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4.11 부탄 2차 답사 4일째 (쿤가랍텐, 트롱사)
“행복한 기분이 오래가지 않아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 2차 답사 4일째 날입니다. 4일 동안의 답사 일정을 마치고 트롱사 종각의 주지사와 미팅을 하고 팀푸로 이동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5시 50분에 콜푸 치옥을 출발하여 쿤가랍테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산을 돌아 돌아 덜컹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차로 2시간 달려 아침 8시에 쿤가랍텐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학교 교실을 방문하여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등교하여 아침 조회를 하기 전이었습니다.

스님은 교무실로 이동하여 선생님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2월 방문 때 스님이 이 학교를 잠깐 들른 적이 있지만 방학이어서 학생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장 선생님의 몇 가지 요청 사항만 들을 수가 있었는데요. 오늘은 선생님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들었습니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교장 선생님이 교실 바닥이 많이 부서져 있다고 수리를 요청했고, 노트북 구입과 책걸상 교체를 요청했었습니다. 그 외에 더 필요한 게 무엇이 있습니까?”

선생님들의 대답이 없자 교장 선생님이 한 가지를 추가로 요청했습니다.

“온라인 교육으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스마트 TV가 필요합니다. 빔 프로젝터는 켜고 끄는 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여러 가지가 불편합니다. 현재 스마트 TV가 두 대 있는데, 교실이 7개여서 다섯 대가 더 필요합니다.”

스님은 필요한 것을 정리해서 종각에 제출하면 가능한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다만 JTS의 사업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JTS는 무조건 지원만 해주는 단체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이 해야 합니다. 학교 안에 필요한 일들의 많은 부분을 여러분 스스로 정비를 해야 합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이기 때문에 화려할 필요는 없지만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에 필요한 학습 교재는 앞으로 필요한 만큼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운동장으로 나가자 아이들이 조회를 하기 위해 줄을 맞춰 서 있었습니다.

스님이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아요?”

‘YES’라고 대답하는 아이도 있고, ‘NO’라고 대답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코리아(KOREA)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세요.”

몇몇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배드민턴을 좋아한다고 해서 배드민턴 세트를 가져왔어요. 농구장이 있다고 해서 농구공도 가져왔습니다. 줄넘기도 많이 가져왔어요. 줄넘기는 할 줄 알아요?”

“YES!”

“줄넘기할 때 한 번 점프해서 줄을 두 번 넘길 줄 알아요?”

“NO.”

“한 번 연습해 봐요. 연습하면 할 수 있어요.”

스님은 준비해 온 운동용품들을 하나씩 아이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아이들은 선물을 받고 나서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공부 열심히 하면 앞으로도 계속 지원해 줄게요. 교장 선생님께서 여러분이 공부할 수 있게 학교 시설도 보수해 주겠다고 했어요. 좋아요?”

“YES!”

학생들 중에는 출가를 한 동자 스님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스님들도 함께 수업을 듣고 있어서 너무 보기가 좋네요.”

다음에 또 방문하면 학용품을 더 많이 지원해 주기로 하고 학교를 나왔습니다. 개학을 해서 그런지 지난 2월에 방문했을 때보다 학교 곳곳이 더 깨끗해져 있었습니다. 스님은 축대가 무너진 곳 등 추가로 더 보수해야 할 곳을 교장 선생님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다음에 또 방문하겠습니다. 잘 지내세요.”

다시 차를 타고 10분 정도를 이동하여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도량인 넌너리(Nunnery)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트롱사 종각의 주지사께서 스님과 JTS 답사단 일행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두 시간 동안 트롱사 주지사와 JTS가 하고자 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트롱사 주지사는 사전에 보고서를 꼼꼼히 읽고 와서 이미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으로부터 JTS 사업의 취지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 트롱사 주지사께서 몇 가지 우려를 이야기했습니다.

“스님께서 답사 다니시는 모습을 영상으로 봤는데요. 마을을 방문해 보면 사람들이 가난한 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가서 조사를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보다 더 가난한 척하는 경우를 저도 많이 봤습니다. 지원도 해줘야 하지만 주민들도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스님도 주지사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답사를 다니고 있는 겁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몸이 아픈지, 가족이 있는지, 땅이 있는지, 왜 가난하게 살고 있는지 자세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젊은 사람이 집이 없다고 하면, 자기 손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경우에 우리는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와주지만, 도와줌으로 해서 사람을 잘못되게 할 수가 있습니다.

