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5.3.28 제12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 강의, 청년학교 행복특강

 

스님께서는 오늘 오전 9시부터 예정된 12기 평화리더십아카데미의 강연을 위해 입학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는 용인의 대웅경영개발원으로 울산 두북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셨습니다. 이틀 전 목요일에 입학식을 마친 12기 평리아 수강생들은 잠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금요일 늦은 오후부터 12일 워크숍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서인지 서로 친해져서 다음 날 아침, 모두 환한 표정으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진정 성공한 삶을 꿈꾼다"는 주제로 가볍고 유쾌하게 시작된 강의는 2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전날 새벽까지의 늦은 일정에 피곤할법한데 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이 경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에 따라 웃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필기를 하면서 서로 공감이 이뤄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행복이라는 것이 뭘까요? 어떤 상태를 행복하다고 볼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스님의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의 심리를 잘 살피면 어떻게 심리가 작용하는지 알아야 자신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그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기분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음이 일어날 때를 살펴보면, 자기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자기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우리의 기분은 욕구의 충족과 불충족이라는 것에 따라 좋고 나쁘게 반응하고, 이렇게 좋고 나쁨을 반복하는 것을 윤회라고 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괴로움()과 즐거움() 이 둘을 분리시켜 즐거움만이 있는 인생을 꿈꿉니다. 그러나 고락이 함께 윤회하기 때문에, 고락의 윤회로부터 벗어나려면 이 곧 임을 알아야 합니다.

 

 

 

인생은 고락인데, ‘이라는 것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입니다. ‘이 곧 임을 꿰뚫어 알아야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인생에서 늘 재미를 쫓아 살고 있습니다. 그 재미란 것도 지나고 보면 허전함을 느끼게 됩니다. 즉 재미를 쫓아서 하다보면 지금은 인데, 나중에 가 되는 일이 있는 반면에, 일할 때는 힘들었지만 지나놓고 보면 보람으로 다가오는 일이 있습니다. 지금 좋게 평가되는 것이 나중에 달리 나쁘게 평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구슬치기를 했습니다. 구슬치기를 해서 딴 구슬을 모아서 집에 항아리에 보물처럼 가득 채워놓았는데, 지금은 그 구슬들이 어디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구슬은 그때는 소중했는데 지금은 쓸모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지금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어렸을 때 구슬 같은 것이 뭘까요? 이처럼 지나놓고 보면 아무 의미 없는 것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믿었던 것들이 10, 20년이 지나서 돌아보면 오히려 실패임을 느낄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공부해서 20대 초반에 고시에 합격해서 성공일로를 달리던 검사가 8·15 해방되던 날 갑자기 친일매국노로 실패한 인생이 되어 버린 사례를 보면, 이 사람의 삶은 윤리, 법률, 신앙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개인의 삶과 시대적 과제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인생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 됐습니다. 이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일원으로써 국민 전체가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과제가 무엇인지 시대적 과제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지금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 앞으로 12주 동안 전문가들의 강의 내용도 듣고, 각기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진 30여명이 서로 토론을 하면서 어떤 것이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과제인지 알아보고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함께 일을 해 나가야 하는지 알아보시기 바랍니다.”라는 당부의 말씀을 끝으로 강연을 마무리하셨습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서서 지친 기색도 없이 물 흐르는 듯 한 강연을 마치시고 질의응답에 답변을 해주시고 수강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마친 후에 떠나셨습니다.

 

다음 일정은 경기도 여주에서 열리는 평화재단 청년포럼 주최 새로운 백년 청년학교5기 첫걸음 워크숍이었는데, 스님께서는 청년들을 위한 행복특강을 해주기로 하셨습니다. 일정이 저녁 730분부터 시작하는 관계로, 스님께서는 중간에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 양지IC 근방, 백암 지역 쪽에 수련원 부지를 둘러보셨습니다. 그리고 청주에도 조그마한 부지가 있어서 둘러보시고 난 후 여주 행사장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예상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스님께서는 담당자인 평화재단 청년포럼 오태양 국장과 청년학교 교장인 최광수 교수님을 만나 잠시 이번 행사에 대해 말씀을 나눈 뒤 시간이 될 때까지 원고 교정을 보셨습니다.

