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3.27. 출가재일 기념법문

 

 

어제 해관 장두석 선생님의 시타림에 다녀오니 새벽 340분이었는데, 스님께서는 잠시 개인정비를 하신 후 바로 새벽기도와 발우공양에 참가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이 출가재일이라고 하시면서 출가열반절 사이 일주일간 정토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모든 일을 쉬고 용맹정진 해왔어요. 이런 정진기간 중에는 개별적 외식은 삼가주시고 각자 정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재가자는 출가열반재일이라고 모두 절에 와서 정진하는데, 여기 절에 사는 대중들은 업무 본다고 정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대중들 정진기간이라는 것 명심해서 공동체 대중들은 정진 중에 잠시 나와서 일 본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출가·열반재일 입재·회향법문은 직강이니 가능한 법회에 참가하기 바랍니다.”라며 공동체 성원들도 이번 출가열반재일기간에는 업무보다는 정진에 중심을 두고 생활하도록 당부하셨습니다.

 

발우공양후 730분부터는 평화재단에서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시는 사회원로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누신 후 10시부터는 서초동 정토법당에서 출가재일기념법문을 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은 부처님께서 수행하기 위해 출가하신, 29년간 살던 집을 나오신 출가일입니다. 날짜로는 음력 28, 나이는 29세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하여 6년간 고행하신 끝에 마침내 깨달음을 얻으시고 45년간 쉬임없이 전법을 하시다가 80세에 열반에 드셨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출가일인 음력 28일에 입재하여 열반일인 음력 215일 회향할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용맹정진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서 스님께서는 출가절을 비롯한 4대 명절(탄생 48, 출가 28, 성도 128, 열반 215)과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2600여년전 인도의 브라만 시대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브라만시대는 역사적으로 1천여년간 지속되었는데, 베다시대, 종교시대, 철학시대(우파니사드 철학), 쇠퇴기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브라만시대의 특징은 세가지인데 첫째가 우주만물을 신이 창조했다는 창조설이고, 둘째는 신이 인간을 4개의 계급(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으로 창조했으므로, 인간은 신의 창조질서에 따라 계급질서에 맞게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신에게 드리는 제사 의식을 통해 죄를 사하고 구원을 받는다는 믿음이라고 설명해 주시면서

 

그런데 사회가 발전, 변화하면서 이러한 주장에 모순이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전쟁에서 무기 등 군사력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신의 보살핌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믿음이 약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제계급의 권위가 떨어지고 왕족의 힘이 강해지고 장자계급의 힘이 커졌습니다. 급기야는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신,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신은 없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이처럼 이런저런 다양한 주장이 나타나고 지지자가 등장하여 브라만 사상에 반대하는 비주류를 형성해 갔습니다. 그런 많은 견해 중에 영향력이 큰 세력을 불교에서는 ‘6사외도라고 합니다.”

 

 

이러한 때에 부처님이 태어나셨는데, 부처님은 전통 브라만 사회에서 자랐으므로 기본적으로는 전통 브라만 사상을 지녔습니다. 부처님은 성장하면서 사회의 여러 모순을 접하게 되고 그동안 믿었던 전통 브라만 사상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됩니다. 오히려 비주류의 주장에 동조하는 등 13년 동안 많은 고뇌를 하고 사색을 하게 됩니다. 부모의 권유로 결혼하고 애를 낳기도 했고, 왕인 아버지의 명령으로 한 지역을 맡아 다스려 보기도 했는데 이 세상에서는 자신의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29세때 집을 나와 스승을 찾아 답을 구했지만 여전히 의문을 풀지 못해서 결국은 스스로 답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야 근방의 전정각산으로 가셔서 6년 동안 용맹정진을 했습니다. 6년의 고행 끝에 욕구를 따라가는 쾌락의 길도, 욕구를 억압하는 고행의 길도 해탈의 길이 아님을 깨달으시고 중도의 길을 발견하신 것입니다.

 

부처님은 출가 전에는 주류의 길인 쾌락주의를 ?다가 출가 후에는 비주류의 길인 고행주의를 ?다가 다시 이 길, 저 길을 다 버리고 새로운 길을 발견하셨습니다. 이것이 중도이고 이 중도의 수행을 하셔서 마침내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부처님이 어떻게 출가하시고 어떻게 중도의 길을 발견하셨는지 열정적으로 설명하실 때 대중의 분위기가 숙연해 집니다. 출가가 나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찰해 보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이어서 부처님이 출가 전과 출가 후의 어떤 옷을 입으시고, 어떤 음식을 드시고, 어떤 집에서 사셨는지를 말씀하시면서 출가정신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부처님은 당시 최고의 옷을 입으시다가 출가해서는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덮는 천, 부정한 것으로 여겨 아무도 손대지 않는 분소의를 입으셨습니다. 부처님은 당시 최고의 음식을 드시다가 출가해서 얻어먹었습니다. 어떤 사람보다 더 못한 음식을 드셨습니다. 부처님은 비단으로 장식하고 향을 피운 최고의 집에서 사시다가 출가해서 나무밑이나 동굴에서 사셨습니다.