직접 답사를 다니고 조사를 많이 하는 이유

일부 NGO에서 지원하는 사업들을 보면 낭비되는 요소가 많습니다. NGO가 지원해 준다고 하니까 받은 것이지 본인이 꼭 필요해서 받은 것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바쁜 중에도 이렇게 답사를 많이 다니는 이유는 처음에 세세하게 조사를 해 놓아야 나중에 일반적으로 적용을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현지 사정에 가장 적합한 샘플을 만들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샘플을 만들게 되면 지원 범위를 확대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외부 단체가 지원해 준다고 해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면 안 됩니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종각에서 공무원들이 조사를 해주어야 합니다.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사업이 정말 주민들에게 필요한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재정적인 규모 때문이 아니라 이 사업이 정말 필요한 일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답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취지에 동의를 하신다면 앞으로는 종각에서 많은 조사를 해주어야 합니다. 제가 주지사 님에게 가장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조사를 다녔듯이 종각에서 공무원들이 책임을 지고 조사를 해 달라는 것입니다.”

“답사를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트롱사에는 길이 없는 동네도 있습니다. 어떤 동네는 길에서 3시간 떨어져 있는데 환자를 업고 산길을 내려올 수가 없어서 나아질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님처럼 답사를 다니는 방식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조사를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재정이 부족해서 지원을 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 말도 맞지만 100퍼센트 맞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돈을 적게 들이고도 얼마든지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스님과 트롱사 주지사는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을 계속 발견했습니다. 트롱사 주지사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말했습니다.

“스님의 사업 방식이 너무 좋습니다. 이 방식은 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주민들이 다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사업은 혁명을 가져올 것입니다. 주민들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확신이 생길 것이고, 처음에는 개개인이 시작하지만 그것이 모이면 사회적인 운동이 될 것이고, 그것은 곧 국가적인 차원의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러자 스님이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한 목표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주지사 님의 생각이 저의 생각과 똑같습니다. 저는 집을 지어주고 울타리를 쳐주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그런 일을 통해 주민들의 생기를 불러오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이번 지원의 목표입니다.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개발 프로젝트

답사를 해본 결과 솔직한 저의 생각은 집을 새로 지어줄 필요 없이 임시 가옥에 살아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옛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고, 새로운 집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집 짓기를 수단으로 해서 공동체성을 만들어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드시 마을을 방문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이 사람의 집을 새로 지어주어도 괜찮은지, 만약 새로 집을 짓는다면 동네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이 점에 대해 주민들 모두가 동의가 되어야 새로 집을 짓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노동을 하면서도 마음이 기뻐야 합니다. 내가 남의 도움을 받을 때도 기쁜 마음이 일어나지만, 내가 남을 도와줄 때도 기쁜 마음이 일어납니다.

가령 도로포장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금 부탄에는 비포장 도로가 많아서 차가 다니기에 굉장히 불편합니다. 물론 모든 도로를 포장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예산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내버려 둡니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면 비포장 도로라고 하더라도 전부 불편한 것이 아니라 몇 군데가 많이 불편합니다. 자주 문제가 발생하는 구간만 도로포장을 하게 되면 주민들이 다니는 데에는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적은 돈을 들이고도 많은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나중에 정부의 예산이 확보되면 그때는 모든 구간을 포장하면 됩니다. 이런 일부 구간은 주민들이 도로포장을 할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마을이니까요. 그럴 때 주민들은 시멘트를 구입할 돈이 없으니까 JTS가 시멘트를 구입해 줘서 함께 도로포장을 하면 됩니다.

정부가 주민들을 위해서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지속되면 나중에는 주민들이 모든 것을 정부에게 해 달라고 요청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한국에서도 자녀가 하는 모든 일을 부모가 도와주니까 나중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물론 정부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지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훈련도 계속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마을 만들기 운동’입니다. 약간의 지원을 통해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집을 개선하고, 농로와 수로를 개선하고, 생산 수단을 개선해 나가는 것입니다. 남이 해주는 것보다 자기 마을에 필요한 일을 자기가 해나갈 때 훨씬 더 큰 기쁨과 자존감이 생깁니다. 그렇게 할 때 쉽게 망가지지 않고 오래 보존도 됩니다.”

