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9.12 해외순회강연(13) 샌디에이고(San Diego)
"소비주의 문화 속에서 어떻게 검소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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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2023년 법륜 스님의 해외순회강연 중 열세 번째 강연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위치한 샌디에이고(San Diego)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6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한 후 오랜만에 휴식을 했습니다. 해외순회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한국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허리를 다쳤는데 아직 회복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1시 45분에 오렌지카운티를 출발해 샌디에이고로 향했습니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샌디에이고까지 이동하는 5번 고속도로 오른편으로 태평양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고속도로를 따라 샌디에이고로 향하던 도중 ‘라구나 비치(Laguna Beach)’에 잠시 내려 3분 동안 태평양 바다를 구경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린 끝에 오후 4시에 강연장인 다르마 범 템플(Dharma Bum Temple)에 도착했습니다.


템플의 운영자인 제프(Jeff) 님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Long time no see. Good to see you.”
(오랜만에 뵙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4년 전에 방문했을 때도 당신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했는데 지금은 더 많이 나아졌네요.”

스님은 영어로 번역된 스님의 책을 이곳 템플에 기증한 후 불상을 참배했습니다.

다르마 범 템플은 1925년에 지어진 교회 건물로 몇 년간 비워져 있던 것을 2017년 봄에 구입하여 수리했다고 합니다. 현재 6명의 재가 수행자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15년 전에 다운타운에서 시작한 모임이 계속 발전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마약중독, 약물중독 등 중독 치료를 위한 명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후 4시 30분에는 템플 내부에 마련된 명상실에서 샌디에이고 정토회 회원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는 한국 교민 강연을 잡지 못하고 외국인 강연만 잡았습니다. 스님은 회원들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회원들과의 간담회 시간으로 강연을 대신했습니다.

회원들이 삼배로 인사를 하자 스님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동안 힘든 점은 없었어요?”

각자 자기소개를 하며 그동안의 근황을 이야기했습니다. 모두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나서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바뀔 때는 너무 서운했는데, 지금은 온라인으로 바뀐 것이 너무 좋습니다. 제 방을 법당으로 만들고 나니 모든 게 편해졌습니다. 제 나이가 많은데 컴퓨터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웃음)

“저는 완전히 온라인 세대입니다.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아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힘들었는데 저한테도 문제가 있다는 걸 마음공부를 통해 알게 되었고 덕분에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소개를 다 듣고 나서 스님과 궁금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정토회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국에 200여 개의 법당을 전부 없애고 개인 법당을 마련하여 온라인 법회로 전환을 했습니다. 사실은 법당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법당이 200여 개에서 몇 천 개로 늘어난 것입니다. (웃음) 오프라인 법당이 없어져서 아쉬울 수가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은 공간을 빌려서 실천 활동을 같이 하면 보완이 될 거예요.”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정토회 운영과 관련하여 누구든지 가볍게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미국에 살고 계신 분 들 이어서 그런지 세계 전법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미국인들에게 불교를 전할 때 명상은 호응이 있는데 108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108배를 권해도 괜찮을까요?

“미국 사람들은 명상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천일결사 기도를 같이 하자고 해보니까 명상은 괜찮다고 하는데 108배는 좀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108배 절을 하는 게 미국 사람에게 잘 맞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맞지 않는 것을 극복할 때 신심이 나옵니다. 매일 명상하는 것보다 108배를 하는 것이 사람의 변화에는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첫째, 힘든 것을 극복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운동이 되기 때문에 건강에 좋습니다. 절을 꾸준히 하면 건강에 아주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한때 판사들 사이에서 종교와 관계없이 108배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사무실에 방석을 마련해 놓고 출근하면 제일 먼저 108배를 하고 근무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특히 서양 사람들은 고개 숙이는 것을 싫어하고 절하는 행위를 굴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08배를 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그런 저항감을 극복해서 108배를 하고 나면 훨씬 사람이 부드러워집니다. 서로 다름을 수용하는 힘도 향상되고요. 그들의 문화를 고려해서 꼭 108배를 해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되겠지만, 108배를 하면 아주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절하는 문화는 티베트와 한국에만 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명상을 하고 있죠. 그러나 절을 꾸준히 하면 사람이 바뀝니다. 제가 주위 사람들을 지켜보면 절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절을 권유하는 것이지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매일 108배를 하는 사람과 매일 20분 명상하는 사람을 비교해서 백일이 지난 후 변화를 관찰해 보세요. 제가 보기에는 108배를 하는 사람이 자기 변화가 훨씬 더 큽니다. 절만 하면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초심자가 자기를 돌이키고 반성하는 데는 절이 훨씬 더 효과가 크다는 뜻입니다. 명상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앉아서 공상을 하거나 졸다가 시간이 다 갑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매일 108배를 하면서 자기를 돌이키면 삶이 확실하게 바뀝니다.

