고 하면 당장 90명은 힘들어지겠죠. 그러나 자라나는 젊은 세대는 처음부터 그런 일을 안 하고 다른 일을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근대화될 때를 보면 그 당시 우리나라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이 농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산업화가 되면서 농촌이 붕괴했어요. 농민들이 갈 데가 없어져 도시 빈민이 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1960년대부터 70년대 사이에 생겨난 도시 빈민에 대해 들어보셨죠? 청계천에 그런 사람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젊은 세대들은 공장에 가서 일했어요. 예전에 90퍼센트 이상이었던 농민들이 지금은 인구의 10퍼센트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세상이 못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또 다른 직업이 생기고, 사람들은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후 한국인들은 자영업을 하며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자영업이 사라지고 있어요. 자영업이 사라진다고 해서 인간이 못 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이죠. 요즘은 인공 지능의 발달로 인해 기술직에 위험이 다가오니 기술직에 있는 사람들이 또 세상이 뒤집힐 것같이 보이는 겁니다.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미 20년 전부터 세상이 뒤집어졌어요. 지금 재래 시장에 가 보세요. 예전에는 점포에 권리금까지 붙어서 호황이던 시장 상권이 얼마나 가라앉았는지 모릅니다. 할머니들이 가게를 버리려니 아까워서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었어도 전체 사회에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앞으로는 대학에 다니며 특정한 전공을 배우고 자격증을 따서 그에 딱 맞는 직업을 찾는 일이 점점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마치 옛날에는 서당에 다녀서 과거 시험에 합격하면 관리가 되었는데, 과거 제도가 폐지되면서 서당에 다녀봐야 별 소용이 없어진 것과 같습니다. 그래도 사실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한 변환기에 어려운 사람들이 물론 있지만, 아이들은 크면서 처음부터 그런 직업을 갖지 않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직업들 중의 90퍼센트 이상이 200년 전에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했고, 일부 사람들이 수공업과 상업에 종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을 보면 농업 인구가 3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 자기 직업을 가지며 살고 있습니다. 손에 매니큐어를 발라 주며 사는 사람도 있고, 얼굴에 눈썹을 그려 주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직업들이 사라지더라도 앞으로 얼마나 다른 많은 직업이 생겨날지 몰라요. 요즘은 운동을 같이 해주는 것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도 있고, 남의 개를 산책시켜 주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옛날 사람들이 보면 웃긴다고 하겠죠. 그렇게 지금 우리로서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날 거예요. 그래서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걱정이 많았는데 좀 해결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유통이 온라인으로 많이 전환되면서 자영업하는 사람들은 타격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 제도적으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재래 시장과 자영업을 다시 살리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전환기에 타격을 크게 받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직업군이 바뀌는 변화로 인해 몰락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저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아이들의 수가 예전에 비해 확 줄었습니다. 그에 따라 교육 대학을 졸업하는 선생님들의 수도 줄어야 하잖아요. 예전에는 한 반에서 60명을 가르치다가 50명, 40명, 30명, 20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수가 줄었으니, 선생님들의 수도 줄여야 하는데, 선생님들의 수를 줄이면 교육 대학의 교수 수도 줄여야 하고, 나아가 교육 대학교의 수도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육 대학의 수도 줄이지 못하고 있고, 선생님들의 수도 줄이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를 20명에서 15명, 10명까지 자꾸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어쨌든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당장은 시스템을 못 바꾸니까 저항이 따르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교육 대학과 선생님들의 수를 지금처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예전에는 의과 대학을 나오면 의사가 되는 것이 완전히 따 놓은 당상이었는데, 앞으로는 그렇지 못하게 될 거예요. 또한 교육 대학을 나와서 선생님이 되는 것이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선생님들의 말을 들어 보면 3D 업종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고 해요. 그런 것처럼 사회 변화에 따라 선호하는 직업군도 바뀌어 갑니다. 문제는 부모들이 어리석게도 자기가 젊을 때 좋은 직업이 무엇이었는지를 고집해서 앞으로 20년 후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그 직업을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들 생각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20년 뒤에 세상이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르게 바뀌어 버리면 문제가 되는 겁니다.