새로운 백년 청년학교는 전국의 20-30대 청년들이 8주 동안 스님의 책을 읽으면서 인생관과 사회관, 시대관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배우는 과정입니다. 이날은 특별히 새벽 일찍부터 전국 38개 지역에서 속속 모여들어 총 366(수도·충청권 227, 영남권 115, 호남권 19, 강원 5)이나 참석했습니다.

 

 

 

스님께서 강연장에 들어서시자, 청년들이 일제히 뜨거운 환호를 보냈습니다. 스님께서는 단상에 오르신 뒤 저녁은 잘 먹었느냐?”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얼마 전 필리핀, 라오스, 인도 등을 다녀오셨는데, 남방불교에서 스님들은 오후 불식을 한다고 합니다. 스님께서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오후에 식사를 안 하고 계시는데, “내가 안 먹었으니 여러분도 안 먹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가볍게 농담을 하시면서 듣자하니 오늘 오기로 한 청년들 중에 새벽에 못 일어나서 30명이 못 왔다고 하는데, 초등학생들인가? (웃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새벽부터 먼 길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았어요라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풀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개인의 고민을 많은 대중들 앞에서 얘기하라고 하면 부담을 느끼니, 그 전에 스님 근황부터 얘기해주겠노라며 말문을 터주셨습니다. 최근 인도에 다녀온 말씀을 해주셨는데, 사실 이번에 스님께서 둥게스와리 지역 15개 불가촉천민마을 1430집을 한 집, 한 집 다 방문하면서 마을의 앞으로의 발전계획을 세웠다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각 마을을 방문하실때  청년 자원봉사자 몇몇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하셨답니다. 40년 넘게 자전거를 안 타보시다가 이번에 장장 80km를 주파하셨는데, 그 뒤 며칠 동안 골반이 아파서 몹시 힘들더라는 말씀도 재밌게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항상 앞을 보고 해야 해요. 지금 당장 요청되는 일이라도 10, 20년이 지나면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또 지금은 별로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10, 20년 지나면 아주 중요해지는 게 있고요. 그러니 미래까지 고려해야, 실패할 확률이 적어집니다. 그러려면 첫째 방향을 잘 잡아야 하고, 두 번째 헌신적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원래 미래를 바라보고 하는 일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시행착오도 많고요. 그러니 시작할 때 각오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요새 여러분들을 보면 제가 느끼기에 안전한 것에 보다 집중하는 것 같아요. 공무원이나 교사, 관청 직원, 아니면 대기업 등에 몰리지 않습니까? 안전성을 추구하는 것은 그렇게 안하려고 해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됩니다. 그런데 젊음이란 뭔가요? 도전성 아닙니까? 필리핀이나 이런 데 가서 한 3년 일한다면, 해마다 2,500만원 정도 연봉을 받는다고 치면 한 6-7천 만원 정도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현장 경험을 쌓는 측면에서는 손해가 아닐 수도 있어요. 오히려 자기 삶의 큰 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청년들의 도전성을 격려하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질문이 시작되자 많은 청년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10년 된 친구들이 있는데 작년에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그렇고, 최근 집수리할 때도 자기를 외면하는 바람에 친구들이 너무 미워져서 절교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 친한 동생이 사고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돼서 힘이 되어 주고 싶다는 질문, 자신이 바보 같은 부분이 많고 후회를 되풀이하는 데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질문,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독 소비욕구가 심한 것 같아 고민이라는 질문, 남자친구가 있는데 다른 남자가 더 좋아진다는 질문, 아버지의 암 선고와 이모의 죽음에 이어 언니까지 암에 걸려 집안에 우환이 계속되자 점집이며 철학관에 다녔는데 모두들 조상님께 천도재를 지내라고 해서 고민이라는 질문, 군대까지 기다리며 3년 사귄 남자 친구랑 헤어져서 힘들다는 질문, 가정사가 