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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4박 5일 동안의 부탄 2차 답사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새벽 3시 50분에 부탄 비구니 재단(BNF)을 출발하여 파로(Paro)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부탄을 떠나기 전에 부탄의 가장 대표적인 사원이자 히말라야 불교 성지 중에 가장 유명한 곳 중에 하나인 파로 탁상 사원을 답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부탄 방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를 활동가들을 위해, 그리고 다음 주에 올 전문가 일행을 안내하기 위해서입니다. 캄캄한 새벽에 출발하는 스님 일행을 위해 BNF 사무총장 타시 장모 박사님도 동행했습니다.
부탄의 국제공항이 위치한 파로 시내에서 10km 북쪽으로 올라가자 호랑이가 나올 법한 웅장한 계곡이 나타났습니다. 차에서 내려 5시 30분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이 가시고 이제 막 날이 밝았습니다. 스님과 일행은 멀리 산 위에 보이는 탁상 사원을 향해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계속 올랐습니다. 저 멀리 설산도 보였습니다.
손톱만 하던 탁상 사원이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마지막 고비가 남았습니다. 건너편 절벽에 위치한 탁상사원을 가기 위해서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습니다. 스님은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줄곧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오르기도 힘든 길에 이렇게 사원을 지어놓은 사람의 힘에 놀라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랐습니다. 탁상 사원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조용히 사원을 둘러보았습니다. 부탄 태후 님이 스님이 사원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원의 주지 스님에게 차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비행시간이 가까워 차를 마시지 못하고 곧바로 되돌아왔습니다.
선발대가 먼저 출발하여 산을 달려서 내려갔습니다. 스님은 숨이 너무 가빠져서 심장 약을 먹고 부지런히 내려갔습니다. 2시간을 가야 할 거리를 1시간 만에 내려왔습니다.
산 아래에는 이제 막 산을 오르는 참배객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산 입구 접객실에 태후님의 지시로 차가 다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타시 박사님이 두 번이나 거절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스님은 5분 만에 차를 마시고 서둘러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공항까지 가는 길에 스님은 타시 박사님에게 말했습니다.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은데, 벌써 비행기 출발 시간이 다 되었네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는 온라인으로 계속합시다.”
스님은 타시 박사님으로부터 이번에 두 번째로 진행하는 비구니 수계식의 준비 상황을 묻고, 인도에서 100여 명의 비구니 수계자가 오기 때문에 그들을 뒷받침하는 데에 필요한 재정적 어려움을 듣고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제가 탁상 사원에 오기를 잘했네요. Thanks taksang!”
“보시는 제가 하는데 왜 탁상 사원에 감사 인사를 해요.”(웃음)
“고맙습니다. 스님.”
선발대가 수하물을 미리 부치고 발권을 해 놓은 덕분에 무사히 제시간에 탑승구 앞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전 11시에 스님이 탄 비행기는 파로 공항을 출발했습니다.
설산을 지나 태국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에 방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산 뿐이었던 부탄과 다르게 방콕에는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수하물을 찾은 다음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 위해 서둘러 방콕 공항을 나왔습니다. 정토회 회원인 황소연 님 부부가 방송을 할 수 있게 공항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차를 태워주었습니다.
서둘러 생방송 준비를 하여 태국 현지 시간으로 오후 5시 30분, 한국 시간으로 저녁 7시 30분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44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난 일주일 동안 부탄을 답사했습니다. 오늘은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방콕 공항을 경유하게 되었는데요. 다른 항공편으로 갈아타기 전에 잠시 공항 밖에 나와서 즉문즉설 법회를 하고 있습니다. 답사를 하느라 뙤약볕 속에 다녔더니 얼굴이 많이 탄 것 같아요.
지난 일주일간 저희 JTS 활동가들이 부탄의 랑덜비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집을 하나 선정하여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했습니다. 샘플을 하나 만든 후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 과정을 잠시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다시 스님이 지금 부탄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추가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집이 아예 없는 사람들은 작은 집을 새로 지어주고, 집이 있으나 내부가 너무 열악한 사람들은 살기에 조금 편리하도록 주거 환경을 개선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볼 때는 여전히 불편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편리하도록 생활환경을 개선해 주는 겁니다. 또한 논에 물이 없어서 경작을 못하는 곳에는 물줄기를 길게 이어와서 논에 물을 대고, 식수가 부족한 곳에는 식수를 공급하는 일도 앞으로 해나가려고 합니다. 농수로뿐만 아니라 농로도 좁아서 농기계가 다니기 어려운데, 어차피 농기계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 농로도 넓혀주는 일을 할 계획입니다.
