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27 수자타 아카데미와 병원 방문, 중고등학생 미팅
“여자라거나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기가 죽으면 안 돼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수자타 아카데미와 지바카 병원을 둘러보고, 중고등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벽 5시,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한 후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참회하는 시간에 스님도 한 가지 참회를 했습니다.

“무릎이 곪아서 절을 못했습니다.”

7시가 넘어 발우공양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교하는 아이들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을 유치원 방문

학교 양 옆에는 천민 마을인 두르가푸르와 자그디스푸르가 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 산하 유치원은 9시에 시작합니다. 유치원을 여는 시간에 맞춰 스님은 8시 50분에 자그디스푸르로 출발했습니다. 유치원 담당자와 마을개발 담당자도 함께 갔습니다.

“나마스떼!”

스님은 마을로 들어가며 마주치는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멀리 유치원으로 등교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9시가 되자 유치원 앞마당에서 빤즈실을 시작했습니다. 유치원에는 5세 반, 6세 반, 7세 반이 있습니다. 스님은 조용히 다가가 함께 합장하고 서서 빤즈실을 했습니다.

“왜 신발이 없어요? 집에도 신발이 없어요?”

“없어요.”

“6세 반은 몇 명이예요?”

“28명이에요.”

“왜 5명이 아직 안 왔어요?”

“1명은 아프고, 벽돌 공장에 간 애들도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저 멀리서 한 아이가 달려옵니다.

“잘디 와. 잘디!” (어서 오세요!)

스님이 힌디와 한국어를 섞어 말하자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왜 늦게 왔어요?”

아이는 수줍게 웃기만 했습니다.

“5세 반은 몇 명이예요?”

“65명이에요. 늦게 오는 애들이 많아요.”

아직 절반도 안 왔습니다.

“공부하니까 재밌어요, 힘들어요?”

“재밌어요!”

“글자 쓸 줄 알아요?”

“네!”

“숫자도 알아요?”

“네!”

“하나부터 열까지 힌디로 한번 세보세요.”

“에크, 도, 띤, 짜르...”

운동장에서 조례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교실에 들어가서 스님은 아이들에게 몇 가지 물었습니다.

“숫자 쓸 수 있어요?”

잘 쓰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제대로 가르쳐주고, 잘 쓰는 아이에게는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몇 살이에요?”

아이들이 우물쭈물 대답을 잘 못합니다. 마을 어른들도 제 나이를 아는 사람이 잘 없습니다. 아이들도 자기 나이를 잘 모릅니다.

“매일매일 유치원 와서 공부 열심히 하세요. 공부 열심히 하라고 비스킷 주는 거예요.”

“단야와드 스님지!” (스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을 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에게도 비스킷을 하나씩 주고 나왔습니다.

다시 수자타 아카데미를 지나 건너편 두르가푸르 마을로 걸어갔습니다.

“나마스떼!”

마을 주민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두르가푸르 유치원에 가니 아이들이 한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자, 이거 한 번 읽어보세요.”

마침 힌디어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잘했어요. 이거 먹고 공부 열심히 하세요!”

“고맙습니다. 스님!”

스님은 몇 가지 물어보고 비스킷을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교실을 둘러보며 개선할 점을 찾았습니다.

“5세 반이 6세 반과 7세 반 사이에 있어서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겠어요. 제일 안쪽 교실에 5세 반이 공부하도록 바꿔주세요.”

스님이 처음 머물렀던 집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텐다르의 집에 들렀습니다.

스님이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 사텐다르의 집에 머물면서 함께 수자타 아카데미를 짓는 공사를 했습니다. 그때 사텐다르는 방에 있던 염소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고 스님에게 염소가 자던 방을 내주었습니다. 이제 집을 개조해 그 방은 사텐다르의 동생이 살고 있었습니다. 물을 길었던 우물도 지났습니다.

지바카 병원 방문

두르가푸르 마을에서 돌아와 지바카 병원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디 아파요?”

“피부병이 생겼어요.”

의사를 만나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하루에 환자가 얼마나 오나요?”

“적으면 80명, 많으면 150명 정도 옵니다.”

“어떤 환자가 제일 많아요?”

“관절염 때문에 오는 환자가 많습니다. 노동을 많이 하는데 먹는 것이 부실해서 그렇습니다.”

“저도 지난번에 농사일하다가 팔이 빠졌는데 아직도 아파요.”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한 후 대추와 달력을 선물하고 나왔습니다.

접수대, 진료실을 보고 입원실도 보았습니다. 안쪽에는 몸에 화상을 크게 입은 여성이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값이 싼 나일론 재질의 사리를 입고 있다가 불이 붙어서 더 크게 화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수자타 아카데미 교실 방문

병원을 나와 이번에는 수자타 아카데미로 갔습니다. 1학년부터 5학년 교실까지 차례차례 둘러보았습니다. 각 반마다 힌디,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역사, 미술, 독립운동사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가장 먼저 출석률을 묻고 공부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자, 이 문제 풀어볼 사람 있어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문제를 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돌까요, 태양이 지구를 돌까요?”

“지구가 태양을 돌아요.”

“왜요? 밖에 나가서 보면 태양이 움직이잖아요. 왜 그런 거예요?”

아이들이 대답을 잘 못하자 스님이 직접 예시를 들어 알려주었습니다.

“자, 여기 서서 뱅글뱅글 돌아보세요.”

뱅글뱅글 돌고 멈추자 다시 스님이 물어봤습니다.