힘든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는데 조언에 한계를 느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질문, 사람을 인상 보고 판단하고 싶지 않은데 인상을 보고 판단해서 고민이라는 질문, 어떻게 스님처럼 현명해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등 아주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이 중에서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4년제 대졸 출신이 아니면 승진 기회를 주지 않아 고민이라는 질문과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4년제 대졸 출신이 아닌 사원은 승진이라든지 상위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늘의 별따기 수준인데 막상 그만두려고 하니 우리나라 경제 상황 상 다른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제 스펙에서도 힘듭니다. 첫 번째는 이런 직장을 단야 하는지를 고민 하는 게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두 번째는 이런 걸 감안하고 계속 회사에 다닐 거라면 어떤 마음으로 다녀야 되는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선, 질문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걸 고민해서 뭐해요. 다른 직장을 가질 기회가 있다고 하면 미래를 생각해서 옮겨야 할까, 현실을 생각해서 그냥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할 수가 있지만, 지금 질문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 아닙니까? 고민하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승진의 기회가 없는 구조라면, 승진할 생각을 안 하면 됩니다. 농땡이 치라는 소리가 아니고, 승진 같은 것에 고민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자기는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이면 다릅니다. 사회가 헌법에 어긋나는 규정을 갖고 있다면 노동청이나 법원에 이런 규정이 합당하지 않다고 제안해서 변화를 시킬 수는 있습니다. 이때도 자신은 회사를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안 그러면 자기 기분이 나빠서 먼저 떨어져 나가버려요. 이 회사가 승진을 안 시켜주지만, 그래도 나를 고용해주니 정말 고맙다, 이런 마음을 내야 합니다. ‘사장님, 그러나 이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지켜야 할 헌법에 어긋나네요. 개선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해보세요. 그렇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경쟁사회입니다. 경쟁사회는 경쟁이 공정해야 합니다. 경쟁이 공정하다는 것은 세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 출발선상에서 기회가 균등한가. 둘째, 경쟁 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칙이 공정한가. 즉 집행이 공정한가. 셋째, 결과가 공평한가. 그런데 어떻습니까? 첫째, 둘째도 어렵지만 셋째는 더 어렵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승자독식이라서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지난 20여년간 신자유주의 열풍이 불었잖아요.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다 갖고, 진 사람은 못 갖습니다. 결과에서도 공정하려면 어떻습니까? 이긴 사람이 많이 갖고, 진 사람이 적게 갖는다고 해도, 적절한 비율로 나눠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예전에 가난하고 못 살 때는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10명이 100m 달리기하면 상으로 줄 공책이 6권밖에 없었다고 칩시다. 그러면 1등에게 3, 2등에게 2, 3등에게 1권 이런 식으로, 1, 2, 3등에게 6권을 몰아줍니다. 나머지 7명은 아무 것도 못 받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경제가 좋아져서 상품이 많아져서 공책이 16권이나 된다고 합시다. 그럼 예전 방식대로 하면 1등에게 10권 주고 24, 32권 이런 식으로 3명에게 다 몰아주겠지요? 그런데 참가자 전원에게 1권씩 주고, 또 경쟁은 경쟁이니까 나머지 6권에 대해서 1등에게 3권 주고, 2등에게 2권 주고, 3등에게 1권 준다고 하면 어때요? 우승한 사람이 많이 가져가지만, 동시에 진 사람들도 일정 비율 배분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구축되는 거죠. 이게 공평한 분배라는 겁니다. 공평하다는 건 똑같은 분배를 한다는 말이 아니고요.

