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9.11 해외 순회강연(11~12)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실수를 할 때마다 후회가 되고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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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2023년 법륜 스님의 해외 순회강연 중 열한 번째와 열두 번째 강연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에는 한국과 소통하며 여러 가지 실무를 보았습니다. 순회강연을 시작한 이후 계속 강행군을 이어왔는데 오랜만에 휴식도 취했습니다. 11시에 점심을 먹고 박명귀 님의 댁을 찾아갔습니다.

박명귀 님은 LA 정토회를 처음 만들었을 때 초대 총무를 역임하고 정토회가 LA 한인 사회에 알려질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 준 분입니다. 그리고 박명귀 님의 남편인 고 이강준 법사님은 1992년에 LA로 스님을 처음 초청하였고 1993년에는 LA에서 처음으로 깨달음의 장과 법회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나눈 후 “초창기에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라고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강연을 하기 위해 스리랑카 절로 이동했습니다.

스리랑카 절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LA 정토법당으로 사용하던 곳입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한 이후에 법당을 철거했고, 지금은 모든 회원이 온라인으로 법회를 듣고 있습니다.

오후 1시 10분에 스리랑카 절에 도착한 후 동국대 LA 한의과대학(DULA) 총장님 일행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박주용 총장님은 얼마 전에 새로 총장으로 부임을 하셨다고 소개하면서 어떻게 하면 학교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또 정홍택 부학장님이 어떻게 하면 미국 사회에 불교를 널리 전할 수 있을지 묻자 스님은 “동국대 LA 한의과대학이 미국 사회 안에서 소외된 계층인 스패니쉬와 흑인들에게 치료 혜택을 많이 주면 좋겠다”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오후 2시에는 LA 한국 교민들을 위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강연을 마련한 취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제 오렌지카운티에서 강연이 있었지만, LA에 사시는 연세 드신 분들은 교통편이 없어 참가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낮에 작은 법회라도 열자고 하여 이곳 스리랑카 절을 빌려서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강연은 LA에 사시는 연세 드신 분들을 위한 강연입니다. 저기 뒤에 젊은 분들이 몇 사람 보이는데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어요.” (웃음)

이어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 오래 전 일들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이 올라옵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 남편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하며 저와 아이들에게 화를 냅니다. 어떡하죠?

  • 나이가 36살 된 무능한 아들의 여자 친구가 조울증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아들이 대학을 입학하고 독립하고 나니 자꾸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 천도재를 일곱 번 지내면 영가가 해탈되는가요? 천도재에 빠지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해서 배신감이 들고, 그동안 가졌던 신뢰가 다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 어린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하나요?


사전에 신청한 질문을 모두 받았습니다. 스님은 “연세 드신 분을 위해 열린 법회였는데, 젊은 분들이 질문을 많이 했다”라고 하며 추가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분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인생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오늘 질문자들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스님께서 딱 맞는 답을 주셨습니다. 그분들이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어 본인의 자세나 생각을 바꾸어 살아가면 지금 일어난 괴로움은 없앨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생기게 될 번뇌는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대처하면 좋을지 의문이 듭니다.”

“즉문즉설이라는 것은 자세하게 물으면 답도 자세하게 나갑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물으면 답도 일반적으로 나갑니다. 질문자들이 구체적으로 내어놓는 만큼 답이 나가지 정해진 답이란 없어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보편적으로 인생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를 묻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별일 아니다’ 이렇게 대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인생에서는 사실 어떤 것도 별일 아니에요. 늙는 게 별일입니까? 크게 보면 별일 아니에요. 병드는 것이 별일입니까? 별일 아니에요. 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지는 것이 별일입니까? 크게 보면 별일 아니에요. 병원 응급실에 가보면 다리 부러진 사람, 기계 만지다가 손가락 잘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들어옵니다. 의사에게는 그런 일이 별일이 아니라 보통 일이에요.

짧은 순간 나에게서 보면 별일이지만, 지나 놓고 보거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 세상에 별일이란 없습니다. 그냥 인연 따라 흘러가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무토막이 강을 따라 흘러가다가 이쪽 기슭에 부딪혀 좀 걸려 있다가 다시 물살이 세어지면 흘러가고, 또 저쪽 기슭에 좀 걸려 있다가 흘러가고, 그런 것처럼 우리가 인생에서 직면하는 어려움도 별일 아니에요.