 

 

의식주생활이 달라졌습니다. 이렇게 바꿔지는 게 출가입니다. 스님 된다고 다 출가가 아닙니다. 가치관과 생활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스님이 된다고 다 출가가 아닌 이유는 가치관이 안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출가하고도 높은 지위, 부귀영화를 못 버리잖아요.

 

집이 무엇인가요? 집이 상징하는 것은 안온한 곳입니다. 동시에 속박, 구속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집 으로 돌아간다’, ‘집을 뛰쳐 나간다고 말하잖아요. (대중들 웃음)

 

정토행자 한 분이 지금까지 여기에서 사시다가 오늘 집으로 돌아간대요.(웃음) 왜 절에 왔을까? 그때는 집이 속박으로 느껴지니 뛰쳐나온 거예요. 그럼 왜 다시 들어가는가? 집이 안온한 보호처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다시 들어가면 처음에는 안온하지만 다시 또, 속박으로 느껴지겠지요. 그럼 또 집을 나오겠죠. 이렇게 갔다 왔다 하는 것은 출가가 아니고 가출이라고 합니다. 더 좋은 보호처를 찾아가는 것은 가출입니다. 더 좋은 보호처는 더 큰 속박이 됩니다.

 

 

부자집이나 지위가 높은 집으로 시집가면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집에서 살겠지만, 속박은 커지고 하녀가 되기 쉽습니다. 이것이 과연 행복일까요? 사람들은 더 좋은 안온한 곳을 찾는데, 이것이 더 큰 속박이 된다는 것을 잘 꿰뚫어봐야 합니다. 안온처가 되었다가, 굴레가 되었다가, 이렇게 늘 뒤바뀌는 게 윤회입니다. 그래서 해탈은 윤회를 끊어버린다, 집을 불살라 버린다고 하는 것입니다.

 

속박과 안온처는 분리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끔찍이 사랑받고 싶지요? 끔찍이 사랑받을 때 속박이 더 심해지지요. 그래서 제가 늘 말하잖아요. 누가 나를 좋아 한다고 하면 나는 겁난다고. (대중들 웃음)

 

중생은 낙만 있고 고는 없고, 안온처는 되고 굴레는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움직입니다. 이를 꿰뚫어 알아야 고집멸도에서 일체가 고이다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고()인줄 알아야 고성제를 아는 것입니다. ‘낙이 고인줄 알아야 낙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집을 불살라버리는 게 출가입니다.

더 좋은 집을 찾아 집을 떠나는 것은 가출입니다.

과연 집을 불살라버리는 자가 몇이나 있을까요?

집이 고임을 꿰뚫어 아는 자가 몇이나 있을까요?”

 

 

이 대목에서 대중들은 모두 숙연해 집니다

 

이게 딱 안 잡히면서, 절에 다니며 불교가 좋다’, ‘정토회가 좋다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 쌓기입니다. 출가하겠다고 절에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가출한 사람입니다. 집에 가겠다고 하는 사람도 가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갔다 오너라하고 얘기합니다. 부처님이 좋은 옷 입고 마차 타고 다니면 어땠을까요?”

 

스님은 분위기를 바꿔 다정한 어조로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대중은 중간중간에 밝은 목소리로 일제히 , 쉬워요.”라고 대답합니다.

 

출가절을 맞아서 오늘부터 열반일까지 1주일만 출가정신으로 살아봅니다. 출가의 자세로 살아보기 위해 작은 거 몇 개만 지켜서 해봅시다. 여러분, 하실 수 있어요?(대중 ”)”

첫째, 걸식하라는 소리는 안할테니, 일주일만 더 맛있는 거 찾지 않도록 합니다. 있는 것만 먹지, 먹는 거 가지고 껄떡거리지 않습니다.

둘째, 하루 한끼 먹으라 소리는 안할테니까 정해진 3끼 이외에는 먹지 않습니다. 쉬워요? 안쉬워요? (대중이 쉬워요” )

셋째, 일주일만 고기 안 먹는다. 이미 섞여있는 것을 골라낼 것까지는 없지만, 일부러 먹지는 않습니다.

넷째, 분소의를 입으라는 소리는 안할테니까 옷 입을 때 고르지 않고, 무얼 입을까 머리 굴리지 않습니다. 입는 것 가지고 신경쓰지 않습니다.

다섯째, 나무 밑이나 동굴에 자라고는 하지 않을테니까, 때 아닌 때에 졸거나 자지 않습니다. 밤에 자지 말라는 게 아니고, 낮에 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섯가지를 지켜서 해보고 괜찮으면 계속하고 못하면 열반절까지 해봅니다.