“맞습니다. 그 방식이 지속 가능한 방식입니다. 부탄은 지난 60년 동안 외부의 지원을 받기만 해와서 부작용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님이 제안한 방식으로 새롭게 접근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같이 연구해서 해봅시다. 부탄 공무원들이 지금 저를 따라다닌다고 고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린첸 님은 살이 많이 빠졌어요.” (웃음)

서로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대화가 술술 풀렸습니다.

이어서 아침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요리를 배우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식사를 한 후 지난 10일 동안 랑덜비 치옥에서 JTS 활동가들이 주민들과 협력하여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샘플 하우스를 만들어 본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스님이 이번 프로젝트의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 집의 주인은 알코올 중독 환자였는데, JTS 활동가들과 함께 집안을 수리하는 일을 거들어 주면서 마음 상태도 아주 좋아졌습니다. 저희가 이 사업을 할 때 평가의 기준은, 얼마나 돈이 적게 들었느냐, 얼마나 편리해졌는가, 얼마나 공동체적으로 주민들과 함께 했는가, 얼마나 사람들이 행복해졌는가입니다.”

대화를 마치고 다 함께 건물 앞으로 나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스님이 넌너리의 주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왜냐하면 주지 스님이 어린 넌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스님들이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도록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앞으로는 스님이 되더라도 기본 교육은 모두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어린 비구니 스님들은 학교에 갈 수가 없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이렇게 학교를 보내는 곳이 있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저는 넌들이 10학년까지 다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주 잘하셨어요. 일반 아이들도 10학년까지 공부를 하기 때문에 스님들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세상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주민들을 지도할 수가 없습니다. 경전만 읽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면 속퇴를 해버릴 수가 있습니다. 그건 각오해야 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죠. 잘 알겠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먼 길을 달렸습니다. 10시 30분에 트롱사를 출발하여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을 넘고 또 넘었습니다.

저 멀리 히말라야의 눈 덮인 설산도 보였습니다.

차로 6시간 30분을 달려 오후 5시에 부탄의 수도인 팀푸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먼 길을 달렸습니다. 팀푸는 지금까지 다녔던 트롱사와 젬강과 달리 건물이 빼곡한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부탄 비구니 재단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한국 식당 산마루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는 산마루 사장님이 JTS 활동가들이 수고가 많다면서 직접 공양을 지어 대접해 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다시 부탄 비구니 재단으로 돌아와 밤 9시 40분부터 카르마 치팀 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카르마 치팀(Dasho Karma Tshiteem) 님은 전 왕립 공무원 위원회 의장을 역임했고, 4대 국왕 시절에 국민총행복지수(GNH) 총책임을 맡았던 분입니다. 현재는 부탄의 청년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어서 스님은 지난 2월 답사 때도 치팀 님의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이 몇 가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특히 부탄의 청년들이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오늘 트롱사에 있는 넌너리에 갔더니 치팀 님이 가르치고 있는 청년들이 마당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네. 마을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하고 있고, 건설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일 년에 교육을 받으러 들어오는 청년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3,000명 정도 됩니다. 공예, 사진 촬영, 목공, 농업, 요리 등 여러 분야를 훈련하는 트레이닝 센터가 곳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젬강에는 아직 트레이닝 센터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젬강에서는 집을 짓거나 수로를 만들 때 함께 할 수 있는 청년들이 없을까요?”

“시멘트, 전기, 배관공, 목수, 어떤 일인가에 따라 모집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JTS가 계획하고 있는 일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일을 하려고 하고, 집이 있지만 내부가 열악해서 수리해 주는 일도 하려고 합니다. JTS가 그 일을 할 수 없어서 도움을 요청드리는 게 아니라 부탄 청년들이 자신이 배운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요청을 드려 봅니다.”

“3개월 직업 훈련이 끝나면 1년 동안 실습 기간을 가져야 자격증을 줍니다. 1년 실습 기간에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논의를 해보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랑덜비 치옥에서 가장 가난한 집을 리모델링해 본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다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Very nice!”(아주 좋네요.)