예를 들어 설악산에 등산을 간다고 합시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걸을 때는 평지인데 조금만 가면 개울을 건너야 해요. 더 가면 가파른 곳을 올라야 합니다. 더 가면 능선이 나오고, 어떤 경우에는 아주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해요. 어떤 곳은 숲 속이고, 어떤 곳은 뙤약볕을 쬐며 지나갑니다. 그런데 정상에 올라서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면 그냥 등산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입니다. 평평한 길도 있었고, 가파른 길도 있었고 개울을 건널 때도 있었고, 그늘일 때도 있었고, 뙤약볕일 때도 있었고, 그런 길을 지나 등산을 한 겁니다.

그렇듯이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오늘은 돈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내일은 횡재할 수도 있고, 오늘은 좋은 사람을 만날 때도 있고, 내일은 손해 날 사람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일이 잘될 때가 있고, 일이 못 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순간은 굉장히 차이가 나지만 지나 놓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에요.

여러분이 초등학교 다니던 때를 한번 돌아보세요. 무슨 별일이 있었습니까? 그냥 아이가 학교 다닌 것뿐입니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따져보면 ‘오늘 성적이 올랐다.’, ‘오늘은 성적이 떨어졌다.’, ‘오늘은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다.’, ‘오늘은 친구와 싸웠다.’ 하면서 엄청난 별일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나에게 순간순간은 별일이지만 전체적으로 보거나 길게 보면 별일이 아닙니다. 별일이 아닌 것을 ‘공(空)’이라 하고, 별일인 것을 ‘색(色)’이라 합니다. 어떤 일이 별일인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별일이 아니고, 별일이 아닌 것 같지만 또 다르게 보면 별일이고, 그래서 반야심경에서는 이것을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크게 보면 별일 아니에요. 여러분들 중에 어제는 동생이 죽었고, 그전에는 또 누가 죽었고, 이렇게 자꾸 주위에 죽는 사람이 생기지요? 그것은 내가 늙었다는 증거입니다. 늙으면 나와 관계된 사람이 점점 죽게 되어 있어요. 어린아이가 자신과 관계된 사람이 죽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겨우 관계된 사람이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죽는 것 빼고는 없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게 되면 친구가 죽는 일도 생기고, 형제가 죽는 일도 생기고, 친척이 죽는 일도 생깁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벌도 아니고, 전생의 죄도 아니에요. 그냥 내가 늙으면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금 일이 일어났을 때는 별일이지만 내일 되어서 돌아보면 별일 아니에요. 별일 아닌 것을 지금 알 수 있으면 일어난 일을 그냥 해결하는 자세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제가 지난 3년간 시골에서 농사일을 했는데 저도 몸을 여러 번 다쳤고, 제 주위의 사람들도 전부 한두 번씩 다쳤어요. 그냥 집에서 약 바르고 붕대 감고 버틴 경우도 있었고, 어떤 경우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은 적도 있었어요. 왜냐하면 매일 농기계를 만지기 때문에 다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전생의 죄도 아니고 그런 확률이 높아졌을 뿐이에요. 풀베기하면 벌집을 건드릴 수밖에 없고, 그럼 벌한테 쏘일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이렇게 인생은 큰일 같지만 지나 놓고 보면 다 별일 아닙니다. 1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 아직도 별일 아닌 것이 아니면 그것은 트라우마입니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지나 놓고 보면 별일 아닌 것이 정상입니다. 지나간 일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서 나에게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병이에요. 치료해야 합니다.

우리는 별일 아닌 세상에서 맨날 별일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나날이 별일인데 지나 놓고 보면 별일이 하나도 없어요. 이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나이 든 것을 너무 한탄하지 마세요.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것이 붓다의 깨달음입니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면 돼요. ‘다시 또 태어나는가?’ 하는 물음은 믿음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해탈과 열반에 들면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불교는 태어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태어남을 목표로 하면 안 태어날까 봐 겁이 나는데, 태어나지 않음을 목표로 하니 걱정할 게 없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또 살면 돼요.

