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8.16. 동북아 역사 대장정 일곱째 날 - 청산리 전투터, JTS 중국지원 사업장 방문


 

동북아 역사 대장정 일곱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기상시간을 250분으로 당기고 330분에 출발했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일정은 화룡 새벽시장에서 아침거리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빡빡한 일정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에 참가자들은 시장 구경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새벽시장을 달궜습니다. 각종 과일과 꽈배기, 만두, 피자 등의 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사와서 버스에서 하나씩 풀어가며 나누어 먹었습니다. 조끼리 서로 음식은 교환하기도 하고 귤 한 쪽까지도 나누어 먹으니, 78일 일정 중 마지막 아침식사답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버스는 벌써 청산리 지역에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원래 스님은 청산리 계곡 밑에 농장을 만들어 수련원을 짓고 우리나라 청년들이 말도 타고 활도 쏘면서 호연지기를 키우게 할 계획이었는데,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실행에 옮기겠다는 스님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산리 전투가 벌어졌던 당시 주민 20여 가구가 살았다던 백운평 자리에 모여서 잠시 스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일본군이 본격적으로 토벌작전을 개시하자 김좌진장군의 부대는 화룡의 언덕에서 회의를 한 후 청산리 계곡으로 후퇴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청산리 전투는 봉오동 전투와 함께 우리독립운동 역사에서 큰 승리로 꼽을 수 있는 전투이고 청산리 일대에서 일주일간 일어난 여러 교전들을 통칭하여 넓은 의미로도 부른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청산리 전투에서 우리 독립군은 절대적인 전투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로 적군을 유인해서 기습하거나 야습하는 등의 방법으로 많은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승리를 자랑스러워하는 것만이 아니라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을 기억하고 이를 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남기시며 청산리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출발했습니다.

   
  

산책하는 느낌보다는 진군을 한다는 마음으로 서둘러 가자는 스님의 말씀에, 우리 청년들은 독립 열사님들의 지난 행보를 상상하면서 사뭇 비장하게 산길을 올랐습니다. 독립군들이 적군을 유인한 후 삼면에서 기습을 했던 바로 그 현장에 도착해서, 제를 지내고 희생된 모든 원혼들의 원한을 달래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기도를 드리기 전에, 스님께서는 돌아가신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를 따르다가 희생된 일본 젊은이들의 원혼 또한 미워하지 말고 달래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주지시켜 주었습니다. 일본인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제국주의를 미워해야 한다는 그 뜻을 한번 더 되새겨보니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숨이 찰만큼 빠른 걸음으로 올라오느라 힘들었지만, 기도가 끝난 후 다 같이 주변의 상쾌한 공기를 느껴보니 한층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스님께서도, 원래는 버스를 계곡 입구에 세우고 산을 더 많이 올라야 하는데 일정이 급하게 바빠져서 차를 타고 백운평까지 오게 된 것이 아쉽다고 말씀하시니 우리 청년들도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청산리 전투터 기념탑 앞에서 잠시 내려 단체 사진을 찍고 강 건너 북한의 무산시를 보기 위해 출발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중국 JTS에서 지원하고 있는 양로원 및 고아원, 장애자 시설 3곳을 지원하기 위해 여기서 참가자들과 헤어지고 용정으로 출발하셨습니다. 우선 JTS에서 운영하는 옥수수 국수공장에 들러 국수 생산 상황을 점검해 보고 조선족 자치현마다 운영되는 양로원 관계자들에게 국수를 나눠주신 후 이번 역사기행팀 편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들을 가지고 고아원, 중증 장애아 시설, 양로원을 차례로 방문하셨습니다. 주로 탈북 한 여성들이 중국에서 낳은 아이들을 수용한 고아원에는 23명의 아이들이 지내고 있었는데 전직 공무원이었던 분이 퇴직 후에 이 고아원을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국가의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그늘을 개인이 메꾸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우면서도 밝은 표정의 원장님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체 시설을 둘러보고 아이들 현황을 설명 들으신 후 아이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 준비해 간 선물을 직접 나눠 주셨습니다.

   