 

 

머리 장식은 꾸며서 잘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이거 못하게 하려고 머리 깎게 한 것입니다. 머리를 자르고 분소의를 입었다는 것은 기존의 가치관과 기득권을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번주 수행중에는 사장이라 하더라도 권위를 부리지 않습니다. 이번 주 중에는 엄마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권위적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라는 뜻입니다. 이번 주에는 어떤 권위에도 기죽지 않고, 비굴하지 않고, 당당해야 합니다. 자기가 교만해지거나 비굴해 질 때 빨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작은 거라도 구체적으로 실천해 봅니다~. 자기 습관으로 살아가는 것을 극복해 봅니다. 욕망의 노예, 습관의 노예로 살아가지 않습니다. 욕망과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합니다. 이번 주만이라도 결심을 해서 5가지를 지키면서 300배 정진을 해봅시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고, 자기가 자기를 제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래야 출가절의 의미가 있습니다.”라며 출가열반절을 맞이하여 5가지를 지키면서 정진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오늘 참석한 대중들은 모두 힘차게 ~”라 답하여 스님께서 당부하신 것을 지켜서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출가절 법륜스님의 법문은 마무리되었습니다. 태산 같은 가르침을 주시고 출가열반재일 용맹정진 기간 동안 지켜야 할 과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습관 때문에 과제를 이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자상하고 따뜻한 가르침에 감사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법문이 끝나자 스님의 가르침을 새기며 300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43일 회향법문 때 뵐 때까지 300배 정진과 출가정신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법회후 JTS 관계자와 간단히 업무 논의를 한 후 이어서 법사단 회의가 방 1에서 12:40-15:10까지 두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오늘 논의는 전국 가을불대생 대상으로 진행되는 4월 경주남산순례 일정 및 코스 점검, 신규법사님들의 역할 배정, 9월 미주행자대회에 참가할 법사 배정, 초파일 이후 진행될 법사단 수련 일정, 본부불사, 연수원 불사, 인도와 필리핀 공동체 운영, 의식 및 염불 등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경주남산순례에 대해서는 참가자 수에 따라서 순례횟수를 조정하고 코스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방침을 정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답사를 먼저 다녀오신 뒤에 법사단에서 담당 코스별로 답사를 할 때 체크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주셨습니다. 특히 가장 위험한 코스, 가장 먼 코스, 가장 볼 것이 없는 코스 등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대중이 안전하면서도, 시간에 맞추어서, 볼 것도 많도록 할 것인지 의견을 주셨습니다.

 

매년 틈나는대로 자주 자주 올라보는 남산인데도 행사 전에는 다시 한번 답사를 하며 꼼꼼하게 볼거리와 안전문제, 시간 등을 체크하시면서 연구하시는 스님의 모습을 뵈면서 큰 배움을 얻습니다.

 

 

신규법사님들에 대한 역할을 배정하면서도 개개인의 부족함에 초점을 맞추고 이제는 극복하는 방식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장점이 잘 살려지도록 기회를 주고자 고려하시는 모습에서 법사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게 됩니다.

 

인도와 필리핀에 공동체가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제이티에스 사업과 공동체 살이가 섞이거나 충돌이 되지 않도록 다시 정리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이런 저런 논의를 하다보니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습니다.

 

법사단 회의를 마치자 마자 스님께서는 정토회 고문이신 각해보살님을 문병하기 위해 오후 3시 부산으로 출발하셨습니다. 가는 길에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님의 어머님 별세소식을 듣고 병원에 먼저 들러 문상을 한 후 성불사를 찾아 각해보살님 병문안을 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계속해서 해외 일정이 있어서 병환소식을 듣고도 찾아뵙지 못하다가 오늘 찾아뵈니 각해보살님께서는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신 후 두북 숙소로 들어가니 밤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아침 9시부터 용인에서 평화리더십아카데미 강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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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해보살님이 정토회고문이셨군요..감격적으로 내용을 적어주셔,괜히 덩달아 저도 감동을 하게되네요^^스님을 얼마나 잘 시봉하실지,글 쓰시는 분의 마음이 느껴집니다^^<날짜로는 음력 2월 8일, 나이는 29세였습니다>부분에서부터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ㅠ내가 존경하고 믿고 의지하는 분꼐서 출가하신 날 ㅠ

2015-04-02 02:45:46

이규원

스님께서 잠도 못주무시고 많은분들의 행복을 위해 너무 많은 일정을 강행하시니 건강에 염려가 많이 됩니다.연세가 있으시니 조금씩만 줄이시면서 우리와 오래 함께해 주시길 기도 드립니다.

2015-03-30 00:47:39

평상심

_()_

2015-03-29 14: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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