부탄은 시골마다 학교가 있지만 학교가 지은 지 오래되어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었습니다. 계단이 부서진 곳도 많고, 교실 바닥도 패어있고, 의자도 부서져 있고, 이런 상황이라서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골에는 노인들이 많이 살다 보니까 눈이 안 보이는 사람, 귀가 안 들리는 사람, 치아가 빠진 사람이 많았습니다. 큰 병을 치료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의료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최소한의 환경을 조금 개선하되 더 이상의 욕망을 부추기지는 않는, 그러면서 행복도를 높여나가는, 이런 관점을 갖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지금 부탄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네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사장님에게 문제 제기를 했더니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부당해고 심사를 통해 복직을 하더라도 질문자가 회사에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을까요? 직원이 많은 큰 회사라면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작은 회사에서 더군다나 사장님과의 갈등으로 일어난 일이라면 더더욱 회사를 계속 다니기가 어려울 거예요.
직원이 회사에 어떤 의견을 냈다고 그걸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 맞습니다. 막상 회사에 다녀보니 그전에 설명한 것과 다르다고 업무 조정을 건의할 수도 있고, 해고가 부당하다고 심사 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은 오늘 이렇게 하기로 했다가 내일 저렇게 하기로 바뀔 수 있습니다. 세상일이 그렇습니다. ‘전에는 이렇게 하기로 했는데, 지금 와서 왜 바꾸느냐?’ 하면서 너무 따지면 세상 살기가 좀 어렵습니다. 질문자가 입사 전에 들은 내용과 업무가 전혀 다르다면 회사에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 외에 업무가 많아서 힘들다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가령 ‘전에 두 사람 하던 일을 제가 혼자 하니 힘듭니다. 고려 바랍니다’ 하면서 제안하는 것과 ‘한 사람 몫으로 채용해 놓고, 왜 두 사람 몫을 요구하느냐’ 하고 항의하는 것은 서로 성격이 다르거든요. 만약 질문자가 이렇게 두 사람 몫을 한다며 항의하듯 문제를 제기했다면 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고 사유는 부당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니 일이 힘들어서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걸로 해고를 당한 것에 대해 위축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당하게 부당해고 심사 신청을 하면 됩니다. 또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이 나더라도 수긍하고 다른 일을 찾으면 됩니다. 부당해고로 판결이 난다면 다시 출근할 수 있게 되겠죠. 또 회사로부터 그동안의 정신적 피해나 급여도 보상받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회사를 다닐 때는 불편함을 좀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두려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부당해고에 대해 법으로 그 권리를 보장받고 있으니까요.
또 심사에서 정당한 해고로 판결이 나더라도 좀 억울하시겠지만, 현재 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부당해고로 판결이 난다면 회사가 법을 어겼으니 질문자가 보상받는 건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담담하게 진행하시면 되겠습니다.
부당해고로 결정되었을 때의 복직 문제는 그때 가서 회사와 협의하면 됩니다. 회사와 협의해서 복직을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되 그에 대한 배상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도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문제 제기보다는 좀 더 인내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회사 생활을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즉문즉설이란 어떤 답을 찾아서 얘기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렇게 고민을 내놓고 서로 대화하다 보면 ‘내가 관점을 잘못 잡았구나’, ‘내가 욕심이 좀 많았구나’, ‘내가 집착을 너무 했구나’, ‘내가 편견을 가졌구나’ 하고 자각하게 됩니다. 이런 자각을 통해 움켜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게 되면 괴로움이 사라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진리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어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늘 깨어있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다시 방콕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출국 수속을 한 후 밤 10시 20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인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6시에 인천 공항에 도착한 후 오전에는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영어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는 외국인들을 위한 즉문즉설 생방송을 한 후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충주로 이동하여 공동체 지부 대중 70여 명과 함께 봄나들이 행사를 하고, 저녁에는 문경 선유동 연수원에서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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