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3.31 농사일
“드디어 밭에 물 주는 문제를 다 해결했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산꼭대기 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하루 종일 애를 썼습니다.

아침 일찍 해가 뜨자마자 스님은 수중펌프를 갖고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호스를 펌프에 연결하고 펌프를 계곡에 담갔습니다.

“펌프가 힘이 얼마나 강하느냐가 관건이에요. 계곡에서 산꼭대기 밭까지 수직 높이가 50미터는 더 되는 것 같거든요.”

호스를 길게 연결해서 어디까지 물이 올라가는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빨간 고무통을 호스 하나가 끝나는 지점에 놓았습니다.

”자, 펌프에 전기를 연결해 보세요.”

펌프를 전기로 연결하자 왱하며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첫 번째 고무통에는 물이 잘 들어왔습니다.

“물이 잘 나와요?”

“네, 잘 나옵니다.”

1단계는 성공입니다. 다시 호스를 하나 더 연결하고, 펌프도 하나 더 연결했습니다.

“이번에는 저 위까지 물이 올라가는지 봅시다.”

처음에는 호스 속에 물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더니 펌프가 제대로 작동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물이 올라갔습니다.

다행히 2단계도 성공입니다. 이제 호스를 한 번 더 연결해서 3단계까지 물이 올라가면 산꼭대기 밭에 물을 공급하는 문제는 해결됩니다.

3단계를 시도하려고 하는 찰나에 봄나들이 가기로 약속한 10시 30분이 되었습니다.

“3단계는 오후에 시도합시다.”

실험을 멈추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도시락을 챙겨서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밭에서 일만 하다 보니 함께 으쌰 으쌰 하는 시간을 못 가졌습니다. 어제 행자님의 제안으로 동네 뒷산을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산 위에 절터가 있어요. 절터까지 올라가 봅시다.”

다리가 아픈 최말순 보살님과 묘덕 법사님도 산행을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올라갈 수 있겠어요?”

“괜찮습니다.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올라가 보겠습니다.”

오랜만에 산행에 나선 최말순 보살님은 산속에 핀 복사꽃, 제피나무, 진달래를 보며 무척 기뻐했습니다.

선두에 선 스님은 다리가 아픈 분들을 위해 평소 오르던 길이 아니라 올라가기 쉬운 길을 골라 올라갔습니다.

1시간가량 산을 오르니 드디어 절벽이 나타났습니다.

“어릴 때 저는 이 절벽을 많이 올랐어요.”

어릴 때 솜씨를 그대로 기억하며 스님은 순식간에 절벽을 기어 올라갔습니다.

“여기 절벽에 부처손이 많아요.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식물 알아요?”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떨어질 수 있는 절벽을 기어올라가는 스님을 보며 행자님들은 가슴이 아찔 했습니다.

“스님, 조심하세요.”

스님이 무사히 절벽 위에 올라가자 행자님들도 스님이 발을 디딘 부분을 따라 절벽 위로 올라갔습니다.

절벽 위에는 맑은 물이 졸졸졸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투명한 계곡물 속에 이상한 것이 있어서 스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스님, 흰 껍질처럼 생긴 이건 무엇인가요?”

“그건 도롱뇽 알이에요.”

아주 깨끗한 물에만 산다는 도롱뇽을 만났습니다. 신비롭기도 하고 맑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여기가 절터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절터가 있다고 해서 이 산을 절타산이라고 불렀어요. 우리가 여기에 절을 복원할까요?” (웃음)

절벽을 지나고 나니 거짓말처럼 아주 넓은 평지가 나타났습니다. 옛날 스님들이 축대를 쌓았던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절터 주변에는 기와 조각이 땅에 많이 박혀 있어서 옛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기와 조각에는 아주 예쁜 색깔의 이끼도 끼어 있었습니다.

“이끼 색깔이 정말 예쁘죠?”

이곳에는 높아서 그런지 아직까지 진달래가 피어 있었습니다.

“이야, 여기는 아직도 진달래가 한창이네요. 벌써 연달래도 피었어요.”

연달래와 진달래를 실컷 보고 난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동네 사람을 한 분 만났습니다. 오전 내내 산꼭대기 밭에 물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를 썼는데, 밭과 가까운 곳에서 샘물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동네 분은 그 샘물의 주인이었습니다.

“저기 밭에 물을 끌어다 쓰려고 오전 내내 궁리를 하고 있었어요.”

“스님, 그러면 이 샘물을 가져다가 쓰세요.”

“정말 그래도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쓰십시오. 어차피 산속으로 버리는 물인데요.”