제가 공동체 대중을 해외 구호현장에 파견할 때는 ‘현장이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108배는 꼭 하고 시작해라’ 하고 당부합니다. 그런데 현장이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혼자서 일에만 치중하다 보면 108배를 하루 빼먹고 이틀 빼먹다가 결국 하지 않게 됩니다. 108배를 꼭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일에 치여서 108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오래 못 가서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옵니다. 왜냐하면 108배와 같은 힘든 행위를 정기적으로 한다는 것은 본인이 파견을 온 목적의식을 정확하게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만 하다 보면 자기 정체성이 없어집니다. 그저 일꾼일 뿐입니다. 그래서 다리를 다쳐서 절을 못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꼭 108배를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힘듭니다. 언제까지 108배를 해야 하느냐고 자꾸 저한테 묻는데, 죽을 때까지 해야 합니다. (웃음)

운동 중에 제일 좋은 것이 걷기 운동이고, 그다음으로 좋은 게 절하는 것입니다. 골프장 가서 골프를 치거나 헬스장 가서 역기를 드는 것은 몸에 무리가 되어서 건강에 안 좋아요. 그래서 108배도 빨리 하지 말고 몸에 무리가 안 되도록 천천히 하면 건강에 아주 좋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는 건 재활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손가락이 다쳤다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 놔두면 굳어버립니다. 아파도 조금씩 움직여야 치료가 되거든요.”

“108배를 할 때 어떤 마음을 내야 하나요?”

“운동 삼아할 때는 그냥 하면 됩니다. 그러나 수행으로 108배를 할 때는 숙이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절이라는 게 몸을 숙이는 동작이잖아요. 마음의 변화에 따라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부부가 누워서 소곤소곤 대화를 하다가 의견 차이가 나면 계속 누운 채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벌떡 일어나 앉아서 ‘뭐라고?’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더 화가 나면 서서 이야기합니다. 서서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지르게 되지요.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이렇게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내가 잘못했다 싶으면 눈을 내리깔고 고개가 밑으로 숙여집니다. 더 잘못했다 싶으면 허리가 숙여지고, 더 잘못했다 싶으면 무릎이 꿇어지고, 더 잘못했다 싶으면 이마가 땅에 닿습니다. 나의 부족함을 알고 머리를 땅에 숙이는 행동은 나를 당당하게 만들고 겸손하게 만듭니다.

수행자는 스스로 당당하고 겸손해야 됩니다. 그런데 중생은 교만해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하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한테는 비굴하게 행동합니다. 교만하고 비굴한 사람이 중생이고. 당당하고 겸손한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절은 사람을 당당하고 겸손하게 만들기 때문에 수행에 있어서 꼭 필요합니다.

또한 절을 하면서 어제 하루 일과를 돌아보고 부족했던 점을 살필 수 있습니다. 어제 내가 화를 냈던 일, 짜증을 냈던 일, 게으름을 피웠던 일을 돌아보면서 ‘아, 놓쳤구나!’ 이렇게 자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절만 해도 건강에 좋지만, 이렇게 참회를 하면서 절을 하면 정신 건강까지 좋아집니다. 여러분은 자꾸 절을 하면서 ‘천 배 하면 좋다’, ‘삼천 배 하면 좋다’ 이렇게 접근하는데 그것은 절을 욕심으로 하는 거예요. 자기를 낮추는 절을 해야 됩니다.

이렇게 참회를 하면서 108배를 하고 나서 명상을 한 후 부처님의 말씀을 독송하는 것으로 천일결사 정진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회는 계율을 지키는 것이고, 명상은 선정을 닦는 것이고, 경전을 읽는 것은 지혜를 증득하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계정혜(戒定慧) 삼학을 닦아야 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에 근거해서 프로그램을 그렇게 구성한 겁니다.