스트레스받고 화가 날 때마다 ‘이것도 지나가면 별일 아니다’ 하는 사실을 기억하면 인생을 살아가기가 훨씬 쉽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LA 한국 교민 강연을 모두 마쳤습니다. 참가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스리랑카 절을 나왔습니다.


오후 4시에는 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스커볼 문화센터(Skirball Cultural Center)로 이동했습니다. 길이 막힐 거라 예상했는데 교통 상황이 좋아서 30분 일찍 도착했습니다. 강연장 지하 대기실에서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이어서 오후 5시부터 영어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국, 이란, 중국, 인도 등 다양한 국가를 모국으로 가진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영어 정토불교대학을 공부하며 느낀 소감을 가볍게 이야기했습니다.


소감을 듣고 나서 스님이 불교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관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부처님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건 부처님의 인생이지 내 인생이 아니에요. 항상 ‘나는 어떤가?’ 하고 나의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훌륭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에게 적용해서 내가 괴로움 없이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공부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붓다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붓다가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좀 더 행복하게 살도록 붓다는 자신의 모든 경험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준 것입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은 모자이크 붓다의 정의, AI를 바라보는 관점, 삶의 목표, 이민 온 후 모국에 대해 느끼는 죄의식 등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오늘은 모두 강연 봉사자이기 때문에 이제 강연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모두들 영상으로만 스님을 뵙다가 직접 얼굴을 뵈어서 너무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 UCLA 석좌교수 로버트 버스웰 부부가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버스웰 교수님은 한국불교를 전공했으며 20대에 순천 송광사로 출가해 5년 이상 선 수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한국불교 석좌교수직 신설을 위해 UCLA에 370만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근황을 나눈 후 불교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부처님 말씀이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요?”

“코로나바이러스도 기후 위기의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지나친 욕망 중심의 개발이 원인이니까 붓다의 가르침이 처방이 될 수 있어요. 저는 30년 전부터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 인류가 안고 있는 현대 문명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활동해 왔습니다. 이제 부처님이 깨달으신 연기법이 빛을 볼 때가 왔죠.”

대화 끝에 교수님은 직접 편찬한 프린스턴 불교사전을 선물했고, 스님도 영어로 번역한 스님의 책을 선물했습니다. 교수님 부부도 즉문즉설 강연을 듣고 가시겠다고 했습니다.

“오늘 대화 중에 불교 지식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교수님께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하하. 저는 이제 은퇴했어요.”

대화를 마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 위로 올랐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대화의 취지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괴로움 없이 인생을 살 수 있을까요? 이것이 우리들의 주 관심사입니다. 붓다는 2600년 전에 이미 이런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괴로움이 없는 상태, 즉 니르바나를 추구했습니다.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괴로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았는데 왜 괴로움이 발생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을 본다고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도나 미얀마에 간다고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자기 자신한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왜 괴로운가?’ 하는 탐구를 통해서 우리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정답을 알려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이 자리는 ‘왜 괴로운가?’ 하는 질문을 가지고 여러분과 대화를 통해 괴로움이 없는 삶을 찾아나가는 자리입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강연 시작 전에 25명이 질문을 신청했습니다. 스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2시간이어서 그중에 7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실수를 할 때마다 후회하는 마음 때문에 괴롭다며 어떻게 하면 후회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실수를 할 때마다 후회가 되고 괴롭습니다

“My question was as you get older and everything you look back about the things that you regret and you know people talk about mental health and depression. So, I think sometimes regret have something to do with it? So, how can you work on that?”
(나이가 들면서 생긴 후회들을 되돌아보니 정신 건강과 우울증도 함께 거론이 됩니다. 후회하는 마음이 정신 악화와 관계가 있을까요?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

“사람은 잘못할 수도 있습니까, 아니면 항상 잘하기만 합니까?”

“Yeah, bad things too. You know you look at your past and you say I should have had another chance I wouldn't do that. And yet, you should live with it.”
(네, 안 좋은 선택을 하기도 하죠. 과거를 되짚어 볼 때면,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후회하는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질문자는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자신이 성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No.”(아니요.)