동네 분을 만난 덕분에 단박에 물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동네 분의 허락을 받아서 물 문제를 해결하긴 했지만, 스님은 다시 반대편으로 넘어가서 오전에 하고 있던 계곡물을 수중 펌프로 끌어올리는 실험을 더 했습니다. 3단계까지 호스를 연결했지만 펌프의 힘이 약해서 산꼭대기 밭에까지는 물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펌프의 힘이 약해서 물이 안 올라가네요. 철수합시다.”

스님은 실험하기 위해 사용한 전기선, 호스, 수중펌프를 모두 철수했습니다. 방금 만난 동네 분이 허락한 샘물로 넘어가서 호스를 연결했습니다. 가시나무가 가득한 정글을 뚫고 호스를 밭에서 샘물까지 연결했습니다.


“물이 잘 나오나요?”

“네, 잘 나옵니다.”

호스의 길이가 넉넉해서 밭에 물을 줄 때 호스를 직접 갖고 다니면서 물을 주어도 될 정도였습니다.

“드디어 물 문제를 해결했네요.”

내일부터는 수행 법회, 법사단 회의 등으로 스님의 일정이 더욱 바빠지기 때문에 오늘 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놓을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스님이 산꼭대기 밭에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이 묘당 법사님과 행자님들은 비닐하우스 뒤에서 화장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뼈대만 세웠다면, 오늘은 지붕도 올리고, 발판도 깔고, 문 앞 계단까지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마치겠습니다. 일을 마무리해 주세요.”

농사담당자의 알림을 듣고 나서야 연장을 손에서 놓았습니다. 비닐하우스 옆에 새로 만든 밭에는 소똥 거름을 부어 놓았습니다. 황토색 밭에 소똥을 군데군데 뿌려 놓았는데, 이 모습을 보고 마을 어르신이 지나가며 “소똥이 부드럽고 아주 좋네”라고 말할 정도로 아주 좋은 거름이라고 합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감자에서 싹이 돋아나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아직 싹이 나지 않은 곳은 몇 군데 되지 않고 거의 다 싹이 났습니다.

봄배추는 하루가 다르게 잎이 커져 가고 있었습니다.

“무럭무럭 잘 커라.”

감자와 봄배추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비닐하우스를 나왔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저녁 예불을 한 후 다 함께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농사팀 팀장인 스님이 마음 나누기를 진행했습니다.

“오늘 일해 본 소감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돌아가며 차례대로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느낀 점을 이야기하다 보니 오늘 하루가 다시 한번 한 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오늘 펌프를 이용해서 계곡물을 산꼭대기 밭으로 올리는 일을 계속 시도했는데 잘 안 됐잖아요. 그걸 보면서 ‘스님이 이런 작은 일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 웃음)

“돈을 들여서 비싼 펌프를 사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는데, 낡은 펌프이긴 하지만 이미 있는 물건을 최대한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스님의 뜻이 읽히고 난 다음에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스님과 농사일을 계속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재활용 정신이에요. 문명의 미래를 먼 곳에서 찾을 게 아니라 지금 여기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스님이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 애를 많이 쓰셨는데, 3년, 5년 묵혀야 하는 작물보다는 밭에 자주 가서 물을 뿌려야 하는 작물을 심으면 좋겠어요.” (웃음)

여기까지 소감을 듣고 스님은 왜 가장 쉬운 방법인 동네 샘물을 이용하는 방법을 마지막까지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용한 방법은 원래 제가 세번째로 시도할 계획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밭 아래에 사시는 동네 분이 그 물을 쓰면 자기네 물이 부족하다고 몇 번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에요. 가능한 그 물을 안 쓰기 위해 다른 방법을 최대한 시도해 보려고 했던 겁니다.

첫 번째로 시도한 방법이 오늘 시도한 방법입니다. 계곡물을 펌프를 이용해서 끌어올리는 겁니다. 두 번째로 시도할 방법은 산꼭대기에 샘이 있는데 호스를 500미터 정도 연결해서 거기서 물을 가져오는 것이였어요. 두 가지 방법 다 실패하면 마지막으로 시도하려고 했던 방법이 밭 아래 동네 분이 쓰는 샘물을 쓰는 것이었어요. 산에서 내려오다가 마침 그 샘물의 주인을 만난 김에 그냥 허락을 받은 겁니다.”

왜 스님이 마지막까지 가장 쉬운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다시 마음 나누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비닐하우스 뒤에 화장실을 만들었습니다. 내 나름대로 구상을 갖고 만들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해서 결국 다시 뜯어내었어요. 내 생각을 양보하고 나니까 ‘안 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올라왔어요. 그럴 때 나도 상대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일을 하면 상대가 일을 하기 싫을 수 있겠다, 하고 이해가 되었어요.”