“이런 방식으로 돈이 가장 적게 들면서 가장 효과가 나도록, 그러면서 주민들이 함께 협력하도록 해서 공동체성을 가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집을 짓는 일이 동네 사람들 전체의 기쁨이 되도록 해보려고 합니다. 부탄의 청년들이 이 프로젝트에 결합해서 봉사도 하고 자신이 가진 기술을 연습도 해보면 좋겠습니다.”

치팀 님은 스님이 답사하고 온 모습을 본 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금 부탄은 가족들이 흩어져서 사는 경향이 커지고 있어서, 노인들은 절 근처에 모여서 살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노인들에게 각각 집을 지어주면 효율성이 낮을 것 같습니다. 절에는 넓은 땅이 있고, 노인들이 모여 살면 종교 활동도 함께 할 수 있고, 서로 의지가 되어 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꼭 절 소유의 땅이 아니더라도 공공의 땅에 집을 지어주면 노인이 죽었을 때 다른 노인이 다시 들어와서 살 수도 있고요.”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스님은 이번 답사를 통해 올해는 어떤 사업을 시범적으로 해보기로 했는지,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어떤 사업들을 해나갈 것인지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치팀 님도 예산 집행이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나니 11시 30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늦은 밤에 시간을 내어 준 치팀 님에게 스님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지만 일이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치팀 님이 고문이 되어서 이 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잘 가도록 계속 조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신에 월급은 없습니다.” (웃음)

“아닙니다. 스님께서 부탄을 위해 정말 큰 일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공무원들은 큰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사각지대를 모릅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직접 답사를 다니면서 사각지대를 찾아내 주시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4월 말에 다시 부탄을 방문할 때는 한국에서 농업, 임업, 상수도 전문가를 함께 모셔와서 같이 의논을 하기로 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치팀 님에게 작은 선물을 전하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0일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때 질문자와 스님이 대화를 나눈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행복한 기분이 오래가지 않아요

“작년 초에 유튜브로 스님의 즉문즉설을 계속 보다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가 많이 변하게 되었고 6개월을 정말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봉사를 해보고 싶어서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정토회 회원이 된 지 이제 한 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들뜨고 행복했던 기분이 오래갈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마음자리가 어지러워지면서 시비심도 자주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패턴을 세 번 정도 거치다 보니까 요즘은 기쁨도 없고 괴로움도 없고 너무 덤덤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지금도 충분한데 굳이 봉사 활동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작년에 깨달은 것 같았는데 그게 망상이었을까요?”

”우선 즉문즉설을 듣고 좋아졌다니까 축하를 드립니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는 것이 되풀이되는 것은 깨달음이 아니라 윤회입니다. 기분이 좋은 것은 어떤 상황이 바뀌면 곧 나빠질 수 있으므로 기분 좋음이 오래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즉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분 좋음을 행복으로 삼으면 반드시 기분 나쁨이라고 하는 괴로움이 따라옵니다. 즉 윤회하는 고통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기분이 좋아도 ‘지금 이 순간에 잠시 좋을 뿐이다’ 이렇게 편안하게 살펴야 합니다. 기분이 나쁠 때도 ‘지금 이 순간에 잠시 기분이 나쁠 뿐이다’ 하고 살펴야 해요.

기분이 좋고 나쁜 것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습관에 의한 하나의 반응입니다. 채를 갖고 북을 때리면 소리가 나고, 안 때리면 소리가 안 나듯이, 그냥 하나의 반응일 뿐이에요. 이런 반응에 놀아나게 되면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빠지게 됩니다. 반면에 이런 반응에 빠져들지 않고 ‘그냥 반응할 뿐이다’ 하고 살펴볼 수 있게 되면 윤회의 고통에서 점점 벗어날 수 있습니다.

법문을 자주 들어서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것 같고 깨달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직 해탈의 길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는 반증입니다. 부처님께서도 6년 동안 고행을 하실 때 수시로 마왕이 나타나서 ‘깨달음이란 없어’ 하며 수행을 멈추도록 유혹했다고 경전에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또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마왕이 이렇게 유혹했다고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내가 깨달아서 지금 편안하면 됐지, 뭐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괴로운 것에 신경을 쓰냐? 얘기해 봐야 그 사람들은 못 알아듣는다. 그러니 너는 지금 열반에 드는 것이 좋으리라.’