 

 

대한민국은 그렇다면 공정사회냐? 대한민국은 공정한 사회가 아닙니다. 과거와 동일한 분배방식을 주장하잖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출발선상에서의 균등한 기회, 과정에서의 공정성,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공평한 분배가 공정사회인데, 우리 사회는 모든 면에서 매우 부족합니다. 그래서 사회 불만이 생깁니다. 지금 질문자가 불공평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겁니다. 그런데 이런 관습이나 체제는 혼자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남녀차별, 학벌 차별, 지역 차별 등 이런 건 모두 헌법정신에 어긋나지만, 관습이 아주 강고하게 남아있으니까요. 그러니 경쟁 사회 속에서도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런 사회를 바로 복지사회라고 하는 겁니다.

 

즉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건데, 경쟁 자체에 참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린아이들이나 노인들, 그리고 장애인, 환자, 재난을 당했거나 실업을 했거나 등등 이런 사람들은 경쟁 자체에 포함시키면 안 됩니다. 둘째, 자유경쟁을 하더라도 조세정책이 바르게 집행돼야 합니다. 즉 바른 조세정책과 재정정책에서 바른 복지정책이 나옵니다. 마치 복지정책이라고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뭐를 자꾸 나눠주는 거라고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예전처럼 최저빈곤선에서는 벗어났지만, 현재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사회 불공정이 극심해지면서, 상대적 빈곤감이 깊어졌습니다. 자기가 불공정함을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 아니겠어요?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거냐 이럴 때는 고용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이래야 하지만, 불공정성에 눈감아서는 안 됩니다. 불공정한 것을 빤히 보고도 눈감는 건 오히려 사회 발전의 장애 요소입니다. 자기 마음은 편안히 하더라도, 불공정은 시정하려고 해야 합니다. 특히 여러분들이 민주사회에서 불공정을 시정할 수 있는 수단 바로 투표입니다. 모든 국가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주권 행사를 안 하기 때문에 이 불공정이 시정되기 어려운 겁니다.

 

사회에 불만이 있거나 불공정을 느끼는 세력일수록 투표를 거의 안합니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에 차선도 아니면 차악이라도 투표를 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여러분들은 아예 투표를 안 하죠. 우리에게 선택지가 최악과 차악밖에 없다고 하면, 우리는 그래도 차악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투표를 아예 안하니까 결과적으로 최악을 늘 온전 시킵니다. 우리에게는 불공정을 개선해나가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합법적인 절차로 파업을 하더라도 악을 쓰고 분노를 표현 하면 오래 못합니다. 하다가 관두게 되고요. 생글생글 웃으면서 하는 게 오래 갈까요? 악을 쓰면서 하는 게 오래 갈까요? 그러니까 개선이 필요하면,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래하지 못합니다.

 

 

질문자도 문제를 개선하려면 그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합니다. 상사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못 견뎌서 자기가 고치도록 말이죠. 수행과 사회 변화는 상반되는게 아닙니다. 개인이 행복한 것과 사회를 좋게 만드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 동시에 할 수 있는 겁니다. 국가를 부정하지 않고 헌법의 틀 안에서도 할 수 있고, 헌법이 잘 못 됐다면 그것마저 시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저 누가 해주기를 바랍니다. 기성세대가 뭣 때문에 여러분들을 위해서 그런 수고를 하겠습니까? 여러분들은 기득권이 나쁘다고 비판하면서, 그 사람들이 알아서 바꿔주기를 바랍니다. 알아서 바꿔주면 그 사람들이 천사잖아요. 그러니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개선을 하려면 여러분부터가 노력을 해야 하고 희생을 해야 합니다. 나는 살아있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되, 불공정한 것들은 시정해나가려고 해야 하는 겁니다.”