“수중 펌프도 무거웠고, 호스도 무거웠고, 이 무거운 걸 과연 내가 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들어지더라고요. 신이 나서 하면 무거운 건 크게 장애가 안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이 안 올라오니까 어릴 때 아버지가 하던 것처럼 호스를 입으로 쪽 빨아보기도 했어요.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나서 좋았습니다. 특히 반투명한 호스 속에 물이 오다 말다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가시나무가 가득한 정글을 뚫고 가서 호스를 연결하고 나니 산꼭대기 밭이 너무 아늑해 보였어요. 울타리가 다 쳐졌을 때도 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거기에 물까지 공급이 되니까 더 좋았습니다. 구석에 평상 하나 만들면, 도시락 싸가서 거기서 점심도 먹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열무와 겨자채는 당장 수확해도 될 것 같았고, 거기다가 화장실까지 지어졌는데, 직접 앉아보고 나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곳곳에 우리들의 손이 닿으니까 처음에 낯설었던 공간이 이제는 애정이 느껴집니다.”

“혼자 하면 재미없을 수도 있을 텐데 같이 하니 참 재미있었습니다.”

“산꼭대기로 소풍을 갔는데, 절벽을 보니까 신선이 놀던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맑은 기운이 느껴졌어요. 스님의 기운이 남다른 이유가 이런 곳에서 자랐기 때문인가 싶었습니다.” (웃음)

...

마음 나누기를 다 듣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까지 해서 밭 세 군데에 물 문제를 모두 해결했습니다. 한 군데마다 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이틀씩 걸렸어요. 온갖 시행착오를 겪었네요. (웃음)

첫 번째 밭은, 전기를 이용하려다가 전기가 안 들어왔고, 버려진 호스를 재활용했는데 구멍이 나 있어서 물이 다 새어버렸고, 결국 새것을 사 와서 하게 되었죠. 처음부터 새것을 사 왔다면 전기를 이용할 생각만 했을 거예요. 그런데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까 전기 없이 낙차를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내게 된 거죠.

두 번째 밭은, 샘을 밑에 팠다가 중간에 팠다가 위에 팠다가 세 번이나 샘을 팠습니다. 샘에서 물이 다 떨어지면, 계곡에 수중펌프를 넣어서 끌어올리면 될 것 같아요. 산꼭대기 밭은 낙차가 20미터 이상 나니까 펌프의 힘이 역부족이었는데, 두 번째 밭은 펌프의 힘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 같거든요. 세 번째 밭에 물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두 번째 밭의 물 문제를 해결해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밭에서 제가 어떻게든 수중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보려고 한 이유는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혹시 가뭄이 들면, 오늘 우리가 확보한 동네 샘물이 안 나올 수가 있거든요. 펌프를 두 개만 이용해서 실패를 했는데, 펌프를 하나 더 구입해서 세 번에 걸쳐서 물을 끌어올리면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동네 샘물은 가물 것을 대비해서 가능한 이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그 물을 이용하게 되면서 쉽게 해결을 했습니다.

울타리 치는 문제도 해결했죠, 물 문제도 해결했죠. 오늘로써 제가 할 역할을 다 했어요. (웃음)

이제 여러분들이 신나게 농사만 지으면 돼요. 산 위에 밭은 들판과 달리 아주 청정한 땅이거든요. 이제 남은 일은 산꼭대기 밭의 일부분에 도라지와 모란을 심는 일이 남았어요.

유통 사업을 위해서는 이 주위에 사용을 안 하고 있는 큰 창고를 하나 구해야 해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부도가 나는 공장들이 많을 거거든요. 창고가 큰 것이 하나 있어서 재활용품들을 차곡차곡 쌓아둘 수가 있어야 해요. 두북 수련원 창고는 재활용품 전시 공간으로 사용해야 하고요.

최말순 보살님과 묘덕 법사님이 다리가 아픈 데도 불구하고 산행을 함께 해줘서 감사하고요. 두 분이 간식을 잘 마련해주셔서 잘 먹었습니다. 절터에는 10년 만에 가봤어요. 오랜만에 절벽을 기어 올라가 봤는데, 몸무게가 좀 늘어서 그런지 예전 같지가 않네요. (웃음)

봄나들이 다녀온 게 저도 참 좋았어요.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은 이런 시간을 가집시다.”

소감을 말하다 보니 밤이 깊어졌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 듭니다.

내일은 드디어 쌈채소를 처음으로 수확하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 농사일을 한 후 오전 10시부터는 수행 법회가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오후에는 공동체 법사단의 농사 울력과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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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화

스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어요.
1.2.3.의 계획을 가지고 실패하년 다시 다른 방법을 구안하고 실행해 보시는 스님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2020-04-06 10:06:50

신용남

내 생각을 양보하고나니 하기 싫어졌다는 나누기가 선명하니 와 닿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받아주는데 깨어있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4-05 06:07:43

송미해

화장실 만들기 나누기 글을 보면서
있고 없음이 둘이 아님을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2020-04-03 12: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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