이어 중증 장애아와 노인들이 지내고 있는 곳을 찾아갔는데 이곳 원장님은 작고 통통한 여성이었지만 성격이 밝고 시원시원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만드는 분이었습니다. 역시 공직에 있다가 퇴직하여 이런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 수완이 좋으신지 한 쪽에는 또 하나의 건물을 짓고 있었습니다. 전날 스님께 드릴 감사패를 급히 준비했는데 용정에서는 케이스를 구할 수가 없어서 예전에 본인이 탔던 상의 케이스로 대신했다고 솔직하고 유쾌하게 고백하자 스님께서는 케이스는 개인에게 소중한 것이니 감사패만 받겠다고 하셨습니다. 이곳에서는 중증 장애아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원장님의 요청으로 건물 난간에 붙여놓은 플랭카드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양로원에 방문하여 선물을 나눠드리고 노인들이 거주하는 방을 일일이 열어보고 침대에도 누워보시면서 머리맡의 사물함 때문에 노인들이 다칠 수 있다고 걱정하시고 나무 침대 위에 얇게 깔린 매트리스를 보시고는 이 부분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관계자들과 상의하시며 꼼꼼하게 점검해 보셨습니다. 건물 앞에 모여 계셨던 할머니들은 낯선 방문객들을 매우 반가워하셨고 스님과 사진 찍기를 원하셔서 밝은 표정으로 소녀처럼 포즈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바뀌어가면서 예전에는 국가가 지원해주던 복지 부분이 오히려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하는데 중국 JTS에서는 이런 취약계층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을 해나갈 계획이라 합니다. 양로원에서는 감사 깃발을 마련하여 스님께 감사의 뜻을 나타냈는데 제3세계의 어린이 뿐만 아니라 노인의 구호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을 확장해가는 JTS 사업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국수를 분배하면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던 점에 대해 구호활동에서는 공정하게 나눠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는 말씀을 하시며 인도에서의 구호 경험을 나눠주셨습니다.

 

스님께서 양로원, 고아원, 중증 장애우 시설을 방문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평화재단 이승용 사무국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강 건너 북한의 무산시를 가까이 볼 수 있었고 독립투사들의 애환이 서린 일송정과 용정중학교를 둘러보고 스님의 7일째 강의를 듣기 위해 스님과 강의 장소에서 만났습니다. 스님께서는 먼저 오늘 오후에 양로원과 고아원 등을 방문하셨던 내용을 공유해 주신 후 이어서 7일간의 동북아 역사 대장정에 대해 총 정리하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요하 문명을 시작으로 고구려 역사를 보고 발해의 역사를 보아왔습니다. 발해는 고구려의 문화를 이어 받았고, 고구려는 부여의 문화를 이어받아왔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모든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우리가 지금 통일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 현재 남한은 통일에 대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의지가 없고, 북한은 현재 통일을 주도할 역량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남한은 북한에 대해 어떠한 자세와 포용력을 가지냐에 따라 새로운 100년의 비젼을 만들 수도 있고, 아주 위험한 위기의 국면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는 말씀으로 우리 청년들에게 커다란 과제를 남겨주셨습니다.

 

또한 미래지향적인 비전으로서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셨습니다.

동북아 역사 대장정에 적지 않는 돈을 투자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 식사와 짧은 취침시간을 감수하면서까지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에 다시 한 번 생각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강의가 끝나자 7월에 20여일간의 단식 후 보식을 하고 계신 상태임에도 몸을 아끼지 않으시고 청년들에게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민족의 자긍심을 깨워주시는데 열정을 다해주신 법륜스님께 참가자들은 힘찬 박수로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조별로 소감문을 작성하고 나누기를 한 후 이번 역사기행을 위해 수고하신 분들에 대한 소개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도 초기부터 법륜스님과 역사기행을 같이 해 오셨던 방학봉 교수님 내외분이 참석하여 참가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이렇게 7일간의 동북아 대장정이 막이 내려갑니다. 법륜스님께서는 참가자 일행과 함께 하지 않으시고 중국내 JTS 사업 점검차 내일 북경에 가셨다가 귀국하신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심양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실었고 법륜스님께서는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이제 내일 아침에 심양 공항에 도착하기 위해 밤새 길을 달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참가자들은 버스에서 마지막 나누기를 한 후 광활한 대륙을 호령하던 조상들의 혼과 기상을 가슴에 담은 채 7일간의 피곤을 풀기라도 하듯 하나 둘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오늘 낮 기행부분은 임정수님이, 강의 속기는 이동훈님이 수고해 주었습니다.


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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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청산리전투터 기념탑 앞 단체사진속 법륜스님 모습 너무 멋있습니다.^^<br />백년여 전 이름없는 죽음, 그렇게 민족과 나라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죽어간 거룩한 이를 생각합니다. 부처님..거룩한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거룩한 사람은 없다..거룩한 삶이 있을뿐....<br />무아를 생각하게 합니다. 나를 집착한 무서운 업은 귀신처럼 따라 다니지만, 거룩한 희생으로 아름답게 살다가신 그들의 영혼은 참 자유롭고 아름답습니다.

2014-08-18 13:05:16

무량상

이미 일어난 사고로 가슴아프지만, 그래도 또 다가올 재앙을 막기위해서는 눈물을 머금고 정신을 차리겠습니다. 사는것은 파도를 넘는 것 같습니다. 잠시 정신을 놓아버리면 또 다른 거대한 파도가 휩쓸여 오는 것 같이....우선 정신을 똑바로 하겠습니다. 오롯이 깨워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법륜스님 감사합니다!

2014-08-18 12:58:42

봄선

오늘 우리의 주류사회의 일단은 우리에게 역사가 있는가 싶을 정도의 행위들을 하는데, 스님의 바른 역사인식에 감사와 고마움을 느껴 합장 올립니다..._()_...

2014-08-18 11: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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