108배를 하기로 했으면 꾸준히 해야 됩니다. 신심이 난다고 기분을 내서 열심히 했다가 중간에 하기 싫다고 그만두면 수행이라고 할 게 없어요. 수행은 꾸준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좋아도 하고, 싫어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정진을 해야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좋고,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전법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면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실천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 그런 인생을 한 번 살아보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세계 전법을 위해 적극적인 제안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세계 전법을 위해 스님이 한국에 그만 계시고 미국으로 오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법륜 스님이 미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한 달만 같이 있으면 다들 힘들다고 할 걸요?” (웃음)

가볍게 웃으며 회원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수행과 전법의 관점을 바르게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스님은 건물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1층 입구에서는 불교 관련 물품과 티베트, 인도, 네팔 등 여러 나라에서 온 물품을 팔아 운영 경비에 보태고 있었습니다. 4년 전에 스님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아직 수리 중인 곳이 많았는데 지금은 깔끔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인근에 위치한 ‘In and Out’으로 가서 간단히 식사를 했습니다. ‘In and Out’은 미서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유명한 햄버거집입니다. 활동가들은 햄버거를 먹고, 스님은 따로 도시락을 챙겨 와서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정각에 다르마 범 템플(Dharma Bum Temple)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작은 교회의 예배당에 130여 명의 외국인이 꽉 찼습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강연 직전에 의자를 추가로 배치했습니다. 템플 측에서 준비한 유튜브 생중계로도 20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제프 님이 “한국에서 오신 Zen Master 법륜 스님”이라고 소개하자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스님은 연단에 올라가서 기후 위기에 대해 언급하며 참가자들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기후 위기가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아직 크게 다가오지 않는데, 가난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으로까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기후 위기를 멈추게 하거나 속도를 늦추려면 우리의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우리가 먹고 입고 생활하는 소비 수준을 지금보다 훨씬 더 줄여야만 탄소 제로의 생활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미 개발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편리를 지나치게 좇은 나머지 지금은 거의 소비 중독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마약 중독보다 소비 중독이 더 극복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불교가 더욱 중요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2,600년 전 석가모니 붓다의 삶을 보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그는 왕자로 태어나서 모든 것이 풍족한 생활을 했지만 그것을 버리고 음식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자는 소박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괴롭지 않고 행복했습니다. 붓다가 출가해서 검소한 생활을 했듯이 지금 우리들도 그런 생활로 돌아가야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붓다 담마를 배워서 검소하게 살면서도 행복한 길로 나아갈 때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 제로의 삶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인사말을 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앞자리에는 큰 방석을 놓고 명상하듯이 법문을 듣는 사람들도 있었고, 강연 내내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도 있었고, 스님의 말씀을 열심히 받아 적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10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경청하고 집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환경 문제와 소비 중독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스님의 강의를 듣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사는 것에 대해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소비주의 문화 속에서 어떻게 검소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You made reference to living a simple life and trying to consume less, but I think it's difficult in the society we live in, with all the news, social media, consumption of food, alcohol, whatever it is, what are the things you can recommend to live a simple life?"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과 소비를 줄이는 것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현재 저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여러 뉴스, SNS, 음식, 알코올 문화 등의 영향으로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저희가 검소한 생활을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적게 먹으면 건강에 좋습니다. 방이 작으면 청소하기 쉽습니다. 많이 걸으면 건강해집니다. 소비를 줄이면 돈을 덜 쓰게 되니 많은 돈을 벌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소비를 줄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소비를 줄이면 내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담배를 피우는 게 쉬울까요, 안 피는 게 쉬울까요?”

“Well.”
(글쎄요.)

“담배를 피우려면 우선 담배를 살 돈을 벌어야 합니다. 담배를 사고, 봉투를 뜯고, 담배를 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고, 재를 떨고, 청소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담배를 안 피우면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어요. 아무 일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는 게 더 쉽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담배에 중독된 사람입니다.

그것처럼 적게 먹으면 건강에 좋고, 적게 쓰면 돈 벌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좋은 점이 굉장히 많은데도 소비를 줄이는 것이 어렵다면 여러분들은 이미 소비에 중독된 것입니다. 지금 미국의 1인당 GDP가 6만 불인데 앞으로 60만 불이 된다고 해도 여러분들의 인생 고민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담배를 하루에 한 갑 피우는 사람이 열 갑을 피우게 되었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건강만 더 해치게 되죠.