“자, 돌고 나니까 내가 도는 것 같아요, 바깥세상이 도는 것 같아요?”

아이는 어리둥절해하며 대답을 잘 못했습니다.

“아직 이걸 이해하기는 어려운가 봐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

“네!”

계단을 오르는데 부서진 곳이 눈에 띕니다.

“이 계단을 고쳐야겠어요. 학교는 학생들이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깔끔해야 해요.”

미술 수업을 받는 교실에 가서는 아이들의 그림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아주 잘 그렸네요. 제 얼굴도 그려줄래요?” (웃음)

아이들과 함께 점심 식사

학교를 다 둘러보고 나니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접시를 씻어 쁘락 보디 홀로 모였습니다. 스님도 접시를 하나 들고 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옆에 앉아 먹으며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스님이 옆에 앉자 신기해하며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어떤 반찬을 좋아해요?”

“감자로 만든 거요.”

“학교 급식에서 뭘 더 먹고 싶어요?”

“더 필요 없어요.”

아이들은 다른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뭐가 필요한지 알지 못했습니다.

“밥 양은 적당해요, 적어요?”

“배부르게 먹을 만큼 먹어요.”

“집에서 먹는 밥이 맛있어요, 학교에서 먹는 밥이 맛있어요?”

“학교에서 먹는 밥이요.”

“아침은 먹고 와요?”

“먹고 왔어요.”

“저녁은 몇 시에 먹어요?”

“어두워지면 먹어요.”

“밥이 맛있어요, 짜파티가 맛있어요?”

“밥이요.”

“점심에 밥 주는 게 좋아요, 짜파티가 좋아요?”

“밥이요.”

“뿌리는 어때요?”

“밥이 좋아요.”

“다른 친구는 어때요?”

“저는 뿌리가 좋아요.”

“밥을 더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어요?”

“네!”

“설거지는 누가 해요?”

“제가 해요.”

“음식 남겨요?”

“다 먹어요!”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다 먹었습니다.

“이 정도면 깨끗이 먹은 거예요?”

“네!”

스님도 깨끗이 다 먹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부터 다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아이들에게 스님은 비스킷을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아이고, 다 예쁘다.”

스님은 비스킷을 하나하나 나눠주며 아이들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손으로 비스킷을 받아 들었습니다.

“스님, 이 아이가 로싼이에요. 이만큼이나 컸어요.”

5년 전, 산에서 만나 스님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준 아이도 훌쩍 자랐습니다.

“공부도 잘해요.”

“잘했어요.”

중학생, 고등학생들과 미팅

비스킷을 다 나눠주고 법당에서 중고등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몇 가지 물어볼게요. 유치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예요?”

스님은 먼 곳에 있는 유치원을 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습니다.

“산티나가르 마을은 자전거 타고 가면 얼마나 걸려요?”

“20분이요.”

그리고 유치원, 학교, 병원에서 각자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건의사항 있으면 얘기해보세요. 유치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데 필요한 거 없어요? 오늘 제가 자그디스푸르와 두르가푸르 유치원을 가봤어요. 내일은 전체 마을과 유치원을 둘러보려고 해요.”

스님은 어느 마을에 사는지,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필요한 책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운동을 좋아해요?”

남학생은 크리켓, 여학생은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6힉년은 7학년이 되면 유치원 선생님 할 수 있어요?”

“네!”

“자신 있어요?”

“네!”

“아이들 잘 가르칠 사람 손들어보세요.”

아이들이 웃으며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스님은 용돈과 2020년 JTS 달력을 선물했습니다. 깜짝 선물입니다.

선물을 다 나눠주고 나서 스님이 마지막으로 강조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 역할과 학교 공부를 같이 하려니 힘들어요?”

“아니요!”

“좋아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이들도 열심히 가르쳐 주세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은 어른이 되는 거예요. 유치원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때리지 말고 잘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학생들을 여자라는 이유로, 카스트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면 안 돼요. 모든 사람은 평등합니다. 알았죠?”

“네.”

“누구든지 열심히 공부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러나 학교 밖에 나가면 여자라고 차별하거나, 계급이 낮다고 차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선될 거예요. 그러니 절대로 여자라거나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기가 죽으면 안 돼요. 알았죠?”

“네!”

“유치원 선생님들은 내일 유치원에서 봅시다.”

법당으로 나와 스님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은 외부에서 온 교사들을 따로 불러 용돈을 주며 부탁했습니다.

“가난한 우리 아이들을 잘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한국인 활동가들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가야로 출발했습니다.

어제 인도인 활동가들과 함께 먹으려다가 40명이나 되는 인원을 식당에서 수용하기 어려워 어제는 인도인, 오늘은 한국인 활동가들에게 저녁을 사주었습니다.

덜컹거리는 먼지 속을 한 시간 가까이 달려 가야 시내에 도착했습니다. 인도 음식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고 다시 한 시간을 달려 돌아왔습니다. 해가 떨어지자 금세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스님은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저녁에 돌아와서 전체 회의를 할 예정이었지만, 스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 취소했습니다. 대중은 저녁 예불을 하고, 마음 나누기를 한 후에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전정각산을 빙 둘러싼 둥게스와리 마을 전체를 둘러볼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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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학생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4-23 12:46:21

복숭아꽃

스님 감사합니다
눈물이 자꾸 나네요

2020-03-08 18:15:00

김해경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 하시는일 보면 제자신이 눈물이 나려하네요.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르쳐주시는군요.

2020-02-18 23: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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