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7.8. 세월호 서명 명부 전달식 및 토론회

스님께서는 통일의병팀 역사기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여독을 채 풀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강행군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북한동향과 한반도 정세를 파악하는 북한현실모임 조찬으로 하루를 시작하셨습니다. 스님께서 지난 주에 중국에 계시는 동안,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방한했습니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씀을 나눴습니다.

     

모이신 분들은 중국과 일본, 미국, 심지어 북한조차 자국의 장기 계획에 따라 냉철하게 전략을 짜고 임하는데, 우리나라만 전략이 없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특히 한 전문가는 축구에 비유를 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던 한 영국 아이가 한국에 와서 축구를 하는데 너무 재미가 없다고 했답니다. 이유가 뭐냐니까, 한국 아이들은 축구를 할 때 사람을 보고 공을 주더라는 겁니다. 영국에서는 빈 공간에 공을 찬다고 합니다. 그러면 자기 생각을 읽은 동료가 그 공간에 뛰어들어가 공을 이어받아 넣는 거죠. 처음에는 헤매지만, 자기 동료가 자기 생각을 읽고 공간으로 파고들어서 골을 넣을 때의 쾌감은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외교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최근들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공간을 열어준 거고, 그 공간을 읽고 일본도 들어가고 북한도 들어가는 건데, 우리만 상대만 쳐다보며 단순 대응을 한다는 겁니다. 스님께서는 리더십의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밀리는 것 같다며 매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말씀들을 들으면서, 지금부터라도 미래 5, 10년 후를 내다보고 좋은 정치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130분부터는 서울 정동 성프란치스코 성당에서 그동안 정토회에서 진행해 온 세월호 관련 서명 용지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는 전달식이 있었습니다.

 

유가족이 진행하는 천만인 서명 운동 가운데 정토회에서는 100만인을 목표로 약 보름 간 전국에서 서명을 진행했습니다. 전달식에서 법륜스님께서는 총 1413139명이 서명한 용지(서울제주 237,173, 강원경기동부143,600, 인천경기서부 122,869, 대전충청 126,165, 광주전라 77,120, 대구경북 186,299, 부산울산 205,184, 경남 129,400, 온라인 185,329)를 김병권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장에게 전달했습니다. 서명용지를 전달한 후 스님께서는 "작은 정성이지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싶었다"면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60명과 지난 6일 직접 서명운동에 나섰던 방송인 김제동씨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유가족들은 '왜 우리 아들이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절규를 하고 있다"면서 "죽음 앞에 우리가 진실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어 "지금은 유가족만의 일이지만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 모두의 일이 된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이어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종교인 모임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사회를 맡은 박종화 경동교회 당회장과 유가족, 청년, 종교인, 사회 인사, 전문가, 정치인 등 각계 분야의 발표자들이 참석했습니다.

     

가장 먼저 발표해주신 분은 전명선 세월호 참사 가족 대책위 부위원장이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였던 평범한 삶이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심정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은 채 담담히 말씀하시는 모습에 모두가 숨을 죽였습니다.

전명선 부위원장님은 저희가 바라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특별법을 제정해 우리사회가 좀 바뀌었으면 합니다. 한 아이의 부모, 힘없는 국민인 저희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영혼을 저버리지 않고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눠진 발표 시간에는 각 분야의 발표자들이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청년은 청년이 꿈꾸는 사회를, 종교인은 종교인이 짊어져야 할 몫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전 소방방재청장, NSC 위기관리 비서관을 지낸 두 전문가는 각각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보는 국가의 위기와 안전에 대해 짚어주셨습니다.

     

정치인을 대표해서는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장과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장이 참석해 각각 정당에서 추진중인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정치인 대표 발표 때는 항의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국민적 슬픔과 분노가 크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발표가 모두 끝난 뒤 마지막으로 스님께서 닫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세 시간 반이나 앉아서 집중적 관심을 가져주신 여러분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유가족 여러분께도 감사 말씀드립니다. 전문가 분들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씀하시는 걸 어려워하셨는데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여야 정당의 정책위원장님들께서 정책위원장을 맡은 지 얼마 안 되시는데 나와 주셔서 장시간 비판도 받아주고 토론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 말씀 드립니다.