이런 경전 속 표현들을 보면 부처님도 아직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을 때 이런 번뇌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런 모든 마왕의 유혹을 극복하시고 평생 동안 고통받는 사람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길을 안내하셨습니다. 깨달음을 통해서 자신의 괴로움에서 벗어났고, 또한 다른 사람들의 괴로움을 들어주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사셨습니다. 이것을 우리가 ‘수행’과 ‘전법’이라고 표현합니다.

질문자가 법을 만나서 어쨌든 괴로움에서 좀 벗어나고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이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런데 기분이 좀 좋아진 것을 수행의 성취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관점입니다. 마치 내가 뭔가 사고 싶은 것을 못 사서 괴로워하다가 그것을 살 수 있게 되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이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하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조금 지나면 그 기분은 다시 가라앉게 됩니다.

물론 별로 기분이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이 한 마리 토끼나 다람쥐처럼 살겠다는 것도 괜찮아요.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런데 사람으로 태어나서 한 마리 다람쥐보다 못할 정도로 괴롭게 사니까 스님이 다람쥐라도 되라고 말하는 것이지, 다람쥐처럼 사는 것이 사람의 삶은 아니잖아요. 다람쥐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한 마리 다람쥐처럼이라도 살라고 한 겁니다. 즉 괴롭지 않게 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다람쥐보다 한 단계 높은 정신력을 가졌으니까 자신의 삶을 편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욕심내지 않고 편안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부탄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돕고 있지만, 이 일을 하면서 너무 힘들고 괴롭다면 자기 수행이 안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마음공부와 명상만 하고 사람들이 옆에서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쓴다면, 그것 역시 또 다른 이기주의에 불과합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가운데 나도 편안한 것을 ‘자리이타(自利利他)’라고 해요. 나도 편안하고 남도 편안하게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보살의 길입니다. 이럴 때 괴로움 없는 상태가 지속가능합니다.

괴로움이 어느 순간에 없어져 버리거나 멈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 처해도 잠깐 반응을 하기는 하지만 금방 알아차려서 거기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질문자는 마치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이지 진실로 법을 깨달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더 수행을 하면서 봉사활동도 같이 해보세요.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그냥 한 때의 기분이었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방황하기도 하는데요.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이런 단계를 몇 번 거치면서 좋았다 나빴다 하는 가운데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점점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꾸준히 수행과 봉사를 하면, 기분이 좋거나 기분이 나쁜 것 때문에 크게 괴롭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그냥 작은 물결처럼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상태로 나아가게 될 거예요.”

“제가 불교를 알기 전에는 안 되는 일에 매달리거나, 제가 노력한 것보다 더 바라거나, 남의 일에 관여하느라 괴로웠습니다. 지금은 다람쥐 수준이 되어서 옆 사람이 호두알을 갖고 있어도 내가 쥔 도토리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괴로움이 없으니까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왕 인연이 됐으니까 보살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내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새벽 3시 30분에 팀푸를 출발하여 새벽에 탁상공원을 잠시 둘러보고 파로 공항으로 이동한 후 오전 11시 비행기로 부탄을 떠날 예정입니다. 방콕 공항을 경유하게 되면 모레 새벽에 한국으로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전체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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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옥

민주화 개혁이..
오르막길의 자전거를 타고가는 것과 같다는..이야기 처럼
수행자의 길..자유 와 자리이타의 길..해탈 과 열반의 길
언덕길의 자전거 타기와 같이..바퀴 돌리기 부지런히 하겠습니다
단기4357년,불기2568년,서기2024년,이기1403년 해돌이해
환한나라(한국)땅이 지구별 동방의 등불 되어
지구별상생평화시대 오시길 부처님께 빌고 비옵나이다

2024-04-20 12:40:08

임영현

반응에 늘 끌려갑니다. 끌려갈 때 알아차릴 수 있도록 꾸준히 수행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04-17 13:01:23

지혜승

보살이 되겠습니다

2024-04-16 14: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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