“잘못할 수도 있는 일을 잘못한 것인데 왜 후회를 합니까? 질문자가 과거의 일을 후회한다는 것은 잘못하지 말아야 하는데 잘못했다는 뜻인가요? 질문자는 잘못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까?”

“Well, everybody makes mistakes, but you know sometimes mistakes... How would I say that...”
(글쎄요. 모두가 실수는 하잖아요. 하지만, 어떨 때는 실수들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당신은 잘못할 수 있는 사람입니까, 잘못하면 안 되는 사람입니까?”

“Well, life, you learn from mistakes I guess, but some are hard to live with.”
(인생을 살면서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겠지만, 어떤 실수들은 견디기 벅찰 때가 있습니다.)

“실수를 견디기가 벅찬 이유는 내가 잘못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I don't think I am a person who should make any mistakes because you learn from your mistakes, but when I am talking about is when sometimes you look back at your life you would have done things differently and some mistakes kind of derail you.”
(실수를 통해 배우기 때문에 저는 제가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려고 하는 바는, 인생을 뒤돌아봤을 때 ‘저렇게 하지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떤 실수들은 인생을 망가뜨리기도 하잖아요.)

“그것도 지나간 뒤에 그런 생각을 하지, 그런 일이 있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 하지 않습니까?”

“Well, sometimes life untangles you at that moment. So, you don't think.”
(사건이 있었을 당시에는 헤쳐 나갈 생각을 못 합니다. 그냥 일이 일어나고 말아요.)

“그래서 제가 질문자에게 묻지 않습니까, 질문자는 성인인가요?”

“Well, my name is Saint.”
(제 이름이 성인입니다만)

질문자의 농담에 모두가 크게 웃었습니다. 다시 스님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실수와 실패를 합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다음에 잘못할 확률을 줄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 잘못하게 되면 다시 잘못할 확률을 줄이는 쪽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잘못을 하면서 잘못할 확률을 줄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이미 지나간 일을 움켜쥐고 계속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면 미래에 무슨 좋은 일이 생기나요?”

“What do you mean it doesn't help in the future?”
(이러는 게 제 미래에 도움이 안 될 거란 말씀이신가요?)

“내가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하고 잘못을 줄여나가는 것은 미래에 도움 됩니다. 그러나 과거에 잘못한 걸 갖고 울고 있다면 미래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Okay, that is a good advice. Regret...”
(좋은 조언입니다. 후회는...)

“그래서 옛날 선사께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넘어졌다면 후회를 해야 할까요,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할까요?”

“Get up? But what about the regret? Regret...”
(일어나야겠죠? 하지만 후회는 어떡하나요? 후회는요...)

“그런데 왜 질문자는 앉아서 계속 울고만 있습니까?”

“Okay. Okay, haha.”
(네. 네. 하하.)

“후회는 내가 잘못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전제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Okay. I accept. My mistakes.”
(네, 제 실수를 스스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성인이냐고 물어본 겁니다. 후회하는 것은 반성이 아닙니다. 나는 잘못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후회가 생깁니다. 잘못한 자기를 용서하지 못할 때 후회가 일어나는 거예요. 질문자는 이름이 성인일 뿐이지 완벽함을 갖춘 성인이 아닙니다. 질문자는 잘못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잘못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실패를 참고해서 앞으로 잘못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인류 역사를 한 번 살펴보세요. 실패를 통해서 인류는 계속 발전해 왔습니다. 수없이 실패한 경험을 통해 오늘날의 문명을 이룬 겁니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하는 말이 나온 거예요. 실패가 좌절을 가져오는 이유는 욕심 때문입니다. ‘나는 잘못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인정을 할 수 있어야 후회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Sounds good.”
(좋습니다.)