우리의 소비가 계속 늘어난다면 기후 변화는 점점 심해지고, 더 큰 위기가 우리에게 닥칠 것입니다. 많은 돈을 벌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을 부러워하면 안 됩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지나친 소비는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범죄와 같습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생활의 불편함에 대해 아주 가벼운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 집 마당을 점령한 스컹크와 너구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very large skunk and raccoon have taken over my yard. I don't want to kill them but I don't want them in my yard."
(매우 큰 스컹크와 너구리가 저희 집 마당을 점령했습니다. 그들을 죽이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계속 마당에 놔두기도 싫습니다.)

“큰 그물로 잡아서 산에 풀어주면 됩니다.”

“It smells too much.”
(냄새가 너무 많이 납니다.)

“마스크를 끼고 하면 됩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단순하고 명쾌한 해법에 질문자와 청중 모두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현시대를 걱정하는 무거운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지금 시대는 불법이 사라져 가는 시기인 걸까요?

"My question is, some people believe this time is different from the time of the Buddha, a Dharma dark age or declining age of the Dharma. So I wanted to ask you, do you believe this and if so, do you think it should change how we practice or how we think about, especially the traditional teachings, and what we should prioritize and focus on in our conditions compared to the past?"
(어떤 사람들은 요즘 시대는 부처님이 살아계실 당시 시대랑 다르다며 지금은 불법에 있어서 암흑시대 혹은 불법이 사라져 가는 시기라고 얘기합니다. 스님은 이 말이 사실이라고 믿으시는지요? 그리고 만약에 동의하신다면 옛날에 비해 현재 저희 상황에 맞게끔 수행하는 방법이나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이며, 어떤 것을 우선시하고 집중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사는 시대가 가장 어려운 시대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역사적으로도 대부분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시대라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어리석으면 불법이 없는 시대가 되는 것이고, 우리들의 마음이 밝아지면 불법의 시대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이 불법의 시대냐 아니냐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시대를 불법의 시대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우리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대가 불법의 시대인지 아닌지는 우리의 후손들이 먼 훗날에 평가하게 될 겁니다. 평가는 후손들에게 맡깁시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웃음이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유머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스님은 무거운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과 소탈하고 가볍게 대화를 이끌어가니 아주 호응이 좋았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는 혼자라서 나중에 죽을 때 아프면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혼자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옳은가요? 아니면 의학적인 이유로 죽음을 선택해도 될까요?
  •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칠 대로 지친 저 같은 의료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환각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스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 미워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감옥에 들어가 있는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 두려움을 내려놓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 만약 소비를 조장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여러분들의 고뇌와 스트레스를 없애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제 나이가 일흔이고 혼자 사는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웃고 살지 않습니까? 인생을 괴로워하면서 살 이유가 없습니다. 괴로움이 생기는 이유는 생각이 많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멈추면 아무 일도 없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예배당을 빠져나가는 참석자들과 스님은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좋은 법문을 설해 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Today, the teachings of Buddhism permeated my entire body.”
(오늘 불교의 가르침이 온몸으로 스며들었습니다.)

“Thank you so much for the great conversation.”
(훌륭한 대화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밤 8시 30분에 샌디에이고를 출발한 스님은 10시에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고본화 님의 댁에 도착했습니다. 원고 교정 업무를 보고 나서 지난 3박 4일간 숙소를 제공해 준 이승훈, 고본화 부부, 운전과 식사 준비를 도맡아준 이경택, 김명례 부부, 이원심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책을 선물했습니다. 모두 한국 출장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스님을 맞이하기 위해 출장을 미루고 봉사를 해주었습니다.



내일은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큰 도시인 산호세로 이동하여 해외순회강연 열네 번째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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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소비는 줄이되 당당하고 겸손하게~~

2023-10-01 15:47:01

도연숙

집이 낡아서 인테리어한다고 이것저것 사들이려고 궁리하느라 머리아팠는데, 스님 말씀을 듣고 되도록 비우고 꼭 필요한 것만 공사하고 ,꼭 필요한 물건만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추구해 보겠습니다.생각도 미니멀하게.. 생각이 많아서 괴로운것이다. 생각을 멈추면 아무일도 없다. 명심하겠습니다

2023-09-20 22:09:38

장영지

스님 감사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스님을 만난다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수있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로 붓다의 가르침을 전할수있다면, 더 빠르고 쉽게 세상이 바뀌지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님 건강을 기원합니다

2023-09-20 13: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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