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2.5 평화재단 임시 이사회
“지금 중요한 것이 숨넘어갈 때도 중요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 이사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오늘부터 서울 시내 낮 기온도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로수에도 낙엽이 거의 다 떨어지고 겨울로 성큼 들어선 느낌입니다.

스님은 오전 7시부터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갈수록 경색되어 가고 있는 북미 관계, 남북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현재 남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깊이 있는 토론과 대화가 오갔습니다.

10시부터는 내년 2월에 있을 정토회 대표, 총무, 전국 대의원, 지역 대의원 선거와 관련하여 준비 회의를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지역 대의원과 전국 대의원이 각각 선출됨에 따라 선거 제도에 큰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정토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며 시물레이션을 해봤지만, 아직 풀리지 않는 고민들이 있어서 스님에게 간담회를 요청했습니다.

스님은 선거관리위원들의 고충을 들은 후 지역 상황을 고려해서 어떻게 조정할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12시부터는 평화재단 임시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원래 정기 이사회는 2월에 열리지만, 오는 12월 17일 자로 이사진 7인과 감사 2인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이사진을 어떻게 새로 교체할 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임시로 개최가 되었습니다.

오늘 안건은 한 가지입니다. 2004년에 창립한 평화재단은 활동을 시작한 지 15주년을 경과했습니다. 창립 초기에는 주력 사업이 전문가들의 연구활동과 교육활동이었지만, 지금은 재단 산하에 활동 조직이 생기고, 다양한 대중이 참여하는 평화운동 분야로 사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현장 활동가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고, 새로운 시대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40대, 50대를 주축으로 하는 신임 이사진을 대거 추천했습니다.

평화재단 이사장인 스님은 이에 대해 기존 이사진들에게 동의 여부를 물었습니다.

모두 만장일치로 신임 이사진 임명에 대해 찬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존 이사진들은 이사에서 물러나게 되었지만, 각각 고문과 지도위원으로 새로 추대되어 평화재단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돕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기존 이사진들은 지금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평화재단이 해야 할 역할이 많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지금 동아시아 정세가 저희가 의논해 온 것보다 더 빠르게 바뀌어가는 것 같아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예상보다 더 공격적으로 변해나가고 있고, 이에 대비한 다양한 측면의 분석과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문명사적인 충돌이라고 봅니다. 이런 심대한 변화 앞에서 한반도 문제는 봉합 상태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국민들이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어요. 앞으로 집권 세력 내부의 비리가 계속 터질 텐데 그거 막느라고 한반도 문제는 아무런 대응을 못할 것 같아요. 정부가 국민 여론을 관리해야 할 텐데 그 능력이 없어 보여서 걱정입니다. 이에 대해 스님께서 대사회적인 메시지를 내셔야 하고, 평화재단도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혼란의 시기에 국민들이 세상을 올바르게 볼 수 있게 인식 틀을 제공하는 역할을 평화재단이 해야 합니다.”

스님은 의견을 경청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의 의견도 이야기했습니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합의에 도달하려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핵동결에서 타협안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미국은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를 하고, 북한은 핵동결을 하는 선에서 합의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인 것 같아요. 그렇게 되는 것도 어렵지만, 북미 간에 합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로 인해 국내에 후폭풍이 불어서 남한의 보수 세력이 ‘결국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한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면서 남한의 핵보유론이 정치적인 이슈로 등장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자칫하면 이 문제 때문에 국민 여론이 강경하게 흘러갈 위험도 있거든요. 그리고 북미 합의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군사적 충돌을 유발할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서 북미 합의의 성사 여부에 상관없이 이 문제에 대한 면밀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나라의 앞날에 대한 우려와 평화재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예상 시간보다 30분 늦게 이사회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한 분 한 분에게 올해 농사지은 고춧가루를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로 드렸습니다.

모두 돌아가고 스님은 평화재단 활동가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오늘 평화재단 이사회에서 이사진이 모두 교체가 되었어요. 새로운 이사님들을 잘 모시고 내년에도 활동을 잘해봅시다.”

모두 박수를 치며 신임 이사진 임명을 환영했습니다.

오후에는 평화재단에서 업무를 본 후 저녁에는 서울 정토회관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정토회 결사행자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오늘은 강연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4일에 원주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 중에서 소개해 드리지 못한 대화 내용을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딱히 행복을 정의 내리긴 어렵겠지만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괴롭지 않은 게 행복이에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행복은 즐거움이에요. 즐거움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괴로움이라고 하는 불행이 따라올 수밖에 없어요. 그걸 ‘윤회’라고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람이 죽어서 소 되고 말 되는 것을 윤회라고 알고 있는데, 그건 인도의 전통사상에서 말하는 윤회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윤회는 즐거움과 괴로움, 즉 고(苦)와 락(樂)이 되풀이된다는 뜻입니다.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겁니다.