“나를 인정하는 순간 동시에 나를 개선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어렸을 때의 경험을 들려 드릴게요. 저는 어릴 때 구슬치기를 굉장히 잘했어요. 친구들에게 딴 구슬을 단지에 가득 담아 보관했었습니다. 그런데 50년 지난 지금, 그 많은 구슬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릴 때 지혜가 있어서 구슬치기 해서 딴 구슬을 다시 친구들에게 나눠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만약 그랬으면 누가 제 친구를 찾아가서 ‘법륜 스님은 어릴 때 어땠습니까?’ 하고 물어보면 ‘법륜 스님은 어릴 때부터 자비심이 많아서 구슬을 따서 집에 돌아갈 때 다시 우리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렇게 못 했어요. 지금 누가 제 친구들한테 똑같이 물어보면 ‘법륜 스님은 어릴 때 우리 구슬을 다 가져갔다’ 하고 얘기할 거예요. 저는 그때의 경험을 지금의 저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 구슬 같은 것이 무엇일까?’

지금 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죽을 때 돌아보면 어릴 때의 구슬처럼 아무 쓸모없이 여겨질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거죠. 그러니 질문자도 과거의 잘못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과거의 잘못을 경험 삼아 미래의 실수를 줄이는 쪽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Haha. Okay. Thank you.”
(하하. 네. 감사합니다.)

“이름을 ‘No Saint’라고 바꾸세요.” (모두 웃음)

질문자는 스님의 말을 척척 알아듣고 유쾌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청중석에서도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제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곧 새로운 직장을 시작하는데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을 느낍니다. 정신적인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 과수원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시작할 수 있을지 조언을 주세요.

  • 저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사람을 만나고 있고,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나이 차이 때문에 저는 그에게 좋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 공허함을 자주 느끼고 그것이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어떻게 하면 공허함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 이 세상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 사람은 각자 살아온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습니다.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하면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 불안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마지막 질문자는 불안감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요. 스님은 이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인간관계에서 딱 한 명의 미운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한 사람만 수용할 수 있게 되면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유롭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과 자유로워지는 것을 수행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데 두 명의 미운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세 명의 미운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합니다. (모두 웃음)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본인이 환자인지 모릅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듯이 정신질환을 갖게 되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치료를 받는다’ 하는 말이 ‘완치가 된다’ 하는 뜻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은 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된다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완치가 되는 경우가 있고, 둘째, 더 이상 병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현상을 유지시켜 주는 경우가 있고, 셋째, 병이 악화되는 속도를 늦춰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치료에 해당합니다. 특히 정신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규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신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전통적인 치료법이 있지만, 현대의학의 정신과 치료법이 효과가 좀 더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 건강이 안 좋으면 꼭 검진을 받아봐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치료를 받을 만큼 문제가 없는 데도 여러 가지 괴로움이 있다면, 자기 스스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 치료해서 괴로움이 없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수행’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자기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사람은 수행한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무조건 수행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리고 많이 걷는 것과 절을 하는 것도 정신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불면증은 정신질환의 징조입니다. 그래서 푹 자는 것과 적당한 운동 역시 정신적 안정을 취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재앙이 복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좀 더 가볍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어떤 분이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한 번 실패해서 두 번째 결혼했는데 지금 또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렇게 계속 결혼에 실패하는 걸까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한 번도 못 했습니다. 당신은 전생에 무슨 복을 지어서 결혼을 두 번이나 했습니까?’

결혼을 두 번 한 것이 복입니까? 재앙입니까?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그러니 지금 나에게 벌어진 일을 재앙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났을 뿐입니다. 어떤 일이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좀 가볍게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청중들은 먼 곳까지 와서 소중한 가르침을 준 스님에게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곧이어 강연장 입구에서 책 사인회를 진행했습니다. 한 분 한 분 스님과 눈을 맞추고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미국 사람들 중에도 스님의 법문을 듣고 인생이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스님은 강연장을 나오고, 효명 법사님이 남아서 봉사자들과 마음 나누기를 진행했습니다.


강연장을 출발하여 밤 11시에 고본화 님의 댁으로 돌아온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샌디에이고로 이동하여 정토회 회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후 담마 범 템플(Dharma Bum Temple)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영어 통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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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

따뜻하고 감동적인 마음입니다()

2023-09-25 09:47:43

현은숙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님을 알면서도 왜그리 집착하고 괴로운것인지...앞으로도 꾸준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9-19 17:33:11

서양례

크게 보면 지금 일어난 일은 별 일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2023-09-18 0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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