     

지난 50여 년간 우리에게는 오직 돈이 되면 뭐든지 다 한다, 위험도 무릅쓰고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가고 월남전쟁에도 가고 위험만 무릅쓴 게 아니라 때로는 비도덕적 행동도 불사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재 후유증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이만큼의 성과를 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먹고 살기가 힘들 때는 살기 위해서 위험도 무릅썼지만 지금은 먹고 살기 어려운 처지를 넘어서서 살만한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려울 때 잘 살아보자고 몸부림쳤던 그런 관행이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위험 요소, 장애 요소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살아왔다 하더라도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왔습니다. 전기가 없을 때는 방사능 위험이 있다해도 우선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서 핵발전소를 건설했지만, 이제 이 정도 살만해진 때는 전기값이 좀 싼 것 보다는 만에 하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미치는 위험에 대비하고 안전을 더욱 중요시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같은 걸 보면 잘 알 수 있죠.

     

경제적 효율보다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더 중요시하고 행복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이제는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정계에서는 이것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주는 것이 중요하고, 종교계에서는 의식, 가치관을 바꿔주는 것이 우리 국민이 해야 할 국민운동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스님께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의 전환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오늘 여러분들께서 분노가 있으니까 마음에 들면 환호하고 마음에 안 들면 큰소리도 치고 하는데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반대 의견을 수용하고 토론할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야 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싸우다가 큰 위기가 닥치면 똘똘 뭉쳐서 위기에 대응하는 경우는 위기가 기회가 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상황에 더 싸워서 아예 풍비박산 되는 경우는 위기가 위기가 됩니다. 이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선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세월호라는 위기에 직면해서 진보, 보수, 여야, 기독교, 불교 이런 걸 넘어서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앞으로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의견을 모아 간다면 우리에게 큰 복이 될 것이고 세월호 희생자들은 정말 민족을 위해서 큰 공헌을 세운 사람들이 될 겁니다. 가족들에게는 그것이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분열이 더 가중된다면 그 분들의 희생은 쓸모없는 죽음에 그치고 맙니다. 그래서 우리가 분노는 가질 수 있지만 그 감정을 조금 승화시키면 좋겠습니다. 여당과 정부는 책임 당사자로서 비판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고 바꾸려면 정부와 여당이 힘을 써야 합니다. 북한 정부가 인권 침해의 당사자이지만 그 문제를 개선하려면 북한 정부와 대화를 해야 합니다. 협력 없이는 문제를 못 풉니다. 비난을 하는 건 감정 해소는 될지 몰라도 문제 해결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됩니다. 국가 전체를 생각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협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함께 손잡고 문제를 푸는 통합적 가치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분노하고 슬퍼하고 비판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대화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것임을 일러주셨습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스님께서는 국민통합회의의 멤버이신 정의화 국회의장님의 초청으로 국회의장 공간에서 국민통합회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은 정의화 국회의장님의 의장 되심을 축하하면서 여러 가지 국내외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누기도 하셨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회관으로 돌아오셔서는 다시 세월호 관련하여 문제들을 어떻게 풀것인지에 대해 논의도 하시고 업무도 보셨습니다.

     

내일은 710일부터 진행되는 명상수련을 위해 문경으로 이동하실 예정입니다. 내일부터 명상수련이 끝나는 날까지 스님의 하루는 쉬겠습니다.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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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형

스님 건강조심하시고 하시고자 하는일 다 성취하세요.

2014-07-19 20:13:21

맑음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휴식을 취하셨으면 합니다 스님의 빡빡한 스케쥴을 보면 걱정이 됩니다 스님 건강하세요

2014-07-15 15:02:32

궁금이2

스님은 정말 어딜가셔서도 힘든사람들에게 힘이되어주는거같습니다 저분들도 스님을 만나보고 얘기듣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졌을꺼라 생각되네요.. 항상 고맙습니다 스님

2014-07-12 22: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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