즐거움을 추구하면 괴로움이 반드시 따라옵니다. 즐거움과 괴로움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서 다니기 때문입니다. 애를 가져서 즐겁다고 하면 반드시 애를 잃었을 때 괴롭게 되고, 돈을 벌어서 즐겁다고 하면 반드시 돈을 잃었을 때 괴롭게 되어 있어요. 영원한 즐거움이나 괴로움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즐거움만 취하고 괴로움은 칼로 잘라낼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삽니다. 이것은 버리고 저것만 갖겠다는 게 ‘천당에 가겠다’, ‘극락에 가겠다’ 하는 생각이에요. 그런 건 없어요. 인간의 그런 욕망이 있을 뿐입니다. 인간은 그런 걸 바라지만, 현실의 세계는 그렇게 될 수가 없어요. 그런 이상 세계가 있다는 것도 그냥 인간의 꿈일 뿐이에요. 즐거움이 있으면 반드시 괴로움이라는 게 맞물려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괴로움이 없는 것을 ‘열반(涅槃)’이라고 합니다. 괴로움이 없다는 말은 윤회를 안 한다는 뜻이에요. 괴로움이 없어져버리니까요. 괴로움이 없다는 건 즐거움도 같이 없어졌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괴로움만 없어지길 바라지 즐거움까지 같이 없어지길 원하지 않아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즐거움과 괴로움을 같이 갖는 게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비유한 내용이 경전에 나와요. 공덕천이라고 하는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 어떤 집에 방문했어요. 그 여인이 집주인에게 묻습니다.

‘들어가도 됩니까?’
‘어서 오십시오! 그런데 당신은 누굽니까?’
‘공덕천입니다.’

공덕천을 맞아들이고 조금 있으니까 아주 못생긴 여자가 왔어요.

‘들어가도 됩니까?’
‘안 돼요! 당신은 누구요?’
‘흑암천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들어간 사람과 저는 자매이기 때문에, 들어가면 같이 들어가야 하고, 나오면 같이 나와야 합니다.’

이때 어리석은 자는 공덕천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흑암천을 같이 받아들이고, 지혜로운 자는 둘 다 쫓아낸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전에서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공덕천이라는 게 즐거움이고, 흑암천이라는 게 괴로움이에요. 고락을 같이 받아들이는 건 윤회의 세계 속에 산다는 뜻이고, 둘 다 쫓아낸다는 것은 고락을 버리고 해탈을 얻는다는 뜻이에요.

진정한 행복은 지속 가능한 행복입니다. 열반을 번역하면 괴로움이 없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어요. 여러분은 기분이 쏴한 즐거움이 없다고 해서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인생지사 새옹지마’ 이런 말 들어봤죠? 어릴 때는 조금 좋다고 막 좋아하고, 조금 싫다고 미워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오래 살아보면 달라져요. 좋은 것도 지나고 보면 별로 좋은 게 아니고, 당시에는 굉장한 손해라며 난리였지만 지나고 보면 그것도 별일 아니에요.

초등학교나 중학교 월말고사에서 성적이 5점이나 10점 떨어졌다고 울고불고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별거 아니에요. 어릴 적에 친구들과 구슬치기 해서 구슬 좀 땄다고 좋아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잖아요. 지금 돌아보면 별거 아닌 줄 알지만, 당시에 어린아이였던 나는 몰랐던 거예요. 아이였던 나는 무지한 상태였고, 지금의 나는 지혜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릴 적의 구슬과 성적 같은 게 지금 나한테는 뭘까요? 여러분은 이걸 생각하지 않죠. 나이가 80살, 90살이 돼서 숨넘어갈 때 생각해보면, 지금 여러분이 고민하는 돈 문제, 지위 문제,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것, 이런 문제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거예요.

이런 것을 미리 알아서 좋은 일이라 해도 그냥 입에 미소 한 번 짓고 말아야 해요. 나쁜 일이라고 해도 그냥 산에 가려면 고개 하나 넘는 것처럼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영화에 보면 소림사 조실 스님이 뭐라고 해요? 막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해도 ‘아미타불’이라고 하고, 누가 죽었다며 야단이 나도 ‘아미타불’ 이러잖아요. 이런 것이 열반으로 가는 거예요. 봄에 날씨가 따뜻해질 때 일률적으로 따뜻해지는 게 아니에요.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면서 점점 따뜻해지는 쪽으로 가듯이 인생이란 게 그런 거예요.

이런 이치를 따져서 공부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나한테 좋음이 있고 나쁨이 있지만, 조금만 더 공부하면 달라져요. 좋다 해도 예전처럼 크게 좋다기보다 약간 좋고, 싫다 해도 예전처럼 크게 괴롭지 않고 약간 괴로울 뿐입니다. 마음의 파도가 전에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거세게 쳤다면, 지금은 작은 호수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것처럼, 흔들리는 정도가 덜한 쪽으로 자꾸 나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죽는다 산다 야단이어도 빙긋이 미소를 짓게 되는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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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열

정말 좋은말씀 감사드립니다.

2020-01-14 08:10:32

청정도

감사합니다 윤회를 벗어버리고 해탈로 나아가겠습니다

2019-12-27 06:16:08

나무불법승

내가 옳다는 한생각을 내려 놓겠습니다

2019-12-14 10: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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