 

개인의 고민에서 비롯된 질문이었지만,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 사회에 대해 어떤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질문 외에도 청년들의 다양하고 유쾌한 질문과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행복특강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질문 중간에 한 청년이 스님 저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너 잘하고 있어라고 한마디만 해주세요.”라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못 해줘라고 말씀해줘서 강연장에 큰 웃음이 터졌습니다. 스님께서는 스님은 위로해주는 사람은 아니라 다만 진실을 말할 뿐입니다. 남을 비난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위로해주는 사람도 아니에요. 그런 말은 옆에 있는 남학생한테 해달라고 해요라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께서 정리 말씀으로

하루를 살아도 이틀을 살아도 연애를 하든 헤어지든, 헤어져 우는 가운데 행복해야 합니다. ‘헤어지는 게 이런 거구나이런걸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슬퍼도 슬픔에 깊이 빠지지 않습니다. 둘째, 스무 살이 넘었으면 자립을 해야 합니다. 자립하는 것이 꼭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집에서 먹고 살면 밥값을 해야 해요. 엄마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해드리고, 파출부로 생각해서 50만원어치는 내가 해야 하는 겁니다. 어린애처럼 굴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사회의 민주화가 더 심화될 수 있도록, 좀 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평화통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심화된 나라에서 투표 의무제가 있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호주같은 경우는 투표율이 90% 가까이 나옵니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라는 겁니다. 만약 투표를 안한다고 하면, 주권을 가졌다고 볼 수 없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런 의식이 좀 약한 것 같아요.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면 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여러분 개인의 삶은 행복하도록 하되, 사회의 불공정은 시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회의 불공정을 시정하면 어때요? 개인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좋은 조건이 되기도 하죠. 기성세대처럼 그저 니가 문제야 이렇게 얘기하지 말고, 투표를 통해서 개선해가도록 해보세요. 여러분들이 힘을 합해야 하는 겁니다. 할아버지 세대와 아버지 세대가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투신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투신해야 할까? 공공의 정의를 위해 한번쯤 노력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통일이야말로 우리시대의 큰 과제가 아니겠습니까? 이건 할아버지도 못했고, 아버지도 못했잖아요. 이 통일조국을 건설하겠다는 큰 비전을 갖고 노력하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의 꿈도 필요하지만, 우리 모두의 꿈도 필요합니다. 이것이 여러분들의 삶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수도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과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좋은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의 마지막 정리 말씀에서 청년들이 세상을 바꾸는데 큰 용기를 주고자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참가자가 많은 관계로 앉아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떠나시는데 스님이 들어오셨을 때보다 더 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스님이 나가는 길목마다 많은 청년들이 나와서 악수를 청하면서 스님께 스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를 외쳤습니다. 뜨거운 환호성 속에 청년들의 고민들도 날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결국 밤 11시가 넘어서야 강의장을 나설 수 있으셨습니다.

 

질문을 했던 참가자들은 답은 내 안에 있었는데 스스로 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청년학교에서 방황해도 괜찮아 세미나를 하고 와서 오늘 스님 말씀이 더 크게 와 닿았습니다.”, “개인의 고민에 대한 조언에서 우리 사회를 보는 시각까지 넓혀 깊이 있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오늘도 많은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께서는 내일 새벽 6시부터 가을 불교대 특강이 있어서 바로 문경수련원으로 이동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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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꿈도 필요하지만, 우리 모두의 꿈도 필요합니다.>그런데 스님께서 인도마을을 자전거로 다니시진 않으셨구요..자전거는 라즈길(왕사성이죠?)까지 부처님이 걸어가셨던 길을 따라가보기 위해, 하루,자전거로 순례를 하신 것이라고 읽었습니다^^잘 읽었어요^^

2015-04-02 04:52:54

독자들위해

오타~
온전 아니고 온존입니다^^

2015-04-01 10:24:07

이규원

스님의 너무도 귀하신 법문에 어리석은 제가 전체를 보고 미래를 잠시라도 생각해볼수있는 소중한 지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 항상 건강하시길 발원드립니다.

2015-04-01 09: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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