산업 사회에 필요한 일꾼을 만들 때는 학교에서 지식과 기술을 많이 배우고 익혀 두어야 직업을 효율적으로 가질 수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지식을 바깥 서버에 저장해서 찾아서 쓰면 되는 사회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학교 시스템은 아직도 기억력을 가지고 시험을 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부한 것은 앞으로 쓸모가 없어지게 됩니다. 농사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엄청나게 쌓은 50대 남성이 사회가 바뀌어서 조선소에 가서 땜질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면 20년간 배운 기술이 전혀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그러니 20대 청년들이 50대보다 더 일을 잘하게 되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말한 대로, 기술 발달로 인해 기존 직업군의 사람들이 몰락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망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 빈민들의 존엄성이 크게 손상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때는 가난하더라도 그 존엄성을 지킬 수 있었지만, 도시 빈민이 되면서 그 존엄성을 잃게 되었죠. 앞으로도 그런 변화가 생기겠죠. 미래에 무슨 직업이 새로 생겨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합니다. 질문자가 말했듯이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시대에 제일 좋은 교육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 하고 가르치는 것은 모방 교육입니다. 창조 교육에는 옳고 그름이 없어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이 숙제를 해 오면, 선생님은 ‘그것도 괜찮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네.’ 이렇게 얘기해 줘야 합니다. ‘틀렸다’ 거나 ‘옳다’고 말하면 안 돼요. 그러면 사유 체계가 도식화되어 버립니다. 도식화하는 것은 사람보다 인공 지능이 더 잘해요. 가족 구성원의 국적이 다양하여 한 집에서 3개 언어를 쓰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그 언어들을 모두 익히듯이 아이들은 뭐든지 새로 익혀 나갑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에요. 지금 기후가 바뀐다고 해도 우리가 문제입니다. 우리는 요즘 동해에 오징어가 안 잡혀서 문제이지만,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동해에 참치가 잡히는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오징어가 없어지는 것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기후 변화가 위기라고 말하는 이유도 현재의 기후 조건에 가장 잘 적응해서 산 것이 인간인데 기후가 바뀌면 그렇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대구에서 사과가 가장 잘 자랐는데 점점 기온이 올라가니까 지금은 대구에서 사과 농사가 안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구의 모든 농사가 안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단지 사과 농사가 안 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사과 농사는 더 위로 옮겨 가고, 대구에서는 다른 농사를 지으면 됩니다. 동해에 모든 물고기가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오징어와 명태는 북쪽으로 올라가고, 남해에 살던 참치와 멸치가 동해로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사이에 오징어와 명태를 잡는 어구만 갖고 있던 어부들은 바다에 매일 나가도 잡히는 게 없으니, 생활이 굉장히 어렵겠죠. 하지만, 다시 한 세대가 지나가면서 적응하게 됩니다. 그래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특히 인간의 존엄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해도 돼요. 다만 이런 변화로 인해 인간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은 맞습니다. 농사를 짓다가 도시에 가서 사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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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식

“지금은 지식을 바깥 서버에 저장해서 찾아서 쓰면 되는 사회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학교 시스템은 아직도 기억력을 가지고 시험을 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부한 것은 앞으로 쓸모가 없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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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30대 때는 글씨 잘 쓰고 계산 잘하는 것이 최고의 사무능력이었는데 40~50년 지난 지금은 다 기계가 하고 있습니다.

2025-09-26 06:57:59

이수미향

빠르게 변해 가는 사회에 잘 적응 하는 사람 주어지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수행이 더 중요해 지겠다 싶네요.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은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09-26 06:42:04

이수정

고맙습니다.

2025-